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사람들이 구입한 로또는 총 2조 4636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 대역전극을 꿈꾸며 수많은 사람들이 로또 복권을 산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라고 한다. 이는 길거리를 지나가다 벼락 맞을 확률(180만분의 1)보다 약 5배 가량 낮은 수치. 즉 벼락을 5번 맞을 확률과 거의 비슷하다는 말이다. 살면서 평생 한번이라도 벼락 맞을 일이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로또를 사러 갈 마음이 싹 사라진다. 차라리 그 5000원으로 교통카드 충전이나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며칠 전 로또를 샀다. 왜 사람들은 벼락을 5번 맞을만한 낮은 확률에 적게는 수천원에서 많게는 수십, 수백만원까지 돈을 투자하는 것일까. 왜 난 교통카드 충전이나 하는 편이 낫겠다 생각하면서도 로또를 샀을까.
대한민국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일단 서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각종 고시 시험을 통과하거나, 혹은 대기업에 취업하여 고속 승진을 하거나, 혹은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어 고소득 연봉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재테크마저 성공해야만 인생'역전' 정도를 운운할 수 있지 않을까. 요새 변호사나 의사들도 과잉공급으로 인해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렇게 승승장구해도 인생'역전'은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저렇게 위너로서의 인생을 살 수 있는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기자의 능력이 부족하여 수학적으로 따져보긴 힘들지만, 부와 학벌 세습이 가속화된다는 여러 매체 보도를 보면 아마도 로또만큼이나 그 수치가 낮지 않을까 싶다. 빈곤->낮은 교육 수준->빈곤으로 이어지는 가난의 대물림은 암울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1970년대 서울대 학생 중 간부급 회사원 자녀와 농어민 자녀 비율은 똑같이 12%였지만, 2007년 서울대 재학생 중 부모 소득이 대한민국 상위 20%안에 드는 학생 비율은 약 60%라고 한다. 또한 올해 서울지역에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 중 41%는 대표적 부자 동네인 강남3구에 살고 있다.
2010년 숫자로 본 대한민국의 모습은 꽤나 처참하다. 전체 인구 중 약 15%인 700만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경제활동 인구 중 1/3 인 800만명이 신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상위 5%가 소유한 토지는 전체 토지의 82.7%, 상위 10%가 차지한 자산총액(부동산+금융자산)이 74.8%, 주택 보급율은 105.9%로 가구 수보다 많지만, 자기 집이 없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41.4%나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900만명에 이르고, 백수는 400만명이 넘었다.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고 있자면 느는 건 한숨 뿐.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의 표본을 보여주는 셈인데, 이러한 현실을 뚫고 인생역전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과연 로또보다 높을까 낮을까.
최소한 로또는 매주 토요일마다 누군가에게 인생역전을 허락하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기회의 평등이 사라져가는 한국 사회의 '넘사벽'보다는 적어도 매주 몇명에게 축복을 내리는 로또가 더 현실적으로 보일 정도이다.
대한민국, 정말 서민들에게 희망이란 '로또' 밖에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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