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겨울 6 : 자유민주주의 서민은 자본주의 노예

 

 

강남의 겨울 6 : 자유민주주의 서민은 자본주의 노예

 

 

                                                                                            겨울 나목

 

2월도 벌써 보름이나 훌쩍 지나갔다. 강원 영동지방에는 폭설로 고립, 낙상, 충돌, 교통사고, 환자 발생, 쓰레기 적채, 생필품 고갈 등 어려움에 고통을 받고 있다. 민.군.관이 합심하여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또 눈이 내린다고 한다. 강원도는 한 번 얼어버린 곳을 봄이 되어서야 녹는 지역인데 제설장비도 부족하고 인원, 자재도 부족하다. 폭설로 이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강원 지역에 대해 정부는 재난지역을 고려하여 적절한 조치를 어떻게 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소치의 동계올림픽에서는 우리 젊은 선수들이 분투하고 있다. 메달을 따면 좋고 못 따면 갖가지 욕설로 도배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신공격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인생의 정점은 순간이며 그 정점을 향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에 찬사의 박수를 보내자.

 

또 빙상계의 문제를 들먹이며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회를 문제를 부각하고 대통령까지도 체육계의 문제를 거론했다. 조국을 떠난 안현수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는 순간 우리들 마음은 섭쓸하기만 했다. 비단 체육계 뿐만 아닐 것이다. 예술, 과학계를 비롯하여 유능한 인재들이 조국을 등지고 떠나는 것은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는 이 나라를 떠나 자신을 알아주는 나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재를 포용하지 못하는 정부와 우리 사회는 스스로 반성해야 할 일이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통신사는 보조금 경쟁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고 통신비는 날로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소비자단체들이 한국의 통신비에 대해서 다른 나라에 비해서 높다는 것을 주장하지만 통신사들은 각종 통계를 조작하여 제시하면서 통신비가 높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원가 산정에 각기 다른 방식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이후부터 통신사가 지금까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통신업계의 절대강자 SKT가 성장한 것만 보아도 통신사가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통신사 경쟁체제를 확대하여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서도 제4,5 이동통신사 설립에 소극적인 것은 기존 통신사들의 로비 때문일 것이다. 다른 통신사를 빨리 여러개 만들어 경쟁체제를 넓혀 확대하고 저렴한 알뜰폰도 대폭 확산되도록 정부에서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수입의 5~10% 이상을 내면서도 아까운줄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만 불쌍할 뿐이다.

 

통신비뿐만 아니라 과자 등 생필품 값도 원재료 수입가가 내렸는데도 담합하여 값을 내리지 않고 되려 올리고 있다. 포장은 그대로인데 내용물을 줄이고 함량을 줄이고 있다. 1,000원짜리 과자는 찿아 볼 수가 없다. 기업의 담합과 가격 횡포에도 무감각하게 손을 놓고 있는 정부는 도대체 무었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서민들은 노에처럼 살며 날로 고통만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 교복값도 엄청 비싸 학부모들의 허리가 휠 정도이다. 교복을 물론 가방, 신발, 학용품 등 가격이 무서울 정도다. 학용품 등 각종 문구도 1,000원짜리 이하는 찿아 볼 수가 없을 정도다. 다이소에 1,000원하는 스카치테이프도 문구점에서는 2,000~3,000원 한다. 물론 품질이 다르다고 하지만....... 노예같은 불안한 삶을 살면서 폭리에 번 것을 다 빼앗기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고려시대나 이조시대 백성들과 다를 것이 없다. 가진자들과 권력층은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서민들이 삶은 곤궁하기 때문이다. 배는 부르지만 마음이 공하하고 남의 성공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나타나는 것은 너무 배운 서민들의 생각이 잘못 된 것이 아니라 사회정의와 공정이 사라지고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며 역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가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신분과 처지를 극복할 수 없는 사회는 바로 삶의 역동성을 상실한 죽은 사회이다.   

 

요즘 나의 블로그는 일제의 태평양전쟁을 기술하고 있다. 일제에 의해서 전쟁터로 끌려간 수많은 조선 젊은이들이 이름모를 산하에서 바다에서 섬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 우리들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잘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오로지 그들이 가족들만의 고통과 눈물로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장편소설 '여명의 눈동자'를 보면 일제에 의해 끌려간 조선 청년들이 버마 임팔전선에서 굶주림과 기아속에 연합군과 전투를 벌이다가 패배하여 철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군 오장(부사관)을 포함하여 세 명이 탈출하는 데 먹을 것이 없자 서로 사람을 잡아 먹는 장면까지 나온다. 그외 동남아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솔로몬 군도, 필리핀, 버마 전선 등지에서 죽어간 수많은 한국 젊은이들은 아무런 값어치도 없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것은 바로 나라가 망한 민족의 슬픔일 것이다.

 

월남전에서도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산화했다. 정규작전을 포함 베트콩을 상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베트콩을 상대로 매복작전이 주를 이루었는데, 적이 자주 다니는 통로에 먼저 매복하여 적을 함정으로 끌여들여 타격하는 방법이었다. 밀림 속에 평소 적이 잘 다니는 곳으로 판단되는 통로에 매복진지를 편성하여 적을 격멸시키는 전술이었다. 한국군이 베트콩을 많이 섬멸하기도 했지만 매복하다가 적에게 역매복에 걸려 많은 한국 군인들이 살해되었다.

 

며칠 혹은 일주일 이상 2~3명이 1개조로 편성된 매복 진지에서 위장한 채로 24시간 꼼짝 못하고  모기, 독충과 싸우며 적을 기다리는 데 진지에는 땀냄새. 대소변 등을 마음대로 보지도 못하고 며칠 동안 밤낮으로 매복한다. 씻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마음대로 보지 못하니 진지에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베트콩이 한국군 매복 작전에 걸려 여러 차례 피해를 당하자 베트콩은 열흘 이상 굶긴 병사를 맨 앞에 앞세워 야간에 포복으로 한국군 매복 진지에 접근하면 멀리서도 냄새가 나기마련이다. 다이어트 한다고 일주일만 굶어도 사방 수백미터 거리의 이웃 집 고기굽는 냄새나 반찬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처럼 아군의 매복 진지를 확인하고 뒤로 은밀히 돌아가서 한국군을 기습하는 작전을 전개하여 한국군이 많이 피해를 받았다.  지금 동작동에 묻혀 있는 많은 월남전 전사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피의 댓가로 우리는 지금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60~70년대 월남전쟁을 끝으로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끌려간 적이 없는 행복한 세대들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여야가 인물을 내세우는 데 진통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그깟 서울시장이 무슨 대단한 직책이라고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출마하려는지 모르겠다. 한 번 권력의 맛을 보니 달콤함을 잊지 못하는 것이 사람인 모양이다.

 

 

 

 

지난 목요일은 정월 대보름이면서 발렌타이 데이였다.

 

 

정월 대보름과 발렌타이 데이

 

지난 금요일은 밸런타인 데이와 정월 대보름이 서로 겹친 날이었다. 보름을 우선시 했다면 구세대요, 발렌타이 데이를 우선시 했다면 신세대일 것이다. 두 세시풍속일이 같은 날이 된 것은 밸런타인 데이가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이후로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한데 정월 대보름이었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그날을 밸런타인 데이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월 대보름은 세시풍속의 무대에서 조연으로 전락해가는 처지였는데 밸런타인 데이의 동시 출연으로 인해 존재감이 더 약화되었다.

 

세시풍속은 해가 바뀌어 그날이 돌아왔을 때 반복되는 생활양식을 일컫는다.  농경문화가 피워낸 세시풍속일 중에서도 정월 대보름은 아름다운 꽃이었다. 현대인들은 정월 대보름을 부럼을 깨고, 귀밝이술을 마시는 날로 생각하지만 과거에는 마을에서 제일 큰 행사가 벌어졌던 축제의 날이었다. 또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차전놀이, 당산제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민속놀이나 마을의 공동체 의례는 대부분 정월 대보름에 치렀다. 이런 관습은 풍농(豊農)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곡밥을 먹는 관습도 농사를 잘 지어 풍성한 식탁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풍농 기원의 행사가 대보름에 집중된 이유는 무엇일까. 태음력을 중시했던 예전에 보름달이 처음으로 뜨는 정월 대보름은 신성한 날이었다. 전통적 관념에서 달은 생산이 가능한 여성과 대지를 상징했으며, 달덩어리가 된 대보름은 특히 생산과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여겼다. 이날에 기원하는 풍농이야말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성장은 세시풍속의 재편을 예고했다. 산업사회로 급격히 변모하는 과정에서 농경에 뿌리를 둔 정월 대보름의 인기는 하락했다. 소비사회가 도래하자 정월 대보름은 더욱 후퇴하였다. 개인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사회에서 공동체의 생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정월 대보름의 퇴보는 필연적이었다. 이때 등장한 기념일이 밸런타인 데이였다.

 

밸런타인 데이는 사제 밸런타인을 추모하는 기념일이었다. 그는 로마 황제의 명령을 거부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가 처형당하고 말았다. 연인들의 결혼을 죽음으로 성사시킨 밸런타인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랑의 수호자로 추앙되었다.

밸런타인 데이는 우리나라에 들어오자마자 2월 세시풍속의 주연으로 등장했다. 현대의 밸런타인 데이는 원래 기념일의 뜻과는 사뭇 달라졌다. 달콤한 맛과 감성적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것이다. 초콜릿과 사탕 등 달콤한 선물에 사랑의 고백을 담아 남성에게 준다는 스토리 설정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사랑과 달콤함은 ‘알면서도 속는다’는 점에서 같은 것일까. 감성적 스토리의 뒷막에 제과회사가 자리하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시대는 이렇게 전통을 갈아먹고 새로운 풍조로 변해간다.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는 세대는 무감각한채 세월의 흐름에 삶을 맡기고 남은 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드라마 '정도전'

 

드라마 <정도전>이 꽤 인기다. ‘비운의 혁명가’로 불리는 정도전은 왕권(王權)과 신권(臣權)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국가를 꿈꿨다. 강력한 왕권주의자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꿈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그의 이상은 후대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조선의 국왕은 절대권력자였으나 사대부 세력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았다. 사대부는 왕과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는 경연(經筵) 제도를 통해 유가적 민본정치의 이상을 실현하려 했다. 재상과 대간들은 자리는 물론 목숨까지 걸어가며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조선 중기 이후 주자학이 예학(禮學) 중심 논쟁으로 치우쳐 당쟁의 폐단을 낳은 것은 아쉬우나, 그렇다고 사대부 정신 자체를 폄훼할 필요는 없을 터이다.

드람 정도전이 인기인이유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민생을 살피지 않고 전횡을 일삼으며 사리사욕만 채우던 권문세족에 의해 망국의 길로 들어선 고려말과 비견되어 그러리라.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자. 소수의 재벌 기업과 주류 보수언론과 기성 정치권이 부와 권력을 독차지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은 골목 상권에서 대학 교육까지 지배하고 있으며, 주류 보수언론은 ‘종편’을 통해 낡고 편향된 정보와 지식으로 공론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기성 정치권은 정부 요직과 국회 의석을 차고앉아 과거 일과 이념 시비로 얼룩진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은 ‘부채공화국’으로 가계부채만 1000조원을 넘어섰다.

무능함 탓인지 간교함 탓인지, 기업과 국가의 부채도 심각하다. 한국은행의 ‘2012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상장 및 업종별 대표 비상장기업 중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32.7%에 이르고, 부채비율 200%를 초과하는 기업이 14.7%에 달한다. GDP 대비 비중으로 측정한 기업부문 금융부채 규모가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수준에 근접해 있다. 미국·영국·독일·일본·대만 등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국가부채는 1413조원에 달한다. GDP 대비 106.5%다. 이자로만 60조원이 넘게 나간다. 국민부담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만 2013년 10월 현재 246조원이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대외 정세와 남북관계 역시 조마조마하다. 중국은 ‘대국굴기의 열망’으로, 일본은 ‘절치부심의 각오’로, 미국은 ‘패권유지의 속셈’으로 저마다의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누구의 무엇을 위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요란하기만 한 글로벌 기업 광고와 대통령의 세련된 해외순방 이벤트만 눈에 보일 뿐이다. 탈냉전 이후 또 한 번의 큰 격동을 예비하고 있는 세계를 헤쳐나갈 이 나라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어디 현실과 같기만 해서야 인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드라마에는 있으나 현실에는 없는 무엇인가가 인기의 비결 아니겠는가. 정도전,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읽어내고 새로운 이념에 기대어 민본개혁이라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며 권문세가에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실천가 말이다.

정도전에게서 대한민국 혁신의 길을 찾는다는 것이 오로지 정도전 한 사람에게 기대자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혁신은 정도전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신진사대부와 이성계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이념과 정책을 담지하고 권문세족과 맞서 투쟁을 함께해 나갈 ‘혁신의 대오’가 필요하고, 권문세족에게 무시받는 변방 사람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기성 질서로부터 자유로운 지도자, 홍건적과 왜구를 물리친 눈부신 업적을 보유하고 있는 지도자, 민심과 탄탄하게 결합되어 있는 ‘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쌀밥의 퇴조

 

고구려시대 밥그릇은 쌀 1300g이 들어간다. 350g의 쌀이 들어가는 요즘 밥그릇보다 4배 가까이 컸다. 고려시대 밥그릇은 1040g으로 지금보다 3배, 조선시대 밥그릇은 690g으로 2배가 더 컸다. 변변한 반찬이 많지 않고, 주전부리가 없던 시절이니 지금 사람들보다 식사량이 많았던 것 같다. 조선이 임진왜란 때 첩자를 보내 일본군의 군량미를 조사해보고 장기전이 아니라 단기전이라고 잘못 예상했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의 곡물 섭취량이 일본인보다 배 가까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옛말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은 지난해 1인당 하루에 밥 두 공기도 안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쌀밥에서 열량을 가장 많이 얻고 있지만 비중은 1998년 42%에서 2012년 31.6%로 계속 줄고 있다. 같은 기간 1인당 하루 술 섭취량은 48.9g에서 107.3g으로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1일 1식’ 열풍 등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대신 외환위기 때보다 더 고단한 삶의 무게를 술기운에 의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밀가루만 먹는 종족이 있는데 불치병에 걸리는 확율이 높다고 한다. 밀가루는 쌀눈까지 분말로 갈아버리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음식의 씨앗 중 눈은 우리 인간들에게 무언가 중요한 역활을 함에 틀림없다. 쌀눈을 먹지 않으면 정자수가 감소하던가 세포 수가 감소하던가 무슨 문제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쌀밥을 포함하여 눈이 있는 곡류를 많이 먹어야 몸에 좋을 듯하다.  
 

 

 

재래시장의 딜레마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메가마트들 때문에 재래시장이 장사가 안 된다고 울상이다. 정부는 재래시장 상인들을 돕기 위해 간판을 통일해 주었다. 이어 시장 바닥이 질척거린다고 해서 대리석을 깔아 주었다. 비 오는 날엔 손님이 안 온다고 해서 돔형 지붕도 씌워 주었다.

화장실이 재래식이어서 불편하다고 모두 양변기로 바꾸어 주었다. 메가마트들처럼 주차장이 없어 장사가 안 된다고 해서 주차장도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쏟아부은 돈이 연간 60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장사가 안 된다고 해서 대형마트들에 의무적으로 한 달에 두 번씩 의무휴업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의 매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

왜일까. 간판 통일은 오히려 몰개성화를 가져왔다. 규격은 제한하되 업소가 취급하는 품목에 따라 개성화를 추구했어야 했는데 거꾸로 갔다. 대형마트들이 한 달에 이틀 쉬자 고객들은 그날 하루 쇼핑을 쉬었다가 그다음 날 찾아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30대 주부들이 재래시장을 안 찾는 첫 번째 이유는 흥정하기 싫어서다. 재래시장의 노회한 60대 상인을 흥정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표라도 붙여 놓으면 좋으련만 그게 별로 없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은 그 지방만의 특산품이 없다. 강원도의 재래시장에서도 강원도의 산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채소를 가져다 판다. 굳이 거기서 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대한 문제도 있다. 일본 니시키 시장의 경우는 초밥집 이요마타가 현재 22대째 장사를 하고 있고, 여타의 가게들도 3∼4대는 흔하다. 젓가락 가게 이치하라가 8대째, 빗 가게 주산야도 5대째다. 즉 자신이 하는 일을 대물려가며 하고 있고, 거기에 목숨을 거는 상인정신이 있다.

한데 우리는 자식들에게 자기가 하는 배추 가게, 반찬 가게, 국밥집 등을 물려주려 하지 않는다. 자식들이 공부 잘해서 대기업에 다니기를 바란다. 자신이 하고 있는 생업은 당대에서 끝이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 정신이 떨어진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겐 직업정신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이스라엘 모사드에서 배워야 할 것

 

이스라엘은 과격 테러 단체를 비롯해 주변 3면의 16억 이슬람 인구와 사실상 상시(常時) 전쟁 상태에 있다. 면적은 남한의 4분의 1, 인구는 6분의 1도 안 되는 이 작은 나라는 1948년 건국 이래 6차례의 대(對)아랍 전쟁에서 모두 이겼다. 정보 실패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상대의 의도와 능력을 미리 파악했기에 가능했다. 그 뒤엔 1967년 '6일 전쟁' 대승 때 시리아 군사 기밀을 빼내고 공개 교수형을 당한 엘리 코헨과 같은 모사드 요원들이 숱하게 있었다.

이스라엘 정보조직은 해외 정보 수집과 공작을 담당하는 모사드, 군사 정보를 담당하는 아만, 국내 보안을 맡는 신베트 등 세 기구로 이뤄져 있다. 모사드는 1949년 나치 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의 귀환 공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모토는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모사(謀士)가 많으면 평안을 누린다'.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은 가족에게도 일하는 곳을 숨긴다. 이스라엘 언론이 모사드 국장의 이름을 처음 보도한 게 모사드 출범 47년 만이었다. 모사드 2대 국장 이세르 하렐이 요원들에게 내린 '우리는 자신 외에는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지침은 그대로 모사드의 '법'이 됐다. 하렐은 운전기사도 없이 직접 차를 몰곤 했다. 모사드 3대 국장 메이어 아미트는 퇴임 이후에도 직계가족 말고는 그가 모사드 책임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 국정원장들은 남북대화 전면에 나서고, 언론에 자신을 과시한다. 명함을 돌리며 위세를 부리는 국정원 직원들도 있다.

이스라엘 국민은 모사드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믿기 때문이다. 이 신뢰는 국내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아온 역사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정치 스캔들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스라엘 국회도 외교국방위 소위에서 정보기관의 예산안과 주요 현안들을 다룬다. 이렇게 정보기관을 견제·감시하되 심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정보기관의 활동은 합법과 비(非)합법을 넘나들 수밖에 없다. 국민이 믿지 않으면 많은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고 때론 희생도 따르는 정보활동에 대한 이해와 협조는 불가능하다. 모사드엔 있고 국정원엔 없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구 수장(首長)은 예외 없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었다. 일단 임명하면 총리도 간섭을 자제했다. 이스라엘은 내각제인데도 모사드 국장의 평균 임기는 7년 안팎이다. 재직 기간이 10년 넘는 사람도 있다. 모사드 요원들은 국장을 '동등한 사람들 가운데 첫째'라는 뜻의 히브리어 '메뮨(Memune)'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모사드 국장이 '공작원 선배'이고, 일부 국장은 공작 현장에 나서기도 했기 때문이다. 2대 국장 하렐은 1960년 아르헨티나 현지에 20일 동안 머물며 나치 전범 아이히만 체포 작전을 지휘했다. 우리나라 역대 국정원장들은 거의 모두 자격 미달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텔아비브 북쪽 그릴롯에 있는 '모사드 추모관'은 전 세계 곳곳에서 목숨을 바친 정보 요원들 600여명을 기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들의 희생 위에 서 있다. 여야 국정원 특위 의원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조직과 실태도 잘 살펴야겠지만 정말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이스라엘 정보 요원들의 불굴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이다. 아마 국회의원들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모양이다. 무엇을 배워올 것인지 모르겠으나 국정원 요원들에게 이 정신을 심어줄 수만 있다면 정치 개입 시비 같은 것은 더 이상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통일의 큰 그림이 없다

 

정부가 튼튼한 안보와 함께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올해 통일·외교·안보 분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어제 있었던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4개 부처 장관이 대통령에게 밝힌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며 “통일의 가치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통일 대박론’의 연장선이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통일 기반 구축에 무게를 싣다 보니 관련 부처의 올해 업무계획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데 모아져 있다. 특히 대북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업무계획은 장밋빛 청사진 일색이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사업의 연내 착수, 나진·하산 물류사업 추진을 통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추진, 농축산·산림 협력, 청소년·예술·스포츠·문화재 교류 확대 등 온갖 아이디어가 망라돼 있다. 이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함으로써 통일 기반 구축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은 사실이다. 또 북한 스스로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등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을 매듭짓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천안함 문제는 대북 경협과 교류를 금지한 5·24 조치와 직결돼 있다. 북한에 거액이 들어가는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추진하려면 5·24 조치의 해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통일부 업무보고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말만 요란할 뿐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북한 핵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은 수포로 돌아간다. 북한의 불안정한 정세를 고려하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교부는 미국, 중국과의 전략적 공조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비핵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칙 있고 실효적인 투 트랙 전략(PETA)’이란 걸 내놓았지만 억지로 꿰맞춘 외교적 수사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북한 핵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나 있다.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도 뾰족한 대안이 없다. 6자회담은 6년째 실종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과의 전략적 공조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튼튼한 안보는 기본이다. 그 위에서 어떻게 남북관계를 풀고, 격랑에 빠진 동북아 정세 속에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며, 북한 핵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그림이 안 보인다. 

 

 

 

 

육아 비용

 

“돈이 아이 키우는 시대… 둘째 생각? 없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다. 소득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가계수입의 절반이 아이에게 들어간다. 돈이 아이를 키우는 시대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사교육비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 학교에 다니지도 않는 어린아이에게 쓰는 돈이 그렇다는 얘기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취학 전 아동의 육아 비용이 가정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 10명 중 6명(59.4%)이 취학 전 아동의 양육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


○ 돈 없으면 아이 못 키우는 사회

한모 씨(36·여·서울 양천구)는 1년 전 그만뒀던 회사에 파트타임 사원으로 최근 재입사했다. 빠듯한 살림살이 때문이었다. 한 씨의 남편은 대학교수로, 월수입이 약 700만 원이다. 이 정도면 수입이 적은 것도 아니고, 한 씨가 흥청망청 돈을 쓰는 것도 아닌데, 가계부는 왜 늘 적자일까. 원인은 육아에 있었다. 다섯 살 된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만 매달 400만∼500만 원이란다.

지출 내용을 보자. 영어유치원 비용이 매달 130만 원. 교재와 현장학습 비용 10만 원은 별도다. 여기에 일주일에 2회 하는 영어 애프터스쿨(방과 후 과외) 비용 16만 원이 추가된다. 계절마다 바뀌는 원복 값을 빼고도 150만 원이 넘는다. 영어유치원이다 보니 한글과 수학은 따로 시킨다. 매주 1회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와 가르쳐 주는 방식을 택했다. 각각 3만8000원이 든다.

창의력을 키워주는 ‘가베수업’을 듣기 위해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간다. 3개월에 18만 원. 휴일에는 영어유치원 수업 보충을 위해 동물원에 가거나 뮤지컬을 본다. 10만 원은 금세 깨진다. 중국동포 도우미에게도 140만 원을 준다. 책이며 옷가지, 장난감을 사는 데도 근 100만 원은 들어간다. 한 씨가 ‘극성 엄마’일까.

“비싼 영어유치원을 보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아이 학교 가면 영어 공부 안 시킨 것 후회한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안 보냅니까? 돈을 빌려서라도 가능하면 많은 기회를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둘째를 가질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한 씨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하나 키우는 데도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데, 언감생심입니다.”


○ 명품 육아의 유혹에 무릎 꿇은 엄마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2명. 1980년 2.83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자녀수가 줄었기에 육아 비용도 줄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오히려 ‘명품 육아’를 선호하는 엄마들이 늘면서 육아 비용은 늘고 있다.

강모 씨(32·여·서울 용산구)는 네 살 난 딸에게 버버리나 봉프앙 같은 명품만 입힌다. 자신의 옷을 못 사는 한이 있더라도 딸아이만큼은 명품으로 치장한다. 물론 이유가 있다.

“아이가 금방 자라면 버릴 옷이란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옷차림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게 현실이죠. 귀한 자식으로 보여야 푸대접을 받지 않습니다.”

이모 씨(33·여·서울 강남구)도 비슷한 이유로 명품을 선호한다. 아는 유치원 선생이 아이가 무슨 브랜드 옷을 입는지 가끔 옷깃을 뒤집어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기’가 생기기도 한다.

“능력이 되는 한, 명품 옷을 입힐 겁니다. 아이가 열등감을 갖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내 아이에게만큼은 최고를 해 주려는 엄마들의 욕구와 기업 마케팅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육아용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이 24개국의 육아 생필품 52개 가격을 조사했더니 수입 분유 시밀락(800g)은 3만5500원, 스토케 유모차는 199만 원이었다. 24개국 중 가장 비싼 가격이다. 스토케 유모차는 2위인 중국보다 40만 원이 비쌌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육아용품이 가장 비싼 나라다.


○ 자녀 1명 키우는 데 2억6204만 원

‘저렴한 육아’를 선택하는 엄마들도 돈이 많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노모 씨(33·여·서울 종로구)는 2007년 동대문상가에서 첫아이 출산용품을 마련했다. 배냇저고리는 5000원, 내복은 7000원 정도에 샀다. 올 7월 둘째를 낳기 전 다시 찾은 동대문시장에서 유아용품 매장들은 사라졌다. 명품 육아와 저출산 때문에 대부분 문을 닫은 것이다. 노 씨는 같은 제품을 2, 3배 더 주고 대형마트에서 사야 했다.

“첫아이를 키우다 보니 예방접종이며 장난감, 책처럼 돈이 들어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우린 둘째를 낳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둘째를 낳으라고 권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 졸업할 때까지 드는 총 양육비는 2억6204만 원(2009년 기준)이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나타난 연구 결과다. 자녀가 2명이라면 이 비용은 5억2408만 원으로 늘고, 3명일 때는 7억8613만 원으로 껑충 뛴다. 더욱이 한국 부모의 89.9%는 “아이들이 대학을 마칠 때까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은 “보육비와 교육비가 많이 드는 건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이는 사회가 나눠져야 할 짐을 개인이 모두 부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비용 육아가 해결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는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양육 품질을 균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내 자녀만을 위한 명품 육아, 둘째 아이 낳기가 버거운 육아가 사라지려면 소득 수준에 관계없는 공공 육아 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행복한 사회 자문단인 조복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다 보니 아이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며 “비용은 덜 들고 품질은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부담을 사회가 떠안을 때 비로소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다.

▼ 육아도 맞들면 낫다… 엄마들 뭉치니 진정한 ‘명품’ ▼

서울 강남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공동육아나눔터에 모여 밝게 웃는 엄마와 아이들. 이웃이 함께 모여 아이를 돌보는 공동육아는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고 엄마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며 양육비를 줄이는 1석 3조의 효과를 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엄마의 등골을 휘게 하는 명품 육아의 대안을 공동육아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공동육아나눔터’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기존 육아와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6일 현장을 찾았다.

3층에 있는 나눔터에서는 7명의 아이가 재잘거리며 놀고 있었다. 공을 던지고 받다가, 이내 함께 모여 장구와 북을 두들겼다. 5명의 엄마가 아이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뛰놀던 아이들은 엄마와 이모(친구의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 동화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와 아이들은 모두 올 3월 만들어진 ‘귀여운 악동들’ 가족품앗이에 속해 있다. 가족품앗이는 같은 지역에 사는 엄마들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모임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터에서 활동한다. 여성가족부는 서울 강남구와 관악구, 경기 고양시 등 전국 23곳에서 가족품앗이를 활용해 공동육아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족품앗이의 가장 큰 장점은 양육비 절감에 있다. 우선 어린이집 비용이 들지 않는다. 시설 이용은 모두 공짜다. 그러나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어린이집의 활동과 다른 점은 없다. 오히려 엄마들이 옆에서 지켜봐주니까 교육 효과가 높다. 가족품앗이에 소속돼 있는 가정끼리는 서로 학습교재를 빌려주거나 옷을 물려주기 때문에 다른 양육비까지 줄어든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가족품앗이에 참여한 장효정 씨(33·여)는 “처음에는 장난감을 독차지하려고 싸우던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노는 게 재미있다는 사실을 금세 배운다. 말도 빨리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나눔터는 엄마들에게도 유용한 공간이다. 엄마들은 함께 수다를 떨며 아이 키우는 고충을 털어놓는다. 양육 정보도 교환한다. 은행에 가거나 다른 모임에 참석해 자리를 비워도 다른 엄마들이 자기 아이처럼 봐준다. 이날도 엄마 한 명이 성당 모임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를 찾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렸고, 다른 엄마들 품에도 스스럼없이 안겼다. 엄마들의 특기를 살려 미술 수업, 수학 수업 등 다양한 특별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귀여운 악동들의 대표 격인 최정순 씨(40)는 “값비싼 옷을 입고 영어유치원에 가는 것보다 엄마랑 친구랑 함께 신나게 노는 것이 아이들이 잘 크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수시 맥 찾은 일반고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4.02.12 02:30 / 수정 2014.02.12 09:31

2014 서울대 합격자 분석
경기고, 교내경시 늘려 대비
광남고, 휴일에도 논술 지도
고려고, 과목별 동아리 활동

 

공부 잘하는 학생을 골라 뽑을 수 있는 선발권을 가진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자율학교가 서울대 합격자를 대거 배출해 일반고 위축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지방 평준화 지역의 적잖은 일반고는 전반적 여건이 어려운데도 변화하는 입시 경향에 대응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면서 서울대 합격자를 상당수 배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인숙(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4 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고교별 현황’ 자료를 본지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상위 30개 고교 중 일반고는 공주 한일고(25명·최초 합격자 기준)와 경기고(19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자사고(10곳), 외국어고(6곳), 과학고·영재학교(9곳)·예술고(3곳) 등이었다. 공주 한일고는 일반고이지만 전국단위로 선발하는 자율학교여서 사실상 선발권이 없는 학교는 경기고가 유일하다. 특히 올해는 서울 휘문고(21명), 현대고(14명), 양정고(8명), 세화여고(7명), 대구 경신고(9명), 광주 숭덕고(8명) 등 과거엔 일반고였으나 자사고로 전환해 졸업생을 배출한 곳이 20곳이나 돼 일반고 열세 현상이 심해졌다.

 박인숙 의원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되고 서류평가 비중이 높은 수시모집 비율이 대폭 늘어나면서 우수 학생을 뽑아 특기·적성교육을 잘 시킬 여건을 갖춘 고교의 서울대 독식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합격자 6명 중 1명 강남 3구=특정 지역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대거 배출한 현상이 여전했다. 올해 서울대 일반고 신입생 1580명 중 15.8%(251명)가 ‘교육 특구’로 불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고교 출신으로 집계됐다. 서울대에 합격한 일반고 학생 6명 중 1명꼴이다. 2007년엔 12.9%였다.

 전국적으로는 서울 강남구(136명), 분당을 포함한 경기 성남시(66명), 서울 서초구(59명), 서울 송파구(56명), 서울 노원구(44명), 대구 수성구(43명), 충남 공주시(42명), 경남 창원시(40명), 경기 수원시(38명), 서울 양천구(35명), 광주 북구(34명), 경기 고양시(32명), 충북 청주시(25명) 순이었다.

 

 

 

◆평준화 지역 일반고 성과 비결=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일반고 중에는 자율학교여서 선발권이 있거나 비평준화 지역이라 우수 학생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점이 없는 평준화 지역에 있는 고교들이 서울대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비결은 변화하는 입시 흐름에 맞춰 동아리활동, 토론 수업, 논술·면접 강의 등을 잘 운영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일반고에선 서울 강남 지역 고교가 선두 주자다. 올해 19명을 합격시킨 경기고 최동환 교장은 “토요일이면 자연계 학생은 융합인재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인문계는 창의인재아카데미에 참여한다”며 “교내 경시대회 등을 많이 열어 학생들의 수시 전형에 도움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9명을 합격시킨 광진구 광남고 박해영 교장은 “교사들이 토요일에도 논술지도를 하고 방학에도 특강 프로그램을 돌렸고 공립학교이지만 자율학습 지도에도 열성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지방 평준화지역 일반고 중에서 가장 좋은 합격 실적(9명)을 낸 광주 고려고는 1학년 때부터 수학·과학·영어 등 동아리활동에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입시에 대비해왔다.
 
 올해 합격자 8명을 낸 안양 신성고 강희상 교장은 “학교가 정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면 인증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일정 기준 이상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