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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국방/미래전쟁

일본판 ICBM인 입실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일본판 ICBM인 입실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김경민 한양대 정외과 교수
일본이 지난번 고체연료 로켓 입실론 발사에 성공했다. 혹성(惑星·행성의 일본식 표현) 관측용 우주망원경 SPRINT-A 인공위성을 탑재한 3단식 로켓이다. 일본은 1950년대 펜슬 로켓이라는 고체연료 로켓으로 시작해 M-V 고체연료 로켓을 거쳐 입실론 고체연료 로켓까지 왔다.

입실론 로켓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첫째, 언제든지 대륙간탄도탄(ICBM)으로 전용할 수 있다. 한국의 나로호나 북한의 은하3호 로켓같이 연료 주입 시간이 걸려 상대방이 로켓 발사를 알 수 있는 액체연료 로켓이 아니다. 언제든 단추만 누르면 발사되기 때문에 주로 군사용으로 쓴다. 2006년에 개발이 끝난 M-V 고체연료 로켓은 1.8t의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로켓이지만 가격이 75억엔으로 너무 비싼 게 흠이었다. 반면 입실론 로켓은 38억엔으로 저렴하고 효율도 떨어지지 않는다. 1.2t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으니 군사적 측면에서 ICBM 능력도 우수하고, 민간용으로 매우 큰 과학위성을 올릴 수 있어 인공위성 대리 발사의 국제 경쟁력도 충분하다. 우경화의 길을 걷는 아베 정권에선 미사일 능력을 증강하기 위해 가격이 30억엔대 이하로 떨어지면 매달 한 번씩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 지금까지와 다른 지능형 로켓이다. 3단 각 부위에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어 기술자가 아닌 인공지능이 자체 점검을 한다. 발사 관제도 노트북 2대로 가능하다. 우주 선진국들의 로켓 발사 생중계를 보면 많은 사람이 주관제실에 모여 초조하게 발사 과정을 지켜보다가 발사에 성공하면 일제히 일어나 환호하며 악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간에 의한 로켓 발사 관제는 사람을 달에 보낸 미국의 아폴로 시대 이후에도 변화하지 못했던 디지털 시대의 아이러니였다. 그러나 이제는 모바일 관제가 가능해져 노트북 2대로 두 사람이 관제를 한다. 100명 가까웠던 인건비가 삭감되니 30억엔대의 가격이 가능한 것이다.

셋째는 동급의 고체연료 로켓 중 세계에서 무게가 가장 가볍다는 점이다. 로켓을 가볍게 하기 위해 활용되는 탄소섬유 기술은 일본이 세계 최고다. 보잉과 에어버스 여객기의 날개와 동체 제작에 쓰이는 탄소섬유 시장을 일본이 70% 넘게 점유하고 있다. 오랜 세월 기초소재 기술 분야에 투자해 온 덕택이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한반도 주변 강국인 미국·러시아·중국·일본 모두 ICBM 강국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미국의 제한에 걸려 있는 사정거리 800㎞ 이하 고체연료 로켓 개발의 족쇄도 풀어 평화적 목적으로 로켓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협상을 벌어야 한다.

 

둘째는 국가 지도자들이 우주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본의 입실론 로켓 발사는 400회째 발사의 산물이다. 국가 예산의 지원 없이는 이루어지지 못할 일이었다.

 

셋째, 국가 방위에서 미사일은 이제 핵심이다. IT(정보기술)가 발달한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이른 시간 내에 우주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 우리도 로켓 개발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주변국을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인공위성을 우리 로켓으로 발사할 수 있을 때 자주국방의 길이 마련될 것이다.


[김경민 한양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