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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두 바퀴에 인생을 싣고......11




두 바퀴에 인생을 싣고......11

 


         

      의암호반 북한강 자전거길, 내 생각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이라 생각된다


태풍이 제주와 남부 지방을 강타하고 물러갔다. 태풍이 몰아치면 많은 피해도 발생하지만 한편 대지의 모든 쓰레기를 씻어준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인간을 더욱 강인하게 만들어 주는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진과 태풍 등으로 재해를 밥먹듯이 겪으며 살고 있는 일본 열도의 일본인은 침략 근성이 강하고 잔인한 성격의 민족이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 한반도는 일본 열도에 비해 이러한 자연재해를 그리 많이 겪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보다. 어쩌면 자연재해를 많이 당하는 일본인은 그들이 저지른 죄악에 대해 신이 지속적으로 벌을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세안 게임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각 방면에서 선전을 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경기 결과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경기를 볼 때마다 영원한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는 듯하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손흥민의 한국 축구가  군대 면제와 맞물려 유럽에서도 큰 관심사다. 금메달을 따면 다행이지만 못따도 군대 면제를 위해 국민 청원이 너도 나도 보내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손흥민 한 사람이 이루어낸 국위 선양은 외교관이나 국회의원 전체보다도 더 많이 이루어낸 성과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대북 협상이 난관을 겪고 있다. 미국의 특사가 방북을 취소해버린 것이다. 한반도의 봄을 예견했지만 그렇게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목적은 오직 단 하나, 북의 핵무력 완전 제거다. 그런데 중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는데, 이는 미중 무역마찰의 변수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듯하다.


인류가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뛰어난 과학자가 나타나 모든 폭약이나 핵물질을 용해시켜 버리거나 변질시켜 버리는 새로운 신기술을 개발하는 길 뿐이라고 생각된다. 그 길 만이 인류가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가끔 아침에는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호평동 전주콩나물 국밥 집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을 때가 있다. 24시간 하는 집인데 호평동 주민들이 많이 찿아오는 집이다. 시원한 국물에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 날계란, 청량 고추, 오징어 무침과 새우 젓갈을 가미하여 먹는 맛은 일품이다. 가격도 저렴하여 4,000에 불과하다. 같이 동동주도 한 잔 마시고 힘찬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오는 순님들 중에는 노인, 가족, 단체로 오는 사람도 많다. 밤새워 술을 마신 사람들이 와서 해장겸 국밥을 먹는 경우도 있고 무슨 모임인지 알 수 없으나 노인들이 단체로 아침에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공사장 인부들도 오고 아침부터 어젯밤에 이어 아침에도 술을 마시며 취하여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일가족이 오는 경우도 있고 젊은 부부도 자주 온다. 그래서 차량 주차가 복잡하여 어떤 싸기지 없는 젊은이는 인도에 사람이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얌채 주차를 하는 경우도 본다. 남이야 어찌되든 저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사고가 넘쳐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즐겨 먹는 콩나물 국밥

 

대대장 시절 이야기는 계속된다.


P중령은 중대장 시절과 마찬가지로 대대장 근무 기간 동안 한 명의 병사도 죽거나 다치지 않고 모두 무사히 제대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병사들 안전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항상 강조했고 그리고 수시로 점검했다. 각종 건물 보수비와 장비/차량 유지비는 100% 그대로 하달했다. 옛날에는 이런 보수 및 유지비를 지휘관들이 착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장부와 정비 실적, 재고를 수시로 파악했고 신품 구매시에는 사진을 찍어 보관토록 했고 직접 구매 물품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비 실적을사진으로 남기도록 했고 그것도 확인했다. 그러니 담당관들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대대 2중대 창고에서 소소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현장을 가보니 창고 인근에 무명 묘지가 하나 있었다. 대대장은 2중대장을 불러 이렇게 지시했다. 


"시간 되는 날, 무명묘지에 전 중대원을 모아놓고 고사를 지내라. 고사는 먼저 축문을 써서 읽는데 축문에는 무명 용사의 원혼을 달래는 내용과 무관심했던 자신을 탓하고 오늘 이렇게 재사를 올리니 앞으로 중대원들이 부디 다치지 않도록 굽이 보살펴주시옵소서! 하는 내용을 넣고 축문을 읽고 다음 고사를 지내고 중대원이 전부가 재배를 올리도록 하라."


중대장은 어느날 전중대원을 모아놓고 대대장 지시대로 축문을 서서 소리내어 읽고 전중대원과 같이 고사를 지냈다. 예상대로 그 후로 2중대는 창고에서 사고가 나지 않았다. 대대장은 추가로 2중대장에게 매년 같은 날 고사를 지내도록 지시했다. 무명묘지 원혼을 달래는 의식을 이용한 일종의 마법이었다. 



                                               강촌에서 출발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전경  



당시 군사령부에서 태권도를 무척 강조했다. 심사관들이 예하부대를 돌아다니며 병사들 태권도 실력을  심사하여 실력이 인정되는 병사들에게 유단자증을 주었다. 그것이 부대별로 집계를 하여 예하부대로 내려보내면 지휘관들이 하달된 공문을 보고 태권도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단에서도 대대에 태권도를 강조하는 공문이 하달되었다. 년말까지 부대별로 정해진 %만큼 유단자를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대대장은 고민했다. 지금처럼 잡다한 임무에 매달리다 보면 이대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극약 처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대장은 결심을 하고 아래와 같이 지시했다.

1. 계급별 도달하여야 하는 태권도 급수를 정하여 공표한다.

2. 계급별로 그 급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진급, 휴가, 포상 휴가, 면회, 외출이 모두 불가하다.

3. 진급 심사도 태권도를 해당 계급의 급수를 달성해야 한다.

4. 불가피한 경우가 인정되면 특별 휴가는 심사 후 결정한다.

5. 태권도 심사는 참모부 장교와 하사관단에서 자격있는 간부로 추천하여 구성한다.

6. 매분기 실시하는 대대 체육대회 시에는 태권도 종목에 가장 많은 점수를 부여한다. 


이와같이 공표되자 날부터 태권도 불합격자는 휴가가 보류되고 진급도 보류되었다. 누구도 예외는없었다. 그러자 대대 전체가  난리가 났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휴가와 진급을 위해서는 태권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날부터 각중대는 막사 뒷편에 외등을 설치하고 병사들에게 밤늦게까지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나 동작을 연습하고 심사를 하는 날이면 몰려가 구경하기 바빴다. 그러나 집안 사정이라던가 기타 불가피한 경우에는 특별 휴가를 보내주었지만 정기휴가에서 그 일수만큼 공제했다. 


대대 체육대회는 분기에 한 번씩 열었다. 상품도 푸짐하게 준비했고 우승자와 단체에는 포상 휴가증을 수여했다. 그러자 체육대회 열기가 대단했다. 점수가 가장 많은 태권도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집단 품세,격파, 자유 대련이 종목이었다. 기타 축구, 배구, 족구, 군장메고 달리기, 줄당기기, 계급별 릴레이가 오후까지 실시되었다. 오후에 대회가 모두 끝나고 우승기를 만들어 처음 우승한 2중대에 수여했다. 그리고 대대 회식을 연병장에서 실시했다. 중대별로 합판을 바닥에 길게 깔고 막걸리와 두부, 김치, 편육, 과자 등을 준비하여 신나게 놀게 만들었다. 동송에 있는 자매 다방에서 주인을 비롯하여 아가씨도 몇 명 초청했다. 자매 다방은 병사들이 출타시 반드시 그 다방에서 차를 마시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방 여주인과 구두로 자매결연(?)을 맺었던 다방이었다.


6개월이 지나자 병사들 눈빛이 달라져갔다. 드디어 군사령부에서 심사관이 와서 태권도 심사를 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유단자가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사단 인사참모도 깜짝 놀랐다. 보병대대 보다 더 높은 유단자 비율이 달성된 것이다. 사단에 놀라운 소식이 전파되자 저조한 유단자를 배출한 인접한 다른 부대장들이 놀라워하며 부러워했다. 그래서 그후 다른 부대도 P중령 대대처럼 흉내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태권도는 계속 강조하여 최고의 대대로 만들 욕심이었다.


포상휴가 선발권은 분대장, 소대장, 소대 선임하사에게 우선권을 주고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면 반드시 그 팀에서  한 두명을 추천하여 건의토록 했다. 그러자 간부들이 병사를 통제하기가 수월해졌고 병사들도 간부들 말을 고분고분 잘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간부가 추천한 병사를 다른 병사들이 모두 무기명으로 동의하여야 하도록 했다.


대대에 일반 출신 고참 소령 부대대장이 전입왔다. 진급도 희망없고 이제는 전역하여 취업할 날만 기다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매우 인품도 훌륭하고 성격도 조용한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임관은 P대대장보다 고참이다. 통상  무기력하게 시간만 보내거나 무시하거나 하기 쉬운 직책이 이런 직책이다. 그래서 전역하는 날까지 즐거움을 느끼고 책임감을 느끼도록 배려했디. 


P 대대장은 아침에 나가면 저녁에 들어올 시간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결산은 부대대장에게 전권을 일임했다. 그리 모든 편의를 우선적으로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간부들에게 부대대장 지시를 대대장 지시와 동일하게 따를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대대장 부재간에는 모든 것을 부대대장 결정에 따라 부대가 운영되었다. 


그러자 부대대장이 사기가 올라 부대를 잘 관리해주었다. 필요하다면 휴가도 즉각 가도록 배려해주었다. 부대대장 동기생인 의무대장을 만나자 P대대장을 아주 좋게 이야기 하기에 어쩐 일인가 했더니 부대대장이 그렇게 소문을 낸 모양이었다. 지금쯤 어디선가 잘 지내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