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고대 로마제국을 흔든 5명의 사람들...

 

4명의 황제·1명의 노예가 로마를 흔들다

 

스파르타쿠스, 네로, 티투스, 아우렐리우스, 콘스탄티누스 등 고대 로마 제국의 흥망사를 5명의 인물 중심으로 형상화한 연작 장편 소설이다.

 

노예이며 검투사였던 갈리아족 출신의 스파르타쿠스는 지배층에 항거하여 반란을 일으킨 민중의 영원한 상징으로, 폭군의 상징인 황제 네로는 기독교 박해의 대표적 인물로, 유대 민족의 반란을 진압한 황제 티투스도 유대민족을 2000년 동안 전 세계를 방랑하게 만들고 유대인의 디아스포라는 중동분쟁의 싸앗을 잉태시켰고, 황제 아우렐리우스는 철인이며 현자였으나 이면에는 냉혹한 기독교를 박해한 인물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장차 제국의 분열을 자초한 콘스탄티노플을 세웠지만 기독교를 수용함으로써 로마를 서양문명의 발생지로 만든 인물이었다.  

 

그는 로마제국이 발전된 기술과 세련된 사회 이면에는 극도로 사악함이 존재했던 양면성과 주변국과 끓임없이 치루어진 전쟁으로 구축된 전쟁사회의 잔혹함에 무감각해졌으며 문명과 야만이 공존이 가능한 인간의 속성과 인간 영혼의 모순에 대한 탐구작업,예리한 성찰의 역사 소설이다.

[조선일보 2007-05-11 22:33]    
스파르타쿠스의 죽음·네로의 비밀·티투스의 승부수 막스 갈로 장편소설|이재형 옮김|예담|각권9800원

현재 프랑스에서 역사 인물 소설 전문 작가로 꼽히는 막스 갈로(Max Gallo·75)가 로마 제국 흥망사를 다섯 명의 인물 중심으로 형상화한 연작 장편 소설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완간된 전 5권 중 3권이 먼저 번역됐다.

갈로는 스파르타쿠스, 네로, 티투스, 아우렐리우스, 콘스탄티누스를 로마 제국의 ‘빅 5’로 뽑았다. 오늘날까지 상징적으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노예반란을 주동했던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는 지배층의 억압에 맞서 봉기하는 민중의 영원한 상징이다. 스파르타쿠스의 시대를 통해 로마 제국의 경제적 동력원이었던 노예제의 실상도 알 수 있다.

폭군의 상징인 네로 황제에 대해 갈로는 역사에 등장한 ‘적(敵)그리스도’라고 본다. 기독교도를 박해한 네로는 로마 평민들의 인기를 끌기 위해 대중영합적 정치를 잘 활용했던 지도자였다.

유대 민족의 반란을 진압한 티투스도 현대까지 그 잔영을 남기고 있다. “유대인들이 갈 땅은 이미 파괴되었고, 그 어떤 곳도 유대인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티투스는 선언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유대인의 디아스포라는 중동분쟁의 씨앗이 됐다.

앞으로 나올 나머지 2권의 주인공은 아우렐리우스와 콘스탄티누스 황제다. 아우렐리우스 는 철인(哲人) 황제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지성의 전통을 계승한 이 현자의 얼굴 뒤에는 냉혹하게 기독교도를 박해한 로마 황제가 숨어있다. 콘스탄티누스는 장차 제국의 분열을 낳을 콘스탄티노플을 세웠지만, 기독교를 수용함으로써 로마를 서양문명의 발생지로 만들었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는 소설로 읽는 로마제국 흥망사다. 로마 역사 기록을 두루 섭렵한 역사학자 갈로는 ‘삼총사’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이야기꾼 솜씨를 발휘한다. 갈로는 기록을 통해 인간 영혼이 불멸한다는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정신을 재현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 “우리가 서판이나 파피루스에 쓸 수 있었던 글은 누군가가 그걸 읽는 순간 되살아난다”고 했던 세네카는 “잊지말게. 앎이란 곧 탄생임을”이라고 가르쳤다.

갈로는 로마 제국이 멸망한 지 1500년도 더 지났는데 여전히 현대인을 사로잡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로마 문명은 그 양면성으로 우리를 계속 매혹시킵니다. 고대 로마는 극도로 세련되고, 기술적으로 매우 앞섰지만 한편으로는 최고로 사악한 야만 행위를 저지를 수 있던 사회였지요. 예를 들자면, 티투스 황제가 콜로세움 완공을 기념하기 위해 100일 동안 축제를 벌일 때, 수천 명의 죄수와 검투사들이 단지 평민과 황제의 즐거움을 위해 학살당했습니다.”

또한 갈로는 로마가 노예제 사회였을 뿐만 아니라 영토 확장을 위해 늘 무력 동원 체제를 갖췄던 ‘전쟁 사회’였기 때문에 잔혹함에 둔감했다고 진단했다. 노예로 삼지 않을 포로는 가차없이 죽였던 로마인은 후회 없이 두려움 없이 타인을 죽였다. 그런 의미에서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는 문명과 야만의 공존이 가능한 인간 사회의 속성 그리고 인간 영혼의 모순 그 자체에 대한 탐구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막스 갈로(Max Gallo)는? 역사학자·언론인·정치인으로도 활동한 소설가다. 파리 정치학 연구소 교수,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 칼럼니스트를 지낸 갈로는 사회당에 입당해 시의원과 유럽 의회 의원 등을 지냈다. 90년대 중반 정계를 완전히 떠나 전업 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중도좌파 지식인으로 분류되지만, 우파를 대표한 드골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 “내가 그의 삶에 대해 썼던 인물들 중에서 드골이 나를 가장 크게 감동시켰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만 80만부 이상 팔린 갈로의 소설 ‘나폴레옹’(전5권)은 이미 국내에 소개됐고, 비소설 중에서 ‘로자룩셈부르크 평전’ ‘진보는 죽은 사상인가’ 등도 번역됐다.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