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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 960 : 일제강점기 5 (한일병합 축하하고 노래하라고)

 

 

 

한국의 역사 960 : 일제강점기 5 (한일병합 축하하고 노래하라고)

 

                            

                                                          일제식민지 통감부 건물(철거전 모습)

 

 

한일병합 축하하고 노래하라고

 

축가와 기념가 제작 배포… 식민통치에 ‘음악 정치’ 동원


「Weekly경향」은 강제병합 당시 일본에서 병합조약 체결을 기념해 만든 노래 두 곡의 악보와 가사를 공개한다. 두 곡 모두 <國民唱歌 日韓倂合(국민창가 일한병합)>이란 제목의 소책자에 실려 있는 것이다. 발행처는 삼목악기점(三木樂器店)이다. 인쇄일자는 1910년 8월 29일, 발행일자는 같은 해 9월 2일로 명시돼 있다. 첫 곡에는 ‘일한병합축가’, 두 번째 곡에는 ‘일한병합기념가’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두 곡 모두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가사 해석에는 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의 도움을 받았다. <편집자 주>

 

 

 

두 곡의 가사는 일관되게 병합을 철저하게 미화하는 내용이다. 병합을 통해 근대화에 뒤처진 조선에 문명의 서광이 비치고 동양의 평화가 이루어졌다는 메시지를 집요하게 전파한다. 앞서 소개한 엽서들이 강제병합을 시각적으로 정당화했다면, 두 창가는 이를 음악적으로 정당화했다.

두 곡 모두 장르상으로는 창가에 해당한다. 창가란 쉽게 말해 노래라는 뜻이다.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1945년 이전 학교에서 부른 노래들을 창가라고 불렀다. 창가는 기본적으로 서양식 작곡법을 바탕으로 집단적으로 부르기 위해 작곡된 것으로 의식용 음악이다. 교가나 군가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같은 창가지만, 스타일은 다르다. 일한병합기념가는 4분의 4박자, 일한병합축가는 4분의 3박자 곡이다. 민경찬 교수의 설명이다. “2절로 된 일한병합기념가는 행진곡풍으로 배우기 쉽고 여럿이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다. 토끼가 깡충거리는 듯한 리듬으로, ‘파’와 ‘시’ 음계는 빠져 있다. 악보상 숫자로는 4와 7로 표시하는데 이것을 ‘요나누키’ 장음계라고 한다. 4절로 된 일한병합축가는 그보다는 조금 더 수준이 높다. 기념가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라면 축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수준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책자 발행처가 악기점인 것이 이채롭게 보이지만, 당시 악기점은 악보 출판을 겸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악기점은 악보를 팔아 많은 수익을 올렸다.

책자 인쇄일이 병합조약 체결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 교수는 “악보집을 내려면 곡과 가사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책자가 조약 체결 당일에 나왔다는 것은 일본이 강제병합에 맞춘 문화적 선전작업을 미리 치밀하게 기획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이 같은 병합기념 창가의 작곡과 악보집 출판을 ‘음악정치’라는 말로 표현했다. “창가는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교화할 목적으로 만든 노래다. 악보 출판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겨냥한 것이다. 결국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음악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 식민통치를 정당화하고 식민통치의 수단으로 삼으려 했다는 증거다.”



‘일한병합축가’ (요시다 신타 작곡)
1절
축하하라 노래하라, 일한병합/이천년 이래 피아 국민/소원이 이루어져 병합이 되었노라/일본과 조선, 이름은 다르지만/오늘부터는 형제자매
2절
축하하라 노래하라, 일한병합/신공황후, 풍신태각(도요토미 히데요시)/무용을 떨친 옛 무공/이토(이토 히로부미)와 사이고(사이고 다카모리)의 충의의 혼/오늘 이 기쁨을 웃으며 받으리
3절
축하하라 노래하라, 일한병합/땅이 열리고, 조선의 팔도/황폐화된 나라, 오늘부터 번성하리/모든 이를 아끼고 은혜의 이슬에/인민이 안도하는 노랫소리 드높다
4절
축하하라 노래하라, 일한병합/정의와 공도라는 일본의 국시/천황폐하의 위엄에 의해/오랜 암운이 사라졌네/동양평화의 기반이 만들어졌네




‘일한병합기념가’(기타무라 스에하루 작곡)
1절
일본도는 정의의 칼날/그 칼로 몇십번/일본 남아가 충용의/피를 흘렸네 조선 팔도/긴 밤의 잠에서 이제 깨어나/희망의 빛이 비치네/때는 명치 43년/8월말 경사스러운 그날

2절
아사히의 깃발(일장기)은 평화의 상징/그 깃발을 세워 몇십번/일본 남아가 박애의/은혜로움을 베푸는 한반도/자매의 결연이 오늘 이루어져/개화의 바람이 부네/동양 평화의 사자라는 천직이/더욱 무거워졌네 경사스러운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