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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국방/안보 불감증

제주 해군기지의 당위성

 

[논단―김종하] 제주 해군기지의 당위성

[국민일보 2007-05-28 18:21]    

지난 14일 제주도가 주민 여론조사를 토대로 지난 5년여 동안 지속돼왔던 국방부의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수용키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제주도의회가 해군기지 관련 정책결정에 불만을 표출하고, 또 일부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우려된다.

 

사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계획은 단순히 군 기지를 마련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바로 우리의 ‘사활적 국익’인 해양주권 수호에 없어서는 안 될 전략 요충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서남해 지역은 대륙붕에 수많은 해양 지하자원(230여종)이 매장돼 있는 보고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동해, 남해를 기점으로 하는 해양수송로(SLOC)에 수출입 물동량의 99.8% 이상(원유 99.8%, 곡물 100%, 원자재 100%)을 의존하고 있다. SLOC가 2주만 봉쇄되어도 우리 경제는 곧바로 마비될 정도다.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해양관할권과 SLOC의 안전이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위협권 하에 있다는 점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기존의 4개 호위대군(기동전단) 소속의 대형 구축함 32척(이지스함 4척 포함)에 경항공모함급 구축함 2척을 비롯한 다수의 신형 구축함을 건조중이며, 중국 해군도 러시아제 대형구축함은 물론 2010∼2020년 항공모함 2척을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게다가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의 수송과 직결되는 남해기지의 남방항로는 조어도, 대만해협, 남사군도, 말라카 해협과 같은 분쟁지역들을 경유해야 한다.

 

이 점에서 제주도의 전략적 가치는 두드러진다. 제주도는 동해와 서해를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하며 동시에 남방항로의 출발점에 해당된다. 따라서 제주도에 1개 기동전단 규모의 해군기지가 설치된다면 한반도 주변해역 전체는 물론 남방항로에서 벌어지는 중국, 일본과의 해양 분쟁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 유리한 위치에서 방어가 가능하다. 현재의 진해, 부산의 해군기지보다 6∼10시간이나 빨리 군함을 투입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전략적 고려만으로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제주도의회 및 일부 주민들에게 적극 홍보해나가야 한다. 해군·국방부 차원에서 설득이 어려우면 총리실이 나서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리고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만족스러울 정도의 피해보상을 해주고, 또 제주도민들을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 제시해야 한다. 기지건설에 따른 경제적 이익발생(연간 800억원 소득증대와 6000개 일자리 창출)과 같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논리를 제시하는 것은 그리 좋은 접근방식이 아니다.

장보고의 청해진은 신라를 해상왕국으로 만들었으며, 이순신의 한산도 수군영은 일본의 침략에서 나라를 구해냈다. 제주 해군기지가 한국의 해양주권 수호와 해양강국으로의 도약을 이끌어낼 ‘21세기의 청해진’이 될 수 있도록 제주도민들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김종하(한남대 교수· 국방전략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