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가을 7 : 죽순처럼 자라는 녀석들

 

 

 

강남의 가을 7 : 죽순처럼 자라는 녀석들

 

    

                                                                                         손자  지웅군

 

 

새벽에 눈을 뜨면 살아 있음을 느낀다. 모든 만물이 고요히 잠든 새벽은 적막감이 감돌고 서서히 밝아올 아침을 기다린다.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지구, 60억 인구와 수많은 나라 중 그 속에서 대한민국 5천 만 국민 중 먼지처럼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해본다. 하루의 시작임을 알리는 새벽은 지난 밤을 무사히 보내고 새로운 하루의 시작임과 동시에 오늘도 어제처럼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밤새 지켜준 신에게 감사한다.

 

병원에서 불치병에 걸려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생로병사가 인간이나 동물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진리인 것처럼 왕후장상 물론 천민이나 노예, 거지, 죄수 등 누구에게도 가장 공평한 것이 죽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질병이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사악한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몸 속에서 태동되는 듯하다. 유전, 환경, 스트레스, 식습관, 재해.재난, 각종 사고 등으로 인해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몹쓸 질병에 걸리면 죽음을 맞아하는 것이다. 병원은 인간의 질병을 낮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질병을 빌미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파렴치한 업종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은지 오래되었고 제약사의 무차별적인 리베이트, 비싼 병실, 불필요한 고액의 추가 처방과 치료, 의사들의 실수로 소리없이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인가? 질병을 부풀리고 병이 걸려 병원으로 오도록 하는 것이 의사들이며 건강을 진단한다는 건강검진도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드는 경우가 무지기 수일 것이다.

 

내가 다니는 병원이 동네 치과와 뱅뱅사거리 근방 병원 내과가 있는데, 치과에서는 어금니 인플란트를 4대 중 2대는 완료하고 나머지는 진행중이고 내과는 혈압진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고 있는 데, 1년이 가까워 오자 지난번에는 담당 의사가 나의 사전 동의도 없이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등 건강검진을 하란다. 건강을 체크해야 한다나...... 글쎄, 이 병원은 한번 진료를 가면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잇으면 모두 검사하고 진료를 받도록 하는 병원이다. 그들이 나의 건강을 진정으로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아마 대부분은 건강검진을 빌미로 나의 몸에서 질병을 발견하여 병원 영업과 수익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로 생각된다. 이런 여러가지를 생각해보면 질병은 걸리지 말아야 하겠지만 특히 죽음은 잠을 자다가 아침에 조용히 눈을 감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세수 후에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 잔, 블로글 열고 오늘 올려야 할 글을 다시 한 번 검토하여 등록하고 나면 오늘의 각종 뉴스와 날씨, 사설과 칼럼을 둘러본다. 모두가 답답하고 탐욕이 넘쳐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가진자들의 비도덕성에 대해서 질타하고, 권력을 향유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 불법 탈세와 상속에 대한 비판, 실익없는 명분 싸움에 허송세우러을 보내고 있는 정치권, 흔들리는 경제와 서민들의 삶, 각종 사고와 사건들이 어지럽게 늘려있다. 이것이 오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삶인가를 생각해본다.

 

 

창문을 열면 밀려드는 새벽 공기는 다시금 마음을 깨운다. 우리는 바쁜 삶 속에서 습관처럼 하루하루를 살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내가 왜 이 세상에 나왔는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진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홀로 오고 홀로 떠나간다. 삶이 얼마나 화려했든 풍요로웠든 죽을 때는 내 것이라 여겼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자 그 마지막 길을 걸어간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그 길을 동반해줄 수가 없다. 삶과 죽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책이나 다른 사람 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체득하고 깨닫고자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될까?

아직 별이 초롱초롱한 새벽 5시, 복장을 챙겨입고 자전거를 점검하고 새벽 자전거 타기를 출발한다. 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맑은 정신으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뉴스를 듣거나 기독교 방송의 찬송가, 교통방송 , 문화방송의 아침 건강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고전 음악인 국악 등 음악을 듣기도 한다.

 

 

                                                                                              가을 하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이 쓴 주목할 만한 칼럼 몇 개롤 요약해봤다.

 

 

정치와 정책이 없고 정쟁만 있는 나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 정책도 없고, 정치도 없다. 정책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을 잃어가고, 정치는 타협과 협상 의지를 잃은 것 같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를 휩쓴 사건이 있다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1라운드, 채동욱 혼외자녀 의혹, 기초연금 파동, 그리고 NLL 2라운드이다. 이 넷 중 그 성질을 따져보면 기초연금만 정책현상을 다룬 사건이고, 나머지 셋은 정책도, 정치도 아니었다. 일종의 정쟁 문제였다.

지속가능한 복지, 경제 살리기, 북한 핵무장이 만든 안보위기, 그리고 일본의 재무장에 따른 군사외교 위기 등 현안이 넘쳐나는데 또다시 NLL이 무대 위에 올라왔다. NLL 게임은 1라운드에서 끝내야 했다.

NLL은 대한민국의 고유 영해라는 사실을 국회 차원에서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고, 사초 실종이 문제라면 법과 제도를 손질하여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한번으로 족할 일을 다시 갑론을박하다니, 정쟁은 있고 정치는 없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녀 의혹 사건도 그렇다. 실증적 증거를 가지고 밝히면 되는데도 진실 공방 드라마를 무대 위에 올리더니 사표 반려 게임까지 끌고나갔다.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는 있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벌이는 게임치고 격조가 낮아도 너무 낮았다. 암시장 삼류 소설보다 더 유치하고 저속한 수준이었다. 젊은 학생들이 보고 들을세라 부끄러웠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사과는커녕 잘했다고 고개를 들고 다니는 현실을 정치 실종이라고 하는 것도 점잖은 말이 아닐까 싶다.

 

이 나라는 지금 연예인들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언론이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언론 전성시대이다. 그것도 여당과 야당으로 갈리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로 권력에 빌붙어 어용 언론으로 열심히 제 역활을 다하고 있는 듯하다. 한 거대 언론이 수백 명의 기자를 동원하여 한 공직자의 뒷조사를 철저하게 조사했고 그 결과 혼외자식이 있다는 톱 기사를 터뜨렸다. 이것이 언론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누구도 남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검찰총수가 어떤 사람인가?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권력기관 총수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으며 각종 비리와 부패가 극을 달리는 최고 권력기관의 수장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을 한 언론이 집중적으로 뒷조사하여 문제를 트뜨리면서 그가 스스로 사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했다. 밉보인 권력기관 총수를 물러나게 하는 데는 여자문제처럼 가장 예민하고 폭발적인 사안은 없을 것이다. 신문사 스스로 결정한 문제인가도 의문이다. 그런 격에맞지 않는 저급한 수단을 사용할 정도로 우리 언론이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사회는 한번 언론을 통해 문제가 세상에 드러나면 그것이 사실이던 아니던 대부분의 공직자는 백발백중 옷을 벗거나 물러나게 되어 있다. 나중에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명예회복은 커녕, 이미 모든 것이 물건너 간 꼴이 된다.

 

조선 시대 유자광이 왕족 출신인 남이 장군을 무고로 역모혐의를 씌워 죽일 때 아무도 그를 변호하지 못했다. 조선 시대는 공직자의 절대적인 파멸이 바로 역모였다. 사실이던 아니던 무고지만 혐의를 만들어 죽이려면 얼마던지 죽일 수 있었다.  그런면에서 유자광은 남응 모함하는데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인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유자광에 버금가는 것이 검찰총장 혼외자식을 들춰낸 오늘날의 신문사가 바로 그렇다. 유자광에 버금가는 신문사가 터뜨리면 오늘날에는 공직자가 한방에 날아가는 것이 바로 불륜 등 여자문제와 비리.부패문제다. 해군 출신 최윤희 대장이 새 합참의장에 지명되어 청문회에서 천안함 성금을 유용했다는 비난에 직면하여 고초를 겪고 있는 모양이다. 성금에 대한 상세한 사용규정이 국방부에는 없다. 성금을 해군 장병 사기진작을 위해 사용했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기초연금 공약 관련 설전은 그래도 의미가 있었다. 머지않아 고령사회를 거쳐 초고령사회가 될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이 기초연금을 포함한 국민연금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제시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안에 대한 여야 및 청와대의 공방 수준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대통령 스스로 기초연금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 놓고서 확대 의지를 천명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았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줄여야 바른 선택이다.

기초연금에 대한 야당의 대응도 문제였다. 확대가 어렵다는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공약 파기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스스로 노후 보장이 가능한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공약 파기라고 모는 것은 비판치고 너무 옹색하다. 연금에 관한 한 노인빈곤 해결과 더불어 지속 가능성 및 재정 건전성이 중요한 정책판단의 기준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금재정 적자의 누적으로 국가부도 위기를 맞은 그리스가 미래의 대한민국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책 현상을 정치 현상으로 해석하여 정쟁을 일삼으면 나라가 망한다. 지금 우리는 외적으로는 북한의 핵개발과 일본의 재무장, 내적으로는 경제 위기와 복지 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정책과 정치를 복원하지 않으면 참혹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탐욕과 추락의 계절

 

가을은 풍요와 축제의 계절이면서 우수의 계절이기도 하다. 추수의 기쁨을 누리고 축제를 열어 모두가 같이 즐기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만물이 생명을 다하고 추운 겨울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곱게 물든 단풍을 구경하려 산마다 계곡마다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고 지방 곳곳에서는 각종 축제가 열린다. 먹고 마시고 즐기며 노래하고 짝을 찿아 방황하기도 하는 계절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 죽음을 앞 둔 사람은 하무한 삶에 대해서 눈물을 흘리고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로움을 더욱 타는 계절이기도 하다. 인생이 다 이처럼 언젠가는 빈손으로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그토록 아귀다툼을 벌이며 욕하고 삿대질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였고 복수를 결심했던가? 고려를 세운 왕건이 죽을 때 박술희 장군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술희, 인생이 다 이처럼 허무한게 아닌가?" 아마 왕건도 죽음을 앞두고 위대한 고려를 건국했지만 모두가 허무한 인생이라는 뜻일 것이다.

 

지난주에는 인터넷으로 방풍 재료를 샀다. 창문마다 뽁뽁이를 붙이고 비닐을 쳤다. 염화칼슘도 사야하고 제설장비도 준비해야 할 계절이다.

 

행락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단풍관광과 수학여행 등 단체이동 차량이 많아지면서 대형 교통사고 역시 늘어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10월과 11월 2개월간 전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1,160명으로 연간 전체 사망자의 21%였으며 특히 10월 중 사망자는 619명으로 월별로 연중 최고치였다고 한다. 이번 가을철에도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1900만대를 넘어섰다. 인구 2.65명당 1대꼴이다. 이들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내는 통행료는 지난해 말 17조4591억원에 달했고, 도로 건설유지비보다 2조6160억원이나 더 많아 통행료 과잉 징수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는 판이다. 그런데 도로공사의 성과급 잔치가 도마위에 오르고 복지예산이 급증하는 가운데도 정부는 내년 도로예산을 8조2954억원으로 책정해 올해 8조4771억원 수준을 거의 맞춰줬다니 이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

 

또 재계 각종 사건과 비리도 끊이지 않게 나온다. 여대생을 청부살인한 재벌 부인, 현대차 귀족 노조 문제, 삼성의 노동자 탄압과 인권침해 사건들, SK 최태원 회장의 비리에 대한 법정 공방 사건, 법정관리 사태를 맞은 동양은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등으로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정서에 불을 질렀다. 기소 사정권에 든 이명박 대통령 사돈 기업인 효성도 탈세, 분식회계 혐의에 차명 대출, 불법 외환거래 의혹까지 검찰과 국세청은 물론이고 금융감독원 비리와 낙하산 인사, 관세청 비리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원한 기업은 없다

 

삼성전자의 지난 분기 경이적인 매출과 순이익이 발표되었지만, 그런 역사가 얼마나 갈지는 알 수가 없다. 파나소닉이 PDP TV(플라즈마TV) 사업을 끝내 접기로 하고 유일하게 남아 있던 아마가사키 PDP 생산공장을 내년 3월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일본발 보도다. 199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PDP를 생산한 업체가 바로 파나소닉이 생산공장을 마지막으로 폐쇄한다는 소식이다..

모바일에 밀려 수요가 줄고 있는 TV시장은 갈수록 래드오션을 변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1, 2위를 다투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미래 시장 예측은 더욱 불투명하다. 앞으로 펼쳐질 UHD(초고화질) TV시장 경쟁에서 또 한 차례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지속적 혁신과 재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경영자들에게 요구되고 있다. 의사 결정 타이밍을 놓치면 순식간에 몰락하고 마는 것이 전자업이요 TV시장이다.

IT(정보기술) 업계는 더하다. 노키아 모토로라 델 블랙베리 등 한때 시장을 주름잡았던 기업들이 순식간에 위상을 잃고 있다. MS나 인텔 등 감히 다른 기업이 넘볼 수 없을 것이라던 기업들도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끊임없는 기술혁신, 그리고 새로운 시장 생태계를 창출해내야만 살아남는다. 파나소닉의 몰락을 일본 전자산업의 몰락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TV는 그렇다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더구나 일본은 전자부품의 왕국이다. 반격이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을 한국 기업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복지정책의 허실

 

1980년대 스웨덴을 포함한 북구 나라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정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국민복지 정책이 잘 된 행복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생활 수준을 보장할 책임을 지는 가운데 기업과 정부가 개인의 사회보험료를 부담했다. 국민은 보험료 한 푼 내지 않고 보육·양로·교육·의료 등 공짜 복지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도시 거리에는 구직 의지를 상실한 실직자들이 넘쳐나고 대낮부터 술에 취하여 방황하는 노숙자들이 즐비해졌다고 한다. 공공서비스, 백화점, 호텔 등은 낮은 노동생산성과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정해진 임금 이외에 보너스나 추가 소득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근로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해야 할 동기가 없어진 것이다. 민간 부문의 투자는 물론 경제는 활력을 잃고 국가 재정은 파탄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복지병'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이가 없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근로의욕을 상실하고 무력감에 사로잡혔으며, 과도한 복지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 결과적으로 사회적 갈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90년대 초 스웨덴은 사회보장 지출에 따른 후유증으로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경제위기를 맞았다. 스웨덴 국민과 정치 지도자들은 문제를 회피하거나 다음 세대로 넘기는 대신 과감하고 발 빠른 개혁을 택했다. 과거 복지제도의 기틀을 만들었던 사회민주당이 이번에는 복지국가 수술에 앞장섰다. '필요한 만큼' 지급하던 연금제도를 '기여한 만큼' 지급하는 제도로 바꿨고 전 국민 대상 기초연금을 폐지했다. 의료서비스와 사회보장 수혜 조건도 대폭 강화했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인하하고 실업수당을 줄여 투자와 근로의욕을 고취시켰으며, 긴축 재정을 통해 작은 정부로 탈바꿈했다. 대부분의 노동조합과 정당·사회단체들은 복지 확장에 따른 과도한 조세부담 문제와 현실에 맞지 않는 복지의 부작용을 이해하고 복지 개혁을 위해 기득권을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다.

이 같은 개혁의 결과 스웨덴은 98년 균형재정을 달성했고 노동생산성도 꾸준히 향상됐다. 최근에도 스웨덴은 5%가 넘는 건강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복지는 곧 세금이 바탕이 돼야 하고, 세수 확대와 고용 창출을 위해 경제 성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선견지명이 전 유럽을 휩쓴 경제위기로부터 나라를 구하고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내년도 우리나라 예산에서 복지 관련 지출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기게 됐다.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복지 공약 축소에 따른 논란도 있다. 개별적으로 보면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문제를 둘러싼 종합적인 해결책이나 사회적 합의는 아득해 보인다. 경제 성장과 복지증진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민간 부문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경제활성화 대책이 시급하고,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과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국부를 증진시키고 자연스럽게 세수를 늘리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조세형평성을 높여 조세 저항을 줄이고 세원을 넓히는 한편 정부가 담당하지 않아도 될 일을 과감히 줄여 균형재정을 달성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노동시장에서는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유연한 고용 조건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 복지 수혜자를 줄이는 동시에 납세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얼마 전 방한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보건사회부 사회보장장관의 언급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스웨덴이 100년간 복지정책을 통해 얻은 교훈은 복지제도를 늘리면 늘릴수록 사람은 일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며,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본적인 권리와 함께 스스로 부양해야 하는 의무를 강화해온 것이 지난 10년간 스웨덴이 복지를 개혁한 과정이다.” 라고 말했다.

 

우리의 복지정책이 스웨덴이나 그리스 사태를 닮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복지정책을 수립하는 정치권에서 과연 얼마나 미래안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식이 뭐길레......

 

지난 2일에는 대전 아들네 집을 다녀왔다. 애비가 생일이라 마누라가 가자고 졸라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갔다. 이제는 어엿한 가정의 가장이며 두 아들의 아비가 되었으니 생일이라고 못 본채 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두 손자도 볼 겸 따라 나섰다.

 

며칠 전부터 마누라는 각종 반찬을 만들며 대전 갈 때 가져 갈 거란다. 난 꼼짝없이 짐꾼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손자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바라고 아들과 며느리가 행복한 가정을 일구도록 부모는 결혼 후에도 자식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부모들이 이처럼 각종 도움을 주는 것이 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과연 도움을 받은 자식들이 부모에게 얼마나 고마운 마음을 갖는지는 몰라도 자식의 독립 의지를 꺽어놓는 행위로 생각된다. 가난한 자에게 도움을 계속 주면 스스로의 재기 위지를 꺽어놓는다며 기독교에 대한 비판서인 '안티 크리스트'를 쓴 니체의 글이 생각난다.

 

아마 아들은 지금 어려운 박봉에 두 손자 녀석을 키우느라 쪼달리는 살림과 어쩌면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는 자식을 키우면서 스스로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키워보면 부모의 심정을 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부가 힘을 합쳐 자식을 훌륭하게 키운 다음에는 부모로써 당당해 지는 것이다.

 

성년이 되면 모든 면에서  독립심을 키워주는 서양에 비하면 우리는 자식들에 대해서 너무 과잉보호를 나이를 불문하고 뒷바라지는 하려한다. 취업이 안됐다고, 결혼을 못했다고 집안에 백수로 빈둥거리며 허송세월을 보내도록 방치한다면 그 자식은 평생 고생이다. 좋은 직장만 바라지 말고 좋은 일거리만 찿지 말고 중소기업에라도 단돈 100만 원을 받더라도 일을 해야 한다. 아니면 밖으로 나가서 구청에 가서 무료봉사를 하던 청소를 하던지 무엇이던지 하면서 이 사회에 자신을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확천금, 대기업, 고액 연봉만 바란다면 평생 백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들어와서 굿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동남아 나라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중국 조선족 등 그 사람들이 당신보다 못나서 이 땅에서 한국 젊은이들이 꺼리는 더러운 업종에 인생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을 애지중지 할 수록 자식은 어려움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지하려 하고 태도와 사고가 거만해지며 부모를 무시하게 된다. 어려움을 빨리 경험할수록 삶에 대한 나름대로 방법을 찿아가도록 매몰차지만 못 본척 하는 것이 자식을 위한 길임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식을 군대보내는 경우에도 편한 보직이나 국방부.육본이나 수도권, 편한 보직을 원하고 심지어 탈법 면제, 예비역으로 빼려는 부모들이 많다. 그런 부모는 자식의 성공하기 바라지만 결코 성공할 수가 없으며 나중에 반드시 자식에게 버림받게 되어 있다. 고생을 몰랐으니 자만에 빠지기 쉽고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니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힘없고 어리고 노인들의 불쌍한 삶을 도우는 것은 몰라도 멀쩡한 젊은 사람을 도운다고 그 사람이 개과천성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도움을 주면 더 많은 도움을 바라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생각을 무너지게 만든다. 자식들이 '살다 안되면 부모에게 손 벌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그런 자식을 만들면 그런 부모는 노년이 불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감정과 반응이다. 물론 고마워 할 것이지만 그것이 그리 꼭 그렇게만 생각할 수가 없다. 아마 지금도 농촌에서 힘들게 농사지은 쌀.야채.과일.고추장.된장.간장.김치 등 주.부식을 서울 자식 집에 보내는 부모가 많을 것이다. 받을 때는 고맙지만 그것이 나중에는 당연하다는 생각하는 버릇이 생기고 만약 보내지 못할 경우에는 걱정보다 투정을 부리는 것이 자식이다. 모든 것은 환경이 버릇을 만든다는 것이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면 사람은 단단해질 수 있으나 도움을 받으면 의지하게 되고 그것이 버릇이 되면 당연시 여기고 못해주면 업신여기고 무시한다는 점이다.

 

 

 

                                                                                         마누라와 둘째 손자

 

자식에 대한 애증

 

대전 갔다오면 일주만 지나면 마누라는 손자녀석들이 보고 싶다며 서서히 안달하기 시작한다. 며느리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보며 즐거워 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새로운 사진이 올라오면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손자 예쁜 모습을 빨리 보란다. 며느리 블로그가 내 컴퓨터에 즐겨찿기에 있지만 나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손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죽순처럼 잘 자라고 있다.

 

자식에 대한 정성이 부모는 변함없이 죽을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살다보니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자식 농사뿐이다. 자식이 행복하게 살게 되면 부모는 행복하게 눈을 감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부모는 한을 품고 눈을 감게 될 것이다. 부모는 결혼 적령기를 놓치고 취직을 못하고 빈둥거리며 도박이나 게임에 빠져 백수생활을 하는 자식을 볼 때마다 속이 터지는 것이 부모다. 부모집에서 세월을 허송하며 가난하고 능력없는 부모를 원망하며 잘못된 사회를 원망하고 정치적인 명분싸움질만 하는 나라를 원망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길거리는 지저분해지고 축제장은 쓰레기가 넘쳐나기 마련이다. 그들은 이 나라와 땅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여의도 불꽃 축제에 100만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33명이 부상을 당하고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는 쓰레기 천지였다고 한다. 또 전국 방방곡곡 지자체에서는 각종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각 지자체에서는 실적을 남기기 위해 과도한 예산을 들여 축제를 여는 모양이다. 고장을 자랑하고 홍보하고자 하는 취지도 있을 것이다. 각종 풍광, 행사, 경기,먹거리 축제 등 지자체마다 다른 내용으로 각기 축제를 열고 있다. 우리는 지금 과연 축제를 벌이고 즐기며 노래하고 잔치하며 지내도 괜찮은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정치는 민생과 관련없는 명분 싸움과 정치논쟁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고 경제는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휘청이고 있으며 주변 강대국들은 한반도를 노리고 북한 김씨 세습 정권은 적화통일을 위해 지금도 광분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런 것과는 무관한채 오로지 즐기고 먹고 마시며 쾌락을 추구하고 있는 꼴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것처럼 아마 전쟁, 경제 붕괴, 무역수지 격감, 전력대란, 원전 폭발 등  갑작스런 추운 겨울이 오는 날 우리는 대부분 눈길을 헤매는 거지나 현해탄에서 보트피플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 일요일 (6일) 저녁에는 반포대교 하단 한강 고수부지에서 국군의 날 기념 '열린음악회'가 열렸다. 길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마누라에게 이야기했더니 가자고 했다. 마누라와 저녁 7시쯤 고속터미널에서 만나 저녁도 먹지 않고 우리는 고수부지로 향했다. 가는 도중 일부 사람들이 돌아오는 모습도 보였다. 아니 벌써 왜 돌아올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수부지 현장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있었다. 낮에는 각종 행사를 진행하였고 저녁에는 음악회를 8시쯤 시작할 예정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음식배달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 어울려 고수부지 일대 주변은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앞에서 보기는 틀렸고 줄을 서서 기다리면 언제 들어가고 또 끝날지도 모르고 제대로 구경하기도 힘들 것 같아 포기하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되돌아왔다.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이 이런가?

  

 

   

짐꾼으로 즐겁게 따라가다

 

갈비, 김치, 무침 등 각종 반찬을 베낭에 넣고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마누라는 손자만 보고 바로 올라오자고 했다. 무거워도 무겁지 않고 발걸음도 가볍게 걷는 마누라를 보면서 자식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모습에 나도 감탄하기도 한다. 나나 마누라나 둘 다 부모의 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이다. 부모의 유산은 커녕 반찬 한 가지 받아본 적이 없는 가정이라 이런 것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단칸방에서 출발하여 이리저리 이사다니며 살림을 하나 둘 사 모으며 자식 낳고 키우다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마누라는 부모정을 받지 못한 점에 항상 못내 아쉬움을 표현하였는데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그런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 더 애착을 갖는 모양이다.

 

마음 속내는 그겋게 즐거운 마음은 아니었지만 마누라가 극성을 부리니 웃으면서 아무말 없이 따라갔다. 같이 여행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으니 이렇게라도 같이 여행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다. 모든 비용을 다대겠다던 마누라가 택시비를 내라고 하지 않나 약속을 파기하니 기분이 별로다. 그래 너 손자만 아니라 나의 손자이기도 하니 그까짓 것 내가 내지...... 손자를 본다는 기대감에 즐거운 마음으로 무거운줄 모르고 갔다. 

 

 

 

 

                                                                         고속터미널은 평일이라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고속터미널 풍경

 

고속터미널은 평일이라 한산하기만 하다. 우리는 저녁에 올라 올 왕복표까지 끊어 버스를 잠시 기다린 끝에 탔다. 버스가 출발 할 때 탑승인원은 대략 7~8명 정도였다. 평일 버스 운행에 이 정도로도 수익이 가능하다니 연료가 아까운 생각이 든다. 서서히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한 버스는 미끄럼을 타듯이 소리없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 추석 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도로 위에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였을까? 그러다가 교통사고로 죽음까지 당했던 가족들은 지금 어떠할까? 아들 부부가 무슨 핑계를 대고 체면치례를 위해서 서울로 올라오려고 하면 나는 올라오지 말라고 했다. 사람에게 사고란 언제 어떻게 나를 찿아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운전을 잘하며 가고 있어도 상대방이 중앙선을 넘어 충돌한다면 아무런 대책이 없다. 나도 그동안 고속도로를 다니면서 사고도 있었고 죽을 고비도 있었지만 다행히 몸을 다치지 않고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고 잇는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된다.

 

 

 

                                                                                               텅빈 버스 내부

 

차창에 어리는 풍경은 짙어가는 가을색이 완연하다. 단풍 구경이다, 등산이다, 전국 곳곳에서는 가을 행락철을 맞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고 한다. 각종 축제도 한창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가을에 지방 축제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모두 경쟁적으로 축제행사를 벌이고 선심성 행사에 아까운 재정을 낭비하고 있는 듯하다. 재정이 제대로 탄탄한 지자체가 어디 몇 군데나 될까?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오늘 당장 지구가 멸망이라도 하듯이 모두가 먹고 마시고 즐기기에 바쁘다.

 

차창에 어리는 풍광을 바로보다가 저절로 잠이 들었다. 새벽 자전거 타기 운동 때문인지 무척 피곤하다. 매일 타는 자전거지만 매일 즐거움을 만끽하고 탄다면 그처럼 삶에 활력을 주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요즘은 블랙박스를 설치하여 타다보니 즐거움이 가중되고 집에서 영상에 나타난 지나온 길거리를 다시 살펴보면서 생각나는 것이 있다. 새벽 길에 경찰 순찰차가 지역마다 배치되어 있는데 순경들이 안에서 졸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취약지역을 돌면서 순찰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정차하여 졸고 있다. 일부는 순찰하지만 대부분 중심가나 부자 동네에는 방범 카메라가 설치되어 취약지역에는 방법 카메라가 없다. 그래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새벽에 CCTV가 없는 취약지역 골목을 돌면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량을 확인하고 촬영한다면 차후에 그 지역 근방에서 범죄발생시 범인 색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순찰은 한 곳에 매복하듯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도 한적한 곳에 차량을 대고 쉬면서 모두 졸고 있다가 통제실에서 긴급 호출을 할 때에만 움직이는 순찰차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대전복합버스 터미널

 

 

대전 복합터미널

 

어느듯 버스는 대전복합터미널에 진입하고 있었다. 새로 지은 건물로 대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이 붐비는 곳일 것이다. 주변에는 수많은 매점, 식당 등 먹자골목에 모텔, 노래방, 게임방, 찜질방, 빵집, 편의점, 커피전문점, 꽃집 등이 즐비하다.

 

 

 

 

2011년 12월 16일 준공된 대전복합터미널 전경

 

 

대전복합터미널대전광역시 동구 용전동에 있는 시외·고속버스 종합 터미널이다. 기존에 있던 대전동부시외버스터미널과 대전고속버스터미널이 통합하여 2009년 12월 23일에 착공식을 갖고 2011년 12월 16일에 준공한 터미널이다. 기존에 있던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모두를 전국에 걸쳐 운행하고 있다. 건물은 옛 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연면적 9만5863㎡에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지어진 서관과, 옛 동부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연면적 1만9055㎡에 지하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 동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속버스 전산망상의 터미널 번호는 300이다. 승차동인 서관에는 2층에 신세계 스타일 마켓과 3·4층에 이마트 대전터미널점이, 하차동인 동관 2층에는 영풍문고와 3층에 CGV 등이 들어서며 양 건물은 환승 통로를 통해 연결된다.

 

고속버스를 운행하는 운수 회사는 11개의 회사가 있으며, 시외버스 혹은 직행버스를 운행하는 운수회사는 21개가 있다. 승차동에서 1번부터 13번 플랫폼까지는 고속버스가, 14번부터 34번까지는 시외버스가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되어 있으며 플랫폼 35번은 예비 플랫폼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광역시의 최대 터미널임에도 백화점으로서 지어지지는 않았다. 이는 대전의 유통시설 총량제와 관련된다. 이건 할인점과 백화점 등에 대한 대전시의 규제로, 백화점의 경우 대전에는 5개 말고 더이상 짓지 말라는 규제이다. 당연히 중소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이지만, 이것 때문에 오히려 유성터미널이나 대전역 민자역사 등의 민간투자가 늦어져 티스푼 공사조차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마트의 경우 원래 시내에 있던 동방마트가 대전천 복원 과정에서 철거되면서 총량제에 맞춰서 들어올 수 있었는데, 터미널 사이의 유흥업소모텔들,나이트들이 밀집해있는 도로를 따라 도로로 300m만 올라가면 홈플러스가 있다. 다만 신세계 측은 관저지구 쪽에 프리미엄아울렛인 유니온스퀘어를 계획하고 있고(이때쯤이면 총량제가 깨진다), 터미널에는 백화점 축소판인 스타일마켓을 입주시켰기 때문에 크게 아쉬울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바로 근처에 꽃시장과 찜질방이 있고 이 꽃시장과 찜질방은 원래 터미널과 거리가 꽤 됐는데 새로 신축하면서 바로 옆으로 붙을정도로 가까워졌다. 복합터미널 앞 창업주 동상의 설명에 의하면 두 터미널의 창업주는 같은 사람이며, 2011년까지도 터미널 신축에 힘써오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연혁

 

대전시외버스터미널 연혁

  • 1980년 3월 19일 : 대전시외버스종합터미널주식회사 설립
  • 1980년 9월 12일 : 대전시외버스터미널 준공
  • 1980년 10월 1일 : 대전시외버스종합터미널 공용개시
  • 1993년 8월 6일 : 터미널 증축공사 완료
  • 2009년 12월 23일 : 대전복합터미널 착공식
대전복합터미널 공사 착공
  • 2010년 3월 2일 : 임시대전시외버스터미널 신축 및 운영개시
  • 2011년 6월 15일 : 대전복합터미널주식회사 상호 변경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연혁

  • 1974년 4월 12일 : 고속버스 여객자동차 정류장 지구 확정
(건설부고시 제132호)
  • 1974년 12월 21일 : 삼양산업개발주식회사 설립
  • 1976년 1월 31일 : 대전고속버스공용정류장 사업 면허 취득
  • 1976년 5월 31일 : 대전고속버스공용정류장 공사 착공
  • 1979년 4월 20일 : 대전고속버스공용정류장 운영 개시
  • 1999년 9월 27일 : 대전고속버스터미널주식회사로 상호변경
  • 2009년 12월 23일 : 임시 대전고속터미널 신축 및 운영개시
대전복합터미널 공사 착공
  • 2011년 12월 16일 : 시외터미널/고속터미널 복합 신축 준공, 종합버스터미널 통합.

 

 

대전복합터미널 주변에는 모텔, 노래방, 나이트 등 유흥업소가 수두룩하다. 충청권 일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니 충청도 양반집 자제들이 혼이 다 빠질 만하다. 새로지은 건물에 내부는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었고 점포들이 많이 있으나 나이든 사람들은 먹을 것이 별로 없었다. 요즘 젊은이들을 위한 점포들이 대부분이었다. 영화관, 대형마트 등이 건물에 들어서 있고 서울에 버금가는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복합 상가터미널이다.

 

 

 

                                      터미널 내부 모습

 

 

                                터미널 입구 모습

 

 

우리는 가까운 음식점을 찿아가 선지해장국을 한 그릇씩 먹고 택시를 타고 아들집으로 향했다.

 

 

 

영악한 손자 녀석

 

아들집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며느리와 둘째 손자를 본 다음 우리는 아파트 단지 내부에 있는 어린이 집으로 향했다. 오후 3시에 끝나는 큰 손자를 데리려 간 것이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우리를 보더니 반가워하면서 큰 눔을 데리고 나왔다. 첯째가 나오면서 처음에는 엄마가 온 줄 알았다가 우리를 보더니 잠시 멈칫하더니 금방 알아보고 달려왔다. 오면서 나를 보고 미소를 짖고는 마누라 품에 안겼다. 우리는 손자 손을 같이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놈이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계속 직진하여 다른 곳으로 가잔다. 손을 이끄는대로 따라 갔더니 아파트 수퍼로 가더니 한바퀴 돌고 집으로 가는 줄 알았더니 수퍼로 들어가잔다. 우리는 수퍼로 들어가서 웃으면서 뭘 사줄까 했더니 그놈은 평소 찜해둔 것인지 조그만한 자동차 장난감 3천 원짜리를 집는다. 다른 것은 손대지 않고 장남감을 들고 집으로 기분좋게 돌아왔다. 아니 벌써 수퍼가서 물건 사는 것을 알다니......

 

알고본 즉, 며느리 말에 의하면 지난번 이모가 집에 와서 돌봐주면서 첯째를 업어주면서 데리고 나가서 수퍼가서 먹을 것을 사주었던 모양이다. 이놈이 벌써 지인들에게 저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약은 놈이 되었다니...... ㅎㅎㅎ 요즘 어린이들도 참으로 영악한 아이들이다. 암튼 영악해야지, 그래야 이 무서운 사회에서 죽지 않고 산다.

   

                                                                                   애비와 첯째

 

고난을 이겨내는 정신, 미래를 위한 고통

 

애비나 애미나 얼굴을 보니 둘 다 피곤해 보인다. 그들의 피곤한 모습을 보니 지금 처한 현실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을 해본다. 얼굴을 보면 반갑지만 마음 한구석은 어두워진다. 능력이 미천한 나 자신 때문이다. 아들은 지금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하고 살아 가며 낳은 자식을 키우면서 누구나 겪어야 할 인생길이라면 참고 견디어 내야 할 것이다.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도 편치는 못하다. 부자집 부모를 만나 여유있고 넉넉한 집안이면 몰라도 가난한 집안의 부모를 만난 사람들은 누구니 힘든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자산이 없는 한 누구나 쉬지 않고 노예처럼 일해야 하며 돈을 벌어야 살아갈 수 있다. 지금의 가난과 삶의 고통을 참고 열심히 살다보면 훗날 반드시 기쁨이 넘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여유있고 돈 많은 집안이라고 다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마 수입의 태반을 차지할 것이며 남편의 박봉에 두 아들을 키우는데 애미의 고충은 말 안해도 이해가 갈 것이다. 애미도 맞벌이를 언젠가는 해야 할 판인데 일과 가정, 그리고 육아를 함께 병행하여야 할 입장이니 힘든 삶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가 겪는 고통일 것이다.

 

 

 

                                                                          두 손자를 안고 모처럼 기뻐하는 마눌님

 

 

 

 

21세기를 살아갈 녀석들

 

아마 저만큼 자랐을 때 안아보는 기쁨이 가장 클 것이다. 마누라는 두 손주를 안고 무척 기쁜 표정을 짖고 있다. 혈육에 대한 집착이 여성에게는 모성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양이다. 저 손주들이 자라면서 우리들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2천 년대를 살아갈 저 손주들이 격랑이 일고 파고가 점점 높아지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변화무쌍한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미래를 알 수없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나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 손자들의 삶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보다 더 피곤하고 고통스럽게 살아갈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의 변수, 주변 강대국들의 패권경쟁, 국제경제의 부침과 무역전쟁, 종교와 민족주의의 갈등, 자원 및 영토분쟁, 국방.안보의 위기, 가정과 가족의 해체, 도덕과 윤리에 대한 개념 변화, 충과 효의 의미 상실, 결혼 기피 및 인공 출산 및 양육, 인조인간과 공존 등 국제정세나 사회의 급속한 변화 속에 그들은 적응해야 하며 삶의 변화에 극도로 민감한 사안들이 그들 앞에 전개될 전망이다.

 

앞으로 15년 내지 20년 후에는 저 손자들이 십대에서 20대가 된다. 아마 지금 아들과 며느리가 그때에는 손자들의 세상에서 서서히 밀려날 것이며 치열한 변화속에 살아가는 저들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폰맹, 컴맹을 벗어나서 그런대로 힘겹게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요즘의 젊은이들 정서를 쉽게 이해하기도 힘들다. 고가의 최신폰이 나오면 누구보다도 먼저 사다 들고 다녀야 하고, 명품 옷에서부터 가방.신발까지 둘러야 하고, 기본적으로 얼굴 성형을 해야하고, 합합 음악에 저절로 춤을 추고, 어디서던지 애정 표현을 서슴치 않고, 멋대로 우리말을 줄여 저들끼리 은어로 사용하고, 피자,햄버그, 치즈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이해 못 하듯이 말이다.

 

이러한 급속한 삶의 변화는 충과 효, 그리고 도덕과 윤리의 가치관이 변질되고 인간의 가치하락과 인조로봇의 득세로 인해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나 지금 부모가 된 아들과 며느리가 살던 세상과는 또다른 변화된 복잡다난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고뇌와 고통을 동반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넌 누구냐?"하며 나를 처다보는 둘째

 

이놈은 꽤 성질도 있어 보인다. 미간에 주름진 것을 보니 고집도 있을 것 같고 넌 누구냐? 하며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신기하다. 부디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즐거운 저녁 식사

 

 

 

 

                                 둘째 손자 모습

 

 

깊어가는 대전의 밤

 

둘째는 얼러주면 계속 나를 쳐다본다. '너가 도데체 누구냐? 왜 그러는데? 너가 나에게 뭘 줄껀데? 이제보니 많이 늙어구나. 너가 내 할아버지라고? 나이 미래는 너와는 다르게 살게 될껀데. 내가 그렇게 사랑스럽니?' 하면서 나를 바라 보는 듯하다.

 

'그래, 너 할아버지다. 그동안 건강하게 많이 잘 자랐구나! 이 할아버지가 너에게 해 줄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다만 너가 나의 핏줄이라는 점이 신기하여 이런다. 너가 이런 급변하는 세상에 태어나서 앞으로 살아갈 너의 삶이 힘들어 보이는 것 같아 그런다. 아무렴 너가 알아서 잘 살아가겠지만 항상 이 할아버지는 너가 건강하게 무사히 잘 자라면서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문도 열심히 배우고 미래를 대비하여 너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나아가서는 이 사회와 나라를 위해서 훌륭한 일꾼이 되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들집에서 저녁을 먹고 손자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밤이 찿아왔고 우리들은 일어설 시간이 되었다. 아들 집에서 어린 손자들과 며느리가 있는 관계로 하루밤 잠을 자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올라오는데 며느리는 못내 섭섭한 모양이지만, 아들집이라도 모든 게 조심스럽고 자유롭지 못하고 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창문가에서 바라본 유등천 밤풍경

 

 

 

 

 

아들 부부와 손자들을 만나서 반갑고 즐겁고 행복했지만 한편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만남과 이별은 우리 인생에 항상 우리 곁을 동행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아들 부부에게 배웅은 나오지 말라고 하고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에는 평일이지만 사람들은 무척 붐비고 있었다. 마누라는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좋아하는 빵을 사고 나는 냉커피를 사서 들고 버스를 탔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는 내려올 때와는 달리 그래도 사람들이 가득 찼다. 어둠을 헤치고 서울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속에서 마음 한구석은 실타래처럼 아들 부부와 손자들의 모습에 걸려 계속 대전으로 풀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