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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저격수?

 

노 대통령은 저격수?

 

노 대통령은 범여권의 대통합과 여권 대선주자의 단일후보로 한나라당을 대선에서 이기는 방법으로 불필요한 주자들을 하나하나씩 표적으로 저격하고 있다. 참으로 음흉한 계획이며 음모이다.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7-06-13 18:59 기사원문보기
공격받은 주자중에 손학규·정동영만 남아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저격 정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우연인지 몰라도 범여권의 유력 주자 가운데 노 대통령이 타깃으로 삼아 비판했던 주자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에게 대선주자 스나이퍼(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노 대통령의 제1 과녁은 고건 전 총리였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말 범여권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고 전 총리를 공개 비판하자, 한 달도 안돼 고 전 총리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여권의 유력 주자로 떠오르자 노 대통령은 2월 말 ‘정치 대통령론’을 언급하며 깎아 내렸다. 정 전 총장은 4월 말에 자진 낙마를 선택했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김 전 의장도 12일 중도 하차했다.

이제 노 대통령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범여권 주자 중에서 살아 남은 사람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 뿐이다.

노 대통령은 비노 진영 주자를 향해서는 잇달아 ‘말 폭탄’을 터뜨렸지만 친노 주자들에게는 비판적 발언을 한 적이 없다.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대립각을 세워온, 먼 쪽의 주자들부터 차례로 낙마시키는 전략을 편 셈이다.

공교롭게도 불출마 선언을 한 세 주자는 모두 경기고-서울대(KS) 출신이다. 손 전 지사도 KS 출신이며, 정 전 의장도 서울대를 졸업했다. 줄곧 비주류 행로를 걸어온 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KS 출신에 대한 묘한 개인적 감정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노대통령의 범여권 대선주자 비판 발언록



■ 고건 전 총리 (1월16일 불출마 선언) 비판

“결과적으로 (고 전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였다.” (지난해 12월21일 민주평통 발언)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을 동네북처럼 두드리면 나도 매우 섭섭하고 때로는 분하다.” (지난해 12월26일 국무회의)

■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4월30일 불출마 선언) 비판

“경제하는 대통령이란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치를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2월27일 인터넷 매체들과의 기자회견)

■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6월12일 불출마 선언) 및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 비판

“포용 차원에서 장관에 기용했는데도 욕만 바가지로 먹고 있다.” (지난해 12월21일 민주평통 발언)

“대선주자 한 사람은 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한 사람은 당의 경선 참여를 포기하겠다고 한다. 깨끗하게 정치를 그만두는 게 도리이다.” (5월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

■ 손학규 전 경기지사 비판

“자기가 후보가 되기 위해 당을 탈당하고, 입당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흔드는 것이다. 보따리장수같이 정치를 해서야 되겠느냐.”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다음날인 3월20일 국무회의)

“손학규씨가 왜 여권인가.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다.” (6월2일 참평포럼 발언)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