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우면산의 겨울 5 : 빈곤의 덫에 빠진 한국

 

 

우면산의 겨울 5 :빈곤의 덫에 빠진 한국

 

 

                                                                                  새벽 한강 고수부지에서 바라본 강북도로

 

흑룡의 새해가 밝은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창가에서 스며드는 새벽 냉기는 차가움이 사납다. 눈이 오거나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가 되면 자전거 타기는 어렵다. 그래서 새벽 운동을 나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눈.비, 기온 등 지역별 날씨를 반드시 본다. 밤새 눈이 내렸는지 현관 밖에도 나가본다. 영하 5도라면 자전거를 타는 체감온도는 영하 7~8도 이상이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더 춥다. 그래서 바람막이 옷도 두겹 세겹 껴입고 장갑, 양말도 두 컬레씩 싣는다. 두건, 귀막이, 모자, 헬멧도 챙기고 각종 조명등, 동전, 라디오도 챙긴다. 자전거를 타고나가면 손끝과 발끝이 제일 시리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발열장갑과 양말도 있지만 내구성이나 고장이 우려되고 너무 비싼 것 같아 구매하지 않았다. 겨울이면 어느 정도 추위를 견디는 것도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운 날씨에 새벽 자전거를 타는 나를 보고 아침 출근을 하는 사람들은 미친눔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운동을 하다보면 새벽 운동이 이렇게 기분 좋고 상쾌한지는 모를 것이다. 자전거 타기는 유산소 운동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자전거만 타는 게 아니라 중간에 걷기도 하고 주변 풍경도 구경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바라본다. 모두가 노예같은 자신의 삶에 바쁘기만 하다. 

 

지난번에 마누라 등쌀에 할 수 없이 동네 병원에서 거금을 주고 일생에 처음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 만약 내가 새벽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검진 결과 무슨 병이던지 발견되었을 것이며 지금쯤 병원에 입원해 있을지 모른다. 통상 종합검진을 받으면 겉으로 멀쩡한 사람도 질병이 발견되어 중환자가 되기 쉽상이고 병원은 가능한 많은 환자를 만들어야 돈을 벌기 때문이다. 고발프로에서 어느 치과에서는 멀쩡한 잇빨도 뽑고 인플란트를 하는 등 과잉진료로 문제가 되기도 한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그동안 정신과 육신을 참혹하게 혹사하며 살아온 날이 얼마인가......

 

 

                                                                                  새벽 강남 테헤란로

 

새해부터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아마 금년 일년은 씨름해야 될 것이다. 방대한 역사 내용을 매일 올리는 것도 힘들거니와 바쁠때는 오탈자를 일일이 고칠 틈도 없이 그냥 올리기도 한다. 나중에 다시 고치기도 하지만 고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데,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그래도 블로그 방문자들이 이해해주고 읽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남의 글을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꾸미는 사람을 차단하기 위해 내용의 복사를 금지함은 물론이고 덧글 작성시에는 로그인하지 않은 사람은 불가하도록 해 놓았다. 그래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므로 덧글을 작성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런데 가끔 올린 내용에 대해서 방문자가 나름대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고 역사에 대해서 잘 아는 척 덧글을 쓰기도 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기분나빠하고 시비를 걸려고도 한다. 그런 사람과 다투기도 싫지만 자신의 주장만 옳다는 사람과는 대화하기도 싫다. 역사란 보는 사람에 따라 이해와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대가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를 뿐이다. 그것을 자신의 주장에다가 맞추려면 시비가 일기 마련이다. 공감할 수 없디면 나가면 되고 읽기 싫으면 일지 않으면 된다. 우리들의 머리속에 들어있는 모든 지식은 지혜의 바다인 태평양 바다같은 대양에 떠 다니는 한 개의 낙엽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역사서라고 모두가 진실은 아니다. 역사서 내용이 승자의 역사서이며 왜곡된 역사서일 경우도 많은데, 그것은 사관의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역사는 역사적인 사실을 찿아 하나 하나 조각을 맞춰나가는 퍼즐과 다를바 없을 것이다.

 

역사를 통해서 조상들이 겪어야 했던 당대의 현실을 이해하고 그들과 대화하며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람이 선택한 방법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고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역사를 오늘날의 잣대로 농단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과거를 반성하며 오늘을 고치고 내일을 준비하며 미래를 꾸려나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 오류를 알면서도 그러한 오류를 다시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시대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변화를 두려워 하며 기회를 찿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다. 무능한 지도자를 만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국론이 분열되고 개혁이 실패하고 나라 곳간이 텅텅비고 백성들의 삶이 어려워 지고 유랑자가 발생하며 위기시 지도층이 스스로 앞장서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도망치며 지도층이 편가르기로 권력투쟁만 일삼고 편협한 사고와 생각으로 백성위에 군림하려는 태도, 그리고 사회 저변에 확산된 비리와 부패가 만연해지고 인간들이 탐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망국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조선의 역사를 시작하기 전에 난 위화도 회군이라는 명칭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왜 하필이면 '위화도 회군'이라 했을까? 난 여기서 조선의 태생은 불의에서 시작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명칭은 반역을 시도하여 고려 조정을 몰락시킨 이성계의 쿠테타를 미화시키기 위한 명칭변경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신은 성공하면 영웅이요 실패하면 멸문지화를 당하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당시 최대 실권자이며 군통수권자였던 최영을 제거하고 우왕과 창왕을 폐하고 공양왕을 마지막 배우로 등장시킨 다음에 자신들의 역성혁명을 거의 성취한 다음 폐위시켜 죽여버리는 폐륜을 저질렀고, 고려 왕족을 거짓말로 불러모아 강화 앞바다에 모두 수장시켜 버리는 잔인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이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를 비롯한 정도전, 조준, 배극렴, 이방원 등 역성혁명론으로 조선을 개국한 개국공신들이다.  

 

우리는 여기서 쿠테타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과연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이 쿠테타임에도 불구하고 왜 위화도회군으로 이름을 붙였다.  그것은 조선이 그들의 쿠테타에 대하여 정당성을 만들기 위한 변형된 용어선택이었던 것이다. 이성계는 고려 왕실 입장에서 분명 반역자였고 역도였으며 고려 정권을 뒤엎은 역신이다. 그것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면 과연 이성계의 쿠테타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가? 아니면 정당성이 있는가? 정당성이 없다면 이씨 조선도 마찬가지로 정당성이 없는 나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성계의 회군을 정당성이 없다고 강변하지 못하고 그가 세운 이씨 조선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들은 조선을 세우고 유교를 통치사상으로 정하고 충효를 덕목으로 삼고 선비들의 나라를 세웠다. 뿌리가 역신인데 그들  선비들을 과연 충신이 될 수 있는지는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조선이라는 나라는 역신이 세운 나라였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성계 일파들이 고려를 뒤엎고 세운 조선이라는 그들 역신들이 세운 나라에서 살아왔고 또 후손들이 태어났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 조상들이 살고 있던 땅에서 역사를 부정하지 못하고 우리들의 역사로 인정하면서 살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어쩌면 영원히 정의와 불의가 반복되는 정반합의 원리처럼 원죄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5.16혁명과 12.12 군사쿠테타를 부정할 수 있을까? 부정한다면 박정희도 역신이고 전두환도 역신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 역사를 장식하였고 패자들은 그것을 비난하며 악으로 규정하지만 단지 패자들의 항변일 뿐이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이며 승자들은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그들에게 유리하게 역사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패자쪽에 줄을 잘못 선 사람들은 반역자로 전락하여 이슬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그래서 힘이 지배하는 인간사회는 도덕성이나 윤리성이 말로는 부르짓지만 누구도 그것을 지킬 수 없다는 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도덕과 비윤리와 타협하며 자신의 권력추구와 출세를 위해서는 도덕성과 윤리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말로는 대의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입신출세를 지향하는 이중적인 성향을 지닌 인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반정이나 반역, 쿠테타를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함부로 규정하기에는 역사적인 사실들이 우리들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면서 동화되어 살아왔다는 점이다.

 

 

오늘 우리 현실이 바로 그러한 불의와 정의가 혼제된 가운데 도덕성, 윤리성, 정의라는 것이 모두 인간의 탐욕에서 출발하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민중들은 그들의 감언이설에 목숨을 버려야 했고 노예처럼 살아야 했던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난국이던 간에 힘으로 이전 왕조를 무너뜨리고 나라를 세운 이성계를 비난 못 하듯이 이전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공화국을 세운 박정희나 전두환을 비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 앞에는 또다른 위기가 봉착하려 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먹구름를 몰고온 미국의 재정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와 국가 신용도 강등 사태, 미국-이란 긴장고조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미국의 이란 침공 시나리오를 생각할 때 또 다시 세계 경제는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원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경고를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혼란을 극복하고 정권의 안정을 찿기 위해 중국을 배경으로 북한 군부가 핵무기를 앞세우고 어떤 불장난을 저지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무역이 1조 달라를 넘었고 삼성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남겼다고 하지만 그러한 경제적인 성과는 서민들에게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위기시에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패권주의는 나날이 대륙굴기를 지향하고 있고 주변국들과 인종, 속국화, 영토 문제로 분쟁을 유도하면서 군사력을 앞세우고 미국과 겨루면서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 수정으로 한반도 미군이 언제 어떻게 철수할지도 모르고 방위비 분담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한미 FTA로 경제.사회.문화적 위기가 도래할 것이며 내수시장 구도와 사회지배 구조의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이 겨울답지가 않게 온난화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2012년 12월 21일 대지진.대해일.대폭풍.화산 대폭발 등 자연 대재앙이던, 딥 임팩트.태양 자기장 대변화.지구 자기장 파괴, 남북극 빙하 대해빙, 해수면 폭발적인 증가, 혜성 대충돌이던, 전세계 전염병 창궐 등 지구 대재앙이 유포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대기업은 무역, 매출, 수익면에서 절대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서민들은 살기가 힘들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불가하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봉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치솟고 개인 부채로 원금과 이자 갚기에 연연하고 있으며 새벽부터 밤늦도록 노예처럼 일하고 아무런 희망없이 살고 있다. 배는 부르지만 정신이 허하고 상대적 빈곤감에 분노만 치솟고 부부맞벌이에 자녀 양육 부담으로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고 미혼 젊은이들이 방구석에서 PC방에서 허구한날 게임이나 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에서 250만원을 준다고 해도 한국 사람은 일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환경이 더럽고 먼지나고 상여금이 적고 거리가 멀고 대기업이 아니라서 일하지 않으려 한단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를 배당받기 위해 수도권 중소기업 사장이나 직원들이 밤샘 줄을 선다고 한다.  

 

양극화는 심화되고 돈을 위해서라면 부모.형제.부부가 서로 죽이고 인친척을 속이고 친구를 배반하는 사회, 심지어 여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가정을 불문하고 매춘을 주업으로 살아가야 함은 물론이고 자신의 장기도 팔아먹는 사회다. 경제발전만을 추구해오다보니 정신세계 발전을 소홀히 한 결과 영혼이 없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최근 학교 폭력 증가는 무너진 공교육, 가정교육 부재, 사교육비 폭증, 여자 교사 증가, 좌파 교육감들이 만든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학교는 난장판이 되었고 학생간 집단 왕따, 따돌림음 물론 교사.학생들의 여교사 성희롱, 교사들의 여제자나 성폭행, 남여학생들의 여자 후배 집단성추행.성폭행,갈취 등 학교가 갈 곳을 찿지 못하고 있다.    

 

또 총선.대선을 앞두고 돈봉투 폭로 등으로 여권의 계파간 갈등과 분열과 지리멸렬, 박근혜 비상위원회 갈등, 야권 대통합, 폭발적 인기의 안철수 등장 등 정치적으로 나라는 날로 혼탁을 더해가고 있고 앞으로의 권력을 두고 난투극을 벌일 모습이 한심하게 보이고 올해말 그 권력의 향배가 추측이 불가하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 어떤 지도자와 지도층을 뽑아야 할지 유권자들도 실제 잘 모른다. 그 눔들의 검은 속을 일일이 어찌 알겠는가. 그래서 올해 선거는 난장판이 될 것이 뻔하다. 선관위에서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한 세부적인 대안도 마련하지 못한채 허용한 SNS 선거로 유언비어가 난무할 것이고 무리를 지어 어떤 후보를 당선시키고 낙선시키기 위해 각가지 음해공작이 난무할 것이다. 선전 선동을 일삼고 검은 속을 숨기고 혹세무민하는 인간들이 어디 한 둘인가......

 

모두가 비리와 부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사회 각 분야에서 비리와 부패로 썩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이다. 위가 썩으니 아래가 썩고 아래가 썩으니 옆이 썩고 내가 싹으니 남이 썩고 선생이 썩으니 학생이 썩고 모두가 썩었고 모두가 도적들이요 사기군들이고 파렴치범들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처럼 지도층과 사회 각분야가  썩고 병든 시대는 신라, 고려 말기와 조선 말기 현상과 비슷한 것 같다.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살면서도 한편으로 국가 몰락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벽 강남 빌딩군

 

새해부터 나라는 온통 혼란과 부정, 비리로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 야당 돈봉투 사건, 중국의 급성장과 패권주의, 북한 김정은 정권 등장과 권력 세습의 불안, 이 대통령  중국 방문과 대중외교, 한우 파동, 재래시장 갈취 사건, 손보사 영업이익 최대, 나꼼수 일행 미국 방문시 구설수, 이란-미국간 긴장 고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미국의 세계 전략 수정, 한반도 미군 철수 및 주둔비용 증가 문제, 한미 FTA 후폭풍, 고사 직전의 축산업,  원유가 폭등 우려, 학교 폭력 방지 대책 절실, 안철수 미국 방문, 금융권 돈잔치, 고속철 민영화 문제, 민주통합당 모바일 투표, 삼성.LG 가전제품 가격담합, 원전고장 빈발, SNS 정치.선거의 양면성, MB 정권 개국공신 6인방 몰락, 유럽 국가들 국가 신용도 강등  등 등......

 

격랑이 예고되는 국제정세를 안이한 눈으로 바라보며 내부적으로 저신의 탐익에만 빠져 있는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점점 더 심화되면서 빈곤은 더 확산되어 가고만 있다.

 

 

 

빈곤의 덫에 빠진 한국

우리 경제는 아직 건강하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1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외환보유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위라고 전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 비중은 가장 낮아 나라 빚도 걱정할 게 없다. 제조업 부가가치 1위에 근로자들은 가장 많은 시간 일을 한다. 이만하면 세계경제의 우등생이다.

하지만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라는 국민이 많다. 삶의 현실이 한겨울 날씨만큼이나 춥기 때문이다. 청년층 고용률 29위,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30위, 임시직 근로자 비율 26위로 끝자락이다. 나라 재정이 튼실하고 기업들은 나라 밖에서 돈 잘 벌어들이는데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나 개인은 무척 열심히 일을 하지만 살림은 펴지지 않고 빚만 늘어난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빈곤이 확대되고 있는 지표 또한 뚜렷하다. 우리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은 1990년대 전체 가구의 75% 선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2000년 71.7%로 내려앉고 2010년 67.5%로 줄었다. 그 아래 빈곤층은 10년 동안 9.2%에서 12.5%로 늘어났다. 점차 빈곤의 덫에 빠져들고 있음이다.

나라 경제는 잘 돌아간다는데 내 살림살이가 자꾸 고단해지면 박탈감만 커진다. 지난해 말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나는 중산층이다’라는 국민이 52.8%에 그친 반면 무려 45.3%가 ‘하층민이다’라고 한 충격적인 수치가 그걸 말해준다. 이 ‘하층민’의 상당수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다. 별로 꿀릴 게 없는 교육을 받고 웬만한 소득을 얻는 직업이 있는데도 보통의 국민들 절반 가까이가 스스로 빈곤계층이라고 자조(自嘲)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일생을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다수인 58.7%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들에게는 세계 아홉 번째 무역 1조달러 달성의 위업도 나와 상관없는 얘기일 뿐이다. 수출로 키워온 우리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의 연결고리는 이미 끊어졌다. 내게 다급한 현실은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데 물가는 끝없이 뛰어 빚만 자꾸 늘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악순환에서 벗어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불황의 그늘에서 오히려 중산층 붕괴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절망스럽다. ‘3대 신빈곤층의 등장’(현대경제연구원 ‘2012 국내 10대 트렌드’)이다. 집이 있지만 그 집 때문에 가난한 ‘하우스푸어’, 직장은 있지만 비정규직 딱지가 붙은 ‘워킹푸어’, 노후를 준비 못한 ‘리타이어(retire)푸어’다. 내집 마련을 위해 잔뜩 빚은 졌는데 집값이 형편없이 떨어져 팔지도 못하고, 자식교육에 모든 걸 쏟아붓느라 아무것도 저축할 수 없었는데 이제 꼼짝없이 퇴직의 칼날을 맞아야 하는 베이비부머들, 정규직 노조가 탐욕으로 쌓아 올린 기득권에 막혀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직면한 빈곤 추락의 현실이다.

이들 신빈곤층과 함께,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진 보통 월급쟁이들과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건드리면 터질 우리 사회의 뇌관이다. 벌써 파괴적 성향을 띤 ‘성난 집단’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한국 사회를 결국 퇴보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불안의 본질이다.

중산층은 모든 정치·경제·사회 갈등의 완충지대이자 균형추다. 중산층이 불만과 좌절, 분노로 흔들리면 사회안정을 지탱하는 건전한 시민의식이 뒤틀리고 보편적 가치와 질서마저 무너지게 된다.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발전에너지를 잃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진다. 한국사회는 지금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데 덫을 빠져나올 돌파구가 선명치 않으니 막막할 뿐이다. 이미 경제문제 차원을 넘어 사회 안보의 최대 현안이다.

국가경영을 꿈꾸는 사람들, 박근혜든 안철수든 이 질문의 대답부터 해야 한다. 어떻게 번듯한 일자리 만들어 국민이 불편없이 살아갈 만한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열심히 일하면 다들 잘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것인지. 이 나라와 국민을 제대로 지켜나가기 위해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