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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광저우 아세안게임 미인들

 

 

광저우 아세안게임 미인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등장하는 중국의 미인 도우미들이 보는이로 하여금 한층 눈길을 끌게 만들고 있다. 그녀들은 중국 전국 90개 도시 100여개 대학교에서 신체조건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하였고 40일간의 혹독한 훈련을 시켜 등장시킨 미인들이라고 한다. 오늘의 중국 영토를 확장해 준 만주족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인지는 몰라도 만주족의 전통복장을 개량한 '치파오(旗袍)'를 입고 8등신 몸매를 뽐내는 통에 전세계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으며 현장 시상식장의 선수들은 당황해 하기도 한다고 한다. 팔등신에다 미모를 가진 여성을 보는 남자치고 얼굴이 밝아지지 않는다면 비정상적인 남자일 것이다. 16억 인구에서 골라 선발한 여성들이라 그 미모는 무척 뛰어난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중국의 역사에서 많은 미녀들이 등장한다. 황제는 미녀를 고르고 골라 황후로 책봉하지만 짧은 기간 행복한지는 몰라도 그녀들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많은 영웅호걸들이 미녀를 보면 누구나 탐을 내는 것은 남자들이 생리상 당연한 것이었고 영웅호걸이 아니더라도 권력과 재물을 많이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미녀를 탐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녀를 보고 외면한다거나 아무런 탐욕이 솟아나지 않는다면 그 남자는 남자가 아니거나 신체적.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미인으로는 흔히 달기와 포사, 서시와 왕소군, 우미인, 초선, 양귀비, 측천무후, 강청 등를 꼽는다. 서시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고 가라앉게 만든(沈魚 · 침어) 미모를 지녔으며,왕소군은 날아가던 기러기를 내려앉게(落雁 · 낙안) 했다고 한다. 초선과 양귀비도 달이 숨어버리거나(閉月 · 폐월) 꽃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羞花 · 수화) 빼어난 미색을 갖췄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삶이 그리 순탄했던 건 아니다. 나무꾼의 딸로 태어난 서시는 월나라 왕 구천의 복수를 위해 앙숙관계였던 오나라 왕 부차에게 보내진다. 한나라 원제의 후궁이었던 왕소군은 정략 결혼으로 흉노에게 시집을 갔다. 초선은 동탁과 여포를 제거하기 위한 첩자가 되었고,양귀비는 안녹산의 난 때 병사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모두 난세를 거치면서 좋든 싫든 미인계의 주역이 되었던 셈이다.

▲ 톈진 공원에서 무언가 기다리는 여인. 현대는 꾸미기에 따라 아름다움이 상당부분 좌우한다

중국 미인들의 원산지


그러면 중국 어느 지역 여성들이 가장 아름다웠을까.

현재 중국에서 여성들이 아름답다고 알려진 곳은 대강 세군데다. 하나는 북방의 패션도시 따리엔(大連)이다. 따리엔은 소비산업이 발달하고, 여성들의 키가 큰 한편 북방계의 영향을 받아 동양적인 미녀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중국미인대회에서 따리엔은 우리나라 대구에 못지 않은 좋은 성적을 내는 곳이다.

다음은 항저우다. 항저우는 경국지색(傾國之色) 서시(西施)로 인해 미녀의 고향으로 이름나기 시작했다. 항저우는 이 역사를 바탕으로 유흥업을 도시의 가장 중요한 여행상품으로 만들었다. 사실 항저우에서 여행자들이 시후(西湖)에 쏟아붓는 돈보다는 여자에 쏟아붓는 돈이 많다고 할 정도다. 물론 그 만큼 다양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항저우다. 항저우는 시에서 내보내는 여행 홍보광고에서 조차 백인 남성과 항저우 여성의 로맨스를 담은 내용을 내보내 이목을 끌만큼 여성을 이용하는 도시다.

다른 한 곳은 청두(成都)나 충칭(重慶) 등 쓰촨 지역이다. 쓰촨 역시 전통적으로 미녀를 많이 배출한 곳이다. 하지만 꾸미기에 따라 여성의 외모가 크게 달리지는 한편, 아름다운 여성들이 대도시로 몰리는 상황 때문인지,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대단위의 소비도시에서는 눈에 띄는 미모를 가진 여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광저우나 선전 등 남방 도시의 여성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미인과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이런 미인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산업화와 더불어 도시로 몰려든 현상을 말해준다.

 

경국지색의 본향, 샨베이

하지만 필자에게 여성들이 아름답다고 느껴진 곳 중 하나는 옌안(延安)이었다. 샨시의 중심도시 시안에서 북북동으로 한참이나 떨어진 옌안은 대장정을 마친 홍군이 10년가량 머물면서 중국의 기반을 만든 혁명의 도시다. 혁명의 도시라지만 주변과 연결되기 어려운 지형 때문에 여전히 궁벽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 도시에서 만난 여성들은 시골답지 않게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중국 역사를 살펴봤을 때, 이쪽 여성들의 미모가 출중한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중국 4대 미인 가운데 하나인 양귀비(楊貴妃)의 고향이 샨시성 화인(華陰)이고, 역시 4대 미인 가운데 하나인 초선(貂蟬)의 고향도 성은 다르지만 거리상 그다지 멀지 않은 산시(山西)성 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곳의 여성들이 아름다운 것은 역사적 근원이 있다.

하지만 ‘가인박명’(佳人薄命)이라는 성어를 증명하듯 이곳 출신의 미녀들도 항상 슬픈 운명을 품고 있었다. 또 이 성어와 더불어 같이 따라다니는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기울이게하는 여자)도 그다지 그른 말이 아니라고 중국 역사는 증명한다.

중국 역사속에 등장하는 미인들

은나라의 달기, 주나라의 포사

 

중국 역사에서 ‘경국지색’으로 악명을 높인 첫 여인은 아마도 은(殷 BC1600~BC 1046)나라를 멸망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달기’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미모에 빠진 주왕(紂王)을 휘둘러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향락을 즐기는 한편 비간(比干)을 주살시키게 해 은나라가 주(周) 무왕에게 무너지게 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은나라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서주(西周)가 무너진 것은 달기와 같은 ‘경국지색’ 포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주(西周)의 마지막 왕인 유왕(幽王)은 은 주왕과 마찬가지로 포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일을 다했는데, 그녀의 일화 가운데 하나가 ‘중국판 양치기 소년’이야기인 봉화에 관한 것이다. 포사는 태어난 후 한 번도 웃는 일이 없었고, 유왕의 비가 된 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유왕은 그녀를 웃기려고 온갖 꾀를 쓰다가 가짜로 봉화를 올려 제후를 허탕치는 걸 보여줬는데, 포사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유왕은 포사를 웃겨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수시로 봉화를 올렸고, 제후들은 서서히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BC 771년 포사의 아들에게 태자가 물려지는 것에 분노한 태자가 궁궐을 침입했을 때, 봉화를 올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서 결국 주는 멸망하게 된다. 역시 경국지색으로 인해 멸망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이 역사의 주인공 포사 역시 샨시 바오청(褒城) 태생이라는 점은 생각하면 샨시와 산시는 경국지색의 본향이라고 하기에 그르지 않다.



삼국지의 초선

 

중국 4대 미인 가운데 하나로 삼국지의 중간에 있는 초선(貂蟬) 역시 산시(山西) 신저우가 고향이다. 역사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소설에는 계속해서 등장하는 그녀는 15살에 궁궐로 들어가 초선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처음에는 왕윤(王允)의 의녀로 있는데, 왕윤은 동탁을 죽이기 위해 연환계로 그녀를 동탁에게 보낸다.

결국 왕윤은 초선에게 당대의 맹장인 여포의 질투심을 이용해 동탁을 죽인다. 이후 초선은 여포의 첩이 됐다가 훗날 여포가 조조에게 붙잡혀 죽을 때, 같이 처형된다. 그녀는 ‘경국지색’은 아니었지만 당대를 호령하던 동탁과 당대 최고의 호걸인 여포를 쥐락펴락했다는 점에서 경국지색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당나라의 양귀비

 

4대 미인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경국지색의 대표는 양귀비(719~756)일 것이다. 5악 가운데 하나인 화산(華山)의 중앙부에 위치한 화인(華陰)현 태생인 그녀는 원래 궁에 당 현종(재위 712∼756)의 아들의 비로 들어갔다가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한 현종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 일족이 정권을 휘둘러 당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결국 안록산의 난이 일어난다.

그녀와 더불어 서쪽으로 피신을 떠나던 현종은 주변에서 양귀비를 죽이지 않으면 보위가 어렵다고 권고하자 당시의 도읍인 셴양(咸陽)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우꽁(武功)부근에서 죽음을 당한다. 그밖에도 산시성은 서한무제(西漢武帝)의 후궁인 된 위자부(衛子夫), 중국 역사상 첫 여황제에 등극한 무측천(武則天)등 수많은 미녀의 고향이기도 하다.

전한말 왕소군과 그녀의 후예들

산시에서 한참으로 남으로 내려와 창지앙이 지나는 지점에는 창지앙 산샤가 있다. 중국 최고의 명소로 꼽히는 산샤댐이 건설되면서 잠기는 곳 중에 중국 4대 미녀중 하나인 왕소군(王昭君)의 고향마을도 있다. 강쪽으로는 굴원의 고향 즈구이가 있고, 북쪽으로는 중국의 숨어있는 비경 선농지아(神農架)가 있는 이곳은 중국 미녀의 고향 쓰촨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다.

왕소군은 전한(前漢) 말 원제(元帝 재위 BC 49∼BC 33)의 궁녀로 다양한 이야기 속에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녀는 흉노와의 친화를 위해 보내던 화번공주로 호한야선우(呼韓邪單于)에게 시집갔는데, 그녀가 화번공주로 떠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남겼다. 빼어난 미모를 가진 그녀는 다른 후궁들과 달리 초상화를 그리는 화공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았고, 때문에 화공이 그녀를 추하게 그려, 그녀가 화번공주로 뽑혔는데, 떠나는 날 그녀의 미모를 본 왕이 크게 후회하고, 그림을 그린 화공을 처형했다는 고사의 주인공이다. 

중국 여성들의 미모로 가장 인상적인 곳이 바로 왕소군의 고향과 그 주변도시였다. 샤오산샤의 출발지인 우산(巫山), 파둥(巴東) 등 왕소군 고향과 부근 도시의 여성들은 발달되지 못한 주변 환경으로 인해 꾸밀 기회가 드문데도 불구하고 미모에 있어서는 어느 도시의 여성들 못지 않게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다. 시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아낙에서부터, 어린 소녀들에 이르기까지 왕소군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미모가 뛰어났다.

▲ 우선의 소녀. 왕소군과 달리 이제 이곳의 여인들은 돈에 끌려다니는 처지다

하지만 이런 곳 역시 중국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는 매춘 문화의 예외는 아니었다. 일주일 코스에 수천불하는 호화여객선은 물론이고, 여행자들이 쉬어가는 작은 도시의 호텔에도 여성 매매춘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샤오산샤(小三峽)의 출발지여서 여행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우산의 비교적 깨끗한 호텔들에는 2백위안이면 몸을 파는 여성이 넘쳐나고, 이주를 앞둔 구시가지의 퇴락한 거리에는 20위안이면 몸을 던지는 여성들이 지나는 이들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들의 선조인 왕소군은 전한의 황실에 의해 군사적으로 강한 흉노에게 화번공주로 보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면, 지금의 여인들은 이미 그곳까지 완전히 지배한 돈의 볼모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시선 이백은 왕소군의 운명을 두고 “살아선 황금이 없어 초상화를 잘못 그리게 하더니, 죽어선 청총을 남겨 사람들을 탄식케 한다. 生乏黃金枉圖畵 死留靑塚使人嗟”라고 말했는데, 지금 이백이 살았다면 어떻게 읊었을까 자못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비단 이들 뿐만 아니라 중국에는 미녀에 관한 고사가 많다. 천하의 영웅 항우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우미인을 비롯해 근대 중국사를 뒤집은 서태후도 ‘경국지색’으로 분리될 수 있다. 가깝게는 문화대혁명을 주동해 이미 쇠약한 마오쩌둥을 대신해 정권을 잡으려 했던 지앙칭(江靑)도 그런 여인 가운데 하나다. 1960년대 들어 정신이 쇠약해 그녀를 바로 볼 수 없던 마오쩌둥에게 다가가는 한편 자신과 뜻을 같이한 4인방 등을 앞세워 그녀는 문화대혁명을 주도하고, 마오의 죽음에 맞추어 권력장악을 꿈꾼다.

▲ 이족소녀. 윈난 산간의 여인은 남방계와 달리 북방계의 모습을 가진 민족이 종종있다


하지만 마오가 일단 점찍은 후계자 화궈펑의 동의하에 예젠잉(葉劍英) 등 원로파들의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해 그녀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 하지만 그녀의 포부는 실패했지만 그녀는 중국의 역사를 뒤집기에 충분한 여걸이었다. 서태후나 지앙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과 체제는 바뀌지만 ‘경국지색’의 출현가능성은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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