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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여름 6 :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비법

 

 

강남의 여름 6 :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비법

 

 

                                                                                                           내방역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건강을 원한다. 그러나 삶에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악화되는 건강을 모르고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게 되고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면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병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 집안의 불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식 누구도 부모의 건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못하는 요즘같은 시대는 경제적인 문제도 그러려니와 혈육간에 피치못할 갈등을 불러오기 쉽다. 맞벌이에 하루살기도 힘든데 부모님 병수발을 위해 옆에서 돌 볼 형편이 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병이 걸리면 자식에게도 알리지 않고 부부가 감내를 하지 못하면 집안이 절단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경제적인 능력이 되는 부모는 몰라도 그렇지 못한 부모는 죽는 것이 차라리 더 낳을 지 모르는 시대다. 지금도 아내나 남편의 병구환을 위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인간의 죽음이다. 권세도 재물도 다 필요없다. 천수를 누리는 사탄같은 인간이 있는가 하면 세월호 사건처럼 어느날 갑작스런 억울한 죽음도 있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전방 임병장 사건 등에서 젊은이들이 어이없이 죽음을 당했다. 또 이번 여름철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각종 교통사고를 포함하여 난동, 칼부림, 음주운전, 오토바이 사고, 등산 중 추락사고, 음식물 중독사고, 급류사고, 화재사고, 강도 /강간사건은 물론 물놀이에서 가족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죽음을 당하는 사람도 부지기 수일 것이다. 

 

건강은 꼭 돈을 들여야 챙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결단과 결심을 하고 강력하게 실행에 옮기면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운동한다고 건강해지는 게 아니다. 매일 꾸준히 한다면 1년만 지나면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돈 안 들이고 혼자서 하기 쉬운 새벽 조깅이나 산책, 산행, 약수 떠오기, 신문배달, 청소, 새벽 자전거 타기, 헬스, 댄스 등을 권하고 싶고 단체로 조기 축구, 테니스, 농구, 베드민턴 등 새벽 운동을 권하고 싶다. 새벽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우선 삶의 태도와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물론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새벽 자전거 타기는 더운 여름을 원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활력소이면서 매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듯하다. 서울의 새벽 길은 지금 서울에서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모습을 적라라하게 보여 주는 삶의 현장이다. 새벽부터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벽까지 음주, 유흥에 열중하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항는 사람이 많다. 또 공원이나 쉼터 의자에는 노숙자들이 잠을 자고 있고 골목길마다 삶에 지친 젊은이들이 술에 취하여 길바닥에 나딩굴어 잠을 자는 모습을 자주 본다. 대부분 남자들이지만 방배 카페골목 근방에서 어느날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길바닥에 쓰러져 잠을 자는 모습을 보았는데,. 누군가 신고하여 경찰차가 오는 모습도 보았다.

 

폭염이 계속되고 삼복더위가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계곡으로 여름 피서를 떠나는 차량들이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즐거움과 죽음을 찿아 개미처럼 이동하는 인간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이처럼 여름의 낭만을 노래하며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벽마다 폐지줍는 노인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겨운 양극화된 사회다.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방법은 새벽운동을 포함하여 장편소설 등 책 읽기, 각종 대하드라마 다시보기를 하면서 팥빙수를 먹으며 선풍기를 틀어놓고 지내면 가장 견디기 쉽다. 시골에서는 정자나 등나무, 고목 밑에서 평상에 앉아 가족.친지들과 같이 수박, 참외 등 과일을 먹거나 수제비, 칼국수,잔치국수, 파전 등을 먹으며 보내면 좋을 것이다. 저녁에는 주변에 모기불을 피워놓고 밤하늘 별을 헤며 자녀들이나 손주들과 혈육의 정을 나눈다면 아름답고 정겨운 시골풍경이 눈에 어린다. 돈들여 비싼 장비를 사고 캠핑장을 찿아가서 고기를 구워먹고 밤을 지내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할 수없지만......한여름에는 무언가 몰두하는 것이 더위를 이겨내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정치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치는 국가발전에 가장 큰 저해요소이다. 재보선 선거에 전략공천 잡음, 여권 당권싸움질과 상대방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는 치졸한 인생들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세월호 진상규명은 물건너 갔고 유병언 체포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어 잡는 것이 문제가 될 지경이다. 유병언 키드들이 정치계와 볍조계를 비롯하여 전방위적으로 포진하고 있어 사방에서 압력 작용하는 모양이다.

 

여당은 떨어진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민심은 외면하고 있다. 대통령의 인사실패와 무능력한 지도층의 정치력에 국민들이 돌아선 느낌이다. 국가개조던 국가개혁이던 강력하게 추진할 시기도 점차 지나가고 있고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날 전망이다. 내수경기 침체로  경제는 계속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오로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듯하다.

 

 

 

 

사설 몇 가지를 소개한다.

 

대중국 외교 딜레마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우리는 어떻게 평가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통일을 위해서는 중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허용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아직도 한국이 대미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구성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일본의 군국화에 우려를 나타내며 중일관계가 영토분쟁을 빌미로 긴잔관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플라토늄 생산능력과 핵무기 개발 능력을 고려할 때 미국이 하용만 하면 일본은 언제던지 핵무장국이 될 수 있기에 중국은 더더욱 일본의 군국화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이 절실한 경제협력관계을 내세우며 접근을 시도하고 잇는 것은 한국을 미일로부터 분리하여 중국 영향권에 두려는 속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의 기대일 뿐 쉽사리 한국이 노골적으로 중국편에 서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국민은 한·중 관계의 상승 기류를 지지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 전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은 경쟁국이 아니라 협력 파트너’라는 응답이 60.8%였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 수치였다. 70.8%는 양국 관계가 앞으로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보다 안보, 경제, 문화면에서나 한반도 통일의 열쇠를 중국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중국에 대해서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잇는지 모릅지만 중국의 속셈을 쉽사리 판단하지도 못하는 입장인 것도 사실이다.

 

많은 아시아 국가가 중국이 자국의 안보 환경을 악화시킨다고 보는 것과 달리 한국인들은 중국이 한국이 처한 안보 상황을 개선할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조사에서 82%의 응답자들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중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평양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가 ‘전술적’이었지 ‘전략적’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시진핑은 김정은을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 관계는 위축됐다. 북한의 도발로 6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믿음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6자회담으로 복귀하게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것 말고는 다음 단계에 대한 중국의 다른 생각은 없다.

시진핑은 중국이 ‘자주적인’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통일과정에서 남북의 상호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가설 차원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단계 통일 방안과도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하지만 북한이 불안정 상태나 붕괴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런 경우 남북 상호 합의에 나설 수 있는 세력이 북한에 있을까. 없다면 중국은 서울 주도의 통일에 동의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아니다’이다.

가까운 미래에 위기 상황이 전개된다면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것인가.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9%만이 전쟁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도울 것이라고 대답했다. 2012년 조사에서 나온 75.9%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중국의 정책은 변한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시각이 크게 바뀐 것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시진핑-박근혜 관계의 향상과 시진핑-김정은 관계의 악화뿐이다. 북·중 안보 조약과 북·중 군부 간의 연대는 아직 유효하다. 만약 북한이 단독으로 한국이나 미국을 공격한다면 논리적으로는 베이징이 옆으로 물러서 평양이 응징을 당하도록 놔두는 게 맞다. 하지만 보다 혼탁한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북한에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고 북한 내 급변 사태에 한국이 빨려들어갈 수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의 국가이익과 북·중 연대를 감안하면 중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통일을 방해할 수도 있고 노골적으로 평양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

한국이 중국에 대한 균형 잡히고 현실주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하지만 한국이 한·중 관계의 개선 자체를 중단할 이유는 없다. 언젠가는 중국의 대북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중국 내 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인 응답자의 32%는 중국이 무력으로 북한을 ‘민주화’시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신중한 외교 전략은 제3자가 단기적으로 무엇을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제3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만약 서울이 중국의 한반도 접근법에 영향을 주고 싶다면 베이징에 ‘구애’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중국이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한국인의 신뢰를 얻어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이는 한국이 전방위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과 한쪽 외교 라인에만 공들이고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샌드위치 한국

‘샌드위치론’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7년 한국 기업·경제의 경쟁력이 위기라고 말해 시작됐다.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발언인데, 이제 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의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널리 쓰인다. 군사대국화가 진행되는 중에 2010년 국내총생산에서 일본을 추월해 주요국가 G2로 올라선 중국과,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을 펴는 미국이 주된 축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미국의 암묵적인 지지 속에서 평화헌법을 재해석해 집단자위권을 확보한 일본의 ‘도발’이 가세했다. 중국의 굴기가 심상치 않고, 미국은 일본을 통해 환태평양에서의 우위라는 자신의 관심사를 관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적 격랑이 잠잠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탓에 ‘통일’ 한반도의 미래가 걱정이다.

전통적인 동맹관계보다 이해관계를 앞세운 ‘새로운 밀월’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북한이 참여한 ‘6자회담’은 별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사라지나 싶기도 하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3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취임 후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특히 시 주석은 서울대 특강에서 16세기 조·명(朝明)연합군이 활약한 ‘임진왜란’의 사례를 들어 현재 밀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질세라 일본은 평소 거리를 두던 북한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서 진전을 보면서, 대북 제재를 풀었다. 일본의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5일(현지시간) 미국은 “대북 공조 흔들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라고 경고했으나,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위안부 등 일본의 반인륜적 과거사 문제에서는 한국의 손을 들어주고, 일본의 협력이 절실한 환태평양 방위를 위해 일본의 평화헌법 재해석 등 재무장에 대해서는 일본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일 양국을 모두 품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가 트라우마인 한국 정부는 일본의 재무장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현재 상황을 패권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17세기 명·청 교체기와 비교하거나, 강대국의 등쌀에 국권을 잃어버린 19세기 말 대한제국기를 떠올리며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는 말도 있다.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겠다.

 


슬픈 청문회

청문회는 다 끝났는데 개운치가 않다. 걱정도 됐다, 화도 치밀었다, 헛웃음마저 나온다. 특히 엊그제 교육부총리 청문회는 절망을 넘어 연민까지 느껴야 하는 블랙코미디였다.

귀가 어두워 ‘제자’를 ‘계좌’로 듣고 동문서답하는 건 나이 탓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어눌한 말주변도 입만 살아 있는 인물들의 말 잔치에 견줘 하자랄 수 없을 터다. 하릴없는 언론 탓도 우리네 거두절미 언론 현실에서 성질 낼 것도 못된다.

하지만 온종일 걸린 청문회에서 확인된 건 ‘청문회는 낭만적이지 않다’는 게 전부였다. 왜곡 언론 탓에 지금까지 말을 아꼈다면서도 지명 후 꼬리를 문 수십 가지 의혹 중 어느 하나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제자들이 대신 써 준 탓인지 몰라도 평소 칼럼에서 주장하던 소신들은 의원들의 질문에 쉽게 흐려지고 구부러졌다.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부터 도덕적 흠결에, 자질 부족이라는 결정적 허물이 덧보태졌다. TV 밖에선 한탄이 쏟아졌다. ‘이렇게도 인물이 없나.’ ‘어쩌다 이 나라가 이 꼴이 됐나.’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런 국민적 허탈감을 어떻게 치유하려는지 말이다. 국민을 물로 보지 않고서야 이처럼 국민 욕보이는 청문회가 가능했을까. 허술했던 인사를 보완하기 위한 인사가 더 허술한데도 책임보다 잔머리가 우선한다. 다른 교육부총리감을 물색하고 있으면서 방패막이 들러리로 세웠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럼 꼼수로 청문회는 넘어간다고 해도, 그러는 사이 찢기고 발겨지는 국민적 자긍심은 어찌하나. 존경받아야 할 총리·장관이 희화화되고 조롱감이 되는 사이 큰빗이끼벌레처럼 증식하는 국민적 자괴감은 도대체 어떻게 수습한다는 말인가.

“한 이름난 선비가 많은 사람이 모인 회합에서 머슴을 불러 말에게 콩을 더 주라고 했다. 또 다른 선비는 뜰에 널어놓은 벼에 앉은 새를 손으로 쫓았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들을 천하게 여겨 이조 낭관에 추천되는 걸 막았다.”

조선 실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하는 증언이다. 말 먹이고 새 쫓는 게 어찌 허물이 되랴. 하지만 그것은 나랏일 맡을 깜냥이 되는 사람들이 우선해야 할 일이 아니다. 천거를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그만큼 행동거지를 조심했던 것이다. 다름 아닌 민심을 두려워한 까닭이다.

그렇게 엄격할 필요까진 없지만 백성의 불신을 겁내는 자세가 지금 이 정권에선 보이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그래서 슬픈 청문회는 죽 계속돼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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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잔자 실적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올 2분기 경영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5.19% 줄어들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무려 24.45%나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은 52조원으로 1분기보다 3.13%, 전년 동기보다는 9.5% 각각 줄었다. 전체 매출 규모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채산성이 그보다 더 나빠졌다는 얘기다. 어닝쇼크(예상보다 저조한 경영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히려 소폭 올라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는 가파른 원화 강세와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판매의 감소가 꼽힌다. 한국의 대표기업마저 환율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노후화하는 주력 제품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우선 원화 강세의 파장은 삼성전자 말고도 현대차와 기아차 등 내로라하는 간판기업들의 실적을 모조리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력 수출대기업들마저 환율 하락으로 휘청거리는 마당에 중소기업들에 미칠 원화 강세의 타격은 오죽하겠는가. 지나치게 가파른 원화 강세도 문제지만 환율의 보호막을 걷어내면 여지없이 드러나는 취약한 경쟁력이 더 큰 문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고가제품시장의 정체와 함께 중저가 중국 제품의 거센 공세에 밀린 탓이 크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이 강점을 가졌다고 여겨졌던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의 추격에 거의 따라잡혔고, 시장을 선도할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선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여 오도가도 못하는 이른바 ‘넛 크래커’ 현상이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태블릿PC와 착용형(웨어러블) 모바일 기기 등 신제품 출시로 3분기부터는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제품의 개선이나 성능 향상을 넘어서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획기적인 차세대 신수종 상품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3분기 이후까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 전체로도 몇몇 수출대기업에 의존하는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의 틀을 바꿀 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판에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대기업들마저 흔들린다면 그야말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가 단 한 분기의 실적 부진만으로 한 방에 훅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선도할 만한 혁신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부진하다고 단박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지도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