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의 봄 5 (한국 건설업의 현주소)
강남 고속터미널 근방 새벽 스카이 라인
새벽 공기가 향기롭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 본격적인 봄이 온 모양이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빰을 스치는 바람은 아직도 차가운 냉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출발하기전에 집에서 골프용 비옷으로 사용하던 방풍 옷을 입고 달리다 보면 땀방울이 솟아나기도 한다. 교대와 강남역을 지나 고속터미널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서울의 새벽 스카이 라인을 바라본다. 청초한 새벽 하늘을 때리면 쨍 소리를 낼 정도로 맑다. 새벽을 밝히는 가로등이 군데 군데 혼자서 애처롭게 어둠을 밝히고 있다. 어둠은 대부분의 동물들이나 식물들을 편히 잠들게 만든다.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신체의 리듬을 되살리는 밤이다. 그래서 과음과 환락으로 밤을 지새운 경우에는 새벽에 일어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교육원 교육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식권으로 먹는 점심 시간에는 교육받는 사람들로 근처 식당마다 북적인다. 그제는 순두부, 어제는 간짜장을 먹었다. 그냥 짜장면을 시키려다 지저분하게 만드는 짜장을 보고 간짜장을 시키기로 하였다. 이것도 모두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국민들의 세금이다. 오랫만에 먹는 바깥 식당 음식이 별미다. 식사 후 근처 공원을 둘러보지만 낯익은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옛날에는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자주 이곳에 오기도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때 같이 일했던 사람이나 만날 수 있을까 해서다...... 소식도 없고 얼굴도 보이지 않고 연락도 없다. 어쩌면 나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모두 이미 죽은 사람이나 진배없을 것이다. 인생은 이처럼 내가 자주 보거나 만나거나 소식이라도 때때로 듣는 사람이라면 나에게는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살아있어도 나에게는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그 사람들이 지금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는 없다. 모두가 쉽게 돈 번다는 환상에 빠져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식당 근방 공원, 식사 후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허리잘려 나가는 건설업, 이대로 무너지나......
건설업계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들어 토목면허 1호인 삼부토건을 포함한 쟁쟁한 중견사 5곳이 워커아웃,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시공능력순위 100위권 건설사 중 30곳이 채권단, 법원의 관리를 받는 처지다.
건설업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흔들리는 업체의 공통분모는 건설업의 핵심 허리격인 중견사들이고, 최대 원인 제공자는 건설산업을 사실상 방치한 정부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건설경제>가 20위권 건설사의 지난해 수주실적을 조사한 결과, 전년보다 수주액이 늘어난 곳은 7곳에 머문다. 소위 빅7 건설사를 빼면 비건설 부문을 병행하는 두산중공업만 늘었을 뿐, 나머지 13곳의 수주액은 13.5~53.7%씩 줄었다.
국내 수주액만 보면 20곳 중 늘어난 곳은 6곳으로 급감하고 빅7 중 절반 이상인 4곳도 수주액이 줄었다. 대부분 대형.중견사들이 해외수주를 통해 외형을 유지했고, 올해 해외 수주 목표도 최대 600% 이상 잡는 등 대거 높였지만 최근 발생한 민주화 혁명의 중동사태로 1분기 해외수주가 급감하면서 패닉상태에 빠졌다.
위기 극복의 희망이 사라지기는 국내 쪽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주택경기 부양책, 경제회복 가시화에 따른 민자사업 회생, 공기업 재정위기 이후 재개될 공공물량에 기대를 걸었지만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의 출구전략 아래 공공공사가 급감한 데다 범정부적 예산절감책까지 가세하여 실행이윤 압박이 가중되면서 무한 출혈경쟁으로 내몰렸고 주택 경기 회생 가능성 마저 정부의 3.22 대책을 기점으로 꺽였다.
민지사업도 정부의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최소수익보장(MRG) 폐지 이후 표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살아남은 건설사 역시 잇따른 부도설 속에 근근히 생명을 잇는 처지지만 과거 외환위기때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 과거 정부와는 달리 실용정부는 위기를 풀 만한 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확보, 저축은행 부실, 가계부채 증가 등 정책 우선순위인 경제회복을 위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 데다가 효가를 기대할 만한 카드 역시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마땅히 쓸 만한 카드가 없다'며 금융당국 등 위기를 타개할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곳은 그쪽이라며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건설단체의 한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없다면 업체당 수백개에 달하는 하도급사나 자재.장비업체, 건설인력 고용까지 불똥이 튈 것'이라며 해외변수야 어쩔 수 없더라도 주택, 민자, 공공 등 국내부문 대책에 정부가 나서야 하고 금융권 주도의 구조조정 속도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발주 급감에 남는 것도 없고...건설시장 버팀목 역활 못해
최저가낙찰제 수주 공사 줄줄이 적자, 공사비도 10% 이상 낮아져 어려움 가중...
공공부문 건설공사는 분양사업 등 민간부문 침체기에 건설업계의 버팀목 역활을 해왔다. 주택사업 위주의 중견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한 공공부문 강화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공부문 건설공사가 더 이상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이유는 공공부문의 신규 건설공사 발주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5조 9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7.2%가 감소했다. 특히 공공부문 수주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8.0%나 감소한 1조 9007억원에 그쳤다.
공공부문에 주력하고 있던 건설사는 당연히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주택 위주의 건설사는 포트 폴리오를 다양화 하려해도 수주할 공사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SOC 예산이 집중 투입된 4대강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공사가 크게 늘어난 원인이 된 4대강 사업이 이제는 공사물량 감소의 이유와 건설사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까지 초래하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물량 감소와 함께 수익성 악화도 공공부문 건설공사가 더 이상 안전핀 역활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 방식으로 수주한 건설공사가 준공시점에 적자공사로 끝나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다. 공공공사는 단기 유동성 확보와 매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공공공사만으로 회사 유지가 어려운 건설사들로서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개발사업 등으로 눈을 돌려 한건 올려야 한다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와중에 정부는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를 100억원이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중소건설사가 최저가공사를 수주할 경우 적자공사 하나만 잘못 맡아도 회사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현정부 들어 공사비 책정이 크게 박해진 것도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정부가 10% 예산절감을 광범위하게 추진하면서 공공부문 건설공사의 건설비가 10% 이상 낮아졌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공사물량 급감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중.소 건설사가 각각 맡아온 공사 규모가 한 단계씩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대형사가 회사 규모에 걸맞는 공사만 맡는 것이 아니라 물량 확보를 위해 작은 공사입찰에도 참여하기 시작했고, 중견사들은 대형사를 피해 다시 한단계 낮은 공사를 공략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대형공사를 쪼개 중소건설사 참여 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명약이라도 시기를 놓치면 소용이 없다."면서 숨이 턱밑가지 차올랏는데 정부 대책은 언제 시행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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