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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마음이 가는 곳에, 두바퀴가 머무는 곳에 4

 

마음이 가는 곳에, 두바퀴가 머무는 곳에 4

 

 

경기 남동부 2차 주행

 

 

 

 

 

이튼날 4월 26일, 1차 주행에서 양평가는 길을 잘못 찿아가다가 설악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힘든 고개와 새로운 길을 가보게 된 잇점이 있었던 것으로 만족했다. 그래서 경기 남동부 내륙을 관통하는 강촌에서 양평으로 가는 길 주행에 재도전했다. 어제는 이정표만 보고 가다가 설악으로 넘어갔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지도를 검색하면서 갈림길에서는 반드시 휴대폰에서 길을 확인하고 가기로 했다.

  

화악산 북방 사창리나 다목리, 경기도 현리, 강원도 양구, 현리와 마찬가지로 사방이 높은 산과 가파른 고개길, 그리고 호수나 강으로 둘러싸인 오지처럼, 설악면은 신청평대교와 가평대교와 터널이 신설되기 전에는 용문산과 유명산 줄기가 사방을 가로막고 있고 청평댐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오지 중에 오지였던 곳이다. 그래서 개발도 더디고 물산교류도 어려웠던 곳으로 사람 살기에 부적합한 오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설악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신청평대교와 가평대교와 터널이 신설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된 고장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동부 5고개 경유지가 바로 설악이다. 어제 넘은 녹미재(놀미고개) 고개는 이 고개가 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두번 다시 넘고 싶지 않은 고개를 넘은 것이다.

 

 

강촌에서 출발하여 어제처럼 403번 도로를 타고 소주 고개 터널을 넘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제 악몽 때문인지. 발신교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우회전을 하지 않고 좌회전을 해서 충효로로 접어 들었다. 좀 가다가 좌측 버들길로 접어들어 올라갔는데 경사가 극심한 추곡 고개길이 나타났다. 가는 길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계속 올라가서 정상에 도착하여 다시 아래로 내려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다시 403번 도로가 나타난 것이다. 어제 우회전하여 길을 잘못 들어서 설악으로 넘어간 악몽 때문인지 좌회전만 생각이 나서 그만 한바퀴 돌아서 아까 지나갔던 원점길에 도착한 것이다. 양평으로 가려면 소주 고개 터널을 다시 넘어야 한다. 그만 포기하고 돌아갈까 하다가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잠시 휴식을 한 다음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시 소주 고개 터널을 넘어 가기로 했다. 

 

자존심이 살아있다는 것은 의욕과 생기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용기를 내어 다시 소주 고개 터널을 넘고 발신교에서 우회전하여 달렸다. 밧테리를 3단으로 달리면 거의 30킬로미터 속도에 이른다. 2차선 시골 도로지만 차량도 적고 도로도 상태가 나쁘지 않아 신나게 달리는데 어제 본 낯익은 풍경이 다시 보인다. '반딧불 이야기' 폐교를 지나고 황골 주유소를 지나 마곡 유원지가 있는 충의대교에 도착했다. 충의대교룰 지나니 경사가 약한 고개를 넘어 배바위교-귀거래 식당-꽃피는 언덕 팬션-모곡로를 따라 계속 달렸다. 드디어 어제 한서 남궁억 선생 기념관이 있는 한서 삼거리에 도착헸다. 

 

어제는 여기서 우회전하여 설악으로 넘어갔던 갈림길이다. 삼거리 근처에서 잠시 정차하여 주변을 둘러보니 한서 농산품 판매점이 보인다. 얼음물이나 사려고 들어갔더니 아줌마 둘, 남자 둘이서 책상에 앉아 옥수수를 먹고 있었다. 얼음물이 있느냐고 했더니 주인인듯한 통통한 아줌마가 얼음물은 없고 얼음 조각을 띄운 시원한 냉수를 권한다. 그리고 옥수수도 하나 주면서 먹어보란다. 아직 인심이 살아 있는 시골 모습이다. 가게 안에는 이 지방에서 생산된 각종 농산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제 내가 넘은 고개길이 엄청 힘든 고개길이라고 이야기 한다. 어제 제가 넘다가 죽을 뻔 했다고 하니 웃는다. 양평가는 길을 물어보니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계속 직진하면 된다고 한다. 냉수를 마시고 다음에 다시 들리겠다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와서 다시 출발했다. 

 

86번도로와 494번 도로가 합치는 도로를 따라 가다가 수산 주유소를 지나고 모곡리 삼거리에서 계속 직진, 494번 도로를 따라 증방대리를 지나 가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345번 도로를 타고 석산 계곡으로 들어서서 고구개 식당을 지나 계속 가다보니 비솔고개라는 고개가 나타났다. 가파른 비솔고개를 넘어 계속 직진, 단월면을 지나 345, 341, 70번 도로가 서로 만나는 향소 교차로가 나타났다. 향소 교차로에서 좌회전 하여 다리를 지나 우회전, 70번 도로를 따라 용문, 양평 방향으로 계속 내려 갔다. 지금까지 강촌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자전거족을 한 사람도 보지 못했는데 조그만한 고개길에서 반대편에 나와 나이가 비슷한 자전거족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반가워서 손을 흔들며 '화이팅'을 외치나 그 사람도 '화이팅'이라 답한다. 조금 가다가 도로변에 그늘이 있어 정차하여 잠시 쉬는데 아까 본 그 자전거족이 금방 뒤따라 다가왔다. 그 사람도 자전거 타는 사람이 반가웠는지 정차하여 같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은 서울 금천에서 살면서 자전거를 많이 탔는데, 이곳 용문으로 이사를 와서 자전거를 타려니 마땅치가 않다고 한다. 자전거 전용 도로도 없고 고개길이 나타나면 힘들고 같이 탈 사람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 가끔 이렇게 이 길을 달리곤 한다고 했다.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혜어졌다. 아마 귀촌을 한 모양인데 같이 탈 친구도 없고 자전거 전용 도로도 없어 무척 외로운 모양이었다. 아까 넘어온 고개도 힘들어서 가다가 중간에 되돌아오곤 한다고 했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의 귀촌 모습이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오지 시골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주로 도로변이나 골짜기, 계곡, 하천 주변에 그런 집들이 많다.  부동산 임대업자, 인지세, 자작료, 공무원 연금 수급자 등 연금이나 연금처럼 또박또박 돈이 들어오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오지에 살아도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신선한 맑은 공기와 수정같은 물, 우거진 산림, 청정 야채, 부억에서 직접 요리도 하고 포도주도 즐기고 따스한 커피를 마시며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한 전기도 쓰고 블로그에 글도 올리고 멋진 책도 쓰고 음악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대화도 하고 각종 모임 단체에 기부금도 내고 사람들을 초대하여 파티도 열고 숙식도 제공하며 즐기다 가도록 배려해주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 얼마나 즐거운 삶일 것인가. 거기다가 젊고 아름답고 애틋한 반려자, 반려견, 반려묘라도 같이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오지에서 수입이 없으면 수입을 걱정해야 되고 돈벌이에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또 반려자도 없이 혼자서 외롭게 그림같은 집에서 산다면 문제가 있다. 시장도 멀고 병원도 멀고 친구도 없고 놀이도 없다면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차량이 아니면 나오고 들어가기도 힘든 곳 오지에서 혼자나 부부 둘이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회도 해보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각종 동물도 키우고 텃밭에 각종 채소도 심고 특종 작물도 재배하지만 판로가 중요하다. 판로가 없다면 수입도 없다. 엄청난 부자이거나 연금이라도 받으면 모르겠으나 자신이 모은 돈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기에는 이런 오지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부자 농부 방송도 많이 보았지만 그것은 일부에 속할 것이다. 

 

친구를 불러 가까운 골프장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번, 친구나 인친척을 집에 불러다가 고기도 굽고 술도 마시면서 파티도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 터, 결국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매일 음주와 오락, 도박, 쾌락에 빠지게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실내 골프장, 당구장, 술집, 노래방을 전전하다가 내기를 하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도박에 빠지거나 유흥에 빠져 전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또 어느날 갑자기 대형 산불이라도 나서 집과 전재신이 홀랑 다 타버린다면 갈 곳도 없고 재기도 불가능할 것이다. 

 

또 나이가 들면 병이 나는 것은 당연사, 만약 병이라도 나면 수발할 사람도 없고 병원도 멀고 약국도 멀다. 병든 몸에 그림같은 집이 양귀비같은 연인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눈이 내리고 폭우가 쏟아지면 길이 막힌다. 전기가 끊어지고 물이 니오지 않는다. 통신도 안된다. 가족도 오기 힘들고 찿아오는 사람도 없다. 아무도 없는 그림같은 집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나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다보니 어느새 용문에 도착했다. 용문 시내를 지나 양평 방향으로 국도를 달려 양평에 도착하여 시내를 가로질러 자전거 도로를 찿아 헤메다가 겨우 자전거 도로를 만나 달려 국수역에서 전철을 몰래 타고 구리에 도착했더니 마침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역무원이 나를 보더니 평일에는 자전거는 전철을 타면 안된다고 나무란다. 죄송하다고 말하고 얼렁 구리역을 빠져 나오니 벌써 어두워지는 저녁 시간이다. 자전거와 헬멧 라이트를 켜고 왕숙천 자전거길을 찿아 들어섰다. 이제는 마음이 놓이고 아는 길이라 마구 달려 사능-금곡을 거쳐 호평동 집으로 돌아왔다. 

 

초행길에 너무 헤메고 길이 헷갈려 지체되었고 힘이 들어 국수역에서 전철을 탔는데 무척 눈치가 보였다. 접이식 자전거라면 모르겠으니 평일에 중앙선 전철을 이용하는데 통제가 심하다. 사람들이 민원을 넣어 철도청에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자전거족들이 많이 찿는 양평군에서는 철도청에 여러번 자전거 전철 승차 통제를 풀어잘라고 청원했으나 철도청에서는 아직까지는 묵묵무답이다고 한다. 

 

그래서 접이식 자전거를 주문하기로 했다. 기차나 버스를 타기도 좋고 보관과 이동에 유리하다. 모터 350와트 짜리를 달고 밧테리는 지금 타는 자전거 밧테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버스와 기차가 가는 곳이면 평일이든 주말이든 어디던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1박 정도 하면서 그 지역을 둘러보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숙박하면서 그 지역을 둘러보는 형태가 될 것이다. 단 밧테리 전기 충전이 문제다. 숙박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경우에는 충전이 곤란하다. 충전은 4~5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충전할 방법을 고민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