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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큰 정치를 기대하며...

[류근일 칼럼] 쫀쫀한 정치 말고 큰 정치를

 

한나라당이 내분 직전에 이명박씨의 '입장수용'과 박근혜씨의 '좋은결정' 화답은 아직 한나라당이 조금은 희망이 있다고 평가된다.한나라당은 그동안 좌파진영의 득세에 주눅이 들어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내지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하여 왔다. 좌파진영은 그들의 경거망동과 오류에 스스로 함정을 판 결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였으며 그 반대급부로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성원하였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대선주자 문제로 홍역을 치루고 있으며 반좌파 진영의 결집력을 흐트리고 있다. 대선주자가 누가 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좀 더 크게 내다보고 친좌파 진영에 또다시 권력을 내주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한나라당이 계속  '희생없는 과실'과 '주적개념을 상실'한 당내투쟁에만 집착하려 하는 한, 지난 2년간 반좌파 투쟁을 반성하고 다시금 이나라를 친김정일 세력에게 내주는 일이 없도록 당내 '사이비 우파','줄서기','공멸론','황제오너','극렬주의''분당론'을 경계하고 분열을 막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2007-05-14 22:44]    

이명박씨의 ‘박근혜씨 입장 수용’은 분명 진일보한 ‘장군’이었다. 박근혜씨가 이에 대해 “좋은 결정이었다”고 한 것 또한 전진적인 ‘멍군’이었다. 그동안 많은 국민은 한나라당 두 캠프들이 ‘경선 룰’을 둘러싸고 서로 ‘동지’ 아닌 ‘원수’처럼 싸우는 것을 보면서 “아, 이 사람들이 배가 불러도 한참 불렀구나” 하고 개탄하던 차였다. 그만큼 그간의 한나라당 두 캠프들의 행동은 ‘불과 2년 전’을 새까맣게 잊은 듯 한 처사였기 때문이다.

2년 전에만 해도 우리 사회엔 좌파 대세가 해일처럼 일고 있었고, 그 판에서 반(反) 좌파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마치 대역 죄인이라도 되는 것 같은 세태였다. 그러다가 작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반좌파 세(勢)가 겨우 다시 공세의 고지(高地) 점하게는 됐지만,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이렇다 할 역할을 한 바가 없었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좌파 대세에 주눅 들어 그에 아부하고 영합했을 뿐, 반좌파 투쟁의 ‘고난의 행군’은 재야의 ‘전통 라이트(right)’와 ‘뉴 라이트’의 외로운 몫이었다.

그런데 그렇던 한나라당이 근래에 와선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했던, 그 암담했던 ‘좌파 쓰나미’의 기억과 악몽을 다 털었다는 양 이 결정적인 시기에 “도대체 무엇을 위한 대선(大選)인가?”를 몰각한 듯한 공멸의 ‘러시안 룰렛’에만 몰두해 왔다. 지난 2년간의 대한민국 진영의 목숨을 건 반좌파 투쟁이 고작 한나라당의 그런 꼴을 보려고 한 셈이었다면, 그거야말로 허망하기 짝이 없는 ‘죽 쒀서 개 준’ 꼴밖엔 안 되었을 판이었다.

수구좌파가 한창 맹위를 떨치며 맥아더 동상을 허물겠다, “6·25는 통일전쟁’이었다” 호언하며 한국판 ‘테트(구정·舊正) 공세’를 폈을 때도, 그리고 탈북자들의 ‘죽음의 행진’이 이어지고 서울에서 북한인권 국제대회가 열렸던 그 무렵에도 많은 국민들은 “한나라당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분개하곤 했었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그때 투쟁의 현장에 얼굴을 내밀기는커녕 “절대로 보수우파로 비쳐선 안 된다. 우리도 이제는 좌(左)로 한 발짝 옮겨야 한다”며 투항주의, 기회주의, 골프 스캔들, 공천비리로 일관했었음을 한나라당 사람들 자신들도 이제 와서 딱 잡아떼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계속 이런 식으로 ‘희생 없는 과실(果實)’과 ‘주적개념을 상실한’ 당내투쟁에만 집착하려는 한, 지난 2년간의 대한민국 진영의 반좌파 투쟁은 자칫 한나라당의 웰빙 족과 ‘줄 세우고 줄 서는 사람’들, 나라보다 자기네 후보감 대통령 되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 주먹깨나 휘두르는 ‘황제 오너’, 온갖 혜택은 다 누렸으면서도 좌파세상이 오니까 “나도 보수 아니다” 어쩌고 하는 천박한 ‘사이비 보수’의 전리품으로 횡령 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과연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반좌파 투쟁을 하는 것인가?”를 새삼 회의하지 않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나라를 또다시 친(親)김정일 대통령에게 내줄 수는 없기에, 비록 ‘이명박-박근혜 타협’이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전통 라이트’와 ‘뉴 라이트’는 투쟁의 일선을 떠나지 않으면서 계속 한나라당 각 캠프 내부의 지나친 극렬주의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명박, 박근혜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좌파정권을 종식시키느냐라는 것, 반좌파 진영을 ‘박빠’ ‘명빠’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 그들이 잘못 나간다면 “어디 한 번 다 같이 망해 볼래?” 하는 최후통첩도 불사하겠다는 것, 그리고 ‘4자 필승론’ 운운하며 한나라당의 분당(分黨)도 주저하지 않으려는 일부의 동향이 나올 경우엔 준엄하게 응징하겠다는 것을 한나라당 캠프들에 지속적으로 경고해야 한다. 12월 19일까지는 아직도 7개월이나 남았다. ‘대한민국 회복’을 염원하는 국민들이 경각심을 늦추지 말고 더욱 긴장해야 할 국면이다.




[류근일 · 언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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