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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세계는 빚더미 경제 시대

 

 

세계는 빚더미 경제 시대

 

 

 

지금 세계는 개인이나 나라나 모두 글로벌 빚더미 경제 시대에 접어들었다. 개인이나 국가가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개인은 파산을 선고할 수 있으나 나라는 파산이 불가하다. 파산을 선고하는 순간부터 그나라 경제는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이며 이는 바로 국가의 존망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 등 유럽의 국가부도 사태, 두바이 버블 붕괴, 미국의 금융위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지난 외환위기 등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우리들이 정확하게 파악하여 사전 대비하지 못한다면 우리도 그와같은 불행한 사태를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경기예측이 불가하여 시장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없다.국내.외 경기 영향 요소에 따라 경제의 변화곡선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하다. 케인즈 등 과거에 유명하던중 경제학자들의 논리도 이제는 헌신짝이 되어 버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연속해서 터지는 글로벌 경제에서 기존 경제학적 패러다임을 적용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자유주의자의 효율적 시장 가설은 이번 금융위기로 힘을 잃었고 단기적 처방을 내린 케인스 경제학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나 금융위기를 이론이나 모델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권으로 올라섰다. 이 상태로 나간다면 중국이 미국도 앞지를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우리는 중국과 무역에서 경상수지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미국이다. 일본과는 수십년째 무역역조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이 현명하게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주변 강대국들과의 경제 경쟁에서 몰락하거나 파멸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빚으로 겨우 버티는데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 도전받는 경제학 - 새 해법을 찾는다 ⑤ ◆

모든 경제위기는 빚 때문에 터졌다. 빚의 쓰나미는 많은 기업을 파산시키고 국가 부도사태까지 몰고갔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금융사 부실과 차입 위주의 기업경영에 의한 빚더미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금융위기나 그리스발 남유럽 재정위기도 빚잔치에 대한 대가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 때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으로 국가 부도사태를 넘겼다. 그 대가로 한보, 대우 등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 양산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IMF로부터 꿔온 돈 195억달러를 갚느라 경제는 성장하지 못하고 후퇴했다. 재계 2위였던 대우는 연 20%의 고금리로 부채를 갚지 못해 결국 빚에 허덕이다 몰락했다. '대마불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도 남겼다.그러나 최근 미국이나 유럽의 금융위기는 다른 양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잇단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추가적인 빚을 냈다. 미국은 국채를 발행해 달러를 사들였다. 사들인 달러를 빚으로 쓰러져가는 금융회사들을 살리는 데 투입했다. 금융회사의 빚은 크게 줄었지만 이 빚은 대신 정부 빚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민간의 부채를 정부의 빚으로 이전하는 처방을 쓴 것이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IMF가 공동으로 3년간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일단 위기를 잠재웠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가 이 빚을 상환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EU가 그리스 지원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였다.

 

과거에 '빚은 상환(deleveraging)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의 글로벌 경제는 '추가적 빚(releveraging)으로 위기만 모면하는' 꼴이다.

 

'대마불사' 신화도 슬그머니 살아나고 있다.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는 작년 말 590억달러의 빚을 갚지 못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두바이월드의 매출액은 고작 142억달러였다. 하지만 채권단은 모라토리엄 선언 6개월 만에 채권단 채무조정안에 도장을 찍어줬다.

 

미국 금융위기에서도 사태를 촉발시킨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지만 최대 보험회사 AIG는 수천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통해 살아남았다. 국영 모기지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긴급 수혈을 받았고, 베어스턴스는 미 정부가 나서 JP모건체이스에 인수 자금까지 지원하며 합병시키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대부분 모든 나라가 빚을 무서워하지 않은 채 무모한 빚 늘리기 경쟁에 돌입한 양상이다.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도 그런 세계적 분위기 속에 터진 것이다.

 

가계 경제도 마찬가지다. 빚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유사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가계가 빚을 얻어 집을 더 살 수 있도록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지는 것 역시 빚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위기에는 돈을 푸는 임기응변적 수단 외엔 방법이 없다. 돈을 풀고 풀린 돈을 억지로 돌게 하는 처방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각국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급히 쏟아부은 돈은 천문학적이다. 작년 4월 IMF가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EU 정부와 중앙은행이 반년 만에 투여한 돈은 8조9550억달러에 이른다.

 

빚을 빚으로 막는 해법으로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전 세계는 빚더미에 올랐다. 대가가 없을 리 없다. 선진국의 연합인 EU가 후진국처럼 국가부도 위기에 떨고 있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글로벌 경제가 안정된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전한 재무구조와 부채관리가 필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빚으로 빚을 막다 보니 출구전략에서도 전 세계는 딜레마에 빠졌다. 출구전략 일환으로 금리를 올리면 빚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걱정되고, 출구전략을 미루자니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버블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케인스는 불황이 오면 정부가 적자재정을 통해 부족한 수요를 충족하도록 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경제위기 때마다 세계는 케인스의 해법으로 위기를 넘겼고 그의 해법은 만병통치약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적자재정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만성적인 저성장과 잦은 경기 침체에 빠지게 하는 원흉으로 지목됐다. 최근에 와서는 국가부도의 위험성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형국이다.

 

민간의 빚을 정부로 고스란히 이전해 다시 기업과 가계의 과다한 부채로 이전되면서 새로운 경제위기를 촉발하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 채무는 탕감이 불가능하다. 과중한 국가채무가 국채이자 지급을 위한 국채 발행 누증으로 이어지면 그 나라의 경제는 '블랙홀'처럼 헤어나기 어렵게 된다. 결국 글로벌 빚더미 경제는 버블과 침체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불안한 성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과도한 부채의 부담은 후손 몫이 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현대경제학이 근본적 해법을 찾지 못하는 한 재정 건전성과 경제 회복 두 핵심 가치를 넘나드는 위험한 줄타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파산시대` 오면 해법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경제질서 틀을 제공했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1971년 미국의 일방적인 금 태환 정지로 무너진 이후 그 공백을 신자유주의가 대신해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금융 부문에서 무절제한 규제 완화를 펴 결국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빚으로 자산을 구입하는 신용팽창이 시작되면서 자산가치 버블을 낳았고 곧 버블 붕괴와 더불어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빚을 빚으로 막다 보니 위기 이후에도 빚은 사라지지 않고 경제를 괴롭히는 것이다. 위기가 닥치면 정부는 차입을 통해 민간의 빚을 탕감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같은 방식이었다.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에서 보듯이 각국은 위기로 인해 악화된 재정 건전성을 다시 높이기 위해 빚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까지 무너지는 국가 파산(sovereign default)이 오면 앞으로는 경제위기를 해결할 경제학적 틀이 없게 된다.

 

케인스 이론이 성립하는 것도 '국가는 파산하지 않는다'는 게 전제다. 인구는 계속 늘 것이고 이에 따라 생산성은 항상 증가하고 세금도 더 걷히면서 국가 부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글로벌 경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고용 없는 성장 등 '뉴노멀 시대'로 치달으면서 판이 달라졌다.

 

[전병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