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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국방/미래전쟁

우주전함 같은 美 차세대 함정들

 

 

 

우주전함 같은 美 차세대 함정들


스텔스 설계가 이뤄진 DDG-1000 ‘줌왈트’.

지난 10월 28일 미국 메인주에 있는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배스 아이언 웍스(Bath Iron Works) 조선소에서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독특한 함정이 공개됐다. 보통 함정은 선체 중앙에 레이더, 연통 등 구조물이 많아 들쭉날쭉한 형태를 갖고 있지만 이 함정은 선체 중앙에 밋밋한 마름모형 대형 구조물만 설치돼 있었다. 레이더파 반사를 줄이기 위해 철저하게 스텔스 설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함정의 명칭은 DDG-1000 ‘줌왈트’. 49세에 해군 참모총장을 지내 미 해군 사상 최연소 참모총장 기록을 세웠던 엘모 줌왈트 제독(1920~2000)의 이름을 딴 것이다.

줌왈트함은 선형 설계는 물론 레이더 등 각종 전자장비, 추진장치, 탑재 무기 등에 있어서 첨단기술을 대거 적용, 명실상부한 차세대 전투 함정으로 불린다. 우선 독특한 선형이 눈길을 끈다. 보통 함정이나 민간 선박들은 함수(함정의 맨 앞부분) 형태가 윗부분보다 아랫부분이 짧지만 줌왈트는 아랫부분이 더 긴 ‘텀블홈(tumblehome)’ 형태다. 이런 형태는 파도를 쉽게 헤쳐나갈 수 있어 내파성이 강하다.

강력한 스텔스 성능은 줌왈트의 대표적 강점이다. 줌왈트는 미 해군의 대표적인 이지스 구축함인 ‘알레이 버크’급보다 40%나 더 커 배수량이 1만4500t에 달한다. 하지만 레이더파를 반사하는 신호 크기는 알레이 버크급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 소형 어선이 레이더에 잡히는 것과 마찬가지 크기다. 스텔스 성능 향상을 위해 함체에 복합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 가스터빈 엔진이 배출하는 열을 해수로 냉각시켜 적의 적외선 장비에 의해 탐지될 가능성도 낮췄다. 소음도 잠수함 중 매우 조용한 편에 속하는 미 원자력 추진 공격용 잠수함인 로스앤젤레스급만큼 작다고 한다.

줌왈트함이 장착하고 있는 무기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첨단 함포다. 지금까지 함포는 대개 정확도가 떨어지는 포탄을 수십㎞ 떨어진 곳에 발사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줌왈트가 장착하고 있는 AGS(Advanced Gun System)는 이런 함포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최대 154㎞ 떨어진 목표물을 비교적 정확히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경 155㎜인 AGS는 분당 10발의 포탄을 오차범위 50m 이내에 떨어뜨린다.

이 포탄은 무게 11㎏으로, 고도 50㎞까지 상승한 뒤 GPS 유도장치의 유도를 받아 6분간 비행하면서 154㎞ 떨어진 목표물에 낙하한다. 줌왈트함에는 AGS 2문이 장착되는데, 2문의 AGS는 미 육군 및 해병대가 사용 중인 M-198 155㎜ 곡사포 12문의 위력과 맞먹는다. 미 해군은 레일건이라 불리는 첨단 함포도 개발 중인데 줌왈트함은 레일건 개발이 끝나면 이 무기가 탑재되는 최초의 함정이 될 전망이다. 레일건은 음속 7배의 속력으로 최대 410㎞ 떨어진 목표물을 5m의 오차범위로 명중시킬 수 있다.

줌왈트함은 각종 미사일 80발을 탑재하는 수직발사 시스템도 갖고 있다. 이 수직발사기에는 주요 분쟁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미사일, 항공기 및 순항미사일 격추용인 ESSM 함대공 미사일, 아스록 대잠수함 미사일이 탑재된다. 함미 갑판과 격납고에는 SH-60 시호크 헬기 2대 또는 MQ-8 파이어 스카우트 무인헬기 3대를 탑재한다.

신형 AN/SPY-3 위상 배열 레이더를 장착해 2초 내에 각종 미사일의 연속 발사가 가능하고 전자전 능력도 뛰어나다. 함정 운용은 자동화가 대거 도입돼 승조원은 기존 함정에 비해 훨씬 적은 148명에 불과하다. 줌왈트보다 작은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함의 승조원은 314명으로 줌왈트의 2배에 달한다.

성능이 뛰어난 만큼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비싼 게 흠이다. 줌왈트함 건조에는 기존 이지스함의 3배에 달하는 35억달러가 투입됐다. 비싼 건조 비용 때문에 건조 규모도 당초 32척에서 3척으로 크게 줄었다. 미 해군은 당초 지난 10월 19일 진수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으로 일정을 늦췄고 별도의 공식 진수 행사도 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은 이르면 내년 아시아태평양 해역에 줌왈트를 배치할 것으로 알려져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움직임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줌왈트는 길이 182.9m, 폭 24.6m로 155㎜ 포탄은 최대 920발을 탑재한다.

줌왈트함보다 규모와 위력은 작지만 연안전투함(LCS·Littoral Combat Ship)도 주목받는 미 해군의 신형 함정이다. 2002년 미 해군은 기존의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호위함을 대체하고 연안에서의 다양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연안전투함 개발에 착수했다. 다양한 안 가운데 록히드마틴 컨소시엄과 제너럴 다이내믹스 컨소시엄의 2개 안이 선정돼 2008년부터 미 해군에 인도됐다. 인도된 함정은 LCS-1 프리덤(Freedom)과 LCS-2 인디펜던스(Independence)로 명명됐다.

LCS-1 프리덤은 고속으로 항해할 수 있는 활주형 선형을 채택한 반면 LCS-2 인디펜던스는 함정으로선 드물게 삼동선(trimaran) 선형을 채택했다. 삼동선 선형은 기존의 함정에 비해 파도의 저항을 적게 받아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다. 또한 후미 갑판이 매우 커서 서방 세계에서 가장 큰 헬기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인디펜던스는 독특한 선형 때문에 우주전함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두 함정 모두 워터제트(Waterjet) 방식으로 추진돼 고속정처럼 40노트 이상의 빠른 속력으로 항해할 수 있다.

연안전투함은 대함전 및 대공전을 위해 57㎜ Mk110 함포와 30㎜ Mk 44 부시마스터Ⅱ 기관포를 탑재한다. 함대공 미사일로는 단거리 램(RAM) 미사일을 장착하며, 대잠전 및 대기뢰전 수행을 위한 다양한 장비를 탑재한다. MH-60R/S 시호크 헬기 2대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MQ-8 파이어 스카우트 무인헬기도 실을 수 있다. 함정 크기는 2700~3000t급이지만 승조원은 40~50명에 불과하며, 함정 크기에 비해 무장은 빈약한 편이다.

/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