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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50대 아들,딸 80대 노모 길거리 버려...

 

 

“내가 늙은게 죄지”… 50대 아들·딸, 80대 노모 길거리 버려

[국민일보 2007-04-13 18:42]    

80대 노모를 서로 모시지 않겠다며 길에 버려둔 아들과 딸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경찰서에 불려와서도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싫다고 싸웠지만 노모는 50대의 두 자녀에 대해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2일 오후 7시50분쯤 ‘할머니가 혼자 버려져 있다’는 시장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H씨(83)를 경찰서로 데려왔다고 13일 밝혔다. 당시 H씨는 “내가 길을 못 찾아서 그렇다. 버려진 게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은 H씨의 아들(53)과 딸(50)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자 H씨를 지구대 숙직실에서 하룻밤 묵게 했다.

 

그러나 경찰조사에서 H씨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버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2남2녀를 둔 H씨는 23년 전 함께 살던 장남이 병으로 숨진 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아들과 딸 집을 몇달씩 전전하며 살았다. 그런데 둘은 수년 전부터 어머니 부양 문제로 자주 다퉈왔다.

 

지난해 11월부터 H씨와 함께 살았던 딸 부부는 12일 오후 3시50분쯤 어머니를 자신의 가게에서 50m 떨어진 아들 가게 앞에 데려다 놓았다. 그러나 10분쯤 뒤 아들 부부는 H씨와 함께 딸가게를 찾았다. H씨는 1시간 넘게 아들과 딸의 손에 이끌려 양쪽 가게를 3∼4차례나 오가기를 반복했다. H씨는 자녀들이 자신을 앞에 두고 서로 상대방이 모시라며 말다툼을 벌이자 인근 경비실 앞에 앉아 있었고 오후 6시가 되자 아들과 딸 부부는 모두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가버렸다.

 

아들과 딸은 뒤늦게 경찰서로 온 뒤에도 “오빠가 먼저 모셔야지 내가 먼저는 못 모신다” “너가 계속 모셔라”며 서로 다퉜다. 경찰서내 한쪽 귀퉁이에 앉아 있던 H씨는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들인데, 내가 늙은 게 죄지…”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은 존속유기 혐의로 아들과 딸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관계자는 “아들과 딸은 H씨를 버리려했던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연락도 안되고 서로 안 모시려고 하는 등 유기의도가 있었다고 본다”며 “H씨가 일단 아들 집으로 갔지만 맘이 얼마나 불편하겠냐”며 씁쓸해 했다.

지호일 김아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