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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폭풍전야의 미국 경제

[부일시론] 폭풍전야의 미국 경제 감상법
[부산일보 2006-08-29 12:42]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올해 1/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005년 4/4분기에 비해 5.6% 상승했다가 2/4분기에는 2.5%로 3.1% 포인트나 감소했다. 지난 8일 미국 연방준비은행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04년 6월 이후 17차례 연속으로 인상했던 기준금리를 5.25%에서 일단 동결시켰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있으나,내수경기가 둔화될 조짐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미국의 금리정책은 절묘한 금리인상 타이밍으로 주택시장 연착륙,인플레이션 억제,강 달러에 의한 글로벌 불균형의 조정 등 세 마녀를 잡는 데 주효했다. 과연 이 시점에서 미국 금리인상 중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미국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안정시키는 데 일단은 성공했으나,더 이상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누적에도 불구,세계 소비시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해 왔다. IT버블 붕괴 이후 주식가격의 하락과 이에 따른 역자산효과를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으로 대체함으로써,미국 가계의 소비성향은 꾸준히 유지되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금리인상 기조는 일면 미국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가계에는 대출금 상환 증가라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소비 증가가 지난 1/4분기 4.8%에서 2/4분기 2.5%로 2.3%포인트 하락한 것이 한 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은 아직은 불투명하며 경착륙 가능성은 잠재해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지난 6월 미국 주택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기존주택 판매량과 신규주택 판매량이 각각 5월에 비해 -1.3%와 -3.0%씩 하락하였으나,기존주택과 신규주택 가격은 모두 지난해에 비해 각각 0.9%와 7.0% 상승함으로써 금리 인상요인과 인하요인이 혼재한다는 점이다.

 

둘째,일단 숨 고르기 측면에서 세계경제를 한번 둘러보고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가계소비에 부담이 되는 금리를 계속 올리기보다 향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관찰한 후 조정한다는 생각이다. 즉,5.5%가 미국 금리의 상한선이라고 본다면,지속적인 금리인상보다는 한번쯤 쉬어가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내수시장의 급속한 냉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 물가는 2002년의 1.6%에서 고유가의 원년으로 볼 수 있는 2003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지난 1월 이후 6월 현재 월평균 3.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 중국이 11%대의 고성장과 소비자물가 1.2%라는 최적의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대칭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의 지속적인 무역흑자기조가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이다. 위안화 절상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으기만 모았지,쓰지를 않기 때문에 국제 유동성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위안화의 절상속도와 폭이 올해 하반기에 조금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즉 너무 많이 풀린 달러화는 조만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고,그리 될 경우 수출의존 경제인 한국경제는 원화절상 압력과 함께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정책은 미국의 환율,부동산,기업의 투자정책,가계소득 및 내수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연착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셋째,경제적 불안요인에 집착하다 보면 정치적이거나 자연적인 주요 변수를 놓칠 수도 있다. 즉 8월과 10월 사이에 미국은 본격적인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된다는 점과 11월이면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상원 100명 중 33명,433명 하원 전원(2명 공석)과 주지사 36명을 새로 선출하게 되는 중간선거는 현재로서는 40% 미만인 부시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도와 고유가,대 이라크,레바논과 이스라엘 분쟁에 대한 정책 불만 등이 겹치면서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곧 시작될 허리케인 시즌을 앞두고 미국 조야와 세계경제에 먹구름과 비바람이 몰려올 듯한 느낌이다.

 

미국 중앙기상대(NOAA)는 예년보다 비교적 조용한 지금 상황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카테고리 3(중앙 풍속 179~209㎞) 이상 허리케인이 3~4차례 상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맘때면 집 전체를 합판으로 덮어 놓고 떠나는 긴 대피행렬의 모습을 연상하면서,한국경제도 만에 하나 닥쳐올지 모르는 세계경제의 변화에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