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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좋은 책, 요약,그리고 비평

21세기 세계사의 진실

 

석유 지정학이 파해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영국과 미국의 세계 지배체제와 그 메카니즘-

 

                                    해상 석유 시추선

 

저자: 윌리엄 엥달(William Engdahl). 30년 넘게 에너지, 정치학, 경제 문제에 대해 글을 써왔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 시사월간지 <포사이트>, 그랜트의 인베스터닷컴,<유러피언 뱅커>,<비지니스 뱅커 인터내셔날>을 비롯하여 다수의 간행물에 정기적으로 기고해왔다. 수많은 국제회의에서 지정학, 경제, 에너지를 주제로 강연했고 경제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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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 글

 

언제나 세계는 어떤 형태로든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움직여왔다. 고대국가에서 중세 봉건시대, 군주국가에서 19세기의 제국주의에 이르기까지는 대부분 왕이든 봉건영주든 독재자 한 사람에 의해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었다. 현대의 민주주의 정체에서는 그 권력이 다수의 대중의 손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주요 정치.경제정책들은 소수의 지배계층과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다수의 대중이 민주주의라는 간판에 속고 있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의 대중이 선거를 통해서 자신들을 대리하여 통치하도록 정치인들에게 주권을 위임하였으므로 그들이 어떤 식으로 통치하는지 언제나 감시하고 감독하여야 하나 실상은 정치이면에 대한 정보가 어두운 탓에 그리고 눈앞의 생활 문제에 급급하여 정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느 정도 먼 세상일처럼 예리하게 인식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대중이 여론을 이끌어갈 언론이 근본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벌어진 큰 전쟁들 외에도 보스니아 내전을 비롯해 발칸 반도에서 벌어진 여러 전쟁들,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부족이나 국가 간의 크고 작은 전쟁과 내전들, 남미에서 쿠테타나 마약조직들과 전쟁 등 외신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많은 전쟁들을 보면 현대는 정말 저자가 붙인 원서의 제목처럼 '전쟁의 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수한 전쟁이 일어나다 보니 사실 이해 당사자가 아니면 일반인들은 그 전쟁이 벌어지게 된 배경이나 이유를 잘 모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을 보게 되면 그 모든 전쟁을 관통하는 맥락은 하나다. 그것은 세계를 자국의 통제권에 두어 전방위 지배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은 전 세계 원자재, 그중에서도 오늘날 가장 핵심 원자재인 석유와 가스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군사력과 세계 경제를 주무를 수 있는 기축통화인 달러화다.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은 언제나 막대한 원유나 가스 매장지가 있거나 중요한 송유관로가 관통하는 곳이고, 미국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사전에 해당 지역의 혼란을 조성한 후 분쟁이 발발하면 평화와 지역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개입하고 전쟁이 끝나도 미군을 지속적으로 주둔시키면서 직접적인 군사 지배를 통해 중요한 자원을 통제했다. 그리고 옛 공산권을 비롯한 비산업국의 경제를 서구식 자본주의가 마음껏 이용해먹기 편리하도록 달러화로 전환시켰다. 미국의 집권당에 따라 경제적 방법이냐 아니면 군사적 방법이냐의 차이를 두고 있으나 그 기저의 핵심 전략은 변함이 없었다. 즉 미국의 세계 지배를 공고히 지속시키며 미국의 세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세계 석유를 지배하는 메이저 석유회사들과 그들과 연계된 금융세력들이 있다.

 

미국의 비주류 경제학자인 저자는 현재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배경을 19세기 대영제국의 지정학에서 그 뿌리를 �고 있다.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석유가 주요 원자재로 떠오르며 그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오늘날 전쟁의 세기로 이르게 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던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이 부각되어 있다. '아놀드 토인비'가 영국 정보부와 관련이 있었다든가, 제1차 세계대전의 배후 원인은 눈부신 경제성장 가도를 달리던 독일을 제지하려는 영국의 노력이라던가, 오일 쇼크를 일으킨 주체는 석유수출국 기구가 아니라 그들을 뒤에서 조종한 영.미 세력이었다든가,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각종 환경단체들이 석유업계의 막대한 후원을 받았다든가 등등 책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 중에는 일반인들이 언론을 통해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국제정치의 냉혹한 이면들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들이 있지만 서문 말미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자의 목적은 분명하다.

 

저자는 미국이 국익으로 내세우는 명분이 다수 미국인들을 위한 국익이 아니라 소수 지배계층과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미국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평법한 사람들도 곰곰히 생각해보도록 자극을 주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것은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일반 시민들도 자신들의 주권을 위임해준 정치인들의 하는 일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행한 정책의 결과가 우리의 향후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 국제정치의 흐름을 큰 틀 안에서 일관성 있게 통찰하게 해주는 훌륭한 길잡이다. 이 책을 통해 국제정치에 대한 시각을 갖추고 나면 최근의 여러 정치 현안들에 대해서도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어느 정도 꿰뚫어 볼 수 있고 새로운 각도에서 정확하게 볼 수 있는 혜안을 갖추게 되리라 확신한다.

                                              -2007년 10월, 옮긴이 서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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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서문  

 

1980년대 말에 베르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하자 많은 사람들은 이를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 여명이라 환호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처럼 역사의 종말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한 저술가도 있었다. 전세계가 경제협력, 투자,민주주의 사상에 활짝 열린것 같았으며 무역 장벽은 무너지고 문호가 활짝 열렸다. 그런데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세상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러한 낙관론은 오래전에 잊히고 말았다.

 

지금 시계는 일련의 유혈 전쟁에 휘말렸는데, 그 가운대서도 가장 심각한 전쟁이 바로 이라크 전쟁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 전쟁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량살상 무기의 위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 곧 전세계에 분명히 드러나게 되었다. 또한 이라크에서 미국의 임무가 과거 독재 치하의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가져다주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선언한 노력과도 별 상관이 없다는 사실 또한 점점 분명해졌다. 그로 인해 자연히 많은 사람들은 왜 미국이 그토록 하찮아 보이는 것을 위해 자국의 신뢰와 명성, 이른바 소프트 파워를 상당 부분 위험에 빠뜨렸는지 의아해했다.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석유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의미에서 석유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이 전쟁에서 쟁점은 기업의 탐욕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힘, 무엇보다도 지정학적 힘에 관한 것이었다.

 

이라크 전쟁은 바로 미국의 국가안보, 향후 미국의 힘의 기반 자체에 관한 것이었다. 유일한 패권국가로 미국의 역활이 전쟁의 숨은 이유였고,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주요 대통령 후보 가운데 그 누구도 미국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광활한 유전을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것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미 국방부의 호전적인 정략가들이 표현했듯이, 이라크는 냉전 이후 미 정책, 즉 '전방위 지배'를 추구하는 미 전략의 일부였다. 이 전쟁과 지난 세기 대부분의 전쟁에서 석유가 차지한 역활이 권력과 지리에 관한 이 연구의 핵심을 이룬다. 그것이 이 책의 장들을 관통하는 실마리이다.

 

1904년, 영국의 지리학자 '핼패드 매킨더'는 <역사의 지리적 축>이라는 제목으로 일련의 논문을 런던 '왕립지리학회'에 제출했다.그로부터 거의 1세기 후 카터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 특별보좌관이자 전략가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매킨더의 연구와 그의 유라시아 지정학 이론을 극구 칭찬했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미국의 세계전략의 기초 이론이 되었다.

 

이라크 유전의 점령, 코소보 발칸 지역 전쟁, 아프리카에서 계속된 내전, 아시아를 휩쓴 금융위기,구소련의 극적인 붕괴와 그에 이어 국제통화기금과 위싱턴의 축복을 받은 러시아 과두 지배 정치의 출현 등, 이 모든 것들은 지정학.힘.지배력이 모든 관계를 죄우하는 세상에서는 앞뒤가 들어 맞는다.

 

이 책은 석유에 대한 그저 그런 역사서가 아니다. 단순한 사실들은 다른 곳에서도 �아볼 수가 있다. 그러나 사건들을 몰아가는 원동력은 사람들 입에 거의 오르내리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힘과 전쟁, 금융 및 경제 전쟁, 그러한 힘에 대한 석유와 금융의 관계에 대해 때로 논쟁적인 설명을 소개한다.

 

미국이 바그다드를 점령한 지 1년 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려는 목적과 목표는 베트남 전쟁이후 그렇지 못했으므로 의문의 여지가 있어 왔다. 고문받고 있는 이라크인들의 비참한 장면들이 세계 언론의 지면을 장식했다. 워싱턴 최고위급 관료까지 연루된 부정행위와 공모에 관한 주장들은 흔해빠진 것이 되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정책과 거의 상관없는 워싱턴 정부의 대외정책에 반대하는 이슬람 세계의 분노는 점점 들끓었다. 그럼에도 많은 논쟁들이 미국의 국가안보나 그 힘의 근본 원칙들을 성찰하는데 실패했다. 1945년 대영제국은 마침내 해가 지고 말았다. 1년 후 '미주리 주 폴턴'에서 '윈스턴 처칠'은 40년간의 냉전으로 발전하게 될 불씨를 지피는데 일조했다. 그것은 바로 '헨리 루스'가 '미국의 세기'라 부른 체제의 출현이었다.

 

 

자유, 평화,민주주의라는 미사여구를 벗겨내고 나면 미국의 세기는 다른 나라들에 군림하는 미국의 분명한 지배권에 기초하고 있다. 그 지배권은 두 개의 축에 의지했다. 한축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로 어떠한 강대국 연합 세력도 도전할 수 없는 우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 군사력의 독보적인 역활이었다. 소련은 미국의 그러한 지배권에 도전하려고 애쓰다가 끝내 페허 속으로 몰락하고 말았다. 1979년 중국은 그 지배권과 협력하기로 결정했는데, 그것이 양날의 칼이었음을 깨달은 것이 너무늦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다른 한 축은 세계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독보적인 역활이었다. 미국은 이러한 독특한 역활을 확립하기 위하여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를 수립했다. 달러화는 그것을 보증하는 데 단 한 덩어리의 금이 없게 된 후에도 오랫동안 준비통화의 역활을 했다.

 

군사 지배와 통화 지배가 결합된 힘 덕분에 미국의 종이 증서인 달러를 끝없이 찍어내어 그것을 공학적으로 잘 디자인 된 자동차, 기계류, 섬유와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제품과 교환하기 위해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에게 뿌리는 부러워할 만한 사치를 누릴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이제껏 세계가 목격한 대담한 사기극이었다. 미국인들은 온 세계가 종속되어 있는 달러 채무라는 체제를 만들어내며 더욱 많은 달러화 부채로 수입품들을 사들였다. 이렇게 특별한 지배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 되었고, 끝없는 무역 불균형을 유지했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러화를 팽창시켰으며, 역사상 전례가 없는 공.사적 부채를 증대시켰다.

 

다른 국가들이 무역에서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자국의 국가안보를 미국의 군사보호에 의존하는 한 그 게임은 끝이 없는 것 처럼 보였다. 미국에게 최후보루의 대금업자 노릇을 한 일본의 역활은 21세기로 바뀔 무렵 중국에 의해 보완되었다.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미국의 재무부 채권과 부동산과 다른 자산들을 해외에서 구입해주는 국가들의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매입 대금은 경제적으로 하등 이치에 맞지 않게 된 훨씬 이후까지 미국의 경제를 받쳐주었다.

 

달러화의 위력과 미국 군사력은 제1차 시계대전 전부터 세계 경제성장 원동력의 기반인 한 상품과 유일하게 얽히게 되었다. 그 상품이 바로 석유로서, 그것을 사용하게 되면서 영국.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병사들에게 전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헨리 키신저'는 석유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에너지를 지배하라, 그러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석유는 소련이 붕괴하는 데 결정적인 역활을 했으며 냉전 기간 동안 세계 많은 곳에서 석유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규정했다. 그리고 석유는 냉전이 종식된 이후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미국의 군사행동들을 규정했다. 그 과정의 소종래(所縱來)가 우리가 이 책에서 논하려고 하는 주제이다.

 

1919년 매킨더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영구의 위임통치권의 획득을 제1차 세계대전의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성과로 평가했다. 21세기 � 10년 동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과 중동의 지정학은 비록 그 세력 복합체의 주역들은 바뀌었어도 세계 힘의 정치에서 여전히 중심에 있다. 미국의 세기 운명이 이렇게 작은 부분의 운명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는 열띤 논쟁과 논의의 문제였다. 대개 조지 부시의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극보수적인 이데올로그 집단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일방적인 군사제국의 추구로 바꾸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옹호자들 중에는 자신들이 민주적인 제국주의자라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른 공화당원과 민주당원들은 미국의 전통적인 대외정책, 즉 우방들간의 합의를 중시하는 헤게모니로 되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을 벌이는 양측 다 오류를 범하고 있다. 양 파벌 다 미국에게나 나머지 세계에게나 더 지속될 수도 없고 건전하지도 않는 경제력 및 정치력이라는 기본적인 가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위임해준 권한으로 우리의 정부가 행하는 일들의 장기적인 결과를 평범한 시민들이 곰곰히 생각해보도록 자극하기 위해 순간을 초월하여, 기자로서 현실에 대해 깊이 새긴 인상이나 거대 언론의 현실을 비추는 짧은 영상을 초월하여 우리 역사의 다소 덜 알려진 단면을 비추려고 애쓰고 있다. 이 책으로 중대한 물음들이 제기된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호흐하임 암 마인에서, 2004년 6월, 윌리엄 엥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