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FTA 사령탑’ 김현종 미스터리 | ||||||
[뉴스메이커 2006-07-21 10:18] |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협상이 끝났다. 한·미 FTA는 ‘제2의 개항’에 비유될 정도로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폭발력을 안고 있다. 사실 한·미 FTA 협상 그 자체가 우리 경제정책의 틀을 새로 짜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한·미 FTA 협상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다. 이 한·미 FTA를 지휘하는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47)은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따라 ‘국가적 영웅’으로 존경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매국노’로 지탄받을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최근에는 김 본부장에게 ‘경제저격수’라는 혐의를 두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경제저격수’란 겉으로는 다국적 컨설팅업체 직원, 혹은 정부관리 등으로 위장해 개도국 산업을 붕괴시켜 개도국의 천연자원과 군사시설을 미국에 종속시키는 사람이다(존 퍼킨스, ‘경제저격수의 고백’ 저자) 존 퍼킨스와 유사한 면 매우 많아 실제 김 본부장은 경제저격수로 활동했던 존 퍼킨스와 유사한 면이 많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며 다국적 기업(다국적 로펌)과 국제기구나 단체에서 활동한 경력, 젊은시절 보여준 놀라운 성과 등등. 물론 김 본부장에게는 보통의 경제저격수가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이 아닌 공무원(계약직)이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하지만 김 본부장에게도 몇 가지 사항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한·미 FTA 협상이 우리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먼저 노 대통령이 김 본부장을 신뢰하는 이유부터 추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노 대통령의 독특한 인사스타일에 있다. 특히 노 대통령에게는 취약한 분야인 외교·통상·무역·통일분야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대통령의 절대권위를 인정하는 비정치적 인사를 선호한다. 여기에다가 설득력 있는 화술과 이론적 토대를 갖춘 사람을 특히 좋아한다(최재천 의원). 그 틈새를 뚫고 들어간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김현종 본부장이라는 것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폐쇄적이기로 유명한 외교부에서 매우 특이한 존재다. 그는 정통관료 출신이 아니다. 그는 통상협상 전문가가 아니라 통상법 전문가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석·박사, 국제변호사,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 WTO(세계무역기구) 법률자문관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외교관인 부친을 둔 ‘덕택’에 그는 거의 외국생활을 했다. 국내에서 학연이나 지연과 같은 연줄은 아예 없다. 그는 WTO법률국 수석고문변호사로 재직하던 2003년 5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으로 발탁됐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서갑원 의원(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가 부친이며 김 전 대사의 고향은 전남 순천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모집 절차를 밟았지만 정치적 지연을 통해 현 정부와 연계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김 본부장을 직접 외교통상조정관으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초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김 본부장은 노 대통령에게 통상현안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다. 김 본부장은 “그로부터 며칠 후 (청와대로부터) ‘같이 일을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통상교섭조정관은 1급이지만 차관회의에 참석한다. 그는 1년3개월 만에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총성없는 경제전쟁의 사령탑이 된 셈이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그를 임명하면서 “한국 관료의 미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통상교섭조정관 시절부터 그에게 조직개편과 인사권한까지도 주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보좌관인 이승원씨는 “종전에는 조직개편과 인사권은 외교통상부 차관의 통제를 받았는데 통상교섭조정관이던 김 본부장이 그런 권한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한국 관료의 미래’라는 칭찬 받아 실제로 그는 개방형 공무원 채용을 확대했고 통상교섭본부 내에 ‘한·미 FTA기획단’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도 주도했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의 기구여야 할 ‘한·미 FTA기획단’이 통상교섭본부 내부에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이 보좌관은 “정통관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김 본부장의 뛰어난 조직장악력과 업무능력, 영어실력 거기다가 폭넓은 통상인맥 등을 갖춘데다 노 대통령의 믿음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관계자들의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부겸 의원과 임종석 의원은 “자신감과 열정이 넘쳐난다” “매우 국익을 위한 전략적 사고를 한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이런 평가는 전문성에서 비롯된다. 특히 김 본부장의 미국을 비롯한 해외 통상인맥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통상법 전문가이지만 통상협상에도 누구에게지지 않는 최고의 실력파로 통한다. 당연히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법률지식, 협상술에 강한 카리스마가 있다. 사실 그는 국내보다 국제무대 경력이 더 화려하다. 1999년부터 4년 동안 세계무역기구(WTO) 법률국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이자 가장 높은 수석변호사(39)에 올라 국제무대에서 활약했다. 미국에서 교육받고 생활한 탓에 그의 마인드는 세계화, 국제주의자라는 평가다. 그가 FTA 전도사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칠레와의 FTA 발효 이후 싱가포르, 아세안 10국, EFTA(EU에 가입하지 않은 유럽국가), 일본, 미국 등 속도감 있는 FTA 협상은 김 본부장이 마련한 전략 덕택이다. 국제적 통상환경이 다자간 협정에서 양자간 협정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서두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신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자유무역론자, 국제주의자, 시장개방론자의 특징이 바로 ‘경제저격수’의 특징과 유사한 점이다. 경제저격수 존 퍼킨스도 평화봉사단과 세계은행을 위해 활동하는 등 국제단체나 기구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쌀 재협상 문제로 김 본부장을 접촉해온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초기에는 소신과 확신에 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도 바뀌고 농민 등 이해당사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누구보다 애국심 투철하다’ 평가도 한·미 FTA가 성공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이런 이력이 그에게 ‘경제저격수’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한결같이 “누구보다 국가관과 애국심이 투철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변에 따르면 그의 국가관은 외교관이던 부친이 일본에서 근무할 당시 일본 아이들이 ‘조센징’이라고 놀린 것에서 키웠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받은 상처는 ‘한국인으로의 자각’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7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애국심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병역문제를 보면 그의 경력에서 미스터리한 부문이 있다. 그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 학부와 대학원 석사·박사과정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미국 로펌에 취직했다. 그렇다면 병역의무는 언제 어떻게 했는가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없다. 일부 언론에서 석사장교로 복무했다고 하는데 그의 약력 어디에도 병역기간이 없다. 통상교섭본부 일각에선 6주짜리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쳤다고 하는데 방위산업체나 연구소, 하다못해 야구선수인 박찬호 같은 체육특기자도 아니고 외국계 로펌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대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대목에선 병무청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의 비서 격인 임승철 사무관도 “본부장의 병역관계 등 개인적 신상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언급을 회피했다. 김 본부장의 미국에서 생활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컬럼비아대에 다닐 때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했던 별의별 행동을 보면 과연 그를 애국자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미국 쌀 공매방식에 대해 굴욕적인 이면합의를 했느냐”고 따졌을 때 “국제법상 위반이 아니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한 일이 있다. 이를 두고 강기갑 의원은 “미국의 세계화 물결 중심에 서서 대변하는 것 같다”고 그의 애국심을 의심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 대체로 부정적 어쨌거나 그의 협상능력만큼은 탁월하다는 평가다. 그의 협상능력은 미국에서 익힌 합리성과 상대방의 의도를 꿰뚫어 대응하는 전략적 사고에서 나온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래서 협상 파트너에게는 ‘녹록지 않은 사나이’로 통한다. 이런 협상력은 실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가장 개량적 평가가 되고 있는 사례 한 가지. WTO협정위반 제소에 대한 승소율이다. 통상교섭본부는 우리나라의 승소율이 73%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승소율이라고 한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의 승소는 한국의 입장에서 대단한 의미를 갖는 경우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WTO에 제소된 이유는 공적자금을 받았다는 것. 공적자금이 국가보조금이 된다는 의미였다. 임종석 의원은 “우리나라의 굴지의 기업 중 공적자금을 받지 않은 기업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만약 패소했다면 한국은 또 다시 IMF 상태로 되돌아가야 하는 위기를 맞을 뻔했다”고 말했다. 물론 “WTO에 제소한 미국이 억지를 불렸다”(최재천 의원)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하이닉스반도체 승소의 의미는 절대 감소하지 않는다는 게 통상전문가의 한결같은 이야기이다. 특히 그는 전략적 협상에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와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을 한국산으로 포함시킨 것은 종국적으로 미국과 일본,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접근이었다는 게 통상교섭본부의 설명이다. 최재천 의원은 “개성은 486컴퓨터도 사용할 수 없는 생산환경”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문제가 경제적 가치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임종석 의원은 “그것은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제대국과의 협상과정에서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이라는 우리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협상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기갑 의원은 미국과 쌀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쌀만 낙찰될 수 있도록 입찰규격을 두 차례나 바꾸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협상전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외협상 못지않게 대내협상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5일 한·미 FTA 협상 공청회가 계획된 날, 김 본부장은 미국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 또 FTA에 대한 로드맵이나 양허내용이 전혀 공개하지 않아 그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어찌됐든 김현종 본부장은 본인의 말대로 대한민국의 앞날을 결정할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도 47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비중만큼 인물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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