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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읍(泣)에서 참(斬)으로...

 

 

읍(泣)에서 참(斬)으로...

 

어느 정권이나 권력의 주변에는 피라미들이 기생하면서 권력을 향유하고 독식하기 위해 전번 정권의 실세들을 무차별적으로 단죄하기 마련이다.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대통령 중심제의 제도상 절대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정권 창출에는 항상 무리들이 따르기 마련이고 권력을 쟁취한 다음에는 정권의 안정을 위해 자신을 지지하던 지지자들로 권력을 채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도를 넘어설 때는 백성들에게 피해를 유발하고 갈등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최근 민간인 사찰로 도마위에 오른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여론의 지탄과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MBC 방송의 PD 수첩에서 방영된 이후 여론은 것 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고  측근들의 부도덕한 행위는 여당의 내분으로 비화되고 있다. 피라미나 기생충 같은 측근들에 의해 대통령은 항상 욕을 먹는 대통령일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욕하는 야당이나 재야 세력들도 마찬가지로 그들이 권력을 잡을 때는 똑같은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기에 우리 정치계는 미래가 암담하고 한국 사회의 발전에 가장 큰 암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발전은 상승곡선을 그린다고 아무리 여론에서 호도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만 있다. 이는 대기업만 배를 불리고  중소기업을 비롯하여 국민들의 삶은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공공요금과 장바구니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며 부동산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고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교육계 갈등, 지자체 모노토리움 선언, 검.경찰의 부패와 무능, 대북 외교 부실 등 모든 사안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것같은 현실이다.

 

정권의 반환점에서 측근들의 분탕질에 이어 친인척 비리가 또다시 일어날 지도 모른다. 깃털과 날개만 족처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몸통을 처단하지 않으면 정권 말기에는 식물인간의 대통령을 다시 잉태할지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우리 정치게에는 과연 미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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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들의 분탕질, 정권 반환점,

측근들의 부패 다음 친인척 비리 수순... 말기증후군

 

요즘 쏟아지는 사건과 의혹을 보노라면 정말 똑같다. 역대 정권에서도 시작은 늘 피라미들의 농간과 호가호위였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 때쯤이면 늘 그러했다. 게다가 항상 출발은 소문에 불과했지만 결국에는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그 다음에는? 역대 정권을 보면 측근들의 부패와 친·인척의 비리 연루가 다음 수순이었다. 물론 임기가 절반 남은 이 정부는 아직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말기 증후군’은 말기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낙관할 때가 아니다. 역대 정권도 한결같이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다짐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과거 사진을 놓고 면도해도 좋을 정도로 판박이였다.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다.


 

                              

                                                                                     참형 장면


‘말기 증후군’의 시작은 언제나 피라미들의 분탕질로부터 비롯된다. 이번에도 공직윤리지원관이라는 피라미 때문에 이 정부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군부 독재정권 때나 보던 민간인 사찰이 이 정부에서 재연됐다. 하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다 막힐 지경이다. 그때는 고문과 ‘밥줄 끊기’가 병행했지만 이번에는 ‘밥줄 끊기’만 했다는 게 다를까. 죄질은 과거가 더 심했다며 위안 삼을 일 아니다. ‘대명천지에 우째 이런 일’이라는 반응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 하다.

다른 피라미들의 분탕질 의혹도 떠올랐다. 두 명의 청와대 비서관이 월권을 했다고 한다. 한 피라미의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맡은 바 역할이 아닌데도 앞의 피라미로부터 보고받았다는 게 확인됐다. 또 다른 피라미는 아직 의혹 수준이다. 일개 비서관이 정기적으로 은행장과 공기업 사장들을 불러 모았단다. 청와대 수석실 간 업무 조정이 맡은 업무인데도 경제수석처럼 행동했단다. KB금융 회장 인선에도 간접적으로 간여했다고도 한다. 물론 사실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을 보면 의혹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 피라미에 관한 소문은 진작부터 파다했다. 금융권 인사를 농단하고 있다는 소문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게다가 같은 정당의 창업공신들이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거나 “이상할 정도로 한심한 일”이라고 잇따라 토로한다. 이쯤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굴러간다. 이제는 의혹을 풀겠다며 검찰이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의 예단 때문이다. 예단대로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믿을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로 나온다면 국민은 고개를 돌리게 돼 있다. 예단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이게 국민의 잘못은 아니다. 잘못은 그렇게 만든 정권에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제갈공명은 가정(街亭)이란 소읍에서 위나라 사마의와 격전을 벌였다. 공명이 사정(私情)에 얽매여 마속을 대장에 앉힌 게 잘못이었다. 참패했다. 사마의조차 “공명이 그런 사람을 쓰다니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구나”라며 크게 웃었다. 공명도 자신의 잘못이라 인정했다. 패전의 책임을 물어 마속의 목을 참(斬)하고 나서 통곡(泣)한 건 그래서다. “사람을 잘못 썼기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공명의 위대함은 바로 이것이다. 잘못을 인정하면서 마무리는 참(斬)으로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공명처럼 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한 후 참(斬)해야 한다. 몸통이 있다면 그 몸통의 목을 베야 한다. ‘철저 조사’나 ‘단체 폐지’ 등 국민이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얘기만 할 일 아니다. 국민의 예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말기 증후군’을 겪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래야 대통령이 바라는 경제도 살릴 수 있다. 경제와 정치는 사실 한 몸이다. 경제가 잘되려면 정치가 잘돼야 한다. 지금은 읍(泣)할 때가 아니다.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