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최신예 이지스 ‘세종대왕함’이 25일 진수되기 직전, 북한은 때를 맞춘 듯 동해상으로 사거리 100여㎞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지난해 7월5일 미사일 도발 이후 처음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세종대왕함 진수식으로 ‘택일(擇日)’한 것을 예사로이 봐넘기기 힘들다. 우리는 합동참모본부가 초기에 “정황을 예의주시한다”고 밝히면서도 “이번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과거 북한이 동·서 해안에서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으로 추정된다”는 예단을 앞세운 점을 주목하며, 만일의 사태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는 군의 수뇌부다운 자세인지부터 먼저 짚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선군(先軍)체제 강화를 위해 국방위원회 인적 조직을 강화하고 있고, 북 군부가 4월25일 인민군 창건일 군사 퍼레이드에서 사정거리 3200㎞ 이상의 신형 중거리미사일 ‘무수단’을 새로이 공개한 사실 등과 맞물려 생각하면 이번 미사일 발사를 ‘일과성’쯤으로 치부할 일만은 아니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
이날 세종대왕함 진수식의 노무현 대통령 축사 한 대목도 그렇다. 노 대통령은 “가장 상징적인 전투능력이 오늘 이 이지스로 표현되고 있다”는 표현으로 세종대왕함의 세계 최고 성능을 평가한 뒤 “정말 이 좋은 배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냐 곰곰이 생각도 해보았다”고 말했다. 시간대를 살펴 노 대통령의 이 언급 전에 북한은 이미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을 쐈는데 노 대통령은 ‘이지스함이 필요한가’라는 ‘회의(懷疑)’를 말했으니 “전쟁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광의의 방위력을 확고하게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는 다른 대목 언급도 그 무게가 그만큼 가벼워진다는 것이 우리의 우려섞인 시각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 역시 군사적 긴장도를 높이기 위한 무력시위 개연성이 짙어 보인다. 노 정부가 23일 대북 쌀 40만t 지원을 2·13합의 이행 이후로 미룬 조치와 무관할 듯싶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