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남자교사 할당제

 

 

[내 생각은…] 남자교사 할당제

[중앙일보 2007-04-11 20:53]    
[중앙일보] 서울시 교육청이 신규 교원을 임용할 때 남성 교원 선발 비율을 정원의 30% 이내에서 교육감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남성 교원이 너무 적어 아동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남성 교원 할당제는 여성에 대한 역차별이며 교원 수준을 낮춘다는 비판 의견도 많다.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찬성 "남교사는 천연기념물 될 판"

 

서울의 경우 현재 초등 여교사의 비율은 85%에 육박하고 있다. 학교에 따라선 남자 교사가 한 명도 없는 학교까지 있는 실정이다. 학년 초에 남자 교사가 부임하면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가 하면, 남자 교사를 '로또' 혹은 '천연기념물'에 비유하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규 임용 여교사 비율 증가에 따른 문제다. 서울은 올해 임용자의 90%가 여성이었고, 대전은 95%가 넘었다.

 

초등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이어서 교사 임용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남녀 성비 조정이 불가피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학생들의 성역할 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방에 의한 학습 성향이 강한 어린 학생들은 남녀 교사를 고르게 경험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동성 교사를 역할 모델로 성 정체성을 느끼고, 이성 교사를 통해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배울 수 있다.

 

둘째, 생활 지도에 필요한 남교사의 역할이다. 버릇없는 학생들이 늘면서 학교의 생활 지도는 한계에 달하고 있다. 교내 폭력.왕따.도난 사고 등은 여교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학교 폭력이 심각해지는 원인 중 하나는 남자 교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란 가설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셋째, 학교 교육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남교사의 역할 때문이다. 각종 행사 준비 과정이나 수련 활동, 운동회, 청소년 활동, 교외 생활 지도 등에선 아무래도 남자 교사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 여교사들조차 이런 활동 과정에선 남교사의 부재를 매우 아쉬워한다.

 

마지막으로 여교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생리 휴가, 임신과 출산, 육아 휴직 등이 많아지면서 계약직 교사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또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부족한 계약직 교사들로 인한 수업의 질 하락과 학생들의 수업 참여 부실 등도 우려된다.

 

남녀는 평등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학생들에게 여교사의 역할이 필요하듯 남교사들의 존재도 소중하다.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 과정에서는 남교사를 원하는 교육 수요자의 현실적인 요구도 수용돼야 한다. 그러므로 적어도 상식선에 어긋나지 않는 정도에선 남녀 교사 비율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불균형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교육청의 방안은 교직 임용 과정에서 남자를 우대하자는 성차별적 발상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라는 관점으로 이해돼야 한다.

 

이런 조정이 인위적인 과정이 아니라 교직을 선택하는 남성들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면 가방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면 정책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다. 단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생각하고, 최소화되도록 합리적이고 신중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반대 교사 질 떨어질 게 뻔한데 왜?

 

한국에서 여성할당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그러나 도입 배경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초.중학교의 남자 교사 할당제와는 전혀 다르다. 여성 할당제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였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은 오랫동안 직.간접적인 차별을 받아왔다. 여성의 자리는 가정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여성이 금녀(禁女)의 벽 앞에서 아까운 능력을 접어야 했다. 직장에 진출해도 출산.육아 부담 때문에 가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고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 꿈을 제대로 펼치기 어려웠다.

 

정부가 도입했던 여성공무원.여교수 채용 목표제 등은 성차별로 인한 성비 불균형을 시정해 남녀가 함께 동등하게 일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따라서 서울시교육청이 교육현장의 '여초(女超)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남성할당제를 도입하겠다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쪽 성비가 70% 내외가 되도록 규정해 놓고 성적이 낮은 남성으로 나머지 30%를 채우겠다는 발상은 응시자의 능력과 선발자격기준을 무시한 것이다. 그러면 교사의 질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여성 응시자에게는 역차별이다. 더구나 교육대학 입학 과정에서 남성 할당제가 이미 시행 중이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교육대학 입학과 교원임용 과정에서 두 번씩이나 특혜를 받는다면 매우 부당하다.

 

지난해 한국 대학의 남자 교수 비율은 80%를 넘었다. 여학생 비율이 높은 인문(78%).어문(71%).사범(66%)계에서조차 남자 교수 비율이 월등하다.

 

여초 현상을 문제삼는 초.중.고 교육현장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에선 남자 교장이 91%, 남자 교감이 84%나 될 정도로 성비 불균형이 극심하다. 여학생들이 여성 교장.교감.교수를 직접 대하며 미래 직업으로 높은 이상을 키워나갈 수 있는 역할 모델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문제는 도외시한 채 초.중 교사의 여초 현상만 문제삼는 것은 편파적이다.

 

필자는 학창 시절 일부 남자 선생님이 "선생은 여자에게는 최고 직업이지만 남자가 할 만한 일은 아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교사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지면 자연히 우수한 남성들이 몰리게 될 것이다. 처우.승진 체계 등의 문제를 외면한 채 할당제만으로 여초 현상을 풀 수는 없다. 여교사가 많아 체육수업 등이 제대로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체육전문 교사제를 도입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성 역할은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배우는 성 역할 교육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우수한 자격.능력.자질, 그리고 교사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한 분으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