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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두 바퀴에 인생을 싣고......16




두 바퀴에 인생을 싣고......16

 


          

         의암호반 북한강 자전거길, 내 생각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이라 생각된다

 


한국 축구가 우리 국민들은 물론 손흥민이 속해 있는 해외 구단 토트넘까지 축재 분이기이다. 국위를 선양하고 한국 축구의 저력을 보여준 손흥민은 자력으로 고난의 길을 개척해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그는 군을 면제받는 영광을 누림은 물론 엄청난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슬슬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군도 면제받고 엄청난 돈방석에 앉게 된 그가 부러움이 넘쳐나 질투심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에만 나타나는 것일까. 사실 우승을 못하더라도 청와대 게시판에는 손흥민의 군면제 청원 글이 도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넘처난 사람들이 동참할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우승을 하고 나니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마음이 달라진다. 그는 명예와 돈을 한꺼번에 거머쥔 것이다. 그런 행운은 누구에게나 찿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이 막상 잘 되면 배가 아픈 것이며 이것이 인간의 마음인 것이다. 배는 무척 아프지만, 그의 성공을 축하해야 하지 않을까.   





                       '킹덤 오브 헤븐'의 한 장면. 시십지군 전쟁의 허실을 잘 보여준다.



대대장 시절 이야기는 계속된다.


대대장 2년 차가 되자 대대는 대대장이 원하는대로 잘 돌아갔다. 참모와 중대장들이 주어진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했고 그 보답으로 각 중대별로 건의하여 올라오는 포상 휴가나 특별 휴가는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보내주었다. 아마 대대 병사들이 제대할 때까지 자신에게 정해진 정기휴가 일수보다 2~3배는 더 갔을 것이다. 포상 휴가를 한 두번 가지 않은 병사가 없었다 . 분기별 체육대회는 분기마다 실시했다. 우승 중대에는 포상 휴가도 주어졌다. 물론 태권도는 제일 점수가 많았다. 대대의 태권도 유단자는 타 부대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났다.


 

어느 겨울날 저녁 늦게 퇴근을 하다가 정문 보초가 경례를 하는데 일병이었다. 그런데 방한모를 쓴 얼굴 코에서 콧물이 주루루 흘러내리고 있었다. 대대장은 차를 세우고 보초를 오라하여 가죽 장갑 낀 손으로 콧물을 훔쳐주면서 "많이 춥지? 그래 고생이 많다. 감기가 걸린 모양이구나." 하면서 격려하고 초소장을 불러 병사를 근무에서 제외시키고 의무실에 데려가서 진료를 받고 감기약을 처방하고 보온을 취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대대장이 끝나갈 무렵, 전역병 신고가 있었다. 신고를 받고 전역 병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각자의 소감을 간단히 물었다. 그 중 한 병사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일병 때 정문 보초를 섰는데, 대대장님께서 자신의 콧물을 훔쳐주시면서 격려해주시어 너무나 감격하여 그후부터 부대 근무에 최선을 다해 군생활을 성공적으로 하게 되어 오늘 제대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감사하다고 했다. 대대장은 얼굴을 기억 못했지만 그 병사에게 그런 조그만한 배려가 엄청난 감동으로 작용하였던 모양이었다.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홍수가 난 직후 전방 땅굴 쪽으로 가다가 철책 물골에 얕은 수중교를 지나가는데, 평소보다 흙탕물이 약간 불어 있었다. 평소에 그냥 지나다녔는데, 교량 끝이 홍수에 흙이 실려나가는 바람에 구덩이가 파졌고 대대장 찝차가 지나가다 바퀴가  빠져 버렸고 물쌀에 90도 기울어져 버렸다. 운전병, 무전병과 탈출했고 찝차는 대대 구난차를 불러 구난했으나 엔진을 못쓰게 되어버렸다. 사단 정비대장에게 부탁했더니 웃으면서 필요한 자재가 있으니 자재와 맞바꾸자고 했다. 그래서 찝차 엔진과 자재를 맞바꾸었다. 연료가 남아도는 전차대대와는 휘발유를 맞바꾸는 등 부대간 재미있는 물물교환이 성행했다. 



대대장은 평소 사고 예방을 위한 활동으로 가끔 퇴근 전에는 반드시 대대 영내 취약 지역을 한바퀴 돌았다. 우선 취사장에 가서 청소 상태와 다음 날 주부식 조리 준비상태, 장부 확인과 재고 물량을 확인을 했다. 옛날에는 간부들이 쌀이나 고기 등 주부식을 영외로 빼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취사장에서 성실히 일하는 병사를 취사반장인 선임하사가 추천하면 포상 휴가 조치도 했다. 다음 비오큐를 방문하여 간부들의 생할 상태를 점검했다. 정리 정돈은 물론 청소 사태, 건물 상태도 점검하고 화장실 상태도 점검했다. 다음은 보일러실로 갔다. 보일러실은 보일러를 관리하는 병사만 주로 드나드는데, 매우 취역한 곳이다. 고참병들이 술을 반입하여 몰래 보일러실에서 술을 마시다가 싸움을 하거나 자살하는 사건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다음은 창고 지역을 돌며 문이 열려 있는지, 절도 흔적은 없는지를 실핀다. 창고에서도 병사들이 숨어서 술을 마시가나 후임병을 폭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대대 울타리를 돌아본다. 울타리 철망 밑으로 반질반질하게 구멍 자국이 난 곳은 소주병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울타리에 구멍난 곳은 없는지도 살피고 그런 곳은 구멍을 막고 찰조망을 추가로 부설하여 방지한다. 보초가 근무하는 초소 근무 상태와 청소, 복장, 화기, 신호 및 보고 요령, 암구호 등을 확인한다. 단 둘이 근무하는 초소에서 통상 폭행이나 얼차려를 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는 본부 각참모부를 돌면서 늦게까지 잔무에 시달리는 부서가 있는지, 업무에 문제점은 없는지를 살핀다. 각 참모 부서도 열심히 일을 하는 병사를 대상으로 참모의 건의에 따라 적절히 포상 조치를 해주었다. 다음은 각 중대를 돌면서 중대장실, 소대장실과 소대 내무반, 화장실, 샤워실이나 목욕탕을 점검하고 시설 사용 상태를 살핀다. 고장이나 불편한 부분은 즉시 정비토록 지시한다. 중대장에게 문제 사병, 신병 등 취약 사병에 대한 대상자 파악 실태와 면담 실태, 애로 사항 등을 듣는다.  각 중대를 돌고 마지막으로 막사 옥상에 올라간다. 옥상도 매우 취약한 곳으로 고참병들이 옥상에 올라가 술을 마신다. 그래서 옥상 올라가는 사다리에 철조망을 설치하여 출입을 금지했다. 그리고 나서야 퇴근했다. 물론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돌아보아야 사고를 예방 할 수 있다.






사단 GOP 지역이 대부분 평지이기 때문에 급수에 문제가 많았다. 펌프 성능이 약하여 수압이 약하거나 겨울에 보온을 제대로 하지 않아 파이프 동파가 잦아 물이 단수가 되는 경우가 많아 골치가 아팠다. 특히 부대가 주기적으로 교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시설 관리에 애로가 많고 관리 상태도 극히 불량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필승 OP에 점등식이 실시된다. 사단 교회 목사가 신자 가족들을 동원하여 성대하게 점등식을 하는데 사진을 찍어 액자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폭우가 내려 홍수가 발생하면 GOP 철책 하단부 물골에 설치된 철망이 자주 파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골 수중으로 침투하는 적을 막기 위해서 설치한 철망이다. 홍수로 인해 각종 부유물이 떠내려와 막히면 수압에 의해 철망이 파손된다. 자물통을 달아서 열도록 되어 있지만 때를 놓치면 실패하기 쉽다.


어느 날 수기사단에서 전방 사단 지역으로 전술훈련을 나왔다. 금학산 뒷 길을 타고 고개를 넘어 동송 방향으로 넘어오다가 최신형 잔차가 계곡으로 빠져버렸다. 그러자 수기사 전차 대대장이 찿아왔다. 알고보니 후배였는데 말하는 태도가 좀 건방졌다. 공손한 자세가 아니었다. 전차가 빠져서 전차 구난차로 구난할 수가 없어 장비 지원을 요청하러 온 것이다. 당시 장비는 모두 다른 부대로 파견나가 있었다. 생각 끝에 대대장은 기분이 나쁘지만 전차를 구난하지 않으면 곤란해질 것 같아, 장비관에게 연락하여 가까운 지역의 장비를 이동하여 지원토록 했다. 나중에 투입된 장비로 도로를 깍아 진출로를 만들어 전차를 무사히 구난해주었다. 그 대대장은 예측대로 전차 구난 후에는 감사하다는 전화도 없었다.


대대장은 연대 훈련시 해당 직접지원 중대장을 비롯하여 간부들을 최대한 많이 참가시키고 실제 기동도 실시하고 연대 진격로상 지뢰지대, 대전차구, 교량 파괴, 도하 지역 등 장애물을 파악하여 극복을 지원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런 적극적인 태도를 연대장은 강평시 대대장들에게 지원부대를 본받아야 한다면서 P중령과 중대를 치하했다. 연대장이 칭찬하니 참모나 대대장들도 P대대장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항상 잘 대해주었다.


실제 적 전차를 거부하기 위한 장애물은 대전차 지뢰 매설, 절토면 폭파 붕괴, 대전차구, 낙석 등 여러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기존 설치된 상태나 겨울철 설치에 문제가 많았다. 지금이야 개선되었겠지만, 예를 들면 도로대화구는 토관을 도로에 여러 개를 연결하여 수직으로 묻어 뚜껑을 덮어두었다가 유사시 형성장약을 넣어 폭파시키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겨울철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비포장 도로를 차량이 지나다니면서 뚜껑을 파손하던가 아니면 지표면의 흙이 물과 같이 얼거나 연결 부위에 틈새가 있어 물이 들어가면 내부에 물이 차서 꽁꽁 얼어버린다. 뚜껑을 찿아 파려면 곡괭이로 찍으면 불꽃을 튕기면서 언 땅이 파이지 않고 내부가 얼은 상태면 얼음을 녹일 수도 없다. 그래서 대화구 설치는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미군이 유럽에 사용하려고 개발했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폐기 직전에 있던 액체폭약'이라는 신종 폭약을 들여왔다. 그래서 미군이 한국군에게 팔아먹기 위해 한미연합사 주관으로 5사단 다락대 사격장에서 한국군 장성들을 대대적으로 모아놓고 액체폭약 폭파 실험을 했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길게 횡으로 폭파된 대화구는 엄청났다. 그래서 실험 후 효과가 입증되어 한국군에 대량으로 도입되었는, 도로대화구 토관 대신에 플라스틱 파이프를 묻어 두었다가 유사시 액체폭약을 넣어 폭파하도록 예산과 자재가 하달되었다. 


그런데 업자들이 플라스틱 파이프를 조밀하게 본드로 잘 연결해야 하나 군감독관 눈을 피해 대략 연결하면 그 틈새로 물이 들어가면 겨울에 얼어버린다. 설치 후 나중에 확인하니 뚜껑이 없거나 틈새로 대부분 물이 들어가 얼어버려 액체폭약을 넣을 수가 없었다. 액체 폭약은 두 가지로 사용시에는 액체폭약을 섞어 넣고 뇌관을 넣어 터뜨리면 폭발하게 되어 있다. 결국 그것도 설치부터 관리가 부실하여 하나마나 한 것이 되고 말았다. 지뢰지대도 마찬가지로 도로는 물론 논이라도 언 땅에 구덩이를 파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원통형 나무나 스치로폴 등을 땅에 박고 겨울철에 파내려도 나무가 물을 먹고 얼어 역시 시간이 많이 걸렸으며 스치로폴은 설치 장소에서 이탈한 것이 많았다.




 


겨울철이면 군단 공병 대대가 철원 지역에 유사시 지뢰매설 훈련을 하러 나온다. 대대장은 잘 아는 사람이라 인접 보병 대대장을 불러 셋이 천막 속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밤새 고스톱을 치던 생각이 난다. 모두 젊음을 불태우며 추운 겨울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기를 불태우던 아득한 시절 이야기다.


사단장 2년차 사단은 사단 지휘검열도 성공적으로 잘 받았고, 사단장 임기도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대대는 장거리 강행군도 실시하고 혹한기 훈련도 병행했다. 그동안 병사들 사기도 높았고 한 건의 사고도 없었으며 부상자도 한 명 없었다. 저절로 굴러가는 자동차 처럼 대대장이 만들어 놓은 관리 시스템에 따라 대대는 잘 돌아갔다.

   

사단 사령부를 지나 사단 후방 검문소를 지나면 바로 운천 시내다. 당시 운천 시내는 동송, 지포리, 와수리, 육단리로 가는 길목이다. 그래서 병사들도 많고 유흥가, 술집, 다방, 모텔이 많다. 사단에서 나가려면 후방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나가기 힘들다. 헌병이 일일이 채크하여 보고하고 그것이 그대로 사단 참모장에게 보고되기 때문이다. 


소개비를 받고 팔려온 아가씨들이 운천을 기점으로 전방 각 지역을 몇 개월씩 영업하다가 얼굴이 팔리면 그곳을 떠나 인제, 원통 방향으로 지역을 옮겨간다. 특히 운천에는 0다방이라는 유명한 곳이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젊은 아가씨들이 여러 명 영업을 했다. 모두 서울, 포천 등지에서 온 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