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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내년경기 악화에 대비해야...

[사설] 내년경기 악화에 대비해야할 때다
[경향신문 2006-08-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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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부총리가 어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내년에 우리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올해 5%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면서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범위 내의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는 간접화법으로 내년 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왔는데 어제는 권부총리가 직접적으로 경기악화를 예고했다. 권부총리는 또 교역조건은 올해보다 나아지므로 체감경기는 좋아지겠지만 성장률은 4% 중반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굳이 권부총리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 내년 경기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집중호우와 자동차 파업이 있었던 지난 7월의 산업활동과 서비스업 동향이 이번 주에 발표되면 경기악화 우려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얼마 전까지는 올 하반기 경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추경편성과 수해복구사업 등 공공 부문의 재정집행 강화로 큰 무리없이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년 경제에 관해서는 아직 정부나 한국은행은 공식 전망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민간연구소나 해외기관들은 이미 올해보다 더 나쁘게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경제의 성장 둔화에 영향을 받아 세계경기의 부진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우리 경제도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 대종이다. 권부총리는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지더라도 교역조건이 나아지므로 체감경기는 올해보다 더 좋아진다고 전망했지만 이것도 국제유가와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어서 안심할 수는 없다.

 

경기악화의 원인이 주로 대외적인 변수이므로 정부의 노력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무엇보다도 경기 흐름이 급격히 꺾이지 않고 완만하게 둔화되도록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개인·기업 등 경제주체의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정책을 펴는 것이 긴요하다. 경기악화 전망 때문에 불안심리가 커지면 투자나 소비가 위축돼 결국 실물경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스스로도 각종 단기 지표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성장률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경기관리에 비상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심리적인 위축을 줄일 수 있다. 성장률 등 몇몇 지표를 끌어올리는 일보다는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국민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키며 일자리를 늘리는 등 긴 안목으로 성장의 질(質)을 충실하게 다지는 데 더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