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수동 고개를 넘다

수동 고개를 넘다.

 

 

 

구리 한강 시민 공원 자전거길 옆 장미, 저 멀리 롯데 타워가 보인다. 마치 고대에 세워진  바빌론 탑처럼 느껴진다. 

 

 

 

토.일요일 등 주말과 휴일에는 한강 남북 자전거 도로, 경춘선 자전거 도로, 남한강 자전거 도로 등을 가면 사람들이 많아 너무나 복잡하고 무질서 하여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 되도록 피하고 있다. 그래서 장거리 주행은 평일에 왕숙천, 한강, 북한강, 남한강 쪽으로 주행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자전거 주행하는 사람들이 적은 내륙 지방 공도와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여 순환하는 방법으로 주행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호평동을 중심으로 주로 주행 가능한 곳으로 왕숙천 북방 방향인 퇴계원, 별내, 광릉, 진접, 포천 방향, 중량천을 중심으로 북방으로 의정부, 동두천, 전곡 방향, 진접 북방의 일동, 현리 방향에서 청평, 가평, 대성리를 돌아오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내가 타는 전기 자전거 메뉴얼에 의하면 밧테리 2개로 평균 몸무게인 사람이 순탄한 평지에서 200킬로미터 주행이 가능하니, 경사도가 높은 고개길이 많이 없다면 대략 140~150킬로미터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심한 고개길만 아니라면 1단 저속으로 최대한 밧테리를 아껴쓴다는 조건이다.

 

 





구리 한강 시민공원 느티나무. 자주 쉬어가는 곳이다.


중량천은 좌.우로 자건거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고 거의 평지나 다름없다. 밧테리 소모도 적고 멀리 갈 수 있어 밧테라 능력 최대치까지 주행을 해보기로 했다. 또 지역별로 폐철로나 지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서로 연결은 안되지만 나름대로 지자체에서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시내와 내륙 지방의 공도를 이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은 되지만 공도를 이용하지 않으면 순환 주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을 무릎쓰고 이용해야 한다. 물론 최대한 안전하게 천천히 주행하지만 음주 차량 등이 달려와서 덮치는 경우에는 대책은 없다. 며칠 전에도 야간에 동호회에서 자전거를 타던 사람 2명이 음주 차량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안타깝다. 사실 후사경으로 보면 차량이 뒤에서 다가오면 겁이 난다. 그래서 가급적 갓길로 피하여 가거나 때로는 갓길에 정지하는 등 차량을 가급적 피하면서 주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실제 내륙 지방을 달려보니 너무나 달라진 도로로 인해 길 찿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수십 년 전에 다니던 서울은 물론 내륙 지역의 국도와 지방도로가 확포장은 물론 노선 조정 및 변경, 자동차 전용도로 신설 등으로 지형 변화가 너무 심하여 지도만 보고 찿아가기에 이렇게 어려움이 많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마을 길로 잘못 들어가서 비포장 진흙탕 길을 헤메기도 하고, 자동차 전용 도로로 잘못 진입하기도 하고, 대형 트럭이 무섭게 뒤따라 올 때는 오금이 저릴 정도다. 

 

 

 

 

 

1차로 지난 석가탄일에 금곡 - 사릉 - 왕숙천 북단 부평생태습지 - 광릉 시내 - 내촌 - 47번 확.포장 도로(금감로) - 서파 사거리 교차로에서 구도로를 타지 못하고 - 37번 확.포장 도로(조중로) 타고 - 현리에 도착 - 다시 387번 지방도로를 타고 - 상면(성동리) - 수동면 고개(주금산 813미터, 축령산 887미터) - 수동면 관광지 - 고개길 - 마석 - 호평동(약 70킬로미터)으로 주행할 예정으로 아침에 단단히 준비하고 집을 출발했다. 

 

호만천에서 잠시 몸을 푼뒤 출발, 금곡 - 사릉 - 왕숙천 북단 끝까지 올라가면 광능 입구 근방에 부평습지생태공원이 나타난다. 옆 개을을 건너 - 광릉 시내를 들어서서, 47번 도로를 타고 서파 검문소( 옛날에 서파 사거리에 헌병 검문소가 있었다 ) 방향으로 올라갔는데, 구도로를 확.포장하여 별도의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어 그대로 공도를 타고 올라가는데, 공휴일이라 그런지 차량이 무척 많았다. 자가용, 대형 트럭 등 지나가는 차량들이 너무 많아 겁이 났다. 이런 길을 가다가 사고로 죽는다면 그것이 바로 개죽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도 운명으로 생각하고 달렸다. 한참을 가다가 중간 쯤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일부 자전거족들이 몇 명씩 단체로 힘들게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저들도 목숨을 걸고 달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출발하여 가급적 노견 쪽으로 붙어서 가는데 서파까지 짧지 않은 거리다. 

 

 

 

 

제1차 주행 지도. 네이브 지도를 복사하여 주행도를 만들었다.

 

 

드디어 멀리 서파 사거리가 나타났는데, 그만 구도로를 타지 못하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말았다. 서파에서 현리가는 옛날 국도는 옆으로 맑은 강(십이탄천)이 흐르고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전용도로를 타는 바람에 구경도 못하고 바짝 긴장하여 현리까지 겨우 갔다. 내려가서 국도를 타는데 추측으로 가다가 반대 방향으로 잘못 들어서서 다시 지도를 검색해보니 반대편으로 가야했다. 나이탓인지 아니면 긴장해서 그런지 정신이 혼미하여 지도도 잘 보이지 않는다. 다시 되돌아 오다가 마을 길로 잘못 들어서서 가다가 이상하여 지도를 보고 다시 되돌아나와 현리 시내로 가는 길을 겨우 찿았다. 현리는 옛날 수도기계화 사단이 주둔하던 곳으로 번성하였으나 최근 군편제 조정으로 사단이 이동했는지 그대로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최근 마찬가지로 군계획에 의해 화천군 사창리에 주둔하던 보병 27시단이 해체된다고 하자 사창리 주민은 물론 화천 군수까지 찿아와서 애원을 했지만 국방부의 계확에 의해 추진되는 편제 조정이기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화천군은 산천어 축제로 그동안 많은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화천군에서 사창리 주민의 생존을 위한 대책이 얼마나 강구되고 지원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군부대가 주둔하던 곳의 주민들은 그동안 군부대가 뿌리는 장병들의 소비 비용으로 생존해왔으나 경제발전으로 나라 전체가 풍요를 누리게 되자 이제는 살만하니 개발을 위해 군을 그 지역에서 나가라고 데모하는 하는 주민들이 아닌가. 군인 가족이 민간 아파트에 입주하면 입주를 반대한다고 하던 주민들이 아닌가.

 

 

 



수동 고개를 간신히 넘어 내려오다가 버스 정류정 옆 쉼터를 발견하고 이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저 멀리보이는 산이 내가 방금 넘어온 수동 고개가 있는 산(주금산 813미터, 축령산 887미터 높이)이다. 두번 다시 이 고개길은 넘지 않을 것 같다.




수동 고개에서 내려오는 길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서 쉬는 나의 애마





주변은 짙은 신록으로 가득차 있는 계곡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찿아오고 휴일이면 도로에는 차량이 가득한 곳이다.

 

 

현리를 지나 국도를 타고 내려가는데, 남여 젊은이 네 명이 추월해서 지나갔다. 아마 그들도 복잡한 한강, 북한강 자전거 도로를 피하여 내륙을 주행하는 모양이다. 수동면 방향으로 가려고 상면 쪽으로 들어섰다. 주변 풍경은 녹음이 짙게드리우고 수목이 하늘을 가린다. 사실 이 지역은 오지에 속한다. 그래도 군데군데 식당, 숲 체험단지, 집단 교육 시설 등이 산재하고 별장같은 집들이 숲 속에 군데군데 숨어있다. 점차 도로의 경사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 길도 승용차는 물론 버스, 대형 트럭들도 지나간다. 노견에 바짝 붙어 가면서 밧테리 눈금을 보니 다섯 눈금 중에서 두 개가 남았다. 그래도 체인을 저속으로 하여 눈금을 최대한 5단까지 높이면서 올라갔다. 중간 쯤 올라가다 그늘에서 잠시 정차, 휴식을 취하고 고개를 바라보니 저 멀리 정상이 보인다. 

 

사실 이 길은 처음이다. 무작정 지도만 보고 가는 길이라 수동면으로 넘어가는 이 고개길이 어떤 길인지를 모르고 갔던 것이다. 그 고개가 그토록 높은 지형에 경사도가 심할 줄은 몰랐다. 베낭에는 예비 밧테리가 있어 걱정은 없다. 덤프 차량들이 고개를 오르내리고 자가용들이 지나간다. 수동 계곡은 유명 관광지라 휴일이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이라 차량도 많다.

 

겨우 고개 정상에 도착하니 앞서가던 젊은이 네 명이 길바닥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다. 일부 다른 자전거족들도 보이고 해서 쉬지 않고 그대로 고개길을 내려갔다. 힘들게 올라온 것에 비하면 내려가는 길은 금방이다. 마치 사람이 열심히 힘들게 노력하여 정상에 올랐지만 즐거움은 항상 잠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서 쾌락과 과욕, 허영심을 부리다가 그 즐거움도 잠시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수동 계곡 곳곳에서 차량들이 분주하게 몰려들고 나간다. 잠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짙은 푸르름이 우거진 주면 모습도 몇 컷 찍었다. 이 길은 두번다시 오고 싶은 마음은 없다. 밧테리도 교체하고 마석으로 가는 또다른 고개길을 넘어 천마산 근방 단골집 식당에 도착했다. 주행 거리는 대략 70여 킬로미터 정도다. 시원한 냉면 한그릇을 먹고 터널을 지나 호평동 집에 무시히 도착헸다. 

 

 



집에서 가끔 냉면을 만들어 먹는데, 비빔 냉면이다. 비빔 냉면을 먹고 나중에 시원한 육수를 부어 먹는다. 냉면과 육수는 마트에서 사오고, 황태를 냉면 양념을 만들어 절이고, 무우, 오이, 양파도 설탕과 식초에 절여두었다가 곁들여서 먹는다. 면삶기는 45초이내로, 냉동된 면을 찬물에 풀어서 삶거나 냉동 칡냉면 등 1분 정도 삶아주면 맛이 좋다. 



 

지난 5월 14일에는 자전거 도로 옆 아카시아 나무에서 아카시아꽃을 따다가 술도 담그고 효소도 만들었다. 쑥도 따다가 효소를 만들어 두었다. 기쁨이 넘치는 날이 오면 먹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