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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묻지마 은퇴 이민,호화생활은 헛된 꿈!

 

 

“묻지마 은퇴 이민 호화생활은 헛 꿈”

[경향신문 2007-04-11 09:48]    

‘수영장이 딸린 커다란 집에서 가정부를 몇 명씩 두고 매일 골프를 치러 다니는 풍요로운 삶.’

동남아 은퇴이민으로 화려한 인생 2막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적은 돈으로도 ‘황제’처럼 살 수 있다며 광고하는 이민 대행 상품들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상은 어떨까.

 

대한은퇴자협회(KARP)는 10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동남아 은퇴이민, 그들로부터 직접 듣는다’라는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은 이민자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동남아 이민의 실태를 객관적으로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한인회에서 전하는 현지 실상은 풍요로운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영백 필리핀 한인회장은 “월 200만원이면 황제처럼 호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중산층 수준으로 살더라도 한달에 300만원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퇴이민도 생활의 연장이므로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은퇴지를 선정할 때는 최소한 5~6차례는 현지를 방문해서 자료를 모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생활비가 싸다고 무조건 은퇴지로 선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더운 날씨와 언어 장벽도 복병이다. 이광선 말레이시아 한인회장은 “말레이시아의 경우 영어와 말레이어가 쓰이기 때문에 고령층의 적응이 힘들고 한낮에는 32~33도, 아침에도 20도가 넘는 날씨가 365일 계속된다”고 말했다.

 

주명룡 KARP 회장은 “영리단체의 홍보만 믿고 막무가내로 이민을 떠나면 안될 것”이라고 충고하며 “외교통상부에서는 정책적인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한인회장들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기관을 설립해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교민들의 안전을 지켜줄 경찰 영사의 수를 늘리고 이민자들을 위한 금융제도를 개선해 줄 것” 등도 요청했다.

〈김다슬기자 amorfat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