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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노종실록

 

 

[노종실록] 구룡쟁패

[스포츠칸 2007-04-09 22:12]    

 

 

조선왕조가 열리고 나서, 원칙적으로 왕과 특정 관료와의 독대(獨對)는 금기되었다. 기본적으로 기록정치를 기반으로 움직였던 조선에서 사관(史官)이 배석하지 않은 정치논의는 ‘악’으로 규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왕들은 종종 독대를 즐겼고, 독대를 시도하려 했었고, 이 독대가 역사에 기록되어 오점 아닌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판이 어떤 곳이던가? 구밀복검(口蜜腹劍)이 생활화 된 자들의 리그가 아니던가? 이런 곳에서 독대를 하지 말라니. 명목상으로 독대를 금기시 했다 하지만, 정묘년(丁卯年:1987년) 이후에도 독대는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광두군(光頭君:빛나는 머리)과 수노군(水盧君:물태후)이 용상에 있었을 때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들의 출신과 용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이해해 주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계유년(癸酉年:1993년)이 되서도 이 고질적인 독대행태가 고쳐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유년에 등극한 공삼(空三:세 가지가 빈사람)대감도 무인년(戊寅年:1998년)에 등극한 인동초(忍冬草) 대감도 독대를 고집했던 것이다.

 

만조백관(滿朝百官)들은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인내심과 이해력을 최고치로 끌어 올려야 했다.

“공삼대감이나 인동초대감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지난 30년 간 험난한 조선 정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권도(權道)를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노종이 등극하게 되었다. 원리원칙과 상식으로 무장 된 노종! 그는 즉위 전 독대불가를 외쳤다. 그리고 재위 5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독대불가 방침을 고수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 그는 5년 동안 지켜온 자신의 원칙을 접게 된다.

 

“야, 석진아. 저기 나가서 담배나 한대 빨고 와라.”

“예?”

“가서 놀다 오라고, 그래 PX나 가서 냉동이나 하나 돌려먹고 와라.”

“괜찮습니다. 근무 중에 PX가면 당직사관한테….”

“이색희가! 최고통수권자가 가라면 갈 것이지 뭘 그렇게 바락바락 엉겨?”

예문관 봉교(藝文館 奉敎:예문관 소속의 전임사관) 박석진! 좌우명이 ‘가늘고 길게 살자’던 그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사관이 아니던가? 자신이 나가고 나면, 남아 있을 두 사람 노종과 유사민. 누가 봐도 독대였다. 석진은 사관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끌어 모아 입을 여는데….

“사관으로서 전하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해 봐.”

“저는 냉동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합니다. 그러니 저에게 PX가서 냉동을 돌려 먹으란 어명을 받들어 모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허면?”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주워 먹고 오겠습니다.”

석진은 그렇게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데 성공(?)하는데….

“저색희 저거… 곧 죽어도 사관이라고. 다 갔지?”

“예 전하.”

“그래, 그럼 시간도 없으니까 거두절미 하고, 본론만 말하게. 너 나가서 뭐 먹고 살 거야?”

“개미나 퍼 먹으면서….”

“장난 하냐?”

“일단은 당에 들어간 다음에 생각해 봐야겠는데요?”

“당에 가면, 애들이 얼싸 좋다하면서 카퍼레이드라도 열어 줄 거 같냐?”

“다 쌩까겠죠?”

“나라도 쌩까겠다.”

“뭐 쌩까면 어쩔 수 없죠. 원래 또 제가 왕따 체질이라…. 혼자 떠들다 보면 어디서 옛다 관심 받아라 하면서 관심 줄지도….”

“댓글 다냐? 관심 받게?”

“관심을 끌게 만들어야죠.”

“진짜 가게?”

“정치의 계절이잖습니까. 임오년(壬午年:2002년)의 일을 잊으셨습니까? 필마단기로 전국을 누비며, 전하를 위해 표를 모았던 게 저입니다. 그때의 수고와 노력이 이제 물거품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용상에 관심 있냐?”

“제가 관심 가진다고 다 떨어지나요?”

“그래도 밖에서는 네가 잠룡(潛龍)이라고 호들갑이잖아.”

“워낙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거구요. 툭 까놓고, 열우당이 무슨 뻥튀깁니까? 아무나 집어넣고 돌리면 잠룡이 계속 터져 나오니… 인플레이션도 이런 인플레이션이 없을 겁니다. 뭐 한마디 하면 잠룡, 밥 좀 굶으면 잠룡, 휴지 만들면 잠룡. 이젠 하다하다 안되니까 저까지 걸고 넘어 지는 겁니다.”

“그래, 걔들도 좀 답답하면 그러겠냐.”

“그러니 이해하고 당으로 가려는 거 아닙니까.”

“그래, 가더라도 밥은 꼭 챙겨먹고….”

“예”

“그래, 뭘 하든지 가능성은 열어두고, 옛날처럼 무조건 치받지만 말아.”

“예, 그럼 전 이만….”

“그래 수고해라.”

사민은 노종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려고 하는데….

“그래, 그럼 이따가 보자.”

“예? 저 오늘부터 근무 끝인 거 아닙니까?”

“이자식이, 사직상소 냈다고 다 사직 하냐?”

“수리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수리는 했지. 근데 아직 후임이 결정 나지 않았잖아. 인수인계도 해야 하고, 상황 풀리면 그때 나가라.”

“예?”

노종의 말에 사민은 황당해 하는데… 과연 사민은 언제쯤 청와궁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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