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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미래사회

장하준 교수, 그는 누구인가?

 

 

장하준 교수, 그는 누구인가?

 

 

장하준(張夏準, 대한민국, 1963년 - )은 널리 알려진 비주류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다. 전공은 개발경제학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했으며,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후 동 대학교에서 개발 정치 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다. 2002년 출판된 《사다리 걷어차기》를 비롯해, 2007년에 출간된 《나쁜 사마리아인들》등 영향력 있는 경제 서적들을 출판한 바 있다.

 

장하준은 옥스팜의 일원으로서 세계 은행, 아시아 개발 은행, 유럽 투자 은행 등의 자문을 맡은 바 있다. 현재 워싱턴 D.C.에 있는 정치 경제학 연구 센터의 회원이다. 에콰도르의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의 경제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배경

장하준은 계획 경제시장경제의 절충안인 산업 정책 이론을 구체화시켰던 영국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로손(Robert Rowthorn) 아래서 연구하며 비주류 경제학 분야에 기여하기 시작했다.[5] 이 분야에서 장하준은 그 자신이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이라 부르는 경제학을 구체화하였다. 여기서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은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들을 경제 상황의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경제학 이론을 말한다.

 

저서

장하준은 '사다리 걷어차기'(2003년도 뮈르달 상 수상)에서 모든 선진국들은 더 부유해지기 위해 보호주의 정책을 사용했으면서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보호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하준은 이 책에서 세계 무역 기구, 세계 은행, IMF들을 후진국들의 가난 극복을 방해하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이 책에서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 책 및 다른 장하준의 저서들로 인해 장하준은 국제개발환경연구원(G-DAE)으로부터 2005년 Wassily Leontief상을 수상했다. (이전 수상자들은 아마르티야 센,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헤르만 달리 등이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에 이어 장하준은 2007년 12월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Rich Nations, Poor Policies and the Threat to the Developing World)을 출간한다. 장하준은 통제되지 않는 국제 거래(자유 시장 경제)는 경제를 개발하는데 있어 거의 성공하지 못했고, 보호주의 정책들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GDP는 규제를 풀라는 압력이 있기 이전에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증거를 내세우며, 이를 확장해 사유화와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려는 자유 시장 경제의 실패를 보여줬다. 이 책은 종종 규제되지 않은 자유 무역을 비판한 폴 발레리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 제1세계 윤리와 제3세계 빚'(1990)과 혼동되기도 한다. 장하준의 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의 찬사를 받았다.

 

국내 반응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장하준이 지은 책《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비서관들에게 추천했다고 한다.[9] 이명박 대통령 재임 중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대한민국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 23종 중 하나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되며 좋은 평가를 받은 도서로써 불온도서 지정은 더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후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불온도서 지정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10]

 

수상내역

 

 

 

 

 

 

 

 

장하준 교수 신간

 

 

 

 


“에드 밀리반드, 장하준과 점심식사라도 하시오.”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 사설을 통해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의 신간을 극찬하며 마지막에 이같이 제안했다. 최근 영국 노동당 당권 경쟁에서 이긴 밀리반드 신임 당수가 ‘제3의 길’로 상징되는 당의 중도 노선을 비판한 가운데 진보지 가디언이 노동당의 새 비전 참고 도서로 장 교수의 신간을 강력 추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문은 ‘장하준을 칭찬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8월 하순 출간된 장 교수의 책 ‘그들이 알려주지 않은 자본주의의 23가지 진실’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신문은 “영국에선 최근 전당대회철을 맞아 정치인과 싱크탱크, 언론인들이 재정 적자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등 편협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책은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대중들에게 호소력 있는 책이지만 새 아이디어를 찾는 정치인들도 읽어야 한다”며 일독을 권했다.

가디언은 주류 경제학 논쟁이 숨이 막힐 정도로 시야가 좁은 데 비해 장 교수는 19세기 독일, 21세기 중국 등 보다 거창한 주제를 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학이 딱딱한 것과 달리 그의 책은 패러독스로 넘쳐나서 흥미롭다고 칭찬했다. ‘자유시장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경제학이 성공적이라면 경제학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역설 등이 그것. 그런 역설들은 현실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임을 아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장 교수 책의 이 같은 특징은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등에서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신작은 전작보다 훨씬 대중적이며 기업의 기획가들이나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모색하는 정치가들에게도 맞춤한 책이라고 한다.

8월 22일 영국에서 출간된 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가 처음 내놓은 단행본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후 쏟아졌던 일반 독자의 경제 현안에 대한 궁금증을 모아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그는 책에서 30여년간 세계를 풍미한 자유시장 경제학이 현실에서 실패했음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BBC, 더 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언론이 서평으로 다뤘다. 가디언은 당시 “장하준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최고의 비평가이지만 반자본주의자는 아니다”면서 “자본주의가 경제학자나 정치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굴러가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매우 가치 있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책은 독일 네덜란드 러시아 대만 등 각국에서 출판이 예정돼 있다. 한국어판은 이달 말 나온다.

손영옥 선임기자
 
 
장하준 교수, 인터뷰 및 강연 내용
 
» 한만사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지난 20일 한겨레신문 임직원들과 만나 공기업 민영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등 현안에 대한 견해와 함께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자유주의 비판 및 대안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지은이이며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풍부한 실증적 사례를 동원한 시장만능주의 비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날 모임은 한겨레신문 사내 학습모임 ‘한겨레 경제포럼’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교육실에서 두 시간에 걸친 강연 및 질의 응답이 이뤄졌다. 곧 이어 한겨레신문사 8층 접견실에서 30분 동안 인터뷰도 따로 진행됐다. 강연 및 질의 응답, 인터뷰 내용 전문을 싣는다. 

 

  

【강연 내용 요약】

 ▶장하준 교수 강연=(<한겨레>쪽의 참석 요청을 받고) 처음에 승낙할 때 집담회라고 생각해, 강연 준비를 제대로 못했는데…. 기초 지식이 없는 청중도 아니니까 보통 때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올해 발간된) 이 책(<다시 발전을 요구한다>)은 (최근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선정돼 화제가 됐던)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년)보다 일찍 나온 책이다. 2004년 영어판으로 나왔었다. 그 전에 <사다리 걷어차기>를 비롯해 책, 논문들을 많이 썼다. 그래도 학술 논문치고는 평이하게 쓴다고 썼다. 제 방법론 자체가 복잡한 수식 안 쓰고 하는 거다.

 

 제가 다루는 주제가 제3세계 경제 발전에 관한 연구이다. 정책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분들 이야기하는 게 비판은 재미있는데, 대안이 뭐냐고 한다. 경제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일반 상식 갖고 경제 정책을 펴는 것이니, 그런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를 공저한)아일린 글레이브 교수 미국 덴버대 교수는 거시, 금융 쪽 전공하는 학자다. 저는 무역, 산업 규제 이런 쪽 전공이라, 상호보완성이 있다고 해서 둘이 반씩 썼다. 그 다음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썼다. 경제학을 모르는 사람들한테 경제 정책, 그런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 경제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도 읽을 수 있는 게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사실 제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발간된 순서가 맞는 거다. 기초지식을 쌓고, 대안을 생각하는 식이 되어야 하니까. 2004년에는 대중 서적을 낼 엄두가 안났었다.


 제가 항상 (연구)하는 방식이 우선 소위 제가 ‘신화’라고 부르는 것을 파괴한 다음, 대안을 내놓는데, 이 책은 특히, 대안에 중점을 뒀다. 신화를 통쾌하게 파괴하더라도 어떻게 하자는 말이냐 하는데,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니 없는거고, 대안이 여러 가지다. 그 중에 몇몇 대안을 선진국, 후진국에 존재하는 나라들이 과거에, 일부는 현재에 써서 성과를 거뒀다. 그것을 안 보려고 하니까 대안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지. 진짜로 쓰지 않았던 대안이라는 것은 이미 썼고, 쓰고 있고, 효과가 증명이 된 것이 있다. 전세계 이데올로기 통제하는 사람들이 자꾸 없다고 하니까, 찾아보지도 않고 없다, 불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가는 거죠.

 

 첫 번째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경제 상식을 깨자는 이야기를 한다. 영화 ‘제3의 사나이’, ‘명화극장’에서 많이 (방영)하는데, 그 영화 대본을 유명한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이 썼고, 그 뒤에 소설로 썼다. 대본의 딱 한 군데 안 쓴 부분이 있다. 악역을 오손 웰스가 맡았는데, 그 사람이 쓴 대사가 있다. 그 사람이 악역으로 나오니까, 대사의 내용은 악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봐라. 옛날 이태리, 르네상스 때 온갖 인간의 나쁜 면은 다 보여줬다. 음모, 살해, 학살 등등…. 이 때는 우리에게 다빈치, 미켈란젤로를 줬고, 스위스는 500년 민주주의를 했지만 우리에게 준 것은 뻐꾹시계 뿐이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스위스에서 대한 관념이라는게 금융업,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오손 웰스식으로 이야기하면 제3세계 독재자 돈 받아 돈 벌고, 관광객에게 뻐꾹시계나 소의 목에 다는 종 팔아 돈 벌고, 좋게 이야기하면 금융, 관광 서비스업으로 최고 수준 소득을 누릴 수 있는 탈산업사회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1인당 제조업 생산량이 제일 높은 나라가 스위스다. 서비스로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다. 일본보다 24% 높다. 미국에 비해 2.2배 높다. 세계에서 제일 산업화가 된 나라인데, 우리는 그 나라가 서비스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우리가 잘못 갖고 있는 관념이 많다.

 

 가볍게 시작하기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면, 뻐꾹시계 자체도 독일에서 발명했고, 프렌치프라이드도 벨기에에서 생겼다. 불어, 네덜란드어 하는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벨기에에서도 네덜란드어를 쓰는 지역에서 생긴 것이다. 파나마 모자는 파나마 운하를 (건설)할 때, 뜨거울 때 쓴 모자라고 알려졌는데, 그게 에콰도르에서 만든 모자다. 2년 전 에콰도르 가보니 (우리나라로 치면) 무역진흥공사 사장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게 너무 기분 나빠 에콰도르 모자라는 이름으로 모자를 만들어 팔았는데, 잘 안팔렸다.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게 많다. 상식으로 여겨지는 것 가운데 굉장히 잘못된 게 많다.

 

 우리는 미국이 제일 잘 사는 나라라고 알고 있다. 구매력 기준으로 하면 그게 맞는 면이 있다. 룩셈부르크 빼면. (미국의) 생활수준이 높은 게 아니다. 미국은 노동시간이 유럽보다 10~30% 길다. 노동시간당 GDP(국내총생산)는 구매력 기준으로 해도 세계에서 7~8위다. 노동시간이 길고, 구매력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저임금 노동이 많다는 이야기다. 독일은 (오후) 5시면 (가게 문)닫고, 미국은 24시간 가게하고 늦게까지 일한다. 삶의 질에 관한 지표를 보면, 범죄율· 유아사망률 ·기대수명은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다. 그런 여러 면을 보면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범죄가 많아도, 방탄차를 타고 다녀도 돈 많이 버는 게 좋다, 그런 사람도 있을 거다. 남미는 실제로 그런 사람이 많다. 남미 주요 산업 중 하나가 부자 납치다. 그런 데로 가면 담치고, 기관총 들고 산다. 유럽은 그렇게 못 살겠다, 해서 세금 많이 내서 사회 안정시키고 사는 것이고…. 우리가 사실 자체를 잘못 알고 있는게 많다. <사다리…>, <다시 발전…>, <…사마리아인들> 그런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계속한다.

 

 나더러 했던 이야기, 자꾸 반복해서 또 한다고 하는데,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대상을 달리 했다. <사다리…>는 쉽게 썼지만 학술서이고, <다시 발전…>은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책이고, <…사마리아인들>은 대중들을 위한 책이다. 같은 이야기도 다른 식으로 이야기 한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저 입장에서 보면 같은 이야기를 열 번 반복하는 것 같아도, 전체적인 목소리에서는 저 같은 이야기 하는 사람 1%다. 저와 다른 사람이 99%다. 저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각각 100번씩 이야기해도 99%쪽이 한번 얘기하는 것 밖에 안된다. 개인적으로는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복은 다른 쪽이 하는 것이다.

 

 자유무역해야하고, 규제는 없어야하고, 적자 재정은 나쁘고, 물가 상승률은 낮은 게 좋다는,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는 많은 것들이 그렇지 않다.

 

 논란되고 있는 규제, 민영화 예를 들면, 규제가 많아서 성장이 안됐다는 것도 근거가 별로 없는 이야기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1990년대 초반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라는 싱가폴 경제지에 한국 특집 기사 하나가 났다. 뭐냐면, ‘이 나라(한국)는 공장을 열려면 최고 300개 인·허가를 받아야하는데, 계속 공장이 생기고 경제 성장이 된다는 것 이해가 안 된다’였다. 제 해석은 돈 벌 기회가 있으면 기업인들은 허가를 300개 받아도 공장을 연다. 3개 받으면 더 좋겠지만, 돈 벌 기회가 있으면 규제는 2차적인 요소라는 거다. 지금 뭔가 경제가 활력을 잃어서 규제가 커 보이는 것이다. 지금 유행하는 논리대로라면 왜 옛날보다 규제는 적어졌는데, 성장은 왜 안 되는가. 원인이 규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규제완화해도 성장이 안 된다.

 

 민영화도 그냥 공공성을 위해 지켜야 한다며 이런 논리에서 막는 부분이 많지만, 실제 다른 나라들의 경험을 볼 때, 국영기업이 잘하는 데가 많다. 우리나라 포철(포스코)이 그런 예였다. 싱가폴도 보면, 소위 시장주의자들이 자유무역, 외국인투자 이야기만 하지만, 그 나라 대부분의 토지가 국가 소유다. 주택 85%가 주택공사에서 공급하고, 국민 소득의 22%를 국영기업이 생산한다. 여러분이 아는 싱가폴 기업은 다 국영이라고 보면 된다. 싱가폴 항공도 그렇다.

 

 프랑스도 부분 민영화를 했지만, 90년대 중반까지 우리가 알 만한 기업은 국영 기업이었다. 예를 들면 르노(자동차)는 사기업으로 시작했는데, 사주가 나치에 부역했다고 해서 자살하고, 그 뒤 국유화됐다. 지금도 그 기업의 30% 지분이 정부 소유다.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했을 때, 시장주의의 승리라고 했는데, 사실 삼성자동차를 국유기업에 판거였다. 삼성자동차가 국유화가 된 거지. 르노가 삼성자동차 인수할 당시, 프랑스 정부가 50% 가까이 (지분) 갖고 있었다. 47% 프랑스 정부, 우리사주, 국영 금융회사 지분까지 합하면 53%가 사실상 정부 소유였다. 우리나라에선 시장주의의 승리라고 여겼다. 삼성(자동차)이라는 사기업이 국유화된 거나 마찬가지인데, 참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다.

 

 엄청나게 잘못된 고정관념이 많다. 증거도 찾아보지도 않고,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우리 어렸을 때 농담을 들 수 있다. ‘미국 가니까 애들도 영어 잘하고, 거지도 양담배 피더라’는 식…. 선진국에 대한 동경이 남아서 그런지, 미국이 진짜로 잘사는 나라인지 확인도 안 해본다. 국영기업 안 된다고 하지만, 엄청나게 잘 되는 국영기업이 있고, 자유무역해야 살아남는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가 보호무역하고, 자리 잡혀 자유무역했다. FTA(자유무역협정)가 대세라고 하는데, 대세 아니거든요. 미국하고 FTA 맺은 나라가 우리 수준하고 비슷하거나, 더 잘 사는 나라는 호주와 싱가폴 밖에 없다. 나머지는 중남미나, 중동으로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게 중요한, 조금이라도 더 수출을 해야 하는 절박한 나라들만 했지.

 

 대세 그 자체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 나는 대세론이 싫다. 대세론이 좋으면 일본에 협조한 사람도 다 찬양해야죠. 대세론을 싫어하는데, 그것을 떠나서 그게 대세냐 사실 확인도 안 한다. FTA가 모두 400여개 이야기하는데, 지역 통합하려고 남미국가들끼리, 유럽끼리 하는 거 다 세어보니까 자유무역협정이 400여개라고 한다. 경제 수준이 다른 나라끼리 특히 미국과 FTA 하는 나라는 몇 개 안 된다.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까지 깨 볼 필요가 있다. 고정관념이 자꾸 깨지고, 민영화 같은 것도 영국 철도 민영화 실패했다. 일본은 대부분 민영인데 엄청나게 시간도 잘 지키고, 비싸지도 않고, 안전도도 높다. 그런 것을 보면 꼭 국유화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좋아하는 영어 문구가 있는데 ‘실제가 허구보다 더 이상한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경제 이론만 배워서 좌파, 우파건 이론만 배워서 싱가폴 상상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거의 공산주의다. 강제 저축을 하게 해서 학자금 등을 낼 때만 빼서 쓸 수 있다. 자본주의 소비자의 기본권을 말살한 제도다. 정반대로 자유무역까지 하지 않느냐. 이론적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케이스다.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현실에 기반한 상상력 아니냐.

 

 또 다른 예로는 스웨덴, 제가 퍼뜨렸는데, 발렌베리 가문이 40% 경제력을 갖고 있다.19~20세기 말에 역사를 보니까, 15대 재벌 이름이 15개가 있다. 그런 게 있는가 하면 복지국가로 세계에서 제일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보면 우리가 이론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대기업 있으면 평등한 사회 안 되고, 자유시장 하려면 공기업 안 되고, 이런 게 다 깨진다. 그런 시각 하에 실제로 분야마다, 여러나라에서 쓴 정책이 어떤 게 있고 봐야 한다. 한 가지가 아니고, 여러 가지인데. 그것을 열거하고, 이런저런 장단점이 있다는 것,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고, 또 상상력을 발휘하면 다양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에서 다른 나라에서 쓴 정책을 수집하고, 비교하는 것이다. 대안없이 비판한다고 하는데, 저는 대안없는 비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판을 해야 대안을 생각하니까. 말할 것 달리면 대안없는 비판하지 말라고 한다.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대안이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가지다. 그걸 넘어서 각자 나라의 상황과 가치관과 경제적 조건에 맞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시간이 30분이 됐는데, 이 정도 화두를 던져 놓고 질문, 코멘트를 받았으면 한다.

 

 

 【질문과 답변】

 

 ▶박순빈(경제부 편집장)=다들 장하준 교수님 책을 한두권씩 읽어보셨겠지만, 재미있다. 경제이야기가 딱딱한데 재미있다. 구체적, 역사적인 사례로 논거를 제시한다. 한편으로, 조금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어렵다. 두가지 때문이다. 장교수님이 대부분의 책에서 기존의 상식과 신화를 깨는 작업을 중시하니 도발적이다. 자기가 알고 있던 인식의 틀을 벗어나니까. 실제로 하나하나의 화두에 깊이 들어가면 굉장히 어려운 주제를 쏟아내니 다 읽고 나면 굉장히 불편하다.

 

 이 책의 틀이 아니라, 저희들 원래 제목(‘세계경제의 변화 속 한국경제의 대안’)을 정해놓은 것처럼 장교수님이 문제제기한 화두에 비춰서 지금 우리 경제, 세계 경제 흐름이 장교수님께서 보시는 인식의 틀에 접목될 수 있느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뭐냐는 주제로 토론을 해보자.

 

 ▶정남기(경제부 선임기자)=교수님 책 읽으면서 항상 궁금했던 게 있다. 시장경제의 원리와 신자유주의를 동일시하는 것 아니냐. 제가 알기로는 절대 같은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로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주의 이야기 할 때 순수한 의미의 그것이 없듯이 실제로 시장경제 자체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공황 전에는 중앙은행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1960~70년대 산업자본이 주도하는 시장경제, 신자유주의는 80년대 이후 미국의 산업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금융자본이 팽창하면서 만들어진 금융자본의 논리라고 보는데, 자꾸 시장경제의 논리라고 보니, 그 경계가 사람들을 혼동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장교수님은 구분하고 계시겠지만. 그런 오해를 줄 여지가 높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전에 정부는 모든 자본을 독점하고 있었고, 가격을 통제했다. 그것은 정상적인 시장경제가 아니다. 그 부분은 정상적인 시장경제로 돌려야 하는데, 그런 부분까지 신자유주의로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장하준 교수(장)=학술논문 쓸 때, 그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하는데. 어려운 게 사람마다 용어의 정의가 다른다. 저는 시장경제라는 말이 뭔지 모르겠는데, 자본주의가 맞는 것 같다. 시장이 있고, 시장주의 경제학이 있죠. 자본주의를 운영할 때 시장의 논리를 최우선시하는 게 시장주의 경제학, 그런 경제학을 신봉하지 않는다는 게 자본주의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더 어려운 것은 아무리 자유로운 것 같은 시장도 정부의 규제가 밑에 깔려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을 보자. 자유로운 시장 같지만, 갑자기 자기 회사 주식 넣어서 팔 수 있나? 회계감사받고 해야 상장이 되는 건데. 그런 식으로 규제가 있다. 미국이 노동시장 규제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노예제, 아동노동 못하게 규제한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규제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기들이 싫은 것은 규제라고 생각한다. 그럼 도대체 어디까지가 시장, 규제인지 불분명해진다. 보통 이야기할 때 자꾸 혼동되는 건 메커니즘, 기제로서의 시장이라는 것과 말하자면 ‘시장의 큰 손’ 이야기할 때, 실제로 돌아가는 데 참여자가 있다. 실제 시장과 좀 다른 식으로 이해를 해야 하는 데 어려운 문제다.

 

 제가 신자유주의 표현을 내용상으로는 정기자께서 말씀하시는 금융자본주의와 유사한데, 제 정의는 왜 신자유주의냐면 예전에는 자유주의가 있었잖아요. 우리나라 상황에서 자유주의는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서구의 고전주의 자유주의는 돈 벌 자유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거의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를 하던 시대가 있었는데, 물론 실상은 달랐죠. 보호무역도 했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자유주의라며 소득세 반대하고, 시장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주의였다. 고전적인 자유주의는 또 민주주의를 반대했다. 투표권 주면 부자 착취한다며…. 대공황 지나면서 수정자본주의, 그게 나오고 70년대까지 이어지다가 80년대 말하자면 반격을 한거죠. 옛날처럼 똑같이 한 것은 아니다. 요즘 세상 민주주의하지 말자는 게 안 통하니까. 신자유주의라고 해서 자유주의에 민주주의 요소 가미하고, 이런 식으로 나온 게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 정의도 굉장히 여러 가지다. 그 뒤에 숨은 복잡한 것까지 들어가면 이야기가 복잡해지니,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장 경제, 저는 그 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자본주의 운영에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 중에 60, 70년대 조합주의,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있을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정리하는 거죠.

 

 ▶정영무(논설위원)=교수님, 메시지의 핵심은 현실에 기반한 상상력이다. 우리나라 보면 제일 큰 게, 물론 경제활동의 결과물일 수도 있겠지만 비정규직과 자영업, 이 부분의 현실에 기반한 상상력이 무엇일지…. 또 하나는 중국의 경제 운용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장=우선 두 번째 질문부터 답을 하겠다. 제가 거기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서 간단할 것 같다. 중국이 사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중국전문가들도 이해를 잘 못한다. 워낙 크기 때문에. 통폐합, 조정했다고 하지만 자동차 회사가 128개가 있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워낙 커서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성마다 외국인투자 유치한다면서 세금깎아주는 등 과당 경쟁을 하니까, 개입을 정부에서 했는데,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곳이 많아서 파악이 힘들더라.

 

 결국 문제가 될 건 소득분배 문제라고 본다. 지니계수 보면 남미 하위권 나라와 같다. 남미에서도 브라질, 파라과이에는 못 미치지만, 콜롬비아 정도(로 분배 문제가 심각하다). 남미는 500년 동안 불평등하게 살아왔고, 또 흡수할 장치가 있다. 그런데 중국은 그런 흡수할 수단이 없고, 정치적으로 돈 버는 게 좋다는 식으로 돼서 조심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괜찮다. 경제가 9~10%씩 성장하고, 일자리가 생기고 미래에 희망이 있으니까. 길에서 행상해도 아이들이 좋은 직장 얻겠다는 희망, 지금은 그게 유지가 돼지만, 몇 년 안 좋아지면, 공산당에서 어떻게 이런 사회를 만들어놓고, 우리에게 받아들이라는 말이냐고 (저항)할 거다. 30년 전 똑같이 살았는데, 너무 빈부 격차가 크다. 이것을 어떻게 감당할 지 모르겠다. 중국 정부에서 굉장히 신경을 쓰는데, 무슨 대책도 없다. 더 어렵게 만드는 게, 복지가 직장 단위로 제공이 됐는데, 이제 그게 없어지고, 말하자면 시민권에 기반한 사회복지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고, 그게 다른 나라들은 미약하지만 있기라도 했는데, 중국은 제도 자체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많을 것이다.

 

 (한국의) 비정규직, 자영업 비대 문제를 보면, 이 두가지가 사실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 뒤 식당 열어 근근이 먹고사는 구조가 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구조조정하면서 이윤 내서 배당을 많이 해야하니까, 비정규직 쓰고 늘어나는 건데, 자영업이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유럽식의 복지국가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뭐냐면, 어느나라나 불평등한 게 있고, 그 불평등을 어느 정도 완화하려는 욕구가 있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하는데, 좀 일반화 시키면 미국이나 남미식이 하나 있다. 규제 안하고 돈 벌 사람 벌고, 못 버는 사람은 못벌고, 죽을 사람은 죽고, 기본적인 생계보장 없고….

 

 반대편에 유럽복지국가가 있다. 재미있는 통계가 세전 소득분배는 미국보다 스웨덴이 더 안 좋다. 그 가운데 낀 나라가 한국이다. 일본은 점점 미국 쪽으로 가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경제활동 자체를 규제해서 소득불평등을 줄이고, 그 대신 소득재분배는 거의 안 한다. 그러니까 세전 소득분배는 한국이나 일본이 상당히 평등한 편이다. 스웨덴 같은 곳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나라가 평등한데, 하다못해 미국도 소득재분배를 해서 세후에 평등도가 조금 올라간다. 그렇게 만드는 주요 메커니즘이 농업과 자영업 보호다. 미국이나 영국에는 독립된 작은 가게가 없다. 대자본에 의한 큰 가게, 프렌차이즈 줘서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자영업이 별로 없으니까. 일본이 더 극단적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을 세우려면 주변의 소매상들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식으로 하고, 농업 보호하고, 원천적으로 자영업자를 보호해서 소득불평등을 줄인 건데, 이게 문제는 첫째, 점점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소매업은 대자본의 요구가 생겨서. 농업도 그렇고. 자꾸 유지해주기가 정치, 경제적으로 힘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아주 부자들하고 그런 이야기를 떠나 노동자 계급 사이에서 정규직이 되느냐 못 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미국에서 자동차 안 팔린다면 자동차 노조 세게 데모를 하는 게, 실직하면 의료보험도 안 된다. 미국은 의료보험 같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좋은 회사 취직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인생이 너무 달라지고, 우리나라도 비정규직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민권에 기반을 둔 복지국가’를 만들어 기본적인 생활을 보호하고, 그 위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잘 드는 예가, 외환위기 이후 의사가 인기있는 직업이 됐다. 우리나라의 기현상은 뭐냐면, 지금 우리나라처럼 1등부터 3천등까지 줄세워 놓고 보면, 상위 2500명이 의사를 하려고 한다. 직장이 불안해서 그렇게 된 거다. 부모부터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다가 쫓겨나 치킨집 열었는데 망했으니, 너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우리나라의 병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안전한 직장만 찾고. 복지국가를 만들어서 기본을 보장해야 그 공포감이 없어져서 직업 선택을 과감하게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격차도 줄어들고, 자영업자 무리하게 보호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게 안 되니까 병리현상이 터져나온 것이다. 옛날에는 국가가 자영업도 보호하고, 회사도 해고도 안 하려고 해서 유지를 했는데, 그게 다 깨지니, 비정규직, 자영업 증가한 거다. 의대 과수요가 안정에 대한 불안 때문에 나온 것이다. 사람들을 불안하게 해야 일 한다고 하는데, 불안하면 일을 못한다고 본다. 제대로 시민권에 기반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자꾸 시민권 기반을 이야기하는데, 미국 같은 나라도 복지가 있지만, 그 개념은 선별적인 복지다. 단기적으로 비용은 더 적게 들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복지제도를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에서 불평하는, ‘우리가 세금내서 왜 게으른 사람을 도와줘야 하냐? ’그런 발언이 나온다. 유럽은 그런 식으로 이야기 안한다. 왜냐면 모든 사람이 복지국가의 덕을 보니까. 부자들은 의료, 사보험 들어서 병원을 빨리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의료보장 다 된다. 그런 이유에서 시민권에 강조를 두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복지제도를 정비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안 된다. 아니면 옛날처럼 돌아가서 정부가 다 통제하고, 소규모 자영업 보호하고, 기업에서 가부장주의적으로 해서 보살펴주든지 해야하는데, 가능하지도 않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그럼 이제 스웨덴이냐 미국이냐는 건데, 저는 우리나라의 여러가지 조건을 볼 때 스웨덴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정영무=그런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현실 가능한 동력은 뭐라고 보시는지.

 

 ▶장=글쎄요. 제가 정치학, 사회학 전공도 아니어서 그것은 별로…. 여러분들이 못 들어보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다만, 이야기드릴 것은 그런 것을 (추진할) 주체부터 형성을 해야 하고, 전략을 만들고 ‘해야한다’는 거죠. 저는 ‘사회적 대타협’ 이야기하면 우리나라에서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하는데, 제가 하는 이야기는 스웨덴은 그게 뭐 쉬워서 한 건 줄 아느냐는 거다. 스웨덴의 사회적 대타협이 형성되는 때가 1930년 사민당 집권하면서다. 38년 사회협약으로 자리 잡았다. 그 전에 스웨덴이 노동쟁의율이 제일 높았다. 세금 싫어한다는 그 미국도 1913년 소득세 도입했다. 스웨덴은 1930년대, 핀란드가 예전부터 사이좋게 살아서 사회대타협하는 줄 알지만, 1918년 좌우내전을 해서 우파가 이겨서 2차대전 끝날 때까지는 좌파 경력이 있는 사람은 투표권도 안 줬다.

 

 다들 그런 갈등의 역사가 있었다. 물론, 우리가 내일 모레 스웨덴이 되겠어요? 그래도 다 그런 역경을 이기고 했으니, 우리나라도 그런 것을 해야 한다. 정치인, 사회운동가들이 해야하는 거고, 저는 ‘실탄’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다른 나라들도) 쉬워서 한 것 아니다. 피흘리고, 미워하고, 그러면서…. 스웨덴에 대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스웨덴이 어떤 나라인지 모르고 본 영화, 1920년대 대공황 무렵 스웨덴의 노동자 계층을 주제로 만든 영화인데, 그 때 보니 빈민가에서 사회운동가들이 피임법 가르친다고 경찰이 잡아가던 나라였다. 우리나라도 지금 삼성이 저렇게 나쁜 짓 하죠. 어떻게 하냐? 바꿔야죠. 그런 식으로 누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모르니까 못하겠지만, 그런 것을 해야 한다는거죠.

 

 ▶정남기=<사다리 걷어차기>가 그런 내용 아니겠습니까. 처음에는 보호무역으로 성장했다가 국제경쟁력 갖춘 다음에 자유무역을 하는. 그러나 실제로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이 혼합되어 나타나는데,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발전 단계가 어디까지 와있느냐가 문제다.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이후, 선진국의 논리가 자기 국가의 이익에 맞춰 관철시켰다는 건데, 제조업은 관철되는 부분이 나타나는 분야가 별로 없다. 미국과 FTA 맺은 나라는 몇 나라 안 된다. 미국이 얼마나 이익을 관철 시켰냐. 중국이 가장 이득을 봤다. 신자유주의 이후, 발전의 혜택을 본 게 WTO 가입하면서 경제 발전한 게 사실이다. 그 부분은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스웨덴 이야기를 하셨는데, 스웨덴 같은 대부분 유럽식 자본주의가 가능했던 것은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노조조직률이 10% 초반인 한국의 현실에서 운동가나 정치가가 해야 한다고 하지만, 노조 정치세력화 지금 수준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지. 예를 들면, 민노당이 집권하면 가능한 이야기인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본다.

 

 ▶장=국제무역 문제, 양국간 무역협정을 한 건 최근이다. WTO 체제가 과거랑 비교하면 자유무역 쪽으로 밀었죠. 더 큰 문제는 가난한 나라는 공산품 관세 낮추지 않아도 되게 되어 있다. 세계은행, IMF에서 돈 꾸고, 선진국에 원조 받을 때 조건이 붇는다. 40% 관세 유지할 수 있는 나라도 실제로 5%로 하고 있다. 영향이라는 게 여러 가지 차원에서 나오니 생각하시는 것보다 심각한 나라가 많다는 이야기다. 중국 같은 경우는 WTO 가입 전까지 중국도 평균관세율이 40%가까이 되고, WTO 가입 전에 기반을 닦아서 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은 워낙 덩치가 커서, 외국인 투자를 받아서 협상에서 따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일화지만, 1995년 중국에서 국민차 800cc 이하 개발하려니까, 외국 회사들과 합작해서 그것을 위한 모터쇼를 하겠다니 포르쉐, 베엠베가 왔다. 그 시장이 너무 탐이나서 평소 소형차와 관계없는 나라도 끼어야겠다 생각했을 정도다. 워낙 시장이 크니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 협상력을 통해 기술 이전을 받아낼 수 있는 위치다. 중국이 신자유주의의 덕을 봤냐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정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IMF나 세계은행의 독트린에 따라서 나온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스웨덴 노동운동의 경우는, 노조세력이 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당장에는 불가능한 면이 많겠죠. 문제는 그럼 그게 안되면 어떻게 할거냐. 그냥 FTA하고, 남미화 할거냐. 노조가 안 되면…국민들도 옛날에 ‘금모으기’부터 해서 ‘촛불’ 같은 다른 나라에 없는 동력이 있다. 그것을 잘 엮으면 다른 형태로 비슷한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노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보다 최근에는 노조 조직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옛날에는 공장에 다 모여있고, 하는 일도 비슷해서 단결이 잘 됐는데. 그러면 그것이 아니라면 어떤 형태의 정치 운동, 사회운동이 가능할거냐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거죠.

 

 ▶김수헌(경제부 기자)=<주식회사 대한민국>책 보면, 환란 이후에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해 비판적으로 봤는데, 대안은 비관적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환란 이후 우리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더 나았을까. 지금 이 시점에서 발전을 시킨다면 어떤 방안이 있을까? 7~8% 고도성장을 해야 하는 건지.

 

 ▶장=산업정책이라는 게 한 가지 형태만 쓰는 건 아니죠. 옛날처럼 대통령이 사장에게 전화할 수도 없고. 그러나 예를 들어 미국에 산업정책이 없다고 하는데, 세상에서 미국처럼 (심하게) 산업정책하는 나라가 없다. 미국의 연구개발(R&D)비 지출이 대단히 많다. 우리나라나 일본도 국가 주도형이라지만, 총 연구개발비에서 정부가 대는 게 20%, 유럽 30% 인데, 미국은 50% 가까이 된다. 1990년대 중반은 50~60% 사이, 해에 따라서는 70%까지 된다. 미국이 기술경쟁력 사업을 보면 지원을 통한 연구개발이 기초다.

 

 컴퓨터는 육군, 항공 산업은 미국 공군에서 연구개발비 줘서, 반도체는 미국 해군, 인터넷도 핵전쟁 대비 미국 정부 주도로 시작됐다. 생명공학이나 제약사업도 정부에서 30~40% 연구개발비를 댄다. 엄청난 산업정책을 한다. 어떤 비유를 드냐면, 중고등학교 때 미리 시험공부하고 시험보기 전에 친구들 방해공작에 들어간다. 영화보러가자, 미팅하러 가자고 하는 나쁜 놈이 있다. 그놈 말 믿고 공부안하면 바보된다. 우리나라 그 꼴이다. 미국이 산업정책 안 한다고 하니까 우리도 안 해야지 한다. 우리나라 성질이 화끈해서, 완전히 극단으로 간다. 부채비율이 400%였는데, 100%까지 낮췄다. 미국이나 영국은 150% 정도인데. 결국 나온 결과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안 한다. 부채비율이 낮은게 경제가 잘 되는 거면 브라질이 1위다. 브라질 기업은 돈을 안 빌린다. 부채비율 50%다. 계속 갚을 수 있으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국민경제에 좋은데, 기업은 어떻게 하든 안정적으로 경영을 하려고 한다. 이제는 할 수 있는 것도 못한다고 한다. 그런 부분도 지나치게 상상력을 제한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냐, 핑계를 대는 것 아니냐고 본다. 시대가 바뀌고 경제 구조도 바뀌었지만, 연구개발지원을 통해할 수도 있다. 유럽은 낙후지역 개발한다며 엄청나게 투자한다. 독일, 이태리는 지역정부가 산업정책을 많이 한다. 이태리는 중소기업정책을 잘 하는데, 지역마다 특화를 한다. 베니스 근처에 의자만 만드는 동네가 있다. 기업이 90여개가 있는데, 의자만 만든다. 지방정부가 디자인 개발해주고, 외국 마케팅하고, 저리 융자도 해줘서 키운다. 물론 역시 또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자꾸 안하려고 하니까 안 보이는 것이다. 찾으면 얼마든지 할 길이 있다. 구체적으로 뭘 해야하는 것은 논쟁을 해야하지만, 산업정책의 시대는 끝났다, 하고 싶어도 못한다, WTO 때문에 못한다고 하는데, 연구개발비는 다 예외로 해놨다. 선진국들도 지들이 필요하니까 하는 거다.

 

 ▶이유주현(정치부 기자)=공기업 민영화, 책임없는 경영, 방만한 경영에 대한 지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대중의 정서가 (공기업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도 있다. 생각하시기에 외국의 공기업과 비교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 공공 서비스, 우려 목소리가 있어서 공기업 선진화, 구조개선 등의 용어를 쓰는데, 가장 우려하시는 부분은 뭔지.

 

 ▶장=글쎄요. 국영기업, 물론 방만한 운영, 비리도 많겠죠. 문제는 뭐냐면, 상대적인 것이니까. 사기업들 방만한 경영 안 한거 없잖아요. 우리나라 삼성, 엔론, 월드콤 등 다 사기친 것이고. 방만한 운영도, 제가 어느 회사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큰 유명한 회사가 망했다. 그 회사에 부사장 가운데 여자 부사장이 만날 출장을 다니는데, 그 사람의 임무가 아무도 모르는 부사장이 있었다. 기업이 망하고 나서 알고보니, 그 사람이 회장이 다음에 갈 출장지에 미리 가서, 회장이 잘 방에서 자보고, 커튼이 좋은가 등을 체크하는 사람이더란다. 사기업도 그런 이야기 적어내면, 공기업 신문에 나는 것보다 끔찍한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사례 집어내서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고, 방만한 운영이라는 것도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 판단하는 게 다르다.

 

 한전은 요금 올리게 했으면 엄청난 흑자 기업이 됐을 것이다. 기술력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기업인데, 예를 들어, 수도 민영화하면 보통 벌어지는 일이 요금 즉각 3~4배 인상된다. 지금 한전이 올리면 얼마나 벌겠어요. 그것을 못 올리니까 못 버는 것이다. 그것 가지고 경영 못한다면 안 되죠. 케이스별도 잘 판단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민영화해야할 기업도 있겠지만, 결정할 때, 공공성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영화하면서 지금 한전 (전기료) 못 올리게 하는 것처럼 하면 누가 사겠냐. 공공성도 생각해야 한다. 어떤 기업은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사장 임명 잘못해서 경영 못할 경우는 사장만 바꾸면 되고. 공공성도 없는 기업인데 자리 만들겠다고 생긴 기업 민영화할 수도 있다. 공기업이 다 똑같다, 고 해서는 안 된다. 부패공무원이 한명 나오면 그 부처가 다 나쁜가? 공기업은 분야, 목적이 다르니, 일률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면 안된다.

 

 (공기업을)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고질병의 고용불안이 그런 식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왜 쟤들은 안정돼 있냐, 우리는 불안한데, 라는 거다. 다 같이 안정할 것을 생각해야지. 정부가 욕하는 하향평준화를 만드려고 하느냐. 몇 안 되는 안정적인 직장을 왜 하향 평준화하려고 하는지….

 

 지금 걱정스러운 것은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민영화라고 생각한다. 산업은행의 장기자본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 하는 것은 시장에서 할테니, 그런 기능 없애고, 중소기업은행 (고유 기능)도 없애고, KDK(산은을 산은지주회사와 KDF(한국개발펀드)로 분할하는 게 정부 구상)로 넘겨 산업은행으로 보내자는 건데, 장기융자하는 기능을 없애는 게 맞는가? 안 그래도 중소기업, 돈이 없어 사업을 못하는데, 그나마 있는 것 하나마저도 없애서 상징적으로만 두자는 것이다. 90년대 초 은행 대출의 90%가 기업 대출이었다. 은행은 이제 기업에 돈 꿔주면 위험성도 높고 하니 안한다. 제일 좋은 건 주택담보대출, 그런 짓들만 하고 있다. 과거처럼 다른 은행이라도 중소기업 잘 봐주는 것도 아닌데, 그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기능마저 없애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나와있는 이야기는 산업은행, 기업은행인데, 할 수만 있다면 물이고, 전기고 다 민영화하는 게 일부 사람들의 바람일테니까, 나중에 조용해지면 뭐가 나올지 모르죠.

 

 ▶권오성(국제부 기자)=복지국가, 고용안정하려면 정부가 돈이 있어야 할텐데, 고용 불안 탓하면서 정부가 돈 걷어가는 것에는 불만을 나타낸다. 그런 분야에 있어서 혜안을 좀 주신다면. 또 이명박 대통령이 제기한 ‘녹색성장’, 어떻게 보는지.

 

 ▶장=조세저항이 사실 큰 문제다. 세금내기 싫어하면서 혜택을 보고 싶어하는 것,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복지경험’이라고 표현하던데, 복지를 받아봐야 이게 좋은 줄 안다. 우리나라가 세금 부담이 굉장히 낮은 나라다. GDP 대비 정부예산이 20% 초반대다. 선진국은 40~50% 이상, 브라질도 그 비율이 23~25% 가량이다. 국제 기준으로 세금부담이 적은 나라, 그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이것(세금)을 걷어서 여러분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믿음을 심어줘야한다. 조금 늘리고, 신뢰를 줘야 할 것이다. 스웨덴도 처음부터 50% 세금 걷은 거 아니다. 처음에는 10% 내는 소득세도 안내겠다고 저항했다.

 

 녹색성장…녹색성장하면 좋죠. 과연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생가하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뛰어들 수 있겠냐. 덴마크, 독일은 엄청나게 20년 전부터 엄청나게 투자해왔는데, 우리나라는? 물론 반도체 할 때 미쳤다고 했는데도 해냈으니 또 마음먹고 하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제대로 계획을 세워서 진짜 우리가 대체에너지를 하더라도 풍력, 조력을 할 건지 그런 계획을 확실하게 세우고 해야할 것이다.

 

 ▶김규원(사회부 기자)=교수님 말씀에서 공감 안되는 부분 있다. 고성장 모델, 공격적인, 모험적인 투자 하는 게 바람직하다? 산업활성화, 고용면에서 1997년 이전 상황 보면, 우리가 엄청난 빚을 가져다가 거품을 일으키고, 일자리, 소비, 생산을 일으켰다. 우리수준에서는 5% 이상 성장, OECD 나라 가운데 높은 수준인데, 고성정한다고 하는 게 가능한건지. 가능해보이지 않는데,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불안하고, 모험적인 투자가 우리나라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또 하나, 지난 정부에서 지역균형 발전을 이야기했다. 성장을 이야기하는 수도권의 많은 사람들은 분산될 경우, 자원이 얼마 되지 않는데, 결국 ‘제로섬’이 돼서 전체적인 발전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데, 수도권, 지역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은 뭘지.

 

 ▶장=경제성장이, 제가 그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그것이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처럼 돈 많으면 뭐하냐. 범죄도 많고, 사망률도 높고.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보통 이야기할 때 나라가 발전할수록 성장률이 내려간다는 게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왜냐면 예를 들어, 유럽 국가들이 소위 산업혁명을 했을 때 일인당 소득 기준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1~1.5% 됐다. 그 때는 가난했으니 그 때가 최고고, 지금은 거의 성장 안해야 하는데, 자본주의 황금기는 3~5% 성장했다. 계속 낮아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고성장을 할 때, 외환위기 직전 다른 면이 있었던 것은 옛날에는 빚을 들여오면, 정부에서 나름대로 중복 과잉투자를 못하게 하는 등 노력을 했는데, 1993년 이후 ‘세계화’한다고 하면서 규제가 없어지면서 단기자금이 들어왔다. 외환위기 당시 빚, 우리가 못 갚을 빚이 아니다. 하지만 워낙 단기라 못 갚은 것이다. 그 때 금융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기부채를 빌리는 게 훨씬 쉬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규제를 잘못해서 단기부채 완화, 장기부채는 규제해서 그렇게 된거라는 거다. 당시 우리나라 경기 좋을 때 뉴욕에 전화하면 15분 만에 돈이 들어왔다는 거죠.

 

 단순히 외국에서 돈 빌려서 성장하는 게 나쁜 것 아니냐고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성장률 둔화를 제가 자꾸 걱정하는 것은 물론 경제 수준이 이 정도 되면 옛날처럼 7~9% 성장할 필요는 없지만, 성장률이 떨어지는 게 건강하지 않다. 뭐냐면. 다른 게 발전하는 상황이라면 천천히 떨어져야 하는데 갑자기 떨어진다. 특히 지난 정부 때 성장률 갖고 뭐라고 하면 OECD 2위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게 그 나라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다. 두 번째는 성적이 90점에서 60으로 갑자기 떨어지면 아버지가 무슨 문제가 있냐고 이야기하는데, ‘아버지 너무 그러지 마세요, 40점 맞는 애들도 많은데’라고 하면…문제는 60점을 맞던 아이가 아니라 90점을 맞던 아이라는 거죠.

 

 극단적인 반성장주의적 개혁을 했다. 기업들 돈 안 빌려주죠, 고용불안하게 하고, 국민들은 소득이 불안해지니까, 안정한 직장만 찾고, 가계 부채가 늘고. 통계를 보면 충격적인데,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이 1,2위 다퉜던 나라다. 지금은 거의 꼴지에서 1,2위다. 우리는 거의 꼴지다.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저축이 2~3%다. 미래를 대비하던 나라에서 갑자기 왜 이렇게 됐냐. 성장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과거 성장의 메커니즘을 부수고 나오는 체제가 걱정스러워 그런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어렵다. 왜냐면 투자를 할 때 경제학에서는 ‘흡수능력’이라고 하는데, 무조건 투자하는 게 고용이 창출되고,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지역경제를 말려왔고, 제도 정비가 안 되어 있어, 지난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분들이 돈을 주고 싶어도 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리나라가 중앙 집권 전통이 강하다보니. 독일, 이태리는 거의 도시국가처럼 운영이 돼 지방의 권력, 능력이라는게 좋은데, (한국은) 그게 약해서 상당히 시간이 걸려야 만들어질 것이다. 그것을 또 시간 걸린다고 힘들다고 안 하면 안 되죠. 단기적으로 그런 역사가 있어서 하루아침에 고치기 힘들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하어영(사회부 기자)=대운하가 화두다. 정부의 규제나 개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운하처럼 건설을 통한 국토개발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장=국토개발이 중요하긴 중요하다. 옛날 경부고속도로 놔서 산업화도 촉진됐다. 그게 뭐 사안마다 다른 것 아닌가요. 같은 국토 건설이라고 해도 국토를 망치지 않고 발전시키는 것도 있고, 안 그런 것도 있다. 대운하는 연구를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유럽은 운하가 발달해서 있는 것을 좀 하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과연 될지…. 제가 대운하는 내용을 연구는 안 해봤지만 대학동기 중에 한양대 홍종호 교수라고 굉장히 신중한 친구가 있는데, 나서서 반대하는 것 보면 아닌 것이죠(웃음).

 

 ▶박순빈=하어영 기자의 질문은, 대운하가 (이명박 정부의) 상징인데, 건설투자, 뉴딜식 성장을 추구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였던 것같다.

 

 ▶장=잘 하면 좋겠죠. 사실 뉴딜로 미국도 남부지역 발전했고. 우리나라도 대관령 고속도로 뚫어서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사안별로는 비용보다 효과가 작은 케이스가 아니냐 걱정을 한다. 건설 자체에 대한 반감은 없다.

 

 ▶임주환(경제부 기자)=‘녹색성장’ 이야기가 나오니, 시민사회에서는 저성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데.

 

 ▶장=결국 기술이 얼마나 개발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예를 들어, 정말 갑자기 핵융합 기술을 발명해서 아무 오염없이, 다른 에너지 안 쓰고 다같이 차타고 재미있게 살면 나쁘지 않겠죠. 그러기 전에 지구가 망할 것 같으니까 걱정을 하는 것인데. 두가지가 병행이 되어야 한다.

 

 저는 후진국 경제를 연구를 하니까. 인도 그런데서 온 사람들은 (저성장, 그런 말 하면) ‘뚜껑’ 열린다. 다른 나라가 다 오염시켜놓고, 온난화 만들어 놓고 너희 성장하면 우리 다같이 망하니까 성장하지 말라고? 인도가 아직도 하루에 2불 이하로 사는 사람이 7억명, 그런 나라에 가서 성장하지 말라면 안 되거든요.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 행태를 바꿔야겠죠. 미국 같은 나라는 완전히 바뀌어야죠. 나라에 따라 책임질 양과 견딜 수 있는 양이 다를 것이니, 일률적으로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조건 줄이는 것이 최고라는 이야기도 곤란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어떤 돈 많은 사람들은 여름에도 에어컨 틀고 살지만, 돈 없는 사람들 환경을 생각해서 사지 말라는 것은 안 될 것이다.

 

 ▶김영희(경제부 기자)=요즘 엠비(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가 정신 이야기가 나오는데, 담론화하는, 기업가 정신에 어떤 요건이 갖춰져야 하는지.

 

 ▶장=글쎄요. 그런 정도로 기죽어 기업 못하겠다면 사업 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 문제가 뭐냐면 도대체 친기업이 뭐냐. 예를 들어 금융 자유화해서 중소기업 돈 안 꿔줘도 되니까, 돈 되는 데만 꿔줘라, 고 한다면? 은행에게는 좋지만, 중소기업에게는 나쁘죠. 그게 친기업이냐 반기업이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반기업 정책이 없죠. 돈이 있어야 장사를 하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그런 친기업 정책이 없죠. 모든 기업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은, 노동자 탄압하는 것? 그것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기업이 있거든요. 노동자도 우리의 자산이다고, 생각하는 기업도 있다. 어떤 기업이 친기업, 반기업이냐는 것은 생각하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기업가 정신을 살리려면 경제 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제도의 변화를 통해, 말하자면 적극적인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게 문제라고 본다. 규제가 적을수록 좋다며 친기업정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영배(경제부 재정금융팀장)=(<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나쁜 사마리아인’(신자유주의)들이 마음을 착하게 고쳐먹든지, (그 반대 쪽에 서있는 이들이) 착하게 마음을 고쳐먹게 할 힘이 없으면 양쪽 다 사실, 해결은 어려운 과제, 아닌가?

 

  ▶장=두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하나는 소위 말하는 나쁜 사마리아인이라고 규정한 사람들 가운데도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쪽도 있다. 핀단드, 노르웨이는 후진국에 원조도 했고, 그런 나라 마저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후진국에 부과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그 이야기가 가장 맞는 정책 아니냐고 이런 식의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가운데서도 아 이게 맞지 않는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금 안목이 있는 사람들은 소탐대실이라고 느낄 것이다. 중국은 1970년 후반 개방해서 중국경제가 10배 정도 컸다. 러시아식으로 신자유주의적으로 하라고 했으면 그렇게 안 됐을 것이다. 부자나라 입장에서도 가난한 나라를 잘 살게 해주는 게 이익을 준다는 것을 안목있는 사람들은 깨달은 것이다.

 

 후진국들이 한 때 탈식민지화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다가 외채 위기로 기가 죽었다가 세력을 키워 중국, 인도 등 덩치가 커져 무시 못할 정도가 됐다. IMF-세계은행식의 정책이 실패하니까 남미는 등을 돌렸고. 반대 쪽의 결집 같은 것도 예를 들어 70년대 비동맹회의 있을 때보다는 못하지만, 90년대와 비교해선 힘이 많이 세졌다. 정세 자체도 변하는 면이 있으니 천년만년 가지는 않을 것이다. 자꾸 설득해나가지 않으면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500년 전에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하면 (불에) 태워 죽였잖아요. 지금 당장은 굉장히 희망이 없는 같지만 해야한다. 이태리 맑시스트 그람시는 ‘지성의 비관, 의지의 낙관’이라고하지 않았나. 지금 어려운 것 같아도 의지를 갖고 일을 해나가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지금 당장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아도 하는 것이다.

 

 ▶김=경제 정책으로 보아 이명박 정부의 성격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깃발로 봐서는 시장 자율 이런 것으로 보이는데, 물가 관리 같은 각론으로 들어가면 70년대식의 개입 모습도 보인다. 경제정책의 전반으로 봤을 때 성격 규정할 수 있을까?

 

 ▶장=김영삼 정부부터 시작해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 등과 큰 흐름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권 또한 지난 15년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의 흐름에서 벗어난 건 아니다. 이 정부가 ‘이상한 실수’를 자꾸 하니까 옛날이 좋았지 하는데, 계속된 이야기다. 이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극단적으로, 안되면 물리력 동원해서라도 할 뿐이지 가는 노선은 같다. 이 정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다. 지난 번 정권에 대한 반감도 있었겠지만, 잘못된 인식에 의한 것도 있었겠지만 국민이 찍은 거고, 이런 식으로 (문제가) 노정이 된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다시 봐야 한다. 옛날처럼 쿠데타를 해서 잡은 정권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거죠.

 

 ▶김=<다시 발전을 말한다>란 책에는 거시정책 일반에 대한 언급도 있었고, 환율 정책에 대한 견해도 있다. 한국 정부가 취하는 정책 가운데 요즘 가장 논란이 된 것 중 하나가 환율 정책이다. 책에선 환율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다. 변동환율제가 문제가 있지만, 극단의 고정환율제는 물론이고, 그 중간의 정책으로 가는 것조차 국제 금융계에서 허용될 수 있을까?

 

 ▶장=기본적으로 책에서 이야기했지만 극단적인 고정, 변동환율제 문제가 있다. 중간으로 가야한다. 그 전제가 어느 정도 자본통제가 되어야 한다. 자본시장을 열어놓고, 정부가 관리하겠다고 나서면, 하루에 외화 거래량이 2000빌리언달러(2달러)인데, 외환 시장이 그렇게 커져있는 데, 외환 보유고 얼마 있어요. 그것으로 안되거든요. 자본통제가 안되거든요. 정부가 환율을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게 어불 성설이다. 제 생각 같으면 그것 자체(외환시장 급격개방)를 안 했어야 하는데. 정부가 환율 시장에 개입 한다는게 큰 효가가 없다. 처음에는 원화를 가치를 누른다고 했더니 뭐라고 하고, 올린다닌까 또 뭐라고 비판한다. 정답이 참 힘들다. 과거 원화 저평가 정책으로 나갈 때 우리 무역수지가 적자여서, 이론적으로 원화가치를 더 낮춰서 수출을 늘려야 했을 수도 있다. 저도 그게 아닌 것 같다 했던게, 물가 압력이 수입품을 통해 거세게 들어와서 득실을 따져보면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생각하는 거지. 꼭 틀리다고 이야기 하기 힘들 것이다. 거시경제라는게 워낙 걸리는 게 많다. 경기 부양한다고 세금 깎으면 재정이 적자가 커지고. 거시 정책은 굉장히 힘들고, 그 힘든데서 자본통제를 없애서 환율이 정책이라는 게 있기가 힘들다.

 

 ▶아까 강연회에서 잠깐 거론된 FTA 문제에 대한 견해를. 한-미 두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처럼 보이는데, 왜 이 FTA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인가?

 

 ▶장=그 문제에 있어서는 계속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기본적으로 제 견해는 수준이 비슷한 나라끼리 자유무역을 해서 자극해서 좋은 면이 있지만, 수준이 다른 나라랑 하는 것은 지금 현재의 분업구조를 고착화 시키자는 이야기로 본다. 우리나라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제조업에서도 미국 생산성의 30~40%밖에 안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자유무역을 하면 어떻겠느냐. 제가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만5000불 정도, 그것도 환율 때문이 아니라, 생산성과 저력이 쌓여 그렇게 됐을 때는 미국이나 유럽과 하는 게 맺는 게 맞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르다.

 

 두 번째, 설사, 우리 국민경제에 득이 된다고 하더라도, 항상 잃는 사람, 얻는 사람이 있다. 중국과 과거 마늘파동 있을 때 마늘 희생해서 핸드폰을 더 팔아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삼성이 핸드폰 더 팔았다고 농민에게 보상한 것 없거든요. 보상메커니즘이 있어야 하는데,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가 안 되어있는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을 해서 망하는 농민이나 기업은 보상을 못받는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라는 게 한계가 있죠. 보상 메카니즘이 없다. 나 차 몇 대 더 팔테니, 농민 길에 나 앉으라는 이야기 밖에 안 된다. 진정으로 그것을 하려면 손해본 것을 보상해주고, 할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까 국민들이 반발하는 거다.

 

 ▶김=유종일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님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장교수님과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이 있지만,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기억나는 대목 중 하나가, 신자유주의 비판에는 공감하지만,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볼 때, 재벌 문제를 너무 과소 평가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장=유 교수님이랑 친분이 두텁다. 같은 바탕에서 판단하는 건데, 개별적인 사항에서 판단의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재벌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다 생각하니까 그것을 엮어서 대타협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거죠. 그 평가에서 다른 것이다. 과거 한국경제 성장에서 재벌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유종일 교수도 동의할 것이고. 앞으로도 할 것이냐, 아니냐 그 부분에 있어서 판단이 다른 것이다. 저는 앞으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학자적인 판단의 차이다. 가치판단의 차이도 어느 정도 있다. 그런 기업들이 있더라도 그것이 책임있는 행동만 한다면 스웨덴처럼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으니 있어도 상관없다고 보는 것이고, 유 교수님 같은 분은 조금 가난해지더라도, 일개 가문이 쥐락펴락하는 것은 못 보겠다는 거다. 판단과 가치의 차이겠죠.

 

 ▶김=삼성 얘기가 나온 김에, 지난해 10월 문제가 불거져 법원의 1심 판결 까지 나온 상황이다. 결국 핵심 문제로 꼽히던 승계 문제에서 면죄부를 받는 식으로 가닥이 잡혔다. 한국 사회가 큰 문제를 안고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장=삼성의 반응에 대해 최근 몇 달 동안 <조선일보>에 칼럼에 썼는데, 솔직히 재벌 제도의 장점이라는 게 기획조정실과 그 상호간의 연계를 해서 힘을 받쳐주는 경영 같은 것인데, 그것을 안 할 테니, 승계를 봐달라는 식으로 해결됐다. 도리어 반대로 해결책이 나와야 했다. 그 재벌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면, 개인이나 가문의 승계를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애석하게도 반대로 나와서 그게 참 앞으로 한국 경제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본다.

 

 ▶김=현재 한국 경제는 어느 지점에 와 있고, 어떻게 전망을 하시는지.

 

 ▶장=지금 제일 곤란한 지경에 처한 곳은 미국, 영국, 스페인으로 과거 10여년 동안 주식시장과 부동산붐에 힘입어 잘 나가는 듯 했던 나라들이다. 그런 나라들보다는 우리나라는 상황이 낫죠. 주택담보대출이 많기는 하지만, 영국은 주택가격의 100%까지 빌려주기도 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안했으니까. 그런 면에서 나은 처지지만, 문제는 우리나라가 수출 의존도가 높다.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이 휘청거리고, 또 미국으로 먹고사는 중국이 휘청거리면 흑자 낸 부분의 많은 부분이 중국에 기계와 중간재료 팔아서 번 거잖아요. 무엇보다는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어서 이게 빠지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이유, 나쁜 이유에서 투자를 많이 했고, 그게 직접 쇼크로 오는 거죠. 미국, 영국보다 나을지 모르지만, 결코 이 문제에서 그래도 우리는 괜찮겠지라는 말은 못하는 거죠. 미국은 대공황 이래 최대 불황이 올 것이다는 말을 하니까. 처음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터졌을 때가 2007년 7월, 그해 크리스마스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런 것(낙관적 기대)은 턱도 없고 앞으로 최소 1년 이상은 세계 경제가 어려울 것이고, 우리나라 경제도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김=한국 정부의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을까, 한다면 어떤 식으로?

 

 ▶장=사실,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죠. 외환위기 이후부터 계속한 이야기인데, 지금 가는 방향이 투자 안하고, 자산운용해서 돈 벌고 그런 식으로 자꾸 가니까, 체질이 허약해진다고 이야기했는데, 계속 그런 방향으로 간 것 아니냐. 만시지탄이지만, 조금이라도 방향을 돌려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한 경제를 만들까 고민을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밖에 나가서 모세처럼 ‘멈춰라’ 할 수도 없다. 일단 그것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제가 걱정하는 것은 체질이 약화되어 왔으니 정신을 차리고, 미국식 자본주의가 좋은 게 아니구나, 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 쪽으로 더 나가려고 하니 걱정스러운 것이다.

 

정리=이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