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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미래사회

실크로드에서 디지털로드로:와이브로,DMB가 앞장

[기획]실크로드에서 디지털로드로②…와이브로, DMB가 앞장

몽골제국의 혼혈주의 네트워크 구축의 우수함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의 하나는 그 시절에 이미 오늘날 달러화와 같은 기축통화를 만들어 통용시켰고 이를 통해 광활한 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했다는 사실이다. 몽골제국은 쿠빌라이칸(다섯 번째 칸)에 이르러 ‘지원통행보초’라는 지폐를 유통시켰다. 쿠빌라이는 이 지폐의 유통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형을 시키고 위폐를 만들면 3대를 멸족시키는 등 매우 강력한 금융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에 동서로는 태평양에서 동유럽까지, 남북으로는 시베리아에서 페르시아 만까지 단일 지폐에 의한 경제체제가 구축될 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버금갈만한 강력한 영향력의 단일 무역권을 형성함으로써 실크로드중심 범세계적 교역망의 터전을 마련했던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지난 1995년 ‘워싱턴포스트’는 저무는 20세기를 정리하는 밀레니엄 특별기획을 통해 지난 1000년간 역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칭기즈칸을 선정했다. 서로 고립된 섬처럼 존재했던 지구상의 각 문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문명과 종족의 네트워킹에 공헌한 공로가 지난 일천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름 아닌 표준의 중요성이다. 몽골제국은 화폐의 표준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우리의 와이브로(WiBro)와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는 몽골제국의 ‘지원통행보초’를 뛰어넘는 ‘디지털 화폐’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세계 최초의 상용화를 달성한 선도 기술이요,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실용화될 수 있어 일반 국민들이 손쉽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보편적 기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몽골 치미드 싸이칸빌레그 정보통신기술청장의 IT장관회담(5월9일)
역시 몽골이 좋은 예가 된다. 몽골은 크기가 한반도의 7.4배나 되지만, 인구 280만 명의 30%가 수도 울란바타르에 모여 살고 나머지는 곳곳에 흩어져 살기 때문에 통신망이 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 넓은 땅에 유선 통신망을 연결한다는 것은 몽골 사정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동통신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인터넷 접근 및 사용의 어려움에 따른 정보격차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와이브로는 몽고의 이 같은 어려움을 쉽게 해결해 주고,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다. 와이브로는 굳이 위성을 쏘아 올리거나 초고속통신망을 깔지 않아도 중계소 설치만으로 웬만한 지역에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옛 몽골제국 시절에 약 30km마다 역참(驛站)을 세우고 연락병들이 파발마를 갈아타게 한 것과 비슷한 이치라 할 수 있으니, 단지 커뮤니케이션 수단만 말에서 디지털 기술로 변한 것이다.

전쟁터에서의 몽골 말들은 빠르고 유연했다. 이 강점을 잘 활용한 몽골군은 적을 기습공격한 뒤 재빨리 초원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 이런 몽골군을 정착 농경사회의 군대는 추격하기 어려웠다. 농경사회의 말들을 오래 타고 달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으려니와, 일하던 농경지를 장기간 벗어나기도 힘들었다.

칭기즈칸 군대의 기병은 한명 당 보통 3~4마리의 말을 갖고 있었는데 병사가 말 한 마리를 타고 질주하는 동안 나머지 말들은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었다. 약간의 과장이 있겠지만 ‘동방견문록’에서 마르코 폴로는 “말의 피를 마시고 영양분을 섭취한 기수는 10일 가까이 불도 한번 지피지 않고 행군을 할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말을 자유자재로 부린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더 원활하다는 말과 같고, 이는 곧 정보를 더 빨리 알 수 있었다는 의미다. 몽골은 바로 정보통신의 힘으로 거대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은 수세기 전 몽골이 세계에 위력을 떨친 기마병과 같은 신기술을 차례차례 선보이고 있다. 와이브로와 DMB야말로 ‘디지털 종마(種馬)’라 할 수 있다. 와이브로는 한자로 ‘臥移浮路’라고 표현할 수 있다. 누워서나, 이동할 때나, 하늘이나 바다 위에 떠있어도 길이 된다는 의미가 담긴다. 실로 몽골제국의 말보다 위대한 교류와 정보 습득의 도구다.

물론 우리의 ‘디지털 파발마’가 몽골 초원에서만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와이브로는 미국이나 남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유럽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얼마든지 그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 와이브로는 지난해 말 국제전기전자학회(IEEE)에서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었다. ‘지원통행보초’와 같은 ‘기축 디지털 화폐’가 되었다는 얘기다.

현대 자동차를 타고 삼성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LG 냉장고와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이 중동·중남미·아프리카 사람들의 꿈이듯, 조만간 와이브로와 DMB 상용화가 전 세계인의 꿈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는 실크로드를 다시 장악해야 한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실크로드를 제패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앞서 말한 와이브로와 DMB가 첫 번째 요인이다. 둘째 요인은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 곳곳으로 흩어진 한민족과 그들의 후예들이 실크로드의 곳곳에 적지 않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이들의 과거는 힘들었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한민족 디지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실크로드의 경제패권 다툼에서 상당한 개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물론 동유럽과 러시아 남부 등 상당한 영토를 장악했던 바투였지만, 그에게 배정된 순수 몽골인은 단 4천 명뿐이었다. 바투의 킵자크칸국의 주 구성원은 투르크(돌궐)인들이었다. 지금도 카자흐스탄과 키르키즈스탄 등에서 살고 있는 투루크인들은 중앙아시아와 지금의 이라크, 터키 지역에서 유목을 하고 있던 사람들로서 이후 킵자크칸국이 17C~18C에 러시아에 의해 완전히 합병될 때까지 몽골 칸들에게 충성을 다했다.

이 같은 예처럼 패권의 장악은 반드시 사람의 많고 적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소수족이라고 해도 정보화가 되어있고 디지털 마인드를 갖추고 있으면 지배 민족이 될 수 있다. 중앙아시아 조선족을 하나로 엮는 ‘한민족 디지털 네트워크’는 한민족의 정보화에 달려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오가지도 못하는 불행한 처지에 놓인 한민족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은 매우 시급하다.

노준형 장관(왼쪽)과 아랍에미리트연합 정부개발부 술탄 사이드 나세르 알 만수라 장관과의 IT장관회담(5월13일)
지난 2001년부터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 및 CIS(독립국가연합)에 한민족정보화지원단 6개 팀을 3개월 동안 파견해 한민족 동포들에게 정보화 기초교육, 홈 페이지 제작 및 네트워크 구축 등의 IT 봉사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한민족정보화지원단은 올해도 같은 규모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절대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실크로드가 산발적인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연결되었듯, 실크로드의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한민족의 디지털 역량을 키워 이들을 중심으로 실크로드를 ‘디지털 한류’에 의한 ‘디지털로드’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실크로드를 놓고 벌이는 세계열강의 새로운 각축전에서 우리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할 수 있다.

투르크 속담에 “개가 짖어도 대상(隊商)은 앞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원래 낙타는 겁이 매우 많아서 새가 지저귀기만 해도 난리법석을 피우는 동물인데, 하물며 개가 짖으면 낙타 편대의 대상 행렬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럼에도 경제행위는 이루어져야 한다.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 민족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기회를 맞았다. 전 세계인에게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우리만의 디지털 선도 기술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비단길 순방도 우리 IT가 몽골, 아제르바이잔, 아랍에미리트 3개국 모두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절실하며 적합한 기술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다. 무한한 시장이 열려 있는 것이다.

이제는 몽골을 대신해 우리가 기마민족의 유목정신으로 투르쿠 속담처럼 앞으로 나아갈 때다. 몽골 제국의 파발마가 그 광활한 영토를 누비고 다녔듯, 우리의 ‘디지털 파발마’도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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