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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여름 8 : 한여름밤의 희미한 추억들......

 

 

강남의 여름 8 : 한여름밤의 희미한 추억들......

 

 

 

                                                                           반포 종합운동장 아침 전경

 

 

장마로 비가 연일 내렸다. 새벽 자전거 타기도 중단하고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잠을 설치고 있다. 더위을 식혀주고 목타던 가뭄을 해소해주어 반가운 비다. 북한강 수계 댐들이 댐문을 열고 웅장한 소리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방류를 시작했다. 초여름 가뭄에 대비하여 댐마다 기상을 예측하고 저장 저수량을 예측.판단하여 가뭄에 대비한 예비량을 비축하는 기술이 없는 것 같다. 조금만 가뭄이 계속되면 댐마다 수위가 어떠니, 농수 공급이 어떠니, 식수가 어떠니 하며 매년 우려와 걱정을 하는 댐 관리 시스템이 지금같은 IT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아직도 낙후된 느낌이다. 지금도 하늘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 나라가 과연 미래에 대한 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도 걱정이다.  

 

방학과 더불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고 날씨도 지난주 중복을 지나 삼복더위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밤에는 습한 공기와 더불어 후덥지근하잠을 설치고 모기는 어디로 들어왔는지 겨우 잠든 나를 깨우곤 한다. 한낮에 달구어진 도로의 열기와 차량 매연, 빌딩 냉방기에서 내뿜는 열기 등이 도심 한여름밤 열기를 더해주고 있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우리집 일대 재건축 추진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모양이다. 거부하던 한 사람이 결국 동의하여 대표진을 구성하여 능력있는 건설사를 선정하고 은행에서 선행 지출 자금 대출 여부와 추진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그러면 우리집 매매도 이루어지고 이사를 가야할 것이다. 요즘은 30평 이상 대형 평수를 짖지 않고 30평 이하의 소형 평수 위주로 짖는다고 한다. 우리집 주변의 넓은 평수의 고급 빌라는 내 놓아도 팔리지가 않는다고 한다. 우리집 누수로 인한 아래층 보수는 그동안 천정, 벽체는 거의 말랐으나 젖은 바닥은 보일러를 돌려 말리고 있다. 보일러를 돌리니 벽체로 습기가 올라와 곰팡이가 핀다. 벽지 공사 범위가 점차 늘어난다.

 

지난주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모든 수치가 양호하다고 한다. 아마 새벽마다 열심히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한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병원 종합검진은 지속적으로 나의 건강을 관리해주는데, 매년 건강관리공단의 검사 항목을 보고 검사를 하지만 의사는 내 몸에 질병을 찿아내기 위하여 노력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병원 매출을 올리는데 기여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이기도 하다. 환자가 의사 앞에서 큰 소리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인간의 몸은 갖가지 냄새와 세균, 질병 투성이인데, 이런 사람과 매일 대화하고 들어다보고 만지고 피냄새의 비린내를 맡아야 하는 직업이 의사인데 과연 끼니마다 밥맛이 날지 의문이다. 그래서 매일 일과 후 독한 양주를 한 병씩 들이키고 깊은 잠을 자야 다음날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직업이다. 그래서 물론 돈을 많이 주어야 하고 전문적인 능력이 구비되려면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해야하는 직업이다. 난 의사는 못할 것 같다. 인류가 질병으로부터 해방을 위해서 그들이 진정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킬 수 있는 의사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더위를 참기 힘들어 딸과 사위가 지난주 이틀 연속 저녁에 우리집을 찿아와서 같이 식사도 하고 피자도 시켜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누라는 딸 부부가 오니 반가워 하고 즐거워 한다. 딸 부부 집에 에어컨이 없어 무척 더운 모양이다. 우리집에 자라고 하고 싶지만 좁은 집에 짐이 많아 자기도 힘들다. 섭섭한 마음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에누리 닷컴에서 에어컨을 알아보니 엄청 비싸다. 최소한 10평 정도에 50만 원 이상은 주어야 냉방 가능한 제품들이다. 내가 능력만 되면 하나 사주면 좋으련만 아랫집 누수 우환과 이사가 예정이라 사정이 어렵다. 더위도 이겨내는 체험을 가져야 사람이 다져지는 법이다. 풍요와 쾌적은 인간을 나태하고 만들고 자만에 빠지게 하며 삶에 대한 동기유발의 열정을 갉아 먹기 때문이다.  

 

 

 

 

 

같은 빌라 건물에 몇 년을 같이 살아도 통로에서 만나면 서로 겨우 인사만 할뿐 같이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는 젊은 비슷한 나이의 가족끼리는 몰라도 대부분은 극히 드물다. 나이를 불문하고 빌라 통로나  복도 청소는 한 번도 제대로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고 더구나 골목길 청소, 냄새나고 벌레가 달려들고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어 사방에 흩어져 있어도 누구 하나 청소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버리는 쓰레기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버리는 규정된 제 날짜도 아닌 아무날에나 내놓고 쓰레기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같이 넣어 버리는가 하면,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아닌 일반 봉투에 음식물을 담아 버리면 수거하는 어저씨가 귀신같이 수거해 가지 않는다. 구청에 신고하여 범칙금이라도 주인을 찿아 부과하라고 신고해도 그냥 가져가고 만다.

 

서울 같은 대도시의  지금같은 쓰레기 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캠핑장에 전기 사용을 금지한다는 법안이 곧 제출되어 시행될 모양이다. 캠핑장에 전기가 왜 필요한지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담당 공무원의 한심한 탁상행정도 마찬가지고 그것을 그대로 결재하는 무관심한 상급자도 마찬가지다. 주차장, 쉼터, 건물 주위, 길바닥, 행사장, 공연장, 집회 등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마다 무수하게 버려진 쓰레기는 물론, 한 밤중에 큰 길가에 몰래 갖다 버리는 각종 불법투기 쓰레기도 엄청나다.  주변에 고급 아파트와 부자들이 즐비하게 살고 있는 동네인 반포운동장 공중화장실에는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를 무수하게 갖다 버린다. 모두가 부자가 된 과정이 의심스런 졸부들이 많이 살기에 시민의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봉투값이 아까워서 절약하려는 마음은 알지만 불량한 양심을 갖다 버리는 시민들의 수준을 보면 아직도 우리는 선진국이 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부국강병을 이루어 독립국으로 우뚝서서 한반도를 통일하고 동북아 강자로 군림하려면 이러한 시민의식부터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달성될 수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 이어도 문제, 불평등 조약, 무역 불균형을 극복하려 해도 불법과 탈법, 규정을 지키지 않고 공공의식이 부족한 시민의식과 사회와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국가마저 사회 기강이 무너지고 비리와 부패가 만연하고 정치 수준마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다면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지배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어느 쪽이던 동맹국이 된다 해도 결국은 그들의 속국 상태를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나 모든 국가의 시스템이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팡질팡하는 교육행정, 지지부진한 공기업 개혁, 안전의식 결여, 권력기관과 감사기관의 기능 상실 등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요즘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 구입 건으로 인해 정치권에서 도마위에 올라 있다. 그런데 담당 사무관이 자살을 하고 말았다. 영화 '본 시리즈'를 본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정보기관에 대한 매력을 느껴 국정원을 많이 지원하는 모양인데, 공개모집으로 지원자들을 한 곳에 집결하여 시험을 치르는 형태는 세련되지 못한 방법이다. 이스라엘이나 다른 선진국의 정보기관은 정보원을 모집하는 방법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그들은 개별적으로 은밀하게  모집하는데 본인의 가족도 모르게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의 원시적인 수준을 가름하게 한다. 시험 내용도 미숙하여 합격되면 훈련 과정에서 배울 기본적인 암호 조립 해독 같은 내용도 미리 시험에 출제하여 측정하는 모양이다. 이처럼 우리 국정원의 정보원 모집 방법부터 매우 후진적인 방법으로 모집하는 점에서부터 철저하지 못하며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 국정원 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국정원 조직을 위해서 숫틀리면 자살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자질에서부터가 문제다. 대외 정보 활동과 대북 정보에 전념해야 할 국정원이 민간 휴대폰 도청, 민간인 사찰, 대선 개입, 야당 사찰 및 탄압, 간첩 누명 및 조작 사건, 여론 조작, 정보 노출 등 국내 사찰과 선거 개입, 정치 사찰 등에 국정원이 이용된다면 권력의 하수기관으로 전락하여 본연의 임무를 벗어난 심부름 센타 정도로 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  활동 수준은 이미 최하등급의 후진국형 정보기관의 수준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모사드 경우 모사드 장은 수십 년을 연임하면서 정보활동의 지속력을 보장해주고 요원들은 철저한 훈련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모사드 요원을 배출하여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우수한 점에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심하기만 하다. 바뀌는 정권마다 국정원을 이용하여 정치적 우위를 점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태도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수준과 생각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권이 바뀔때마다 국내 정치를 위한 도구로 권력기관에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내외적으로는 세련되지 못하고 수준 낮은 우리 국정원이 장차 과연 국가를 위해 얼마나 본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정원의 조직 개혁은 물론 선진국형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검찰과 마찬가지로 정권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이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가 지난번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1위를 하고,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세계 대회를 재패한 것 등은 장한 일이다. 그러나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은 전문 선수가 아닌 일반 대학생들로 아마추어 선수들이며 그들은 이 대회를 세계 젊은이들이 같이 모여 즐기는 축제의 장소로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로지 메달을 따는 데 집착하고 전문 선수들을 득달하여 내보내고 좋은 성적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속은 썩어 가고 있지만 겉으로 뽐내고 자랑하는 데 전념하는 우리들의 생각과 모습이 참으로 측은하기만 하다. 골프도 그렇다. 다른 스포츠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명예보다 돈을 먼저 생각하여 부모들이 올인하여 자식을 유명 선수를 만드는 데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있다. US여자골프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중 가장 권위가 있고 역사가 길다.  가장 까다로운 코스로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파 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1990년대까지 미국의 독무대였으며 통산 51회를 우승했으며 외국 선수는 단지 8회 뿐이었다. 그러나 1998년 박세리의 맨발으 투혼 우승 이후 지난번 70회 대회에서 우리 선수가 우승하는 등 최근 10년간 7번이나 우리 선수가 우승하는 바람에 우리 선수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우리 여자 선수들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적.정신적 재능이 있다지만 한국 여자 선수들이 세계 대회를 계속 휩쓴다면 외국 선수들이의 불만이 증가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국가별 참가 선수를 제한하거나 우리 나라 선수들의 참가를 제한하는 어떤 조치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성완종 수사는 소리소문 없이 무혐의로 대부분 끝나고 말았다. 여당 정치인들이 과연 처벌을 받기를 바라고 있었다면 우리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다. 사이비 언론들이 기업을 협박하고 뒷돈을 요구하는 행태가 날로 늘어나는 모양이다. 수천 개의 언론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기업 비리와 약점을 들먹이며 광고를 강요하고 돈을 뜯어가는 모양이다. 

 

방산비리도 끝까지 척결하지 못하고 그럭저럭 마무리 할 모양이다. 방산비리에 대한 근본적인 강력한 차단대책을 강구하지 않는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국가 부채는 물론 가계부채가 언제 폭발 할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 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한국도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가 폭발할지 모른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불러 놓고 청년 실업 등 여러가지 요구를 한 모양인데, 기업이 어려운 국제 경기와 각종 규제에 그리 쉽게 대통령의 말대로 따라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 앞에서 연신 굽신거리는 기업인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낄지는 모르겠으나 기업이 당면한 각종 문제가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대통령은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민생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각종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가 한 둘이 아니다.

 

광복절 특사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기업인을 봐주라는 사설이 줄을 잇는 것이 과연 기업인이 나오면 달라질 것인지도 의문이다. 기업의 뒷 돈을 받고 여론을 호도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양심없는 파렴치한 지식인들이 눈에 보인다. 역대 정권들이 부도덕한 짓을 한 기업인을 어디 한 두번 봐주었나? 아마 이번에도 대통령이 틀림없이 기업인을 사면할 것이다. 왜냐면 이 정권도 기업의 돈으로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기업인은 불법.탈법을 저지르며 재물을 증식하고 정치헌금을 제공하며 보호를 받고 반대급부를 노리고 더 많은 이득을 챙기는 것이며 자신의 기업에서 제왕처럼 군림하며 대를 이어 부귀영화를 누릴지 몰라도 선거에는 돈이 필요하고 정권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한밤의 더위를 피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 시골이라면 가까운 냇가로 나가서 강물에 첨벙 들어가서 목욕을 하고 동네 구멍가게 평상이나 냇가 자갈밭에 친구들과 같이 앉아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인생을 논하거나 수박, 참외 등 우물통에 담가 놓았던 여름 과일을 먹으며 밤을 지내기도 할 수 있지만 도시 생활은 그런 낭만과 정취를 허용하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더위를 참기 힘들다. 어둠이 깔리는 저녁이면 강으로 삼삼오오 나와서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목욕을 하는데 이런 삼복더위에는 마을 어른을 포함하여 여자들은 대부분 강으로 나와서 목욕을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목욕을 하고 나면 처녀들은 같은 또래 이성들이 어디에서 놀고 있는지 후각과 직감으로 귀신같이 찿아내곤 했는데, 자갈밭에 놀고 있는 동네 총각들을 찿아 같이 동석하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여름밤을 보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당시는 농촌의 강물은 오염도지 않은 상태로 맑았고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을 때였다. 대부분 가난한 소작농 자녀들로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던 시대였다.

 

평생 가난한 소작농으로 농사를 지으며 농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용기를 내어 새로운 세계로 나설 것인가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후 농촌의 젊은이들이 돈벌이를 찿아 농촌에서 도시로 쓸물처럼 떠나던 시절이 60~70년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당시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동네 청년들은 현장 잡부로 나가서 처음으로 돈을 벌었고, 월남전에 참전했던 동네 형들은 월급을 송급해 왔는데, 그때부터 농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현금 한 푼 제대로 만지지 못하던 농촌에서 현금이 돌게 되었고 송금해온 월급을 모아 그 돈으로 집을 개량하고 논밭을 살 정도로 형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 처지도 되지 못했던 같은 마을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집을 부러워했다. 그런 소식을 듣게 된 농촌 청년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희망없는 농촌에서 평생을 썩는 것보다 돈 맛을 본 이상 어디를 가던지 자신이 노력만하면 평생 가난한 농촌 촌부의 자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그 중 일부 용기있는 젊은이들이 부모 몰래 집을 도망쳐 도시로 갔다. 농촌 부모들은 부모를 버리고 도망쳐 집을 나간 자식을 생각하면서 불효 자식이라고 욕하고 원망했다. 마을 사람들도 덩달아 부모를 버리고 도망친 불효자식이라고 손가락질 했다. 마을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무일푼으로 버스정류장이나 열차역에 도착한 촌티가 물씬나는 청년들은 일자리를 찿아 수소문 한 끝에 밥주고 잠만 재워주어도 좋다고 하면서 공장에 취업했다.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앞뒤 가리지 않고 열심히 배우고 일했다. 성실한 점을 인정한 공장주가 조금씩 월급을 주면서 고용했고 청년들은 먹고 입는 것을 절제하며 착실히 돈을 모았다. 몇 년이 지나자 고향이 그리웠고 부모님도 그리웠다. 명절이 되자 그들은 용기를 내어 그동안 모은 돈으로 정장 차림에 선물 꾸러미를 두 손에 가득 들고 고향을 찿았다. 그들의 귀향은 한마디로 '금의환향'이 되었다. 농촌 처녀, 총각들은 눈이 휘둥그래졌고 부모님들은 성공하여 돌아온 자식을 보고 그만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차례를 지내고 가족.친지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어 한사람씩 선물을 돌렸다. 모두가 입이 쩍 벌어졌다. 농촌에서는 구하기도 힘들고 구경도 못하던 무늬도 휘황찬란한 각종 신식 디자인의 귀한 옷가지를 포함하여 화장품, 신발, 생필품 등을 받아들고 모두가 감격해하던 시절이었다. 오후부터 저녁 내내 동네 처녀, 총각들이 구름처럼 물려들어 그들의 성공담에 밤 깊어가는 줄 몰랐다. 몰론 힘든 것은 빼고 좋은 점만 부각해서 하는 이야기지만 먼 세상에서 돌아온 왕자같은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명절을 쉬고 그들이 다시 도시로 떠날 때 어느틈엔가 농네 처녀, 총각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모두 그들을 따라 부모 몰래 나선 용기있는 젊은이들이었다. 동네는 또 난리가 났다. 부모들은 자식 단속에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부모님을 그냥 두고 떠나기가 망설여지던 남아 있던 젊은이들도 나중에 하나 둘 사라졌다. 무식한 부모의 등쌀에 농사일도 지겹고 가난한 자신의 처지가 전혀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총각들과 달리 도시로 올라온 농촌 처녀들은 총각들의 안내로 대부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어 같이 결혼도 하고 성공한 경우도 많지만, 일부는 크나큰 고초를 겪고 결국에는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경우도 많았다. 특히 얼굴이 좀 반반한 처녀가 혼자 또는 몇 명이 같이 도시에 도착하면 사냥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역이나 시와버스 터미널 등지에 죽치면서 보따리를 든 촌티나는 처녀들만 나타나면 집중적으로 헌팅을 전개했다. 처음에는 그럴싸한 말로, 또는 완력으로 납치하듯이 데려가거나, 나쁜 소문이 나자 아주머니, 할머니를 이용하기도 하여 그녀들을 데려가 집단 강간, 겁탈한 뒤 사창굴이나 보도방에 팔아 넘기거나 술집에 팔아 넘기기도 했다. 이처럼 한 번 비틀어진 인생은 두번 다시 되돌아 올수 없는 굴곡진 삶의 구렁텅이로 빠져든 경우가 많다.

 

아마 그때 처녀.총각들이 지금은 나이가 대부분 50~70대 사이에 해당된다. 한마디로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다. 이들이 낳은 자식들이 시집, 장가를 가서 또 자식을 낳아 키운 사람들이 바로 10~20대의 요즘 젊은층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조상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제대로 알 수도 없지만 부모들 또한 지나간 아픈 과거를 후손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극심한 가난과 굶주림에 치를 떨었던 우리 부모들 세대를 이해해 달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야기 해봐야 곧이 들리지도 않을 것이며 느낌도 없을 것이다. 자신의 성장과 건강, 그리고 지금의 풍요와 행복이 모두 저 잘나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인간도 변하고 정신도 변하기 마련이다. 

 

 

 

 

 

도시에서는 농촌처럼 여름밤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각종 방법을 강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주택 옥상에 올라가서 여름밤의 즐거움을 즐기기도 하고 일부는 한강고수부지로 나가서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기도 하고, 맥주집 바깥 의자에 앉아 친구들과 밤을 지새는 부류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그럴 수도 없다. 마치 닭장에 갇혀 사육되고 있는 수많은 닭처럼 밀집된 아파트 단지 같은 제한된 좁은 공간과 지역에서 먹고 배설하며 싸우고 서로 갈등하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닭처럼 오늘을 즐기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고급 빌라나 아파트에서 자신은 출세를 했고 부귀영화를 얻었으니 자신은 인간답게 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우주나 하늘 위에서 보면 그것은 마치 땅바닥에 개미들이 오골거리며 살고 있는 모습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별반 차이가 없다. 묘지마다 누운 수많은 주검을 보면 불행한 죽음이 대부분이다. 고대 로마의 술라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애도 속에 생을 마감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한 죽음일 것이다. 그것은 행복한 죽음과 불행한 죽음은 자신이 살아온 세상과 무관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적당한 보수를 받고 넓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가족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에서 세 끼 배를 채우고 기끔 간식도 먹고 외식도 하며 소고기는 아니더라도 된장찌게와 돼지고기 삽겹살이라도 구워 같이 먹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누구나 애쓰는 것이 삶이다. 과다한 욕심은 화를 부르고 자만은 추락에 앞서 찿아오는 법이다.

 

물론 젊은이는 세상 무서움을 모르고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만년에도 열정이 식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 열심히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한 것이다.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있던지 남의 삶을 비난하지도 말고 자신의 처지를 너무 한탄하지도 말자. 분노가 썩인 식사를 하지 말고 마음 편한 즐거운 식사를 하라. 요즘은 독신자가 많아 혼자서 식사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나 자신도 가끔 혼자 단골 식당에 가서 술국 한 그릇에 소주 한잔 마시며 세상 사람도 구경하고 텔레비젼을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물을 베풀면 존경심을 만들고 친구도 친척도 연인도 모두가 내가 재물이 없으면 가까워 질 수 없는 세상이다. 가난한 부모를 원망하지도 말고 자기 자신의 동기유발 요인으로 삼아야 하고 못난 남편이나 아내를 탓하지도 말자. 나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시댁. 처가 식구를 남처럼 생각하지 말되 너무 가까워도 골치 아프다. 자신보다 잘 사는 사람을 쳐다보지 말고 자신보다 못사는 사람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마음 편한 세상이다. 탐욕을 벗어나야 마음의 평안이 오고 속세를 벗어나야 자연의 이치가 보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