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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해외여행, 앙코르와트 299,000원의 비밀...

 
해외여행,앙코르와트 299,000원의 함정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던 80년대 말부터 동남아 관광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
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동남아 관광은 흔히 299, 399라 불리는 초저가 패키지 여행
지로 인식이 되었고 여행사를 통해 이러한 초저가 관광을 떠난 여행객들의 불만의 
소리도 높다. 관광과는 상관없는 일명 ‘옵션’이나 ‘쇼핑’이 강요되기 때문이다. 심지
어는 최근 관광객을 상대로 한 영업의 이권 문제로 교민이 살해당하는 일까지 발생
했다. 무엇이 동남아를 저가 관광지로 만드는가? 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남아 저
가 패키지 관광은 계속되는가? [PD수첩] 제작진은 직접 패키지 여행을 체험해 봄과 
동시에 여행업계의 피라미드를 형성하는 현지 가이드, 랜드사, 여행사, 항공사 관계
자를 만나 동남아 초저가 패키지가 가능한 이유와 그 문제점을 분석해보았다.
▣ 공짜란 없다!- 초저가 패키지의 허와 실
 겨울 성수기를 맞아 각종 일간지에는 파격가를 외치는 패키지 여행 광고가 넘치고 
있다. 왕복 항공료와 비슷한, 혹은 항공료에도 못 미치는 이런 초저가 패키지 관광
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PD수첩] 제작진은 일간지에 실린 한 여행사의 패키지 관
광을 따라가 보았다. 5박 6일 동안 방콕,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이 상품의 일정에는 
농장 방문, 전통 쇼 관람, 유적지 방문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1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 나라의 문화와 경치, 전통을 모두 감상하기에는 너무나도 빡빡한 일정. 심지
어 관광 일정 중 한 노인은 응급실에 실려 가기 이르렀다. 광고에 실린 449,000원이
라는 비용에 일괄 징수되는 가이드 팁, 유류할증료, 각종 세금이 더해지면서 순식간
에 30만원 이상의 금액이 추가로 지불된다. 이렇게 항공료에 준하는 가격으로 만들
어진 관광 상품을 ‘마이너스 관광’이라 부른다. 마이너스 관광에는 여행지에서 필요
로 하는 숙박비, 가이드비, 행사진행비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마이
너스’ 부분을 메우기 위해 여행객들을 상대로 추가 비용이 지불되는 옵션과 쇼핑이 
이루어지게 된다. 마사지와 코끼리 트래킹 등의 옵션이 100불 이상의 추가 비용을 들
여 이루어지고, 많게는 하루에 다섯 군데에 이르는 빡빡한 쇼핑 일정이 여행 스케줄
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즉, 저렴한 가격이라 믿고 여행을 가더라도 현지에서는 어
떻게든 마이너스 부분을 메우느라 결국 제 값을 다 치르게 되는 것이다. 
▣ 치열한 경쟁, 죽음까지 부른 라텍스
2006년 새해가 시작되고 난 직후, 캄보디아의 시엠립에서 한 교민의 사망 소식이 들
려왔다. 시엠립은 앙코르와트 사원을 방문하기 위해 전 세계인들이 몰려드는 관광 
도시다. 그 곳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라텍스 매장을 운영하던 원모씨(40세)가 같은 
업종에 종사하던 일명 ‘벌교파’출신 조폭들에 의해 치명적인 폭행을 당한 것. 가해자
들은 원씨의 매장에 자신들의 물건을 들여놓도록 압력을 가했지만 질이나 가격 면에
서 만족스럽지 않자 원씨가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 원인이다. 저가 패키지 관광객들
을 상대로 한 현지 업체들의 이권 다툼으로 교민간 갈등이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
은 아니다. 2003년, 태국에서 쇼핑센터를 운영하던 태국파 황모씨는 여행사를 운영
하던 청량리파 전모씨와 손님을 몰아주는 모종의 동업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쇼
핑몰에 관광객을 더 유치하겠다는 명목으로 판촉비를 빌려간 전씨에게서 연락이 없
자 황씨와 전씨는 방콕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한 호텔 로비에서 피의 난투극을 벌이
기에 이른다. 2004년에는 태국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가이드 이모씨가 직장 동료 현
모씨를 총으로 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씨가 여행 경비를 부풀려 회사에 보
고하고 이를 착복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지 관광업에 종사하는 한국인
들 간의 살인 및 폭행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은, 저가 관광 상품으로 인해 
현지 여행사들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지고 현지 쇼핑몰과 식당 등 관련 업종의 유착
이 심화된 탓이다.
▣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당연한 이치로 묻어두기엔.. 
과열경쟁으로 치닫는 현지 여행업체들 위에는 항공사, 여행사, 랜드사(특정 지역만
을 담당하는 군소 여행사), 가이드로 이어지는 여행업의 피라미드가 존재한다. 그들
만의 치열한 전쟁은 아웃바운드 여행 시장의 전체 매출의 80%에 육박하는 여름, 겨
울철 성수기에 항공좌석을 확보하기 위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항공사에 대한 여행
사의 ‘기여도’가 성수기 항공 좌석 배정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형 
여행사들은 항공사의 좌석을 미리 매점매석해 놓는 하드블록이라는 관행을 철저히 
따른다. 따라서 이들에게 좌지우지되는 대부분의 중소 여행사는 비수기에도 좌석을 
채우기 위해 항공요금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여행 상품을 내놓게 된다. 이른바 ‘마
이너스 관광’이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는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막상 선급으로 여행
경비를 받은 여행사가 현지에서 관광객을 받아 행사를 하는 랜드사에는 후불로 지상
비를 결제하는 것. 이 마이너스 분은 현지 랜드사로부터 관광객을 넘겨받은 가이드
에게로 고스란히 옮겨진다. 자기 돈을 쪼개가며 어떻게든 눈덩이처럼 부푼 마이너
스 부분을 채워야하는 가이드는 자신, 혹은 회사와 연계된 쇼핑센터에서 관광객의 
지갑을 열어야만 한다. 높게 책정된 옵션 비용에서 이윤을 얻어야하기 때문이다. 
2005년 10월, 캄보디아 가이드협회는 이와 관련하여 마이너스 투어 절대 거부, 기본
적인 가이드 일비 및 팁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마이
너스 관광은 결국 관광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이며, 모든 피해는 소
비자인 관광객에게 돌아간다.  
▣ 한국인의 관광문화, 개선책은 없나! 
2004년 동남아 5개국 공관장회의에서는 초저가 패키지 여행 상품의 폐해에 대한 논
의가 오갔다. 태국 현지 신문에도 한국인의 이러한 여행 관행을 비난하는 기사가 실
릴 정도다. 외교부는 문광부에 이를 시정해 줄 것을 권고했지만 크게 달라진 바는 없
었다. 심지어 주 캄보디아 대사관에서는 이러한 여행 관행이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
킨다며 문광부에 이를 단속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작년 4월, 문
화관광부의 소관이던 여행사 지도 단속권이 각 시도로 이전되었다. 하지만 저가 여
행에 대한 기준도, 이를 단속할만한 근거도, 법령도 없는 실정이다. 또 일반여행업 
등록사의 대표 기관인 일반여행업협회, 즉 KATA 또한 회원사와 문광부의 눈치만 보
느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가 패키지 관광이 일반화되기 까지 여행에 대
한 국민들의 성숙되지 못한 인식을 탓하는 목소리 또한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 건
전하고 선진화된 여행 문화를 만들기 위해 민, 공, 관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