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뜨거운 여름날 신촌 한복판에 있는 H증권 객장의 전광판은 쉴 새 없이 파닥거렸다. 한 노인이 신문을 돌돌 말아 쥐면서 냉커피를 홀짝거린다. 그는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에게 아는 척을 하며 “어제 주가가 -40 포인트나 빠졌네요”라는 말을 건넸다.
마치 친목 모임을 보는 듯한 분위기였다. 여기에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가세하면서 “주식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증권사 직원은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현재의 한국 증시 호황을 반영하는 한 단면이었다.
새벽 우면산 등산길
1. 현재 주가 조정단계 아니다
연초 대비 40% 수직상승
수익비율 아직 -20% 저평가
주가가 상승할 때는 항상 단기 조정은 추가 매수의 기회다. 그렇다면 월요일의 주가 하락은 단기 주가 조정 단계로 봐야 할까?
주가는 분명 연초 대비로 40% 이상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 수익 비율(PER)은 11.8배로 아직 최소 -20% 정도 저평가되어 있다. 2007년과 2008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회수한 자금 470억 달러였다.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주가 상승에 소모된 외국계 자금은 최소 110억 달러다. 회수 자금의 1/4 수준으로 외국인이 주가 끌어올리기를 주도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주가는 환율로 보나 미국과 한국이 금리 상승을 통한 출구 전략을 당장 쓸 수 없다는 것을 반영한 심리적 안정감과 폭발적인 유동성으로 보나 주가 지수 자체에 의한 조정 단계라고 보기에는 무리다. 즉, ‘너무 올랐기 때문에 쉬어 가야 한다’는 지수대는 최소 종합 주가 지수 1700대에 해당된다. 이 경우 과열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주가(8월 21일 12시 현재 1584)는 정상적인 경기 회복에 기인한 것일까? 그것보다는 수출 회복과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에 의한 경기 부양 효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GDP 대비 세계 3위 수준의 경기 부양책을 편 한국은 아시아 권내의 싱가포르나 대만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의 주가에 대비해 덜 올랐다.
2. 7월 사상 최대 무역 흑자
중국 내수 경기 부양의 결과
실물 경제 회복 증거 없어
현재 한국은 GDP의 45%를 수출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7월의 사상 최대의 무역 수지 흑자는 말 그대로 2009년 상반기 한국 제1의 수출 국가인 중국의 4조 위안에 달하는 내수 경기 부양에 따른 결과였다.
즉, 미국과 유럽, 일본의 내수 소비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은 2009년 상반기에만 2008년 총 신규 대출의 1.5배 수준인 7조 3700억 위안을 쏟아부었다. 중국 은행권 내 신규 대출이 주식 시장과 중국 부동산 시장에 버블을 만든 것이다.
중국 주식 시장에만 투입된 금액이 은행 신규 대출 중 1조 1600억 위안이다. 이런 신규 대출 유동성 펌프질로 중국은 2009년 상반기에 90% 주가를 끌어올렸던 것이다. 이미 중국은 올해 8월 7일부터 사실상 긴축 경제 체제로 들어갔다. 7월 신규 대출은 6월 대비 -25%가 줄어들었다. 7월 소비자 물가와 고정자산 투자, 산업생산 등 실물 경제 지표가 회복세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현재 중국 주식 시장은 10월 중국 공산당 국가 창립 60주년과 맞물려 1차 조정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긴축 사례 케이스는 2004년이었다. 2003년 7월 긴축 논의 이후 2개월 후에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그 당시 코스피가 -10% 정도 조정 받았다.
3. 하반기 주식 매수 전략 유효
단기 주가 추가상승 여력 충분
현재의 중국 증시 조정은 한국 주가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대세다. 문제는 중국 증시 조정의 원인이 은행 신규 대출과 유동성에 있다는 것. 결국 중국 주가 조정은 긴축 단계에 진입해 하반기 한국 수출 기업들의 수익 악화와 이어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주가는 갑작스런 하락 조정을 받지 않는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단기 리스크에 대한 해결책으로 한국이 세계 2위의 파생 상품 시장이라는 장점을 활용한 헷징 전략을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그것이 급격한 주가 하락에 대한 완충 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월요일의 -40포인트의 주가 폭락은 조정 단계라기보다는 미국의 콜로니얼 뱅크 파산과 소비자 물가 지수와 소비자 신뢰 지수의 부진에 의한 일시적인 원인이 더 강하다. 실제로 아직도 미국의 실물 경기는 바닥 이야기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예산 60%가 교육 부문에 집중될 정도로 교육·의료 인프라의 예산 삭감이 광범위하다. 미국 경제와 달러 위기는 한국 방송사들의 단골 메뉴다. 따라서 미국 내의 갑작스런 은행 파산 리스크가 없는 한 외국계 자금 이탈로 인한 주가 변동 요인은 현재로는 없다.
결국 현재의 중국발 주가 조정론은 이제 1차 미세 조정일 가능성이 크다. 주가는 아직 단기간 추가 상승할 여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10월 이후의 중국의 재할인율 인상과 같은 단계적인 긴축 단계로 접어들 경우 진정한 조정 국면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환율과 금리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 1700 포인트면 과열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10~11월 한국은행 금리관련 조치도 변수 중 하나다. 따라서 현재는 중국의 2차 조정 후 지속적인 현금 비중 확대를 통한 하반기 주식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
●40대 이상 노후 준비 변액보험 유리
이젠 한국도 2020년이면 일본처럼 고령 사회로 접어든다. 현실적인 노후 대책이 필수적인 시대가 된 것이다.
보통 노후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는 시기는 한국 나이로 40대 중반께다. 2006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부모의 노후는 부모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40% 이상 나왔다. 과거처럼 나 자신의 노후를 자녀에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40대의 경우 15년 정도 후 은퇴 시점에 맞춰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보통 연금보험과 관련해서 금리형과 변액보험 중에 선택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변액보험이 더 유리하다.
변액 연금 보험의 경우는 보통 주식 편입 비중이 50% 이하로 안정적이다. 또한 연금으로 전환, 매달 연금으로 받게 되면 납입한 원금이 보장된다. 주식 투자 비중이 높더라도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일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젊을 때일수록 서둘러 노후 대비를 하는 것이 40대 이후 노후 비용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길이다.
●미네르바 경제용어 설명
PER
주가 수익률(price-earnings ratio).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 예를 들어 현재가가 9000원이고, 주당 순이익이 1000원이라 할 때 PER값이 바로 9다. 적정주가를 구할 때 예상되는 주당 순이익 혹은 지금의 순이익에 배수를 곱해 주는데 이때 배수로 사용된다. PER가 높다는 것은 그 회사의 가치를 시장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헷징 전략
가격 변동이나 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행하는 거래로 위험 회피 또는 위험 분산이라고도 한다. 수출 대금을 후 지급 결제방식으로 계약한 경우, 수출 대금의 가치는 환율의 변동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위험에 처한다. 이러한 위험을 없애기 위하여 환율을 미리 고정시키는 거래를 말한다. 선물환거래가 대표적이다.
미네르바 Q&A
Q=주식 전문가들은 하반기 중형 우량주 구매를 해야 안전하다고 한다. 중형 우량주는 종목도 많고, 업종도 다양하다. 어떤 종목을 사야 하나. 부산 해운대구 우동 이철민씨
A=주식 관련 질문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러나 저는 '특정 중형 우량주를 사십시오'라는 답은 하고 싶지 않다. 제가 신이 아닌 이상 어떤 종목을 구매해야 한다고 답을 내릴 수 없다. 굳이 말하자면, 코스닥 종목은 피했으면 한다. 코스닥 종목은 아무래도 리스크 부담이 있다. 코스피 종목 중에서도 기업 실적과 비전 등을 꼼꼼히 따져 보면 탄탄한 회사들이 있다. 실적이 뛰어난데도 저평가돼 있는 중형 우량주도 있지만, 단순히 주가가 덜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런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는 중형 우량주 위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형 우량주 상승세는 안전한 투자가 될 수도 있지만 경계심은 늦추지 말아야 하다.
-서초동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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