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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국방/군의 현실

우면산의 가을 43 :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13

 

 

 

 

우면산의 가을 43 :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13

 

 

비전투손실 현실태

 

“꽃다운 청춘 애석한 죽음 이제 그만”… 병영문화 대혁신 올인

 

6·25전쟁은 1950년 6월부터 3년1개월간 계속됐다. 당시 우리 군 사망자는 22만7000여명에 달했다. 이후 1999년과 2002년의 1·2차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을 제외하면 실제적 무력 충돌 없이 반세기가 흘렀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군에서는 연평균 125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비전투 교전으로 인한 사고였다. 비전투 전력 손실은 전투행위 이외의 상황에서 발생한 사망, 부상, 질병 등의 인적 손실이나 폭발, 익사, 추락 등 안전사고와 폭행, 자살 등 군기사고를 모두 포함한다. 군 안팎에서는 비전투 전력 손실 예방이 개인의 존엄과 사회 안정 유지에 중요하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비전투 전력 손실 현황

2005년 경기 연천 육군 28사단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김모 일병이 내무실에 수류탄 1발을 던지고 K-1 소총 44발을 난사했다. 국정조사 결과 선임병의 욕설과 질책 등에 대한 앙심으로 저지른 일로 드러났다. GP장을 비롯한 7명의 꽃다운 청년이 숨졌고, 부대원 2명이 중상을 입고 제대했다.

지난 7월에는 인천 강화도 해병대 2사단 해안소초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김모 상병이 K-2 소총을 발사해 동료 해병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기수열외’와 내무 부조리 등 병영생활 전반에 걸친 문제가 지적됐다. 해병대사령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병영문화혁신 100일 작전’을 펼쳐 구타·가혹행위를 한 해병의 빨간 명찰을 회수하는 조치를 하기도 했다.

군내에서 자살, 교통사고, 항공사고, 추락사 등 각종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06년 128명, 2007년 121명, 2008년 134명, 2009년 113명, 지난해 129명으로 집계됐다.

군내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자살사고는 1980년 391명에서 1985년 225명, 1990년에는 172명, 1995년 100명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지만, 최근 10년 사이에도 매년 80명 안팎의 장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실정이다.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군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는 29건에 달했다. 군별로는 육군이 25건, 해군이 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오발사고, 자해 등을 제외한 22건이 총기를 이용한 자살이었다.

얼마 전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군 초급간부 자살자가 208명으로 나타났다. 군별로는 육군 초급간부가 111명, 해군 68명, 공군 29명으로 집계됐다. 군을 이끌어갈 초급간부들의 자살이 많은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군내 자살 등 사망사고와 의료체계 부실 등으로 인한 비전투 전력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4일 해병대 2사단의 강화도 해안소초 총기사고 당시 부상당한 병사들을 후송하기 위해 대기 중인 응급차량.                                                                       세계일보 자료사진

◆비전투 전력 손실 예방 노력

군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인성검사를 실시했다. 지난 7월 인성검사에서 중·상사 6만38명과 위관급 장교 2만9130명 등 총 8만9168명의 10.2%에 해당하는 9131명이 전문가 상담이나 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상사 가운데 의사 진료가 필요한 ‘위험’ 판정을 받은 이는 3.4%(2021명)에 이르렀고,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관심’ 판정을 받은 중·상사도 7.7%(4609명)에 달했다.

위관급 장교의 경우도 ‘관심’ 판정군과 ‘위험’ 판정군 비율이 각각 5.6%(1610명), 3.1%(891명)로 나타났다. 부하들을 지휘통솔하고 유사시 전투 등 극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이들의 인성검사 결과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 4월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뇌수막염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제대로 된 의료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군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지난 14일 2012∼2016년 의료체계 개선계획을 내놨다. 내년부터 5년간 약 4800억원을 들여 의료체계를 대수술한다는 게 골자다.

군의관 등 의료인력을 1600여명 늘리는 한편 2014년부터 상병 진급 시 18개 항목의 건강검진을 받게 하고, 뇌수막염과 유행성 이하선염, 독감 백신을 전 장병에게 예방접종한다. 이 밖에도 기존 군의학연구소를 내년까지 국방의학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군 중증외상센터도 2013년까지 설립할 방침이다.

박문영 국방부 병영정책과장은 “비전투 전력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인명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병영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인명 피해가 없었던 ‘아덴만 여명작전’처럼 완전 작전을 구현하는 군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김일생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 지난 4월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뇌수막염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군 의료체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군은 교수, 의료분야 전문가, 정부 및 군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군 의료체계 개선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위원회는 지난 14일 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김일생 국방부 인사복지실장(59·사진)은 “매년 28만명씩 들어오고 나가는 군의 안전관리는 사회적 안전 환경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면서 “비전투 전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적·국가적 안전의식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노력은 필수”라고 말했다.

    “사회의 집단따돌림, 폭행, 욕설 등은 고스란히 병영으로 유입됩니다. 병영의 특수성은 이를 더욱 악화시켜 단시간에 뿌리 뽑기 힘든 병영 악습을 만들어 냅니다.”

    그는 사망자가 장교 20여명을 포함해 연간 80명 안팎에 달하는 군 자살사고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 군 자살지수는 10만명당 12.6명으로, 2010년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자살지수 31.2명, 20대 남자의 25.7명이나 미 육군의 21.7명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체계적인 자살. 예방 관리가 이뤄지는 일반 사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장교들에 대해서도 상담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 들어 군에서 질병으로 인한 비전투 전력 손실이 연이어 발생한 데 대해 김 실장은 “군 의료수준이 사회발전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예산 부족으로 의료 기반시설이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데다 의료지원 체계 및 인력 배치 등 운영상의 미비점이 있었고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못하는 병영문화가 바뀌지 않는 등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6년까지 4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관련 부처와 협의했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비전투 전력 손실 방지를 위한 군 내부의 대책으로 지휘관의 리더십과 군기의 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군기가 이완되면 안전사고 발생 비율이 높아집니다. 새로운 무기와 장비가 끊임없이 나오고 매년 병사의 절반 이상이 교체돼 각종 안전교육의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이 짧은 상황에서 현장 지휘관들의 안전 인식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 실장은 “군에서의 비전투 전력 손실은 그 자체뿐만 아니라 한 가정과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국민은 군을 따끔하게 질책하되 군의 사기도 헤아려 달라”며 군에 대한 사회적·국가적 관심을 부탁했다. 그는 또 “군에서는 민간 선진기법을 선제적·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데 인색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군 장병은 ‘내가 왜, 어떤 대한민국을 위해서 희생하느냐’는 물음에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장병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에 대한 가치를 신념적 차원으로 갖고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 즉 국가 정통성과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