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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미국적 현실과 좌절...

 

 

<미국적 현실과 좌절감이 총기난사 복합 원인>

[연합뉴스 2007-04-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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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 버지니아텍 총격사건을 저지른 조승희씨가 한달 전 총기를 구입하고 범행 전 여학생과 다툰 내용, 왜곡된 자아상을 보여주는 그의 글 등이 폭로되면서 이번 사건의 배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씨의 경우처럼 외톨이로 지내면서 내면이 분노로 가득찬 경우 대량 인명 살상을 저지를 소지가 높은데다 마음만 먹으면 총기를 구입할 수 있는 미국의 현실이 참극을 낳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분노의 표출 = 항상 긴장이 따르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 및 계층간 차별은 좌절감과 분노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노스이스턴대의 잭 레빈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량 살상범은 자신의 불행에 책임있다고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자신도 자살로 마감하는 유형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제퍼슨대의 닐 케이 정신분석학 교수는 "연쇄살해범의 경우 마약 중독자와 같이 그들의 행동에 쾌감을 느끼지만 대량 살상범은 쾌감을 찾는 유형이라기보다는, 우울하고 화가 나 있으며 스스로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의 경우 여성과 낭만적인 관계를 가지려 해도 거부당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내면적으로 분노를 쌓으면서 적게는 수개월 또는 수년동안 총기 난사로 사람들을 대량 살상하는 환상을 키운다는 것.

 

조씨가 범행 전 여자친구와 싸우고 "너 때문에 이 일을 저질렀다"는 메모를 남긴 것과 부잣집 아이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노트, 여자들에 대한 스토킹 경력, 끔찍한 내용의 희곡을 쓴 점 등에 비춰볼 때 이러한 분석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대량 살상범은 결국 내면에 채워져 있던 분노를 범행을 통해 한꺼번에 표출한 뒤 자살을 택함으로써 자신의 남성성을 파괴로 연결짓는다고 말한다.

 

◇ 이민사회 부적응 = 타임스의 통계로는 대량 살상범의 전형은 '백인 남성에 실직자이며 쉽게 구할 수 있는 반자동 소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조씨는 재미 한국 교포이며 권총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유형과는 다르다.

 

이와 관련, 워싱턴 한미포럼의 박해찬 변호사는 교포 자녀들이 이질적인 문화, 한국인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교육열 등을 겪으면서 갖게 되는 스트레스도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지나친 기대, 전통적으로 높은 교육열 등 한국의 독특한 교육문화가 학생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예기치 못한 대형 폭력 사건을 낳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571달러에 권총 구입 = 조는 범행 5주 전 캠퍼스 인근 로아노케의 한 총기상에서 신용카드로 571달러를 지불하고 '글록 19' 권총과 50개 들이 탄약 한 상자를 구입했다.

 

총기상 주인 존 머켈은 조를 "매우 멋지고 깔금한 청년"으로 기억했으며 "대학생이라도 총기를 구입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조는 운전면허증 등 세가지 신분증명서를 주인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총기를 구입할 수 있었으며 총기 구입 이유를 밝힐 필요도 없었다.

 

미국내 총기폭력 방지를 위한 브래디 운동의 폴 헬름키는 범행 동기가 어떻든 조씨가 쉽게 총을 입수한 점이 참극을 불렀다면서 교내 총기 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정부 당국이 총기 소유 규제는 커녕 오히려 더 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매년 3만명이 총기 폭력사건으로 희생되는 미국의 현실에서 민주당보다는 관용적인 입장을 보여온 공화당이 본격적인 총기 규제에 나설지 관심이다.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