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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변화와 기회에 대하여

미네르바 경제 전망 18

 

 

[미네르바 경제이야기 18] 펀드, 묵혀야 제맛? 높은 수수료 속 더 탄다
                       펀드환매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2007년 온 나라를 휩쓴 키워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펀드’였다. 한국에 뮤추얼 펀드라는 것을 가져와 미래에셋 광풍이 불어 닥치던 당시 직장에서는 컴퓨터로 매일매일 펀드 수익률에 열광했다. 심지어는 식당 아줌마들까지 펀드 이야기로 즐거워했다.

그래서 미래에셋과 박현주 회장은 그야말로 새 밀레니엄 시대의 신화가 되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태풍이 온나라를 휩쓴 후 이제야 겨우 마이너스 수익률이 정상으로 회복했다. 그야말로 펀드 환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모든 펀드의 수익률이 다 플러스로 회복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펀드란 무엇인가?


 

 우면산의 새벽


1. 미국보다 1000개 많은 한국 펀드수

첫째. 펀드 숫자가 비정상적으로 많다. 미국 자산운용협회와 한국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펀드 수는 9512개로 미국보다 1000개나 더 많고, 바로 옆 일본의 3376개보다 3배나 많은 상황이다.

이렇게 펀드 수 기준으로는 세계 1위, 펀드 순자산은 2293억 달러로 세계 14위 수준이다 보니 펀드 1개당 굴리는 순자산 액수가 미국이나 일본의 1/10 수준으로 규모가 작은 게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10억짜리 미만의 펀드가 1000개가 넘어가는 것도 있다.

즉. 한국의 펀드 수는 엄청나게 많지만 규모가 작은 영세한 구멍가게 펀드도 거기에 비례해서 많아 잘못 고르면 수익률이 제한된다. 이미 자본 잠식이 되는 펀드가 상당수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1600일 때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개인이 54% 수준이다. 펀드 환매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국내 펀드업계는 구조조정 전 단계다.

2. 모니터에 찍힌 건 가짜 수익률


둘째, 펀드 수수료가 비정상적으로 비싸다.

결론적으로 위 그래프를 보다시피 한국에서 펀드 투자는 장기 투자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얼마 전에 펀드를 환매했다는 선배 한 명을 만난 적이 있다. 지난해 들었던 적립식 펀드를 환매하러 갔다가 어처구니없는 꼴을 당했다고 하소연을 했다. 한국에서는 모니터에 찍힌 내 펀드 수익률이 진짜 수익률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펀드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펀드 수수료가 붙는다. 한국에서는 펀드를 은행과 증권사 객장에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보통 펀드 수수료는 펀드에 따라 다르지만 주식형 펀드의 경우 연 2~3%, 채권형 펀드일 경우는 1~2%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런 펀드 수수료 중 보통 70%가 판매 수수료로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이나 증권사 몫이다.

그래서 펀드 열풍이 불어 닥칠 때 일반 은행에서도 아줌마들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펀드를 팔아치웠던 것이다. 그 외에 남은 30%를 진짜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들끼리 나눠 먹는 구조다. 그래서 미국이나 영국처럼 "0% 판매 수수료"라는 것이 나올 수가 없다. 기간이나 금액과 상관 없이 똑같은 수수료 비율이 적용된다. 한마디로 거액을 장기 투자할 경우 더 많은 돈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보통 미국이나 영국 같은 경우는 그에 비례해서 펀드 수수료 비용을 깎아 준다. 한국에는 이런 "차등 판매 보수 방식" 이라고 하는 개념 자체가 없다. 이제는 한국도 당연히 영미식 펀드 수수료 체계로 가야 한다.

3. 마이너스 환매에도 세금 매긴다

셋째. 세금 부과의 형평성 문제가 존재한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주식 시세 차익은 비과세 대상이지만 주식형 펀드 중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주식+채권에 투자된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세금이 붙는다.

거기에 현재 손실을 보더라도 펀드 설정일(펀드에 가입한 날짜) 기준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 한마디로 2007년에 10% 수익이 나고 2008년도에 20% 손해를 봐도 개인이 펀드 환매를 할 경우 2007년 10% 수익률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런 펀드 설정일 기준에 따라 과세를 하는 규정 때문에 ‘펀드가 마이너스 상태에서 환매를 해도 세금을 매긴다’는 소리가 나온다.

넷째, 또 한가지 착각을 하는 것이 환매 수수료다. 보통 주식형 펀드에는 90일(3개월) 환매 제한 기간이라는 것이 있다. 환매 제한 기간에 펀드를 해지하면 그 동안 발생한 수익 70%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얼핏 들으면 90일 안에 환매를 안 하고 기간이 넘어가면 환매 수수료라는 걸 안 내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와 만났던 선배와 같이 펀드 환매를 하러 가 보니 전혀 그게 아니었다.

보통 펀드는 거취식과 적립식 펀드로 나눠진다. 거치식 펀드의 경우 가입한 지 90일이 지나서 돈을 찾으면 환매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말 그대로 규정 그대로 적용이 된다. 하지만 적립식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거취식은 가입한 날짜로부터 앞에서 90일이고 적립식의 경우는 환매하는 그 시점부터 뒤로 90일이다. 따라서 2009년 8월 17일 수익률이 플러스로 원금 회복이 어느 정도 돼서 적립식 펀드를 환매를 하러 가도, 5월 17일부터 3개월(90일) 수익률에 대한 환매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은 가입한 후 90일만 지나면 계약 기간 이전에 펀드를 중도 환매하더라도 수수료를 내지 않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모니터 상의 원금 회복이 된 경우만 보는 경우가 있는데 만기일 전에는 그렇지가 않다.

4. 출구전략 대비 펀드보다 CMA

원래 펀드 투자의 기본 정석은 첫째가 분산 투자, 둘째가 장기 투자다. 한국에서는 비정상적인 수수료 구조와 세금 때문에 장기 투자라는 의미 자체가 퇴색되고 있다.

결국 펀드 수익률은 한국에서 세금과 펀드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은행 이자를 능가하는 수준이 되어야 투자 자산으로서 매리트가 있다. 현재의 상황은 정기 적금 금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고자 4분기부터 수수료가 싼 ‘펀드사 이동제’라는 걸 한다는데 아직 제도 시행 전이라 어떤 식으로 얼마나 떨어질 것인지 보장이 없다. 그래도 정 펀드 투자를 고집한다면 과거 수익률 실적 대비로 우량 대형주 중심의 주식형 펀드에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수수료 부담이 없는 인덱스 펀드 성격의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를 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 폐지에 ETF에조차 거래세를 매기고 있어 기대 수익은 점점 더 줄어 드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의 출구 전략에 대비해서 펀드보다는 CMA(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로 갈아 타는 것이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

[미네르바 Q&A]

Q: 지금 지수가 1600을 돌파했는데 펀드 환매를 하라는 권유가 많다. 나도 적립적 펀드를 하고 있는데 환매를 해도 되나요?

A:펀드를 간접투자라고 합니다. 펀드운용회사가 대신 투자를 해주는 것입니다. 수수료를 받는 펀드운용회사가 투자 손실을 보는 경우는 없고 돈을 맡긴 투자자가 보게 됩니다. 이론상으로 펀드사는 주의 성실의 의무를 다하여 약정에 따라 열심히 투자자의 돈을 굴려서 반드시 이익을 남겨주어야겠죠.

하지만 펀드사의 월급쟁이 펀드매니저는 신이 아닙니다. 게다가 인기 높은 펀드 운용사라면 외려 경력 짧은 펀드매니저가 수 백억 원 대의 돈을 굴릴 수도 있는 일입니다. 펀드매니저를 실력면에서 100% 신뢰할 수 있을까요?

수십억 원대 자산가로 펀드 매니저와 어울리며 고급정보를 접하면서 특별 대우를 받는 슈퍼개미라면 몰라도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라면 지금 한껏 올랐을 때 환매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빼낸 목돈은 언제건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CMA 통장에 넣어 두고 때를 기다려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서초동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