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보와 국방/군의 현실

죽어서 말하는 육사생도의 철모와 군화...

 

 

죽어서도 벗지 못한 한 육사생도의 철모와 군화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7-06-25 15:40 기사원문보기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사진과 수습 유품 공개
 

지난 2000년부터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충북대 박선주(고고미술사학과) 교수팀이 6.25 제 57주년을 앞두고 유해발굴 현장 사진과 수습된 유품을 공개했다. 지역에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들 사진과 유품들은 당시 그들이 조국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숨져갔고, 또 어떤 군용품과 생필품을 사용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케 하고 있다. / 편집자 주

 

2002년 경기도 광릉 음현리에서 완전한 형태의 유해 1구가 발굴됐다. 발굴 당시 이 유해는 철모에 군화를 신고 있었고, 수통, 대검, 실탄 등도 함께 출토됐다. 두개골에는 나무 뿌리가 가득 차 있었다. 철모에 '육사' 마크가 찍혀 있어, 당시 육사생도로 판명됐다. 철모를 쓴 유해는 전남 화순 이십곡리 현장에서도 발굴됐다.

 

같은 해 강원도 김화지역 발굴 작업에서는 수류탄을 손에 쥐고 앉은 자세로 숨진 유해 1구가 발견됐다. 이는 당시 이곳에서 참호전투가 격렬하게 벌어졌음을 의미하고 있다. 유해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홍안의 미소년 사진도 나와= 2001년 경기도 가평군 엄소리 352고지 유발발굴 작업에서는 용사가 남긴 유품 안에서 남녀얼굴 2장의 사진이 발견됐다. 정황상 남자는 숨진 용사, 그리고 여자는 용사의 연인으로 추정됐다. 또 당시 발굴에서는 홍안 미소년의 사진도 출토됐다. 이 사진은 상태가 좋아 얼마후 고 나영옥 일병으로 확인됐다.

 

2000년 강원도 인제 발굴 현장에서는 뼈가 가득 담긴 통일화가 발굴됐다. 분석 결과, 이 뼈는 발목과 발가락뼈로 확인됐다. 그러나 땅속에 너무 오래 묻혀있어 나무 뿌리의 간섭을 받았다. 나머지 발굴현장에서 총알 구멍이 났거나 함몰된 두개골도 자주 발굴됐다.

 

■영어·한자 쓰여진 유품도 다수= 발굴현장 곳곳에서는 구두칼, 치약, 시계, 호루라기, 도장, 군식표, 수통, 포크, 요대, 단추 등 다양한 형태의 생필품과 군용품이 발굴됐다.

 

이중에는 미국의 참전을 의미하는 영문 'SUGAR', 'COFFEE' 등이 새겨진 유품도 출토됐다. 또 중공군 참전을 증명하는 모택동 사진, 한자가 새겨진 호루라기 유품도 더러 발굴됐다.

 

당초 국방부는 전국 60여곳의 6.25 전투지역을 지정, 이를 한시적으로 추진했으나 "마지막 1구 유해까지 찾아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항구사업으로 전환했다.

 

박 교수는 "고생은 되지만 이번 전사자 발굴사업을 추진하면서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왜 그렇게 가슴에 와닿는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교수는 현재 화천 전투지역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국군을 본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 모윤숙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