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한국 주력산업 정체..일본의 부활

 

[DT 시론] 한국 주력산업 정체와 일본 부활

[디지털타임스 2007-05-22 06:02]    
조명현 산양전기 상임감사 순천향대 겸임교수

 

요즈음 우리나라 경제와 주력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IT와 자동차 산업이 환율하락에다 반도체가격의 하락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중소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우리가 삼성이 소니를 추월하게 된 것을 기뻐하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도요타도 현대를 이제 더 이상 겁내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을 뒤로하고 착실하게 부활하고 있다고들 한다. 우리는 지금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청년실업자가 수없이 많다. 반면 일본에서는 대학졸업생의 취업률이 100%다. 기업이 좋은 인력들을 모셔가기 위해 경쟁까지 한다. 일본은 지금 복합호황중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일본 경제의 부활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 선택과 집중, 끊임없는 연구개발투자의 결과이다. 일본의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지금의 부활은 그 구조개혁의 열매다. 인원 감축, 부실사업 철수 등 노와 사의 피와 눈물의 결정이 불황을 끝낸 원동력이란 얘기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본의 주력기업들에게는 철수, 슬림화, 인원감축 등이 화두였다. 주력산업에서의 구조조정과 재편으로 거리로 몰려나온 직장인의 수가 실로 엄청나게 많았다.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세계 최강이었던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이 과거의 자존심을 뒤로 한 채 경쟁업체와의 제휴도 불사하면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 왔다. 구조개혁으로 뺀 군살의 여력은 미래의 효자산업을 연구개발하고 육성하는데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다.

 

주력기업들이 이렇게 불황의 늪에서 탈출한 것과는 달리 일본의 골프장과 택시들은 여전히 한산하다.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접대비와 택시교통비를 삭감한 후 아직 늘리지 않은 탓이다. 접대 골프나 접대 술자리도 여전히 뜸하다. 거품경기로 된서리를 맞은 기업들은 여전히 허례를 경계한다. 비용만 줄인 것은 아니다. 자신 있고 돈 되는 사업에 전념하는 `선택과 집중'의 경영방식이 10년 동안 계속됐고 기업의 생산체제도 전 세계를 거점으로 글로벌화 했다. 제조업체들은 싼 임금을 찾아 동남아시아로 떠났고, 구매력이 있는 선진국에도 현지생산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핵심제조업은 여전히 일본 안에 있다. 일본 경제 부활의 핵은 무엇보다도 아낌없는 연구개발 투자. 일본 주요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들이는 비용은 한국 대기업 대비 두 배가 넘는다.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흔히들 일본을 `일본주식회사' `경제동물'로까지 빗대면서 정부와 기업의 관계에 있어 정부가 기업을 이끌어 가는 호송선단방식으로 비유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후송선단방식이다. 또 일본 경제의 부활은 노ㆍ사ㆍ정의 합작품이다. 언론도 정부를 돕는다. 정부, 기업, 노동자, 언론이 똘똘 뭉쳐 일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주식회사 일본을 다시금 재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연 안정된 정치구도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안정적인 정치는 기업의 불안을 잠재운다. 일본의 노조는 기업의 단기과실을 가지고 지금 당장 나눠먹자는 등의 과격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지금의 위기상황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 우리도 지금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시 뛰어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기업을 지원하고 노와 사는 머리를 맞대고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 군살을 빼고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입각, 경쟁력을 키우고 미래의 성장 동력을 길러내야만 한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디지털선진한국건설의 기치를 내걸고 열심히 달려온 우리 한국이 아니던가. 다시 한번 IT강국-한국의 질주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