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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이는 이건희" 낯뜨거운 이병철 100주기 보도 등.. 

 

 천신일, 이상득에 박연차 구명로비

2010년 02월 06일 (토) 07:25:51 조현호 기자
 

세종시 수정안 충돌이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안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다. 5일까지 이틀째 이어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 총리 해임안 추진에 대해 한나라당 내 친박의원들이 가세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6일자 아침신문들은 이 같은 분위기와 전망을 지면에 소개했다. 이 가운데 동아일보는 친박의원들에 대해 "마주앉아 토론 협의조차 못할 사이라면 한지붕 밑에서 굳이 같이 살 이유가 있느냐"며 냉소적으로 따져묻기도 했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구명로비를 위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법원에서 밝혀냈다. 하지만 천 회장의 혐의는 모두 무죄였다. 애초부터 검찰이 수사의지가 없었다는 의혹이 법원에서 판가름난 셈이다. 경향과 한겨레는 이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5일은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 탄생 10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호암아트홀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소식을 담는 데엔 모든 신문이 지면을 크게 할애했다. 중앙일보와 국민일보는 1면에 사진과 함께 기사를 실었고,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등은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울먹였다는 대목을 기사와 제목(한국)에서 강조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신문들은 "정직해야 한다" "싸우지 말자" "삼성이 약해지면 도와줄 것"이라는 이 전 회장의 언급을 일종의 어록처럼 실어줬다. 남 잔칫상에 재는 뿌리지 말자는 뜻에서였을까. 체육대회 유치라는 명분으로 죄를 짓고도 재력과 권력에 기대어 4개월 만에 국민과 대중앞에 거리낌없이 등장한 회장님에 대해 한마디의 언급을 한 신문은 한 곳도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탄생을 이렇게까지 기념하는 행사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다음은 6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유럽발 재정위기 쇼크/세계증시 '도미노 폭락'>
-국민일보 <유럽 국가들 재정위기/전세계 금융시장 '쇼크'>
-동아일보 <'유럽의 돼지들' 세계 금융시장 흔들다>
-서울신문 <유럽발 금융쇼크 주가·환율 요동>
-세계일보 <'유럽발 쇼크' 코스피 49P 폭락>
-조선일보 <고개숙인 일 자존심>
-중앙일보 <도요타 사장 일주일 새 두 번 머리 숙였다>
-한겨레 <민간부실이 국가부실로…유럽발 '금융쇼크'>
-한국일보 <G2리스크 이어 PIG발 재정쇼크/세계경제 잔인한 봄 오나>

 

 

천신일 이상득 청탁, 법원이 밝혀내

 

그동안 제기돼왔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경향신문은 1면 <천신일, 이상득 의원에 '청탁' 드러나>에서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천 회장으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데다 이 전 부의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벌이지 않아 이 전 부의장을 수사선상에 올려놓지 않기 위한 의도된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는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천 회장에 대해 일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경향신문 2월6일자 1면  
 

하지만 재판부는 천 회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특히 "천 회장이 이 전 부의장에게 전화통화로 수차례에 걸쳐 청탁을 하다가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에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15만위안(약 2500만원)을 받은 뒤 일시 귀국해 이 전 부의장에게 직접 청탁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향은 "검찰이 이 같은 사실을 수사결과 발표 때도 밝히지 않았으며, 이 전 부의장을 소환조사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통상 이 같은 상황에서는 청탁을 받은 사람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라도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여권 실세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했다.

 

한겨레도 1면 <천신일, 이상득 의원에 '박연차 청탁'/검찰, 공소장서 빼 일부러 감춘 의혹>으로 보도했다.

 

이밖에도 천신일의 로비와 청탁을 제목으로 뽑은 곳은 세계일보 국민일보 한국일보 등이었다. 세계일보는 8면 오른쪽 가운데쯤에 <"천신일 회장, 박연차 구명로비 청탁/이상득·한상률에 수차 전화">라는 제목의 기사로, 국민일보는 이 내용을 7면 가운데 맨 하단에 2단 크기로, 한국일보는 9면 오른쪽 가운데에 <천신일, 이상득 의원에 박연차 선처 부탁>으로 실었다.

 

동아일보는 10면 오른쪽 상단에 <천신일 회장 '세무조사 무마' 무죄/주가조작 혐의만 인정 집행유예>에서 재판부의 선고내용만을 실었다. 서울신문은 11면 가운데에 3단 크기로 <천신일 세무조사 무마로비 무죄>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다. 중앙은 16면 가운데에 <천신일 회장 '세무조사 무마 로비' 무죄>

 

이건희 "삼성 어려우면 복귀할 것" 신문들 크게 실어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5일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타냉 100주년 기념 행사장에 참석해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 "회사가 약해지면 해야죠. 복귀라기 보다 도와줘야죠"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또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 겠다" "싸우면 절대 안된다" 등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신문들은 이 같은 이 전 회장의 말을 제각기 해석해 크게 실었다. 사진은 이건희 전 회장과 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손을 잡으며 웃는 모습 등이 주로 실렸다. 사진촬영은 사진공동취재단이 했다.

 

   
  ▲ 중앙일보 2월6일자 1면  
 

가장 크게 실은 곳은 중앙일보였다. 1면 가운데에 3단크기의 사진과 함께 <이건희 전 회장 "회사 약해지면 도울 것">이라는 제목으로 비중있게 실렸다. 중앙(과 국민일보)은 사진 기사의 크레딧을 자사 기자 이름으로 달았다. 더구나 중앙은 2면 머리기사 <박태준 "호암의 사업보국 유지가 우리 경제 지켜">에서는 "100년 전 참담한 그해에 태어나셨던 대표적 영웅이 바로 호암" "사업보국이라는 위대한 유지는 늘 삼성을 지키고 우리 경제를 지키고 있다"는 박태준 포스크 명예회장의 말 등을 소개했고, 기념식 참석자의 명단을 대부분 나열해주기도 했다. 지면 하단엔 <"존경하는 호암"…"아끼는 TJ">라는 기사로 실었다.

 

이밖에도 국민일보는 1면 오른쪽에 사진과 함께 <이건희 전 회장 "솔선수범…싸우면 절대 안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14면 머리기사 <삼성 창업자 고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건희 전회장 "사우면 경제도약 절대 못해">라는 기사를 통해 행사 소식 행사 전반을 소개하며 이 전 회장의 말을 옮겼다.

 

"울먹이는 이건희" 손발 오그라드는 기사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처럼 삼성이나 삼성 친인척과 직접적인 관계가 얽힌 곳이 아닌 많은 신문들 역시 행사와 이 전 회장을 띄우려는 기사를 썼다. 낯뜨거운 대목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서울신문은 5면 머리기사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 참석…이건희 전삼성회장의 화두/"경영복귀 아직은 빠르다">에서 "이 전 회장이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이 전 회장이 인사 도중 감정이 복받친 듯 잠시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했다는 대목도 기사에 넣었다. 한국일보는 아예 11면 머리기사 <'호암 탄생 100주년' 범 삼성가 한자리에…"아직 부족한 점 많다" 울먹인 이건희>에서 기사 문장에서부터 이건희 전 회장이 울멱였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11면 머리기사 <삼성 창업주 고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호암 경영철학은 영구한 기업철학">을 통해 행사 소식을 크게 실었다.

 

   
  ▲ 한국일보 2월6일자 11면  
 

   
  ▲ 서울신문 2월6일자 5면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상대적으로 조금 작게 처리했다. 조선은 17면(경제면) 가운데에 사진과 함께 실었고, 한겨레도 16면 가운데에 사진과 함께 <이건희 전 회장 "삼성 약해지면 경영 돕겠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6면 머리기사(<이건희 "삼성이 약해지면 경영복귀 고려">)로 실었다.

 

세종시 동원 집회 돈 준 주체는?

전날 대전 등지의 시민들이 돈받고 세종시 집회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던 경향은 10면 머리기사 <세종시 집회 참가자 "돈 받았지만 출처 몰라">에서 "지난 4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린 '세종시 원주민 생계 및 재보상 비상대책위원회 2차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3만원의 일당을 받고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돈을 뿌린 주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은 "동원된 사람들은 '돈을 버스 안에서 받았지만 돈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나온 돈인지는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며 "인력 동원에 소요된 돈은 '돈 살포와 버스 대절 등의 비용을 합하면 어림잡아 2000만원 이상은 될 것'(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경향은 "주민 동원용 버스 10여대 중 5대에 대한 예약신청을 받은 ㄱ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연기군 주민으로부터 차를 보내달라는 연락이 와서 대당 50만원씩 받기로 하고 관광회사 등을 통해 버스 5대를 배치해 줬다'며 '이 사람이 연기군 지역 비상대책위에서 일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단체의 정확한 이름이나 성격은 모른다'고 말했다"며 "ㄱ씨는 아직 운송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경향은 돈의 '출처'로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세종시 수정을 추진해온 정부라며 "총리실 측은 '우리는 모르는 얘기'라는 입장"이고, 행사 주최 측도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 "세종시 친박 반발 같은당 소속이라 말못해"

동아는 4일과 5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을 두고 "여소야대와 다름없는 정파 판도"라고 표현하며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친박계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동아는 정운찬 총리 해임건의안 가능성과 관련해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149명)의 찬성으로 가결되기 때문에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이 동의하면 통과될 수 있다"며 "집권 여당의 의원들이 국무총리를 내쫓는 데 가담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니 같은 당 소속이라고 말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안타까워했다.

 

   
  ▲ 동아일보 2월6일자 사설  
 

이어 동아는 "한나라당은 기본적인 정책노선을 공유하며 집권을 추구하는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듯하다"며 "당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공감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분열상은 이마저 기대하기 힘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집권당 소속 의원들이 여당으로서 특혜적 지위를 누릴 때는 서로를 이용하면서 계파적 이해가 걸릴 때는 마주앉아 토론 협의조차 못할 사이라면 한지붕 밑에서 굳이 같이 살 이유가 있는가. 요즘 한나라당을 보면 각 정파가 각자의 비전을 내걸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 원리에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