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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대결정국 조성,노 대통령

 

 

 

[사설] 대결정국 조성하는 노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주 말 '참여정부 평가포럼' 초청 특강에서 한 발언은 도를 넘었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 문제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해 그토록 직접적인 참견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범여권의 통합 문제와 관련해 "당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 탈당한 사람들은 오로지 대통합에 매달려 탈당으로 대세를 몰아가는 것은 외통수 전략"이라며 이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여권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자. 제1야당인 한나라당과 그 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에 대해서까지 그토록 직설법을 써가며 신랄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야당 대권 후보의 정책 공약에 대해서는 이와 경쟁하는 여권 후보가 문제를 삼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현직 대통령이 왈가왈부할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나라당과의 대결국면을 조성함으로써 현 집권세력의 결집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노사모 등 자신의 추종세력들 앞에서 자아도취적인 말을 늘어놓는 것도 보기에 민망하다. 참여정부가 임기중 수행한 정책은 임기가 끝난 후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가 계속 간다면 우리 경제를 장담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 대목도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올라갈 것은 올라가고, 내려갈 것은 내려갔다"며 늘어놓은 경제 치적도 한쪽만을 보고 다른 한쪽은 보지 못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임기중 매년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이 지속됐고, 가장 중요한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달성한 해는 한 해도 없었다. 국제수지 관리 잘못으로 원화값은 과도하게 올랐으며 재정은 급격히 악화되고 정보기술(IT)산업의 경쟁력도 추락했다. 최근의 증시 호조를 자랑으로 내세울지 모르지만, 이는 유동성이 넘치는 가운데 세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언론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표출하면서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양보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은 아집을 재확인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국정에만 전념해 주길 바란다.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내려줄 것이다. 더 이상 '나는 옳고 상대방은 잘못'이라는편협된 시각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