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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한국의 역사 945: 조선은 어떤 사회였는가? 50

 

 

 

한국의 역사 945: 조선은 어떤 사회였는가? 50 

  

                                                                        서울 성벽 전 

 

 

 

 

 

 8. 국가 최고의 가치관은 허례허식

 

 

기둥뿌리 썩어가도 고담준론으로 수백 년

 

 

민생은 없고 권력 싸움만 벌인 조선

 

여자들의 치마자락을 왼쪽으로 두르느냐 오른쪽으로 두르느냐 그것을 두고 시끌벅적한 회의와 대립이 계속되었던 나라가 바로 조선왕조다. 노론과 소론 사이에 그런 치열한 대립이 있었는데 패션이나 편의성을 가지고 대립한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설을 가지고 그렇게 다투었다.

 

각 왕조의 정월 초하루와 연말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두 가지다. 하나는 통상 연초에는 그해 새로운 계획으로 이런저런 일을 한번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계획 자체가 일체 없었다는 점이며 년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의 잘한 일 잘못한 일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같은 것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그런 것도 전무하였다.

 

그 대신 정월에 왕들이 가장 치중한 것이 제사 모시는 것이었다. 중국 황제에게 올리는 망궐례를 비롯하여 춘향대제, 창덕궁으로 들어가 선원전, 휘령전에 전배를 올리고 연복전에 작헌례를 올리고...... 그런 식이다. 그 논의들이 조정에서는 몇 달 전부터 치열하게 벌어진다.

 

왕들이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왕은 공부와 회의를 많이 한다. 주강이라 하여 당대의 고매한 대신들의 강의도 듣고 경연이라 하여 신하들과 함께 공부와 토론, 그리고 대신들과 함께 상참, 조참 등 여러 모임이 있다. 다음에는 각 대신들과 지방관들이 보내온 상소 등 보고서를 검토하는 것도 주요 업무다.

 

상당히 바쁘게 일과가 짜여 있다. 그런데 정작 바쁜 내용을 보면 좀 맥이 빠진다. 대부분 인사발령과 권신 집안의 초상 소식, 부의 전달, 들어온 선물, 권신들에게 내리는 선물, 헌릉의 비석 크기에 대한 논의, 지진 보고, 유언비어를 막으라는 지시, 봄 대제 모시는 문제, 초하루 제사를 모시는 논의, 가볍고 작은 배를 만들어 사용하라는 지시, 권신 한 사람이 죄인의 집과 혼사를 맺었으니 처벌하소서, 혼례 예물을 간소하게 하소서, 양녕대군에게 아첨한 무리들을 탄핵하소서, 조강지처를 내친 아무개를 처벌하소서, 금은 채취를 금하소서, 절도 3회는 중죄로 다스리소서, 이것만 보면 태평성대 시절의 한 모습 같다.

 

그 달 통틀어 회의에서 백성들을 위한 논의는 두 가지뿐이다. 굶주린 군정들이 각 고을을 떠돌고 있으니 구제하소서, 묵은 쌀 2천 석과 콩 1천 석을 풀어 백성들을 구조하라, 이상이 세종 5년 5월의 기록이다.

 

기록으로 본다면 그때도 기근이 들었다. 군정들이 성을 쌓고 길을 닦으며 농지 개간에도 동원되어 중책을 시행하고 있는 터인데 배가 고파 밥 동냥을 하러 일을 팽개치고 여기저기 떠돈다면 그야말로 국가 중대사인데 그냥 한두 마디로 끝내버린 것이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며. 어떤 대책이 나오면 그것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최종적으로 왕이 명령을 내리고, 그런 수순으로 진행되어야 하나 그런 일은 보이지 않는다. 그다음 달에도 그런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백성들에 대한 관심은 적고 사대부에 대한 관심은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런 문제로 한 달 내내 바쁘다 한들 백성들의 삶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다.

 

지금 우리 국회를 봐도 그렇다. 국가적으로 가장 고민해야 할 교육문제, 실업문제, 주택문제, 복지문제, 사회적 범죄문제 등 그런 것으로 여야가 충돌하고 밤을 세우고 두둘겨 부수고 한다면 오죽 좋으련만, 국민들의 삶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문제로 해머를 휘두르고 단상이 점거되고 국화가 파행을 거듭한다면 조선 시대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조선은 무수한 당쟁을 치렀다. 그 당쟁의 원인 역시 국가나 국민을 위한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오로지 조정 대신들끼리의 권력을 둔고 싸운 암투일 뿐이다. 요즘 NLL 문제로 국회가 시끄럽다. 여야가 서로 자신들의 명분과 상대를 죽이기 위한 싸움질일 뿐이다. 죽은 박정희, 노무현을 가지고 서로 깍아 내리고 싸우고 잇다. 야당은 박정희의 친일행각과 도덕성을 빌미로 박근혜 정권을 비하하며 깍아내리기에 혈안이고 여당은 죽은 노무현의 발언을 가지고 야당을 싸잡아 매도하려는 야당 죽이기에 불과하다. 그런 것들이 당장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것은 아니다. 또 전두환 비자금 환수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해외 비밀계좌에서 전씨 아들의 계좌가 나오자 검찰이 전씨 환수금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었고 이러한 행태는 죽은 권력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태안 바닷가에서는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고등학생들이 5명이나 물에 빠져 죽었다. 헤엄도 못치는 무자격 강사들과 알바생들을 고용하여 주민들도 위험하다는 곳에서 버젓이 영업을 한 것이다. 그런 영세 여행사에게 그런 무자격 영업을 허가한 관계 기관과 지자체, 그 업체가 조달청 온라인 장터에 버젓이 올려져 있어 학교에서 선택하였다고 한다. 이런 업체들이 전국에 여름철이면 수천개가 난립하여 안전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담당부서도 서로 핑퐁치면서 최근 5차례나 바뀌었고 그래서 감독기관도 없고 사고도 빈발하고 있으나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철 반짝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인데도 그런줄도 모르고 고등학생을 그 곳에 반강제적으로 군대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사설 훈련장으로 보낸 학교 당국 등 모두가 안전에 무감각하고 치밀하지도 못했으며 전적으로 우리 사회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인재이다. 또 비가 내리는 장마철 노량진 지하 급수관 공사장에서 돌관작업을 하던 중 물막이가 터지면서 불어난 한강물이 갑자기 유입되어 인부가 여럿이 죽었다. 또 분당 야탑역에서는 깊이가 꾀 깊은 에스컬레이트가 역주행하여 여러 사람이 다쳤고, 세종대 실험실에서는 황산이 폭발하여 사람이 다쳤다. 안전불감증이 죽어버린 사회다. 우리 사회의 각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이익과 비리, 그리고 부패에 연연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이 나라는 청년실업과 주택문제,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체가 줄도산을 하고 장마로 인해 춘천 등 여러 곳에서 주민들이 산사태와 침수로 재난을 당하고 도로가 붕괴되는 등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아시아나기 사고 문제, 전작권 전환 문제, 개성공단 문제, 사회적 각종 범죄 문제를 포함하여 초고령,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사회적으로 비리와 부패가 만연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문제를 개혁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현실이 과거 조선 시대와 다를 게 무어란 말인가?

 

무오사화는 김종직의 조의제문이 원인이 되었다. 단종을 죽이고 오아이 된 세조를 풍자한 그의 글을 실록에 실은 것이 발견되면서 반대파였던 유자광 등이 왕을 충동질하여 김종직 세력을 모두 죽였다. 이미 죽은 김종직의 시신을 파내 부관참시를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갑자사화는 연산군이 생모인 폐비 윤씨를 둘러싼 연산군의 개인적인 복수극이지만 한편에서는 왕권 확립 차원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연산군은 게속된 폐륜적인 폭정으로 결국 중종반정이 일어나 쫓겨나고 말았다.

 

기묘사화는 조광조의 개혁정치에 대한 반대파들의 보복이고, 을사사화는 소윤과 대윤 사이의 권력 싸움에 불과하다.

 

수백 명이 죽고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은 이런 사화는 백성이나 국가적으로 볼 때에는 터럭 한 올도 도움이 되지 않았던 사건일뿐 모두가 권력을 잡기 위한 싸움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