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가을 11 : 비내리는 가을 새벽에......

 

 

강남의 가을 11 : 비내리는 가을 새벽에......

 

 

 

                                                                                      붉게 밝아오는 새벽 하늘

 

 

지난주 수능이 끝났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방배역을 지나고 서울고와 상문고가 있는 사거리를 지난다. 새벽 5시쯤부터 상문고와 서울고 정문에는 재학생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수능을 보는 선배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해마다 열리는 행사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국에서는 출세를 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관념 때문이리라.

 

과거를 보고 관료가 되는 길이 우리 역사에서 항상 출세의 지름길로 생각하여 왔다. 우리 고전 <춘향전>의 이몽룡이 과거를 보아 암행어사가 되어 변사또를 징벌하는 대목에서 극장안 관객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어사 박문수 이야기는 구전으로 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해주던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모함으로 삼도수군통제사에서 졸지에 죄인이 되어 한양 도성으로 끌려 갈 때 극장안 관객들이 통곡을 했다. 다시 백의종군에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치룬 명량대첩의 승리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최고였고 그 분이 마지막 노량전투에서 전사하자 극장안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위에 등장하는 세 사람 모두 조선 시대 과거를 통해서 등장한 인물이다.

 

 

 

 

 

 

조선 시대 과거제도와 비슷하게 수능에서 성공은 바로 인생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소위 일류대학이라는 서울대, 연.고대 정도는 나와야 장.차관, 판.검사 등을 할 수 있고 한국 사회에서 주류사회로 진입이 가능하고 선후배 끼리 신뢰감으로 탄탄하게 뭉쳐 서로 이끌어 주고 세를 형성하여 경쟁자를 물리치고 그들 끼리만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는 사라졌다. 유일한 출세길이던 사법고시가 사라지자 아우성이다. 로스쿨 수업료가 엄청나 일반 학생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사법고시를 존치하여 사법고시 출신 선후배끼리 똘똘뭉쳐 우리 사회의 권력과 부를 그들끼리만 장악하려는 의도로 판단하고 로스쿨 제도를 옹호하는 사람도 있다. 소위 한국의 엘리트로 불리는 판검사 출신들이 정치인, 국회의원이 되어 벌이는 추악한 탐욕은 국가 발전의 발목을 집고 발전을 거스러며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로스쿨 도입의 취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스스로 답이 나올 것이다. 돈이 인재를 만들고 있다. 부자 동네인 강남 3구에서 서울대 등 일류대학 진학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권력과 재물은 공생관계로 권력자와 가진자들은 더 많은 권력과 재물을 소유하게 되고 권력이 부를 낳고 부가 권력을 낳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류대학을 나왔다고 모두가 출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권력과 재물이 없으니 공부라도 잘해서 일류대학을 나오면 많은 성공한 선배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판.검사, 변호사, 경찰 출신은 물론 청와대 문고리라도 잡은 적이 있다면 공천을 받아 만만한 곳에서 출마하고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국회 사무실 문지방이 평탄해질 정도로 기업인, 각종 단체를 포함하여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는 온갖 무리의 인간들이 정치헌금을 들고 줄을 잇는다. 이처럼 정치권에 몸을 담그는 순간부터 정권 챙취에 무리를 지어 목숨을 거는 이유다. 자신이 속한 정당이 한번 정권만 잡게되면 국회의원이 장.차관은 물론 공기업 사장이나 감사 자리를 꿰찰 수 있고 지역 발전을 위해 쪽지 예산을 편성하여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국고를 마음대로 유용할 수도 있다. 국고 지원금을 빼돌릴 수도 있고 판공비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억대 연봉은 물론 재임기간 내내 놀고 먹어도 누구하나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매일 골프나 치고 룸살롱에서 술을 퍼마시고 젊은 애들을 맛보며 즐겨도 시비걸 놈이 없다. 공기업은 성과에 관계없이 성과급 잔치도 벌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인친척에게 하청, 취업, 입찰 등 편리를 봐줄 수 있고 음양으로 많은 재정적인 도움도 줄 수 있다. 

 

 

 

 

그동안 수없이 바꾸고 변덕을 부린 교육제도와 입시제도는 변함없이 국민들을 교육에 대한 부담으로 목줄을 옥죄고 있다. 출생에서 양육부담, 어린이 집, 유치원, 사교육, 선행교육, 학원, 가정교사 등의 자녀양육 과정을 거치면서 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부모들은 맞벌이로 밤낮없이 노예처럼 벌어서 자식 교육에 올인하고 있으나 교육비 감당이 불감당이다.

 

요즘 아침에 방배역을 지나다보면 일부 여자 중.고교생 치마가 무릎 위로 한참 올라갔고 얼굴에는 루즈를 포함하여 화장까지 하고 지나가는 학생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대학입시 성적이 좋은 학교의 여학생은 치마가 올라간 것을 본 적이 없다.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고교이거나 이미 대학 진학을 포기한 여학생일 것이다. 학업보다 이성에 먼저 눈을 뜬 것같아 안쓰럽기만 하다. 물론 예술계 고등학생도 있을 수 있다. 전두환 시절 교복 자유화 요구가 봇물처럼 일어나 자유화를 시켰는데 요즘 다시 교복을 열심히 입고 다닌다. 교복 자유화의 병폐를 실감하고서야 정신을 차린 것이다.

 

서울 강남의 유명 명문고를 나와야 일류대학에 진학이 가능한 시대다. 교교평준화를 시도했지만 다시 교교별로 대학 입시 성적에 따라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말았다. 대표적인 지방 교교를 제외하면 대학진학이 거의 불가능하다. 서울 4대문안 대학도 어려워 지방대를 가는 경우 미래는 암담한 실정이다. 간판 위주의 우리 사회에서 지방대 출신이 크게 출세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공부를 못해서 지방대를 가는 경우 부모 등골 빼먹기는 마찬가지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니 탈선을 하게 되고 일찌감치 하층민이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기술직을 선택한 사람은 취업도 보장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 갈 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교육계 비리는 어제 오늘이 일이 아니다. 학교 급식을 포함하여 공사, 승진, 보직, 교재, 교복, 기성회비, 육성회비, 기부금, 정부 지원금 등 비리와 부패가 상존하고 있고 교고평준화는 실패했고 공교육도 무너졌고 창의성 없는 암기식 위주의 교육은  변하지 않고 있다. 개성이 없는 교육은 예산만 소모하고 불량품만 양산하고 있다. 사교육의 번창으로 공교육은 내신을 빌미로 겨우 버티고 있지만, 교권 침해, 학생 폭행, 여고사와 제자 가릴 것 없이 성추행, 성폭행이 나무하는 등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각종 문제가 사라질 날이 없다. 고교 종류도 천차만별이고 좌편향 교육감들이 등장하여 교육 기반을 뿌리채 흔들고 있기도 하다. 일부 고교에서는 미국의 유명 대학에 합격를 무수히 내고 있는 우수한 교육제도도 있지만 우리 교육부는 따르지 못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이런 국가적 행사를 정부와 교육부는 즐기고 있는 것일까? 이런 수능 시험이 있기에 덕을 보는 무리들이 있을 것이다. 개혁은 커녕 재래식 교육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느 정권이나 교육정책을 성공한 예는 없다. 매년 번복하기를 다람쥐채바퀴 돌듯이 번복만 하고 있는 꼴이 한국의 현실이며 우리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교육제도하에서 무슨 위대한 정치가가 나올 것이며 전략.전술가가 나타날 것이고 유능한 외교관이 나타날 것인가? 자신의 출세와 무리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민주시민의 자질이 부족한 이기적인 인성을 가진 젊은이만 양성하는 꼴이다. 암기에 초등 6년, 중등 3년, 고교 3년 총 12년을 보내고 대학을 들어가면 그동안 암기했던 것은 모두 반납하고 진리탐구는 커녕 놀기 바쁘고 취업 준비에 올인하게 된다. 일부 대학과 대기업이 개인 스팩을 무시하고 창의성과 독창성 등을 가진 적성과 능력 위주로 선발하는 전향적인 채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나이, 성별, 종교, 인종을 불문하고 능력 위주로 선발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