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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한국인 해외여행 추태 백태..

 

 

해외여행 1200만명 시대…이런 일 이제 그만

[세계일보 2007-04-13 20:21]    
한국 여행자를 즉각 알아보는 외국인이 많다. 행태가 워낙 유별나게 비치기 때문이다. 캐나다 서부 가이드의 귀띔이 압권. “중국인들은 외양이 허름해도 식사는 제대로 하는 반면 모두 명품 옷을 입은 한국인들은 싸구려 식당만 찾죠.”
 

2005년 1000만명에 이어 2007년 ‘해외여행 1200만명 시대’로 접어들었으나 한국인 여행 행태는 여전히 낙제점 수준이다. 한 해 4조원을 웃도는 관광수지 적자로 국부를 유출하면서도 ‘어글리 코리안’의 오명만 확산하는 셈이다.

 

국내 여행사 직원, 가이드들은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경험담을 취합, 꼴불견 행태를 간추려 봤다.

 

#30일만에 세계일주…주마간산도 좋다

 

한국인 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수박겉핥기’다. 가급적 많이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외국과 달리 대다수 한국의 해외여행상품이 며칠 만에 수개국을 도는 내용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행사들이 저가상품을 내놓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옵션·쇼핑관광과 팁을 강요하는 것도 고객성향과 직결된다.

 

이런 현실은 ‘30일 세계일주’라는 상품까지 낳았다. 30일 동안에 5대륙 20여곳을 둘러보는 빡빡한 일정이다. A여행사 측은 “한 번에 많은 것을 보고 싶다는 고객 요청에 따라 기획됐다”며 “한국에서나 가능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여행사들은 ‘캐나다 일주·6박8일’상품을 취급한다. 이동거리가 워낙 길다 보니, 창밖으로 절경이 펼쳐져도 버스 안에서 잠자는 여행객이 태반.

 

캐나다에서는 관광버스 운전자가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을 못 하도록 돼 있지만, 많이 들르자는 한국인 여행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10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반도의 45배에 달하는 광대한 캐나다를 일주일 만에 횡단한 여행자들은 “캐나다의 모든 것을 봤다”고 흐뭇해한다.

 

#호텔도 제 집처럼…호텔과 화장실에서는 제멋대로

 

유럽에는 한국인 숙박객에겐 미니바를 잠가 놓거나 아예 비워 놓는 호텔이 많다. 맥주와 음료들을 꺼내먹고 그냥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다. 심지어 미니바 음료병에 수돗물을 담아 놓는 한국인도 있다고 B여행사 직원은 털어놓는다. 일본에서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호텔 집기를 엄청나게 들고 나온다”는 게 F여행사 직원의 말. 호텔 방에서 음식을 해먹는 행태는 고전에 속한다. 너나없이 방에서 김치와 컵라면을 안주로 팩소주를 마시는 것은 물론 김치찌개까지 끓여 먹고 오징어도 구워 먹는다. 이 때문에 한국인은 받지 않겠다는 호텔도 한둘 아니다.

 

몇년 전 의사 모임을 인솔해 유럽을 다녀온 G씨. 꽤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 팁을 내야 한다고 하자, 동행자들이 “왜 팁을 강요하느냐”며 버럭 화를 냈다. 유럽 호텔 로비의 화장실도 한국인들로 홍역을 치른다. 새벽 열차에서 내려 체크인 시간(정오) 전에 호텔에 도착한 배낭 여행객들은 로비 화장실에서 양말을 빨고 양치질을 한다. 기차역이나 열차 화장실도 마찬가지. 휴지를 쫙 풀어 한 뭉치를 가방에 넣는가 하면 세면대에서 발을 씻고 속옷까지 빤다.

 

#오직 남는 건 사진뿐…배경지식도 없고, 전통과 의미는 무관심

 

패키지 여행에 나선 중장년층은 현지 유적에 대한 사전정보를 챙기지 않기 일쑤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대다수가 “입장료만 비싸고 볼 것 없다”고 투덜거리며 부리나케 다음 코스로 이동한다. D여행사 직원은 “남미여행에 나선 50대 주부는 막 도착한 도시 이름도 모르면서, 사진을 예쁘게 찍어야 한다며 하루 서너번씩 옷을 갈아입더라”며 혀를 찼다.

 

한국인만큼 박물관, 고궁 관람을 빨리 끝내는 여행객도 드물다.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전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사진만 찍는가 하면, 루브르박물관에서도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작품만 훑어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캐나다 토론토의 여행가이드 E씨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이 묵었던 페어먼트 로열 요크 호텔은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유서 깊은 고급호텔이다. 그러나 한국 고객들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든다. “못 들어봤다”는 이유에서다.

 

#면세점선 귀한 손님…문화 체험보다는 명품 쇼핑

 

유럽 배낭·자유여행은 대개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프랑스 파리에서 마무리짓는다. 유럽 각국에서 고유 음식을 맛보는 대신 패스트 푸드점을 전전한 배낭여행객들은 파리 면세점에서는 ‘진객’이 된다.

 

프렝탕, 푹스 등 유명백화점이나 면세점도 이들을 겨냥해 한글 할인쿠폰을 발행할 정도다.

 

유럽 배낭여행 상품을 다루는 B여행사 직원의 귀띔이 촌철살인이다.

 

“배낭여행에 나선 젊은 직장인들이 비용을 아낀다고 에펠탑에 올라가지 않아요. 그러더니 면세점에서는 잔뜩 쇼핑을 하더군요.”

 

여행 전문가들은 “경제규모가 세계 11위이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이르렀다지만 여행문화는 너무 낙후돼 있다”며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가는 만큼 이제 꼴불견 행태를 바로잡을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창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