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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신인 여배우 '장예원'

 

 

[동영상]전주 찾은 어느 신인 여배우의 하루

[스타뉴스 2007-05-01 09:58]    
'장마' 주연배우 장예원 동행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전주=전형화 기자]

장예원. 그녀는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와 KBS 2TV 드라마 '낭랑 18세' 등에 출연해 가능성을 알렸던 신인 여배우이다. 연기자로서 험준한 길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배우'라는 타이틀은 낯설기만 하다.

 

그런 그녀가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인 '한국영화의 흐름'에 출품된 '장마'라는 영화에 주인공을 맡은 장예원은 극 중 1인 2역을 맡아 하룻밤 사랑도 불사하는 언니와 순수한 사랑에 목말라하는 동생을 연기했다.

 

장예원은 당초 4월28일 '장마' 첫 상영에 맞춰 전주를 찾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러 일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장마' 관객과의 대화가 열리는 30일 고충길 감독과 남자 주인공 김영재와 전주를 찾았다.

 

아침 일찍 서울에서 지인과 만나 오후 4시께 전주에 들어서기 전까지 장예원의 마음은 딱히 긴장되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촬영을 마친 영화였고, 편집본을 미리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제가 열리는 고사동 영화의 거리가 보이면서 가슴이 포크레인으로 휘젖듯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영화를 촬영했던 장소들이 속속 보이는 거에요. 고구려 모텔에 비디오방, 전북대학교까지...익숙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서 시험결과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어요."

 

메가박스에서 '장마'가 상영되는 오후 8시까지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영화의 거리를 걸었다. 무대인사에 맞춰 약간 노출이 있는 드레스와 발에도 잘 맞지 않는 하이힐을 신었던 탓인지 흘낏흘낏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다.

 

'하이힐이 안맞아서 깡총 거리며 걷는 모습이 우습게 보이나'는 생각에 장예원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화끈 거리는 얼굴을 식힐 겸 눈 앞에 보이는 생과일 주스 전문점으로 뛰어들어갔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으로부터 연기에 대해 칭찬을 들은 어느 신인 여배우의 이야기를 듣던 장예원은 마시던 딸기 생과일주스를 '탁' 소리가 나게 탁자에 내려났다.

"부러워요. 그렇게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지인들과 나누던 그녀, 상영시간이 어느덧 다됐음을 깨닫는다. 부슬비가 내리건 말건, 하이힐이 발에 맞건 안맞건, 비를 맞으며 부리나케 메가박스로 달려갔다.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고, 머리를 만진 뒤 관객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장예원입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다. 간간히 웃음소리가 들리고, 더러는 탄성도 섞여 있다. 가슴이 터질 듯 긴장된다. '내 눈에는 단점만 보이는데 관객들은 어떻게 볼까' 옆 자리의 김영재도 같은 표정이었다. 성적표를 나눠주는 선생님을 바라보는 얼굴...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관객들이 우루루 나간다. 객석을 가득 메웠던 관객이건만 관객과의 대화가 준비돼 있다는 소리를 듣고도 출입구로 출입구로 사람들이 나가는 것이 아닌가...

 

"달려가서 잡고 싶었어요. 야속하기도 하고, 뭘 잘못했나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스치더라구요."

 

200여 관객 중 50여명이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자리를 지켰다. 고마웠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인 만큼 질문은 매서웠다. 물론 주로 감독님에게 질문이 쏟아졌지만...대만에서 온 관객은 영어로 이 영화가 차이밍량의 영화 영향을 받지 않았나고 묻는다.

 

헉, 차이밍량이라니...내게 주어진 질문은 영화처럼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고 믿느냐는 것이었다. 또 가장 인상깊은 장면도 물었다.

 

"예전에는 운명적인 사랑이 어디있냐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어딘가에는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영화를 찍으면서 운명적인 사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제가 뻣뻣한 웨이브를 선보였던 뮤지컬 장면이구요."

 

제대로 대답한 것일까, 관객들은 만족했을까, 답을 하고도 후회한다.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감독님과 스태프가 먼저 떠난 뒷풀이 장소로 향했다. "시원 섭섭한 느낌이에요. 모두 끝났다니 좀 슬프기도 하구요."

 

뒷풀이 장소에 도착했다. 알레르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못먹어 남들이 먹는 삼겹살을 앞에 놓고 된장찌개만 먹었다. 그래도 좋았다. 고충길 감독님이 연신 "좋은 배우를 만나 좋은 영화를 찍었다"고 칭찬했다. 술에 취하신 것 같지는 않고 진심이신 것 같았다.

 

"모자른 게 많은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장예원 역시 진심이었다. '마왕' 촬영을 하다 전주를 찾은 김영재는 시계바늘이 새벽 1시를 가리키자 대본을 외워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김영재에게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키스신의 노하우를 배웠다. 혀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입술만 바쁘게 움직이면 된다는...

 

시계바늘이 2시를 넘었건만 사람들은 아무도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다들 오늘이 가는 게 아쉬운 눈치인 것 같았다. "잠을 못잘 것 같아요. 오늘이 이렇게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좋은 작품으로 내년에도 또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연하지"라는 주위 소리가 들리며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저예산영화로 전주를 찾은 신인 여배우의 하루가...