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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문산에서 개성까지 56년..

 

 

"이렇게 가까운데…" 문산에서 개성까지

  56년 걸렸다

[조선일보 2007-05-18 05:26]    

남쪽선 환호·오색 축포… 北 주민들 무관심 李통일 “가슴벅찬 날” 北단장 “소박한 시작”
 

17일 남과 북을 떠난 열차가 분단(分斷) 이후 처음으로 56년 만에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북측 내각참사 등 남북 150명을 태운 열차는 이날 오전 11시28분 경의선 문산역을 출발해 낮 12시18분 군사분계선을 통과했고, 1시간 반 만인 오후 1시3분 개성역에 도착했다. 북측 금강산역을 출발한 동해선 열차도 낮 12시21분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출발 1시간여 만인 12시34분 우리측 제진역에 도착했다.

 

이 장관은 이날 들뜬 목소리로 “한반도 새로운 역사의 시작”, “감격스럽고 가슴 벅찬 날”, “아름답고 찬란한 아침”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북측 권호웅 단장은 개성 오찬에서 “외세가 끊어 놓은 철도를 우리 민족 힘으로 달리게 한 것은 사변”이라며 “우리는 어떤 광풍이 불어도 이 궤도에서 탈선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의선 열차가 군사분계선에 접근하자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은 “역사적 순간에 노래라도 부르자”고 제안해 이 장관 등 남측 내빈들은 소형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백낙청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이렇게 쉬운 것을 그동안 못했던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 권호웅 단장은 그냥 창 밖만 응시했다.

이날 문산역 기념행사 전 환담에서도 이 장관이 “오늘은 정말 남북이 함께 만든 위대한 승리의 역사 아니냐”고 말하자, 권 단장은 “아직까지 위대하다는 말을 붙이지 마라. 소박하게 시작해서 앞으로 좋은 일을 많이 만들자”고 말해 대조를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28분쯤 오색 축포가 터지고 흰색 풍선이 하늘에 날아오르는 가운데 열차가 문산역을 출발하자 많은 시민들이 철로변이나 육교 위,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휴대폰으로 지나가는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젊은이도 보였고, 기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런 모습은 임진각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북측 관계자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느냐”고 놀라는 모습이었다.

반면 북측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무관심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는 등 손을 흔드는 사람조차 없었다. 유일한 환영 행사는 기차가 개성역에 도착했을 때 선죽중학교 3학년 학생 100여명이 역 양쪽에 줄지어 “조~국~통~일” 하고 구호를 외친 것이다. 56년 전 경의선 열차를 마지막으로 운전했던 기관사 한준기(80)옹은 “개성역 부근이 너무 많이 변했다. 역 앞 기와집은 다 사라지고 산에 나무가 울창했는데 지금은 잡풀만 자란다”고 말했다.



한편 동해선 북측 열차 옆면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몸소 오르셨던 차. 1968년 8월 9일’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철도청 관계자는 우리의 과거 비둘기호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내에는 금방 칠을 한 듯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북한 김용삼 철도상은 “더 좋은 것도 있지만 우리 수령님의 통일 유훈을 관철하자는 의미를 담아서 (열차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2007년 5월17일 문산역을 출발한 남북열차가 오전 11시 50분 쯤 임진강을 건너 도라산역으로 향하고 있다. /조선일보 정경열 기자




[문산·개성=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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