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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불륜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잣대

 

 

 

불륜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잣대

 

 

 

불륜이란 '인간의 도리에 어긋난 행위'로 주로 "아내(남편)아닌 여성(남성)과의 애정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은 "결혼한 사람은 단 한 사람의 이성(남편 또는 아내)과의 애정 관계"를 갖는 것이 인간의 도리하는, 곧 일부일처제만이 옳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불륜이 '도리에 어긋난 행위'로 정착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지나왔다.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불과 60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이 아내 아닌 여성과 살아도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도지 않았다. 신라, 고려 시대는 근친간 결혼이 당연시 되었고 TV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나온 '미실'이라는 여성은 진흥왕을 비롯한 여러 왕은 물론 왕자, 화랑들과 몸을 섞으면서 신라 시대 최고의 권력을 향유했던 여성이었다. 고려 시대는왕족들끼리 결혼으로 혈통을 유지하려 하였고 이조 시대에는 권력과 재물을 가진 양반 사대부들은 축첩이 당연시 되어 온 사회였다. 왕은 왕비뿐만 아니라 어려 명의 후궁을 거느렸고 웬만한 양반이나 돈 많은 지주들은 가난한 집 딸이나 기생을 첩으로 들였다. 더구나 축첩은 아내된 여성이 간섭할 수 없는 남성 고유의 일로 남편이 첩을 얻었다고 한마디라도 했다가는 칠거(七去)가운데 투거(妬去)로 문제삼아 쫓아내기도 하였다.

 

일제 강점기 까지만 해도 첩을 사고 파는 대상이었으며 물건으로 취급하였고 축첩세가지 등장하기도 하였다.

 

6.15 해방은 이런 생각과 제도를 포함하여 민중들은 자신의 삶을 압박해 온 모든 낡은 제도와 관습으로부터의 해방으로 받아 들였고 그 속에는 여성해방도 포함되어 있었다. 축첩을 둘러싼 여러 의견들이 신문에 다뤄지면서 공론화 되어 사회문제로 등장하였다. 개화기와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서양 문물이 밀려들어 왔으며 성에 대한 해방, 여성 해방이 우리 사회를 강타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연극과 소설 등에 등장한 신여성들의 삶은 장구한 세월 동안 고통받고 신음하던 여성들에게는 축첩을 반대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성신분해방의 새로운 미래를 예고하였다. 이러한 축첩 반대 분위기는 해방이 되자 폭발하였는데, '축첩자는 공무원 채용금지', '축첩자는 법으로 처벌하자'는 공론이 일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한국 전쟁 전까지만 해도 "여성의 심리 변화, 남성들의 성욕 분출' 등을 빌미로 여성들의 간통행위만 처벌하자는 분위기였으나 전쟁이 끝난 1953년 제정, 공포된 형법은 '남자든 여자든 배우자가 아닌 자와 성관계를 가질 경우 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의 '간통쌍벌' 조항을 포함해 축첩은 처벌 대상으로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남편의 축첩을 법에 고소할리 없을 것이라는 얄팍한 속셈이 깔려 있었다.

 

법이 공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 모라는 여성이 첩을 둔 남편을 고발하여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혼 소송을 제기하여 '간통쌍벌죄 제1호'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는 많은 남성들을 당황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그 이후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법원에는 여성들이 떼지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었고 첩을 둔 남성이나 그 편에 서 잇는 사람들을 향하여 애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이러한 사건이 계속 발생되면서 언론에는 대서특필되었고 여성들은 첩을 두려는 남편에 대한 반발과 소송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축첩에 대한 남성들의 사고도 점차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여성들의 행동은 그동안 차별받고 붇아한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 온 조선여성들의 분노로 폭발되었고 이를 바꾸기 위한 투쟁이었다.  이렇게 되면서 한 집에 살던 처와 첩은 같이 살기가 어려워지게 되자 떨어져 살거나 음지로 숨어들어 '내연 관계', '불륜 관계'라는 이름이 붙여지면서 누구나 축첩은 올바르지 않다는 사회적 분위기로 바뀌었다.

 

오늘날 분륜이나 내연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끓임없이 소비되는 이유는 일부일처제와 성적 이중잣대와 규범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며 이는 인간 본래의 성적 충동과 호기심, 소유욕이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인터넷과 영상물 등 통신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성적인 매개물에 접촉이 가능하고 순결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성인물이 범람하고 접촉이 용이하며 젊은이들의  성에 대한 인식도 급속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아침.저녁으로 연일 계속되는 막장 드라마를 통하여 혼전 임신, 자유 연애, 삼각관계, 불륜, 근친 상간 등의 내용이 공공연하게 방영되면서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는 막연한 환상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분위기,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로 경제적인 욕구와 상대적 불만감이 증폭되면서 스와핑, 혼전 임신, 미혼모, 불법 낙태, 미성년자 성매매, 성폭력/성추행 등이 불법적으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귀영화, 아름다움, 권력 등 모두가 한 순간의 남가일몽이요 일장춘몽이다. 이것은 자신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같으며 허상에 불과하다. 상대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나면 실망되고 끝나면 떠나고 싶고 아침이면 후회되는게 남여관계이다. 어둠이 추함을 감추 듯 성형과 화장으로 가려진 얼굴을 보고 눈에 콩깍지가 씌어 고르고 고른 상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 어려움과 삶의 고통으로 상대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불륜을 꿈꾸게 될 것이다. 오늘도 전국의 주점.카페.레스토랑.술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암수의 유혹과 탐욕의 시간들, 집창촌을 포함하여 모텔과 호텔, 원룸, 자가용 속, 야외 숲 속, 강변과 해변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향연은 인간들의 삶이 아닌가? 

 

누구나 빠져들기 쉬운 불륜을 손가락질하면서도 자신은 스스로 부러워하는게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멘스라는 이야기처럼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늘, '막장 TV'를 껴안고 삽니다."

 


'막장' 홍수다. 막장의 기운은 이제 드라마, 예능할 것 없이 쓰나미처럼 TV를 덮쳤다. 막장에 푹 젖은 시청자들은 이제 무엇이 막장이고, 어디까지 막장인지 분간도 못할 만큼 아침저녁으로 '막장 TV'를 껴안고 산다.

불륜이나 그로 인한 이혼, 맞바람 등은 이제 TV 드라마에 빠져서는 안 될 단골 소재가 됐고 폭로성, 자폭 토크도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더욱 자극적인, 더욱 독한 막장이 들어가야만 시청률도 올라간다. 막장에 대한 비난과 지적이 쏟아지는 반면, 해당 프로그램은 더욱 화제가 되고 자연스레 시청률도 따라 오른다.

KBS 2TV 주말연속극 '결혼해주세요'는 15일 방송분에서 그간 불륜 줄타기를 하던 남편 태호(이종혁 분)가 아내 정임(김지영 분)을 향해 "그 여자도 너도 둘다 좋다. 일부일처제가 문제다"고 내뱉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것이야 말로 '막장'이라고 소리치는 시청자들, 하지만 이날 방송분은 자체최고시청률을 냈다. 누군가는 욕하고 외면하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이 드라마에 사로잡혔다는 증거다.

그런가하면 MBC 일일연속극 '황금물고기' 역시 뜨거운 막장 비난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의붓동생이었던 지민(조윤희 분)이 장인 정호(박상원 분)와 결혼에 골인할까 노심초사하는 태영(이태곤 분)의 일거수일투족이 이 드라마의 핵심 줄거리다. 이에 앞서 지민과 태영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 둘만의 결혼식까지 올리며 애절한 사랑을 나눈 연인이었지만 각자 서로의 오해와 해묵은 악연 때문에 지금은 철천지원수가 되어 상대방에 대한 복수극을 펼치고 있다. 평일 저녁, 온가족이 모여보기엔 낯 뜨거운 드라마지만 시청률은 쑥쑥 올라가며 경쟁작을 위협하고 있다.

SBS 토크쇼 '강심장'도 막장 비난을 면치 못하긴 마찬가지다. 방송 초창기부터 폭로성 토크로 일관했던 '강심장'은 여전히 다수의 게스트들을 내세워 남의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자폭하는 토크를 선보이고 있다. 이미 수많은 스타들의 여러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며 논란을 야기했지만 인기는 최강이다. 화요일 밤, 동시간대 부동의 1위를 고수하며 경쟁작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다.

아침극은 또 어떤가. 아침극이 막장 스토리로 일관한지는 너무도 오래된 얘기지만 이제는 멀쩡한 아침극은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방송 3사의 작품 대부분이 막장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 상당수 TV 예능에서는 늘 중요부위만 겨우 가린 듯한 차림의 남녀 연예인들이 춤을 추거나 위태로운 발언을 던진다. 청소년들이 듣고 보기엔 민망한 장면들이 브라운관을 꽉 채웠다.

그래도 시청률 앞에 장사는 없는 법. 착한 드라마나 착한 예능이 가뭄에 콩 나듯 사랑을 받는 일도 더러 있지만 시청률 올리기에 한층 쉽고 빠른 길은 막장을 끼워 넣는 일이다.

 

 아침먹고 불륜보고 저녁먹고 불륜보는 사회

 

 

지상파 방송 3사 드라마의 불륜 의존증이 심각하다. < 한겨레 > 대중문화팀이 2009년 1월부터 현재 방송분까지 드라마 내용(사극제외)을 분석한 결과 둘중 하나가 불륜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는 정도가 더 심하다. 사극을 제외한 17편중 10편이 불륜 일색이다. 60%에 가까운 수치다. 강도도 '막장성'을 더하고 있다. 일일·주말극은 따뜻한 가족이야기로, 미니시리즈는 다양한 소재를 반영한다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 불륜에서 막장꽃 핀다

불륜은 드라마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매력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금기시될 필요는 없다. 과거에도 불륜 드라마는 존재했다. 그러나 5~6년전만해도 아침드라마 등에서 제한적으로 시도했던 불륜드라마는 이제 차고넘친다.

내용도 불륜에 빠진 남녀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리며 공감대를 얻기보다 복수나 맞바람 등 누가 더 막장을 그리냐는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불륜 막장 드라마의 기폭제는 2008년11월부터 2009년 5월까지 방송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 아내의 유혹 > 이다.

현재 방송중인
문화방송의 < 황금물고기 > 등 일일드라마는 아침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고, 아줌마 밴드이야기인 에스비에스 월화미니시리즈 < 나는 전설이다 > 등 로맨틱코미디물조차 불필요해 보이는 남편의 내연녀가 습관처럼 등장한다. 특히 현재 시청률 40%가 넘는 < 제빵왕 김탁구 > 와 문화방송 일일드라마 < 황금물고기 > 에는 불륜, 간통, 복수, 패륜 등 자극적인 내용이 넘쳐난다.

■ 맥락 없는 인물상

극적 긴장감을 높이려고 등장 인물의 성격도 이분화시키기 일쑤다. 주인공은 한없이 착하고, 남편과 바람 핀 여자는 욕먹어야 마땅한 인물로 그려진다. 왜 바람을 피우고, 왜 갈등 구도가 빚어지는지 뚜렷한 이유도 없다. < 아내의 유혹 > 에서 여주인공은 얼굴에 점 하나 찍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뒤 남편을 향해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한다. 불륜드라마는 이제 '아무 이유 없이' 막장을 향해 달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어머니들까지 불륜을 부추기는 인물로 가세한다. < 제빵왕 김탁구 > 뿐 아니라 한국방송 2텔레비전 일일드라마 < 바람불어 좋은 날 > 에서는 엄마는 딸로 하여금 재혼한 전남편을 유혹하도록 함께 계략을 꾸미면서 불륜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 방송중인 에스비에스 일일드라마 < 세자매 > 에서는 친하게 지내던 이가 알고 보니 남편과 바람피운 첫사랑이었다는 식의, 우연으로 포장된 복잡한 인물관계도 등장한다.

■ 자기복제의 늪

막장드라마는 끊임없이 복제를 거듭한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주말드라마 < 결혼해주세요 > 는 지난 14일 방송에서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남정임(김지영)이 연하남(유태준)에게 위로를 받으면서 < 조강지처 클럽 > (2007)등에서 숱하게 보였던 평범한 이혼녀와 연하남의 사랑이라는 뻔한 불륜공식의 답습을 예고했다. < 아내의 유혹 > 의 극본을 썼던 김순옥 작가는 같은해 비슷한 내용의 복수극 < 천사의 유혹 > 의 대본을 썼다. 조은정 작가도 비슷하다. 자신의 가정을 파괴한 이복오빠이자 옛 애인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의 < 황금물고기 > 를 집필중인 그는 전작 < 하얀거짓말 > (2009)에서도 옛 애인의 이복동생과 결혼해 자신을 버렸던 남자에 대한 복수극을 그린 바 있다.

■ 보니까 쓴다지만

불륜에 납치극까지 등장했던 < 밥줘 > (2009)의 서영명 작가는 "작품을 보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쓰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불륜드라마는 시청률이 높다. < 아내의 유혹 > 은 40%를 넘기며 화제를 일으켰고 < 내조의 여왕 > (2009·MBC)도 30%를 넘었다. 현재 방송중인 < 결혼해주세요 > 도 25%(티엔엠에스 집계), < 바람불어 좋은 날 > 도 17.9%다. 건강한 아침드라마를 표방한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 엄마도 예쁘다 > 는 6%대에 불과하다.

방송 작가들은 이런 시청률 강세가 현실적 설득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 사랑과 전쟁 > 의 하명희 작가는 "주부들이 남편의 외도를 대놓고 말할 수 없는 한국사회에서 (불륜드라마는) 복수와 성공으로 이어지며 대리만족도 준다"고 했다. 방송사들도 회당 1~2억원이란 적은 돈을 들이고도 높은 시청률을 내는 가장 좋은 소재가 불륜이라고 털어놓는다. 한 드라마 피디는 "스타를 기용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하는 불륜드라마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라고 했다. 일례로 공영방송이 방송한 막장드라마 < 수상한 삼형제 > 는 30%가 넘는 시청률에 힘입어 광고수입만 300억원 이상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불륜 소재를 좀더 심도깊게 고민하고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자성론이 작가 자신들에게서도 나온다. 서영명 작가는 "작가들이 봐도 민망할 정도로 비슷한 불륜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드라마들이 많다"면서 "불륜이 등장하는 합당한 이유와 갈등하는 인물 내면의 진정성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응진 한국방송 드라마국장도 "불륜도 삶의 현상이므로 다룰 수 있지만 드라마속 비율이 높다는 건 분명히 문제가 된다"며 "시청률에 목매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 양산 풍토를 만들려는 내부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