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풍요와 종말의 계절, 늦가을 4



풍요와 종말의 계절, 늦가을 4



          



인생이 잘나갈 때는 사람은 대부분 거만해지고 목소리가 커진다. 겉으로 보기에 바보스럽고 멍청하던 사람도 실세가 되거나 정치권에 권력을 잡거나 복권이 당첨되면 사람이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나름대로 지능이 있고 누구에게나 재능이 있기는 마련이다. 환경과 여건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지 지능이 모자라거나  장애인이며 몰라도 이 세상에 바보멍청이는 없다고 본다. 인재는 어떤 계층이나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품성과 수양이 부족한 사람에게 권력과 부가 주어진다면 지난번 갑질로 우리 사회를 떠들석거리게 만든 재벌가의 가족들처럼 되는 것이다. 


서울대를 나오거나, 판검사가 되거나, 국회의원이 되거나, 장차관에 오르거나, 대기업 임원이 되거나, 중견기업 오너가 되거나, 경찰, 감사원, 헌병, 경찰, 기무, 예산/인사/인허가직 주요 공무원 등도 마찬가지며, 인기 연예인이 되거나, 군에서 장군이 되거나 지휘관이 되면 사람은 금방 달라진다. 심지어 카페, 동창회, 연합회, 노조, 방속국 피디 등도 권세를 부리는 것이 인간 사회다.


권력에 굽신거리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뇌물을 갖다 바치고, 마누라가 식모살이를 하고, 눈도장 찍기 위해 휴일 종교 모임에 열심히 나가고, 앞에서 갖은 알랑방귀를 끼고, 충성하는 척 똑똑한 척 잘난 척 하는 것이 인간이다. 재물을 보면 눈이 혈안이 되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질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미모를 보면 눈이 혹하고 여자를 보면 군침을 흘리고, 찬바람 눈비 맞으며 끈질기게 따라다니고 드디어 육체 관계를 맺고 나면 멀어지는 것이 보통 인간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처럼 신사답고 배려심이 많으며 쿨하던 그 사람도 막상 결혼하고 나서 얼마 지나면 실망감이 생기고 눈알이 돌아간다. 그토록 달콤하던 방귀냄새나 키스할 때 나던 입냄새도 역겹고, 요리는 물론 살림을 살아가는 요령이 거의 매일 치장하고 놀고먹던 그대로다. 출장이 많고 술을 매일 퍼마시고 새벽 늦게 들어오고 욕설고 폭력을 행사한다면 누가 참고 살 것인가. 또 비밀이 많고 메너가 없고 예의가 없고 눈치도 없고 배려심도 없다면 배겨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옛날에는 그런 모든 것을 감수하고 평생을 살아가면서  지옥에서 만난 원수처럼 살았지만, 물론 지금도 그런 가정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단번에 이혼하는 용기를 가진 젊은이가 많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이유로, 하찮은 문제로, 상상이 안가는 태도, 염치도 없고 배려심도 없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아온 상대라면 차라리 포기하고 혼자 사는 게 낳을 것이다. 결혼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머리도 나쁘고 지혜도 없고 알뜰하지도 못하고 잘 씻지도 않으면서 화장에는 장시간 열정을 쏟고, 홈쇼핑을 보면 무조건 사야하는 사람, 집안 청소는 물론 자녀 양육도 고루하고 시부모나 손님 대하는 것도 예의범절이 없고, 치장과 사치에 종일 시간을 보내는 사람, 센스도 없고 오로지 허영심에 덜떠 과소비만 열심인 사람, 책은 커녕 드라마에 빠져 잘생긴 유명 연예인에 목을 메는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모습이다. 


학업을 빠지고 콘서트에 가서 열정을 쏜고 짧은 치마에 짙은 화장을 하고 공부보다 춤추는 일에 열중하는 자녀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는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눈이 겉으로 보이는 명예와 부, 인기 연예인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어쩌면 콘크리트 같은 사회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크기의 골재가 절절하게 서로 잘 분포되고 섞여야 시멘트와 견고하게 결합이 되는 것처럼, 모든 계층과 직종의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때 그 사회는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부자가 되어서도 안되고 모두가 가난한 사람이 되어서도 안된다. 모두가 선한 사람이 되어서도 안되고 악한 사람이 되어서도 안된다. 부자와 가난한 자, 선한 자와 악한 자가 골고루 섞여 있어야 인간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콘크리트 골재처럼 인간 사회가 음양이 골고루 구성되어야만 인간 사회의 기능이 최고로 발휘된다고 본다. 모두가 평등하지만 똑같이 가난하고 민주화되지 못한 일당독재의 공산사회가 결국 무너지듯이 자본주의 사회도 음지와 양지가 골고루 분포되지 않으면 구속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주는 다양한 크기의 별들이 존재하고 지구에도 다양한 동식물이 존재하여 먹이사슬을 이루듯이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에는 끝없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며 인간 사회의 구조와 형태는 피라미트 구조가 되어야 한다. 정점을 향해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서 성공자와 살패자가 나와야 하고 성공자에게는 삶을 행복하고 윤택하게 살아갈 여건과 자리를 만들어 주기에 동기유발이 되고 적극적인 삶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동기가 없는 삶은 희망이 없는 삶이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부가 넘쳐나면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부유해지면 고대 로마 시대에 유행하던 산해진미의 루쿨루스식 식사를 즐기고 처첩을 여럿이 두고 밤낮으로 향략에 빠지기 쉽고, 가난한 자는 끝없이 가난해져 실업자가 되어 사회문제가 되면 혁명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어느날 셀카 한 컷


청나라의 팔기군이 명나라를 멸망시키는 과정에서 그토록 용맹하고 무적의 군대였으나, 삼번의 난을 진압하고 전성기를 누리면서 부패와 항략에 빠져 점차 미약해져 약졸이 되고 말았다. 말기에는 청나라를 침범하는 영.불군을 막지 못했고 내란인 홍수전의 '태평천국의 난'도 진압하지 못했다. 


조선의 수군이 임진왜란 당시 일당백의 강군이었으나 장기간 국제정세에 까막눈이었던 조선은 무기개발은 커녕 내부 부패를 막지 못했고, 영.정조 시대를 통해 개혁을 시도하려했으나 양반 세력의 강력한 반대로 실패하고 말았고, 현종 이후 세도정권이 어린 왕을 옹립하면서 부패의 늪에서 헤메다가 고종이 즉위했다. 


고종을 대신한 흥선군의 과감한 개혁도 양반사대부 세력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했고 결국 민비와 권력투쟁에 외세를 끌여들여 권력투쟁을 벌이다가 각자 죽임과 연행을 당하고, 고종의 대한제국 선포와 개혁 몸부림도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결국 노일,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제에 총한방 쏘지 못하고 나라가 합병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조선은 양반사대부들만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신권주의를 내세우며 왕권을 농락하고 세도정권을 유지하면서 오랜 세월 가문의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열중했다. 반면 개혁을 통한 백성들의 행복이나 군비의 발전은 도외시하고, 대외적인 진출을 꺼리며 오로지 백성들의 수탈과 자신들의 부귀영화만 누리는데에서 유교이상 국가를 생각했던 것이다. 








취업도 안되고 결혼도 안되고 나이는  들어가고 힘든 일은 하기 싫고 알바도 싫으니 수입이 없다. 부모가 능력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아닌 사람들은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다. 과연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동기가 있을까. 그래서 늦잠을 자거나 종일 게임이나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낸다. 그러다보면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는 데, 그것은 각종 범죄에 연루되는 길 뿐이다. 그래서 인생을 망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사람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정신과 육체에 상실감을 주기 마련이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허비하는 인생은 그만큼 삶에 대한 동기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지금의 사회가 뒤집어지는 그 순간이 오면 그들은 사상과 이념과 관계없이 적의 앞잡이가 되고 앞갚음에 앞장설 것이다. 실제 일제 시대 일본놈 앞장이가 돤 사람들을 보면 지식인이 아닌 양반 사회에서 오랫동안 인간 대접을 대접받지 못한 노비, 천인, 머슴 등 상놈 계층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욕망은 삶의 원동력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처지와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최고를 바라보고 그것을 원하고 달성하고 싶어 한다. 그것을 위선자들은 '대망'이라고도 하고 '대의'로 위장하기도 한다. 신군부가 정권을 잡자 어느 눈치빠른 작가가 만든 '대망'이라는 대하 소설책이 날개돋히듯이 팔렸다고 한다.


우리 사회도 최고의 큰 권력을 잡는 것,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출마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대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 최고의 큰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옛날에는 조선은 삼족, 중국은 구족이 처형 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결행하는 데 통상 목숨을 걸고 시작해야 한다. 권력은 앙면의 에스파냐 칼날이기 때문이다.


전한을 세운 유방은 개국공신 한신과 팽월 등 혁혁한 공을 세운 장수들을 하나 둘 참살해버렸다. 국가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병든 유방을 대신한 마누라의 사악한 생각 때문이었다. 조선의 정도전은 왕권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태종 이방원에게 살해되었다. 그래서 고대나 현대나 군인이 너무 크고 많은 전공을 세우고 국민적 영웅이 되면 그는 조기에 도태되거나 죽임을 면치 못한다. 그것은 최고 통수권자에게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월남전 영웅이 소리없이 사라져갔고, 맥아더가 트루만에게 해임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듯이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요즘  중국 방송에서 드라마 '미완의 책사' 사마의에 대해서 재방영하고 있다. 그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는데, 조조의 위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실감나는 드라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최고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인간의 끝없는 투쟁,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음모와 배신, 참혹한 전쟁, 권력의 무서움, 그리고 지도자의 철저함과 냉철함, 그리고 그 주변에서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칼날 위에 서 있는 수많은 인간 군상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인간의 전성기는 평생을 통해서 기껏해야 10년 ~ 20년이다. 그 시기에 부와 명예를 이루지 못하면 영원히 현 위치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잘나가는 동안 자신의 치부와 명예를 쌓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고지가 저기 보이는데 포기할 리도 없고 목숨을 걸고 노력한다. 힘든 노력을 통해 얻은 부가 쌓이면 사람은 금방 달라진다. 


사람은 겉으로는 정의롭고 의기롭고 용기있고 헌신적이며 단호하고 지적이며 배려심이 많고 관용과 포용심이 넘쳐나는 모습으로 위장을 하지만 가정에서나 화장실에서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아무리 잘 나가고 고관대작이 되더라도 다가오는 가을 즉 종말의 시간은 아무도 거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빨이 하나 둘 빠지고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눈이 침침하고 침을 질질 흘리고 손이 떨리고 생각이 아둔해진다면 흙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증거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임과 동시에 종말의 계절이다. 이 땅에서 치열하게 살다가 흙으로 돌아갔던 우리 선조들의 육신이 썩어 잎으로 꽃으로 열매로 환생한다. 뿌리가 되기도 하고 줄기가 되기도 하고 꽃도 피우고 잎사귀도 되지만 열매를 맺는 것이 인간으로 환생하기에 가장  빠른 길이다. 일부 뿌리과 식물은 뿌리가 되어 인간으로 빨리 환생하는 경우도 많다.


길바닥에 떨어진 무수한 낙엽들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종말의 계절이다. 우리의 인생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기가 무엇이고 명예가 무엇이고 고관대작이 무엇인가. 찬란했던 고대 문명의 꽃을 피운 그리스와 로마는 무엇인가. 우리는 다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조용한 가을밤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참신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