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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어느 새일즈맨의 죽음
IMF 십 년, 그리고 한미 FTA 타결. 우리는 이제 세계화된 자본에 
온몸을 맡겼다. 오직 경쟁력과 효율성만이 기업과 인간의 존재가치를 
결정하는 세상이 됐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쓸모없다’라는 자본의 
심판이 내려지는 순간 노동자는 삶의 터전인 직장에서 쫓겨나고, 
그들의 가정은 파탄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PD수첩에서는 IMF 십 년인 올해 노동절을 맞아, 생사의 기로에 선 
한국사회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한다.
  2006년 9월 (주)대우자동차판매 정규영업직노동자 최동규씨가 
출근준비를 하다 뇌출혈로 급사했다.  최씨는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회사분할)로 인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씨의 부인을 비롯한 유족들은 회사에 공식적 사과와 보상을 요구
했고,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구조조정과 최씨의 죽음 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확증은 없다’며 책임을 완강히 부정하고 있다. 나아가 회사는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안에 따라 전체 정규영업직 사원들을 자본금 
10억의 신설법인 ‘DW & 직영판매’에 강제 전적(轉籍)발령했다. 
이는 사실상의 ‘고사작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3월 법원은 회사측의 일방적 전적발령에 대해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회사는 영업직사원의 일터였던 직영영업소들을 
강제폐쇄하고, 저항하는 200 여 노동조합원에 대해서는 일괄 대기
발령을 내리는 등 초강수로 일관하고 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정규직 영업사원들은 
일은 안하고 월급만 축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회사측이 정규영업직
사원의 임금체계를 수당중심의 성과급체계로  전환해 버린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준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회사는 그 동안의 판매실적을 내세워, ‘노동조합은 무능하고 
의욕 없는 직원들만 남아서 버티고 있는 후안무치한 조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은, ‘회사는 필요할 땐 실컷 부려먹고 이젠 책임을 
뒤집어 씌워 야만적으로 내팽개치고 있다’고 항변한다. 기업의 생존
논리와 노동자의 생존권적 요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주)대우자동차판매 정규직영업직 사원들은 대부분 40, 50대의 
가장이다. 차를 팔아 그들은 회사를 키워왔고 가족을 부양해 왔다. 
그러나 회사는 지금 ‘무능한 당신들’, 혹은 ‘일하지 않는 당신들’
이라는 낙인을 찍어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수 없다”고 절규하는 노동자들. 
퇴로가 없어 아이의 통장까지 깨 쓰고 하염없이 우는 가장. 그리고 
생활고로 인한 불화 끝에 이혼당한 40대 가장. “일하지 않는 노동자
여 먹지도 말라”고 당당히 말하는 회사. 이들은 이제 기업의 생존을 
위해 순순히 사라져 주어야 할 ‘더 이상 쓸모없는’ 인간들인가?
PD수첩에서 방영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