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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변화와 기회에 대하여

다윗이여 골리앗을 아는가?

다윗이여 골리앗을 아는가?


구약성서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강국 불레셋은 골리앗을 앞세워 이스라엘을 침공했다.

골리앗은 키가 2.9 m나 되는 거인으로 이스라엘병사들은 기가 질려

골리앗에 맞서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사울 왕국의 양치기 소년이었던 다윗이 맨손으로 골리앗과 대결해, 조약돌을 던져 골리앗의 이마에 명중시킴으로써 그를 쓰러 뜨리고  승리한다.

 

지난달 20일에서 24일까지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GDC(Game dvelopers Conference)를 지켜보면서 다윗과 골리앗의 신화가 떠

오른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곳 GDC에는 미국의 PC게임이라는 골
리앗과 일본의 콘솔게임이라는 골리앗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서로에 대한 존경
심과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다. 소니의 PS2용으로 개발된 <완다와 거상>의 거대 캐릭터 조작에 대한 발표에는 무려 1,000여명이 넘는 청중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너무도 당당하게 일본어(영어로 동시통역)로 게임 개발 사례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완다와 거상팀은 개발자가 선정한 GDC 최고의 게임상을 수상했다.


닌텐도 이와타사장의 강연은 마치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연상케 했다.

이와타 사장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청중은 열광했고, 미국에서 판매를 준비하고 있는 닌텐도DS용 게임인 을 시연한 후 참가자 전원에게 무료로 배포한다고 선언하자 장내는 온통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Wi-Fi를 이용한 닌텐도DS의 무선 네트워크 전략 역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한국이라는 다윗의 존재에는 관심이 없었다. 드문드문 온라인 게임에 관한 강연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 열기가 뜨거운 것은 아니었다. 이점에서 확실히 아시아와 미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분단되어 있었고, 콘솔과 PC게임 개발자들은 온라인 게임의 본질에 대해서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PC게임과 콘솔게임의 골리앗은 다윗이 어떤 무기로 대적하려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다.따라서 지금의 시점이 한국의 게임사에 있어 오히려 천재일우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무기가 아니라면 어떻게 매출액 3,000억원의 엔씨소프트가 4조원의 EA(Electronic Arts)에 대적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콘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에 NHN이 대적할수있겠는가. 이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기존의 게임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게임산업의 골리앗들이 영원히 온라인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지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의 성공은 머지않은 장래에 아시아 시장에서도 통용되는 온라인게임의 개발이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의 다윗에게 주어진‘기회의 창’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골리앗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는 골리앗과 다른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골리앗이 가진 강점을 충분히 흡수하는 것이다. 즉 콘솔게임과 PC게임이 가진 장점을 잘 흡수 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이번 GDC에 참가한 한국 개발자들은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컨퍼런스에 임 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의 게임사에서 출장 온 사람 중 일부는 강연장에 들어가지 않거나, 들어가서도 기록을 하는 등의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또 무더기로 한 강연에 몰려가거나, 쉬는 시간에 자사의 사람끼
리만 모여 앉아 있기도 했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한국에 남아 있는 개발진에게 GDC의 진수가 전달될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의 참가자들은 이와 대비되었다. 일본 개발자와 기자들은 점심식사시간에 함께 모여 자신이 들어가지 못한 강연에 대한 코멘트를 교환하고, 또 어떤 강연이 좋을 지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들은 4월초 동경대에서‘GDC 보고회’를열예정으로있다. 여기서는 GDC의 중요 섹션에 대한 발표 담당자를 통해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왜 골리앗이 더 정보 획득에 열심이어야 하는가?


지금 미국 시장에서는 NHN 등 한국의 게임업체들이 서비스를 전개하고있거나,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골리앗과 대결할 결전의 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산되어온 온라인 게임의 들불 이미국시장으로 번지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을때 이다.
다윗이여! 골리앗을아는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